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566화 (566/1,007)

27권 25화

인텔과 AMD에서 586이 막 출 시될 때, 유재원은 리사 수 박사와 함께 반도체에 구리 배선 기술을 선보이며 작동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기존의 칩과는 워낙 큰 차이가 나서 하이 퍼포먼스 컴퓨터(HPC) 라는 별도의 인증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에는 어떤 종 류의 반도체든 쓰이지 않는 곳이 없어서 인증이 무의미해졌지만, HPC 마크가 붙어 있다는 이유로 프리미엄을 받았던 때가 있을 정도 로 획기적인 성능을 자아냈다.

이번에도 유재원은 리사 수 박사 와 함께 일을 내볼 작정이었다.

방식은 예전과 좀 달랐다. 당연 히 준비한 기술도 다르지만, 가장 큰 차이는 반도체 기술의 공개 유 무였다.

HPC 때는 자체 보유한 반도체 생산 라인이 없었다. 그렇기에 인 텔부터 미래전자, 심지어 일성전자 까지도 구리 배선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줬다.

심지어 가격도 무척이나 저렴했 다. 사실 그때 구리 배선 기술이 등장한 이유는 컴퓨터가 워낙 느려 유재원 본인이 답답했던 탓이 컸다.

이번에는 다르다.

ID 일렉트로닉스 반도체 사업부 라는 자체 반도체 라인이 있었기에, 기술 공개를 전처럼 쉽게 해 줄 마 음은 없다.

게다가 이번 기술은 공개한다고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반도체 생산 공정 전체에 최적화를 하고, 사용되는 화학 물질도 확 달라지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생산 라 인 전체를 뜯어고쳐야 할 수도 있 었으니 말이다.

ID 일렉트로닉스로 최대한의 이 익을 먼저 창출한 다음, 인텔이나 AMD, ATI와 엔비디아 등의 협력 업체들과는 개별 협상으로 기술을 라이센스 해 주는 큰 그림도 그려 놓은 상태였다.

어느새 유재원과 티파니 부부, 리사 수 박사는 시범 생산용 라인 에 도달했다.

세계 최대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공장인 만큼, 시범 생산용 라인의 규모도 상당했다.

연구소 수준의 생산 시설이 아니 라, 정규 생산 시설의 한 개 라인 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것으로, 여 기 설비 가격만 해도 수천억 원어 치나 된다.

거기엔 이미 ID 일렉트로닉스 반 도체 팀의 연구원들이 대기 중이었 다.

다들 상기된 표정을 감추기 힘들 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업계에서 리 사 수 박사의 존재감이란 어마어마했던 탓이다.

사실 여기엔 작은 오해가 있었는 데, 세간의 인식에서 구리 배선 기 술의 핵심 개발자가 리사 수 박사 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은 유재원이 주도했고 리사 수 박사가 보조적 역할을 했는데, 쉽게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였던 탓 이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유재원이 천 재라고 해도 프로그래밍 부분에 한 정된 것이지, 반도체 소재 분야까 지는 아닐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결정적으로 유재원은 그러한 인 식을 방관했다.

그러한 고정관념은 유재원이 이 번에 준비한 기술을 반도체 팀에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산산이 박살 났다.

"이번 MAP 3칩에 적용될 기술 은 3차원 트랜지스터 생성 기술과 고순도 불산 기체를 이용한 초정밀 애칭 기술입니다."

처음부터 본론으로 들어간 유재 원은 프로젝터를 통해 차기 스마트 폰에 탑재될 MAP 3의 스펙을 공개했다.

작동 속도는 800MHz, 반도체 정밀도는 120나노미터인 듀얼 코어 모바일 프로세서에 그래픽 처리를 위한 ATI 라데온 아키텍처가 더해 진 원칩이었다.

이를 통해 현재 T터치폰에 들어 가는 MAP 2와 비교해 최소 3배, 최대 4배 빠른 퍼포먼스를 뿜어내 도록 만들 작정이다.

"저기, 이게 가능할까요?"

선임 연구원이 조심스럽게 물었 다.

현재 ID 일렉트로닉스가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할 때 사용하는 공정 은 240나노미터였다.

단번에 반을 줄여버리겠다는 유 재원의 목표 설정에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피어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더욱이 미세화 공정 개발은 ID 일렉트로닉스 자체적으로도 준비 중이긴 했다.

240나노미 터에서 180나노미 터 로 집적도를 끌어올리는 연구였다. 벌 써 2년이나 연구했고 성과도 어느정도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120나노미터 공정이라니. 게다가 이번에 생산하려는 것은 구 조가 비교적 단순한 메모리 반도체 가 아니라 모바일용 프로세서였다.

비록 모바일이라는 수식어가 붙 긴 했어도, 중앙 처리 장치는 메모 리 칩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 한 물건이었다.

만약 성공한다면 공정 개발에 있 어 인텔이나 AMD보다 앞서게 되 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 기술을 메모리 반도체에 적용한다면, 그 효과가 대단할 것임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 다.

숫자로만 보면 240에서 120으로 반이 줄어드는 것이지만, 반도체에 서 면적을 따진다면 동일 넓이의 집적도는 4배가 올라가는 것이다. 반대로 웨이퍼당 반도체 칩의 생산 성을 4배로 끌어올릴 수도 있다.

"후후, 두고 보시면 알게 될 겁 니다."

반면 유재원은 자신 있었다.

이제는 의미가 많이 퇴색된 마스터플랜이었지만, 이를 준비하면서 수집한 미래 기술들은 진짜였다.

3차원 트렌지스터 생성 기술과 고순도 불산 기체를 이용한 초정밀 애칭 기술도 실리콘 기반 반도체가 생명을 다할 때까지 두고두고 써먹 을 고효율의 기술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에 EUV기술 만 더해지면 한자릿수 나노미터 공 정의 반도체도 문제 없이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 퍼텐셜이 좋았다.

"아! 혹시 여러분 중에 서울대의 이종효 교수님과 연락이 닿는 분계세요?"

유재원에게 집중하던 연구원들은 서로의 얼굴을 돌아봤다.

이 자리에 있는 연구원들은 다들 한국 최고의 반도체 전문가라고 할 수 있었다.

당연히 출신 대학교는 한국 최고 의 명문 대학교인 서울대였고, 서 울대 전기전자과를 나왔다고 하면 이종효 교수의 수업은 필수로 들어 야 했으니 말이다.

"3차원 트렌지스터 기술에 권위 자라고 하던데, 산학 협업을 제안하고 싶어서요."

사실 유재원의 머릿속에는 관련 기술 일체가 다 들어 있었기에 이 종효 교수와의 협업이 딱히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3차원 트랜지스터 생성 기 술의 시초가 바로 이종효 교수였다. 물론 유재원의 머릿속에 있는 3차 원 트랜지스터 기술과 이종효 교수 의 기술의 완성도 차이는 어마어마 하다.

하지만 원작자도 함께 끌어들임 으로써 양심에서 나오는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는 것이다.

"예! 제가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선임 연구원이 바로 대 답했다.

서울대 전기과 출신이었고, 이종 효 교수를 지도 교수로 두었던 덕 에 아직도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였다.

학교에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정치력도 부족해 정부 지 원도 잘 못 받는 은사님이 참 안타 까n다.

예상치 못한 이번 기회를 제대로 살린다면 본인의 은사님이 제2의 리사 수 박사가 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그래요? 최근에 연락 주고받은 게 언제인데요?"

"일주일 전입니다!"

"와, 진짜 친하신가 보네요. 그럼 부탁드릴게요."

"예!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이종효 교수님 건은 나 선임이 맡아 주시고, 이제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해 볼까요?"

나영석 선임 연구원에게 이종효 교수 건을 맡긴 유재원은 본격적인 MAP 3의 시범 생산을 위한 작업 을 시작했다.

"리사 수 박사님, 부탁해요."

시작은 리사 수 박사의 MAP 3 아키텍처에 대한 브리핑이었다.

구리 배선 기술을 뛰어넘는 전설 이 이번엔 대한민국 대전에서 시작 되고 있다.

"재원아! 메리 크리스마스!"

"자기도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이브에 맞춰 특별한 인사를 주고받은 유재원과 티파니 는 서로 준비한 선물도 주고받았다.

유재원이 티파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은 꽃다발과 목걸이였고, 티파 니는 유재원에게 따스한 스웨터를 선물해 줬다.

분위기는 너무나 좋았다.

ID 글로벌헤드쿼터빌딩의 최상층 펜트하우스가 선사해 주는 서울의 야경은 환상적이었다.

게다가 옆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이렇게 함께 보내는 오붓한 크리스마스라니.

늘 상상만 했던 그림이었다.

야웅!

아, 고양이도 한 마리 있다. 하여 튼, 이 시간이 계속되었으면 참 좋 겠지만, 안타깝게도 시간은 참 빠 르게 흘렀다.

-미국 제43대 대통령, 앨 고어!

-플로리다주 재개표에서도 앨 고 어 승리.

-2000년 노벨 평화상 클린턴에 이어, 정권 연장까지, 미국 민주당 겹 경사!

거실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초대형 LCD 텔레비전에서는 미국 의 소식을 한창 전해주고 있었다.

미국 대선은 유재원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IT버블 붕괴라는 매를 일찍 맞은건 미국 민주당의 호재였다. 게다 가 앨 고어는 유재원의 조언을 놓 치지 않고 SNS와 인터넷을 적극 활용한 선거 운동을 한 결과 젊은 층으로부터 확고한 지지를 얻었다.

덕분에 과거에 문제가 되었던 플 로리다주에서도 승리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플로리다주에선 논란이 일어났다. 역시나 무효표가 많이 쏟아진 것이다. 결과도 앨 고어의 승리. 표 차이는 매우 적었다.

다만 플로리다주의 승패와 상관 없이 앨 고어의 승리가 확정되었기에 논란의 크기가 거대하진 않았다. 다만 부시 측에서 참패라는 수식어 를 면하기 위해 재검표를 요청했고, 플로리다주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 여 재검표를 했고, 표 차이는 더 벌어지며 앨 고어의 승리로 확정되 었다.

덕분에 미국 민주당은 그야말로 연말 파티 분위기를 제대로 내는 중이었다. 오랜만에 정권 연장이 이뤄졌으니 말이다.

더욱이 클린턴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정착의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기까지 했으니, 그야말로 민주당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소식을 전하는 텔레비전 은 매우 특별했다.

펜트하우스의 인테리어와도 조화 로운 고급스러움에, 화면의 크기도 매우 컸다.

무려 완벽한 풀 HD 해상도인 1080p에다가 화면의 대각선 길이 는 42인치에 달하는 LCD TV였다.

ID 디스플레이에서 생산한 차세 대 제품으로 세계에서 제일 큰 LCD 텔레비전이라는 타이틀도 보유한 제품이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살 수 없는 물건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지금 은 ID 디스플레이의 실험실에서나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그중에서도 품질이 제일 좋은 것 이 지금 유재원의 거실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물론 대량 생산을 위한 준비는 착착 이뤄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계획은 2004년도 후반이 목표였다. 기술은 완성했지만 대량 생산 체계 는 마련되어 있지 않은 탓이다.

물론 그때가 되더라도 상당히 비 싼 가격이 될 건 뻔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좀더 지난다면 누구나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을 거라고 보았다.

아마 2000년도 중후반쯤이면 집 마다 저런 텔레비전이 안방을 차지 하고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30인치 720P해상도의 제품은 예정대로 순조롭게 생산 증 이었다.

지금도 조금 무리하면 구매할 수 있었고, 가격은 계속 하락 중이었다. 2001년도 여름이나 가을쯤에는 100만 원 초반의 가격대를 형성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방송국에서도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전면적인 HD방송을 시작 할 예정이니, 그야말로 순조롭다고 할 수 있다.

덕분에 X박스의 판매량도 꾸준 히 이어지고 있었다.

유재원이 예상했던 그대로, LCD 모니터의 보급률이 높아질수록 X 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2의 성능 차 이가 확연하게 나타났다.

덕분에 X박스를 선택하는 게이 머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다.

다만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

가장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연 초의 비전이었다.

회귀로 압도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