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571화 (571/1,007)

28권 5화

이후, 대한민국은 대한일보가 알 던 대한민국이 아니었다.

대한일보가 가지고 있던 기득권 이 빠르게 사라졌고, 엄정한 칼날 이 드리워지기 시작하더니 사주 일 가들이 줄줄이 법정에 섰고, 급기 야 징역형과 어마어마한 추징금이 걸렸다.

가만히 죽을 날만 기다릴 수 없 었던 대한일보는 자신들을 공격하 는 세력의 가장 약한 고리를 찾았 다.

-약점은 민주당과 통일국민당의 연정이다!

역시 대한일보의 분석 능력은 인 정할 만했다.

민주당과 통일국민당의 연정은 유재원의 보이지 않는 무기였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법이었 다. 처음에는 두 정당이 법안을 낼 때마다 무얼 겨냥하고 있는지 바로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았다.

심지어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 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법이 만들어지고 시간이 지나면 그 효과 가 나타난다.

검찰청과 법원에서 대한일보가 박살 나 버린 것도 결국에는 국회 의 공수처 신설 이후에 일어난 일 이었다.

예전처럼 좋게좋게 마무리했다간 검사와 판사 본인들이 위험해질 판 이였기에, 엄정한 법의 잣대가 드 리워졌던 것이다.

이러한 공수처 신설이 가능했던 것은 민주당과 통일국민당의 연정 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결과가 나 왔고, 이를 붕괴시키기 위해 대한 일보는 기꺼이 가짜 뉴스라도 만들어 배포했다.

대한일보 입장에선 참으로 안타 깝게도 지금은 종이 신문의 위력이 크게 줄어들었고, 그로 인해 과거 처럼 강력한 프레임을 설정할 수도 없었다.

국민이 대한일보의 기사를 열심 히 읽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가 짜 뉴스를 내도 인터넷을 통해 순 식간에 밝혀지면서, 대한일보의 이 름값만 떨어졌다.

더욱이 대한일보 몰락에 결정타 는 유재원의 흑석동 사택 철거였다.

일부 케이블 뉴스 채널을 통해 생중계되기도 했고, 공중파 저녁 뉴스 시간에는 중요하게 보도되면 서 대한일보가 끝장났음을 전 국민 이 확인하게 되었다.

이후 대한일보의 논조는 180도 달라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저주를 퍼붓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면, 흑석동 사 택이 밀리고 나서는 중구난방이 되 었다.

어떻게 기사를 써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연말이 되면서 정부 정책에 대 해 적극 찬동하는 기사들이 하나둘 나오더니, 2001년 새해 첫 신문부 터는 대한일보에선 절대 금기시되 었던 유재원 찬양 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 흐음?"

오랜만의 종이 신문이라 한 장씩 넘기며 꼼꼼히 보던 유재원의 입에서 감탄사 비슷한 소리가 났다. 언 제나 유재원에게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김대석이 이를 놓치지 않았다.

"지시할 거라도 있으신지요?"

덕분에 이런 소리는 유재원이 뭔 가 결정했을 때 나오는 것임을 김 대석은 바로 감지하고, 지시를 받 을 준비를 끝냈다.

혹시나 대한일보의 항복 선언을 받아주겠다고 하시는 건 아닐까 하 는 생각이 든 것도 그때였다.

"김광일 이사에게 맡길 새로운 일감이 생각났어요."

하지만 유재원의 입에서 나온 건 김대석의 예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광일 이사라면 전명헌 전 대통 령의 오른팔과 같은 사람이었다. 현재는 ID 그룹에서 커뮤니케이션 총괄이사 자리를 맡고 있다.

뭔가 거창한 것 같지만, 실제 역 할은 사회지도층이라 하는 이들과 친분을 쌓아서 ID 그룹에 이익이 되는 흐름을 만드는 자리였다.

덕분에 김광일 이사가 하는 일도 여러 사람과 두루두루 만나 골프도 치고, 술도 마시고, 공연도 관람하는 등의 팔자 좋은 일이 많았다.

"생각해 보니 그동안 국회에서 열심히 개혁 법안을 만들어 준 덕 에 혼탁했던 언론이 정화되었잖아 요."

이 시점에서 유재원이 혼탁했던 언론이라고 하면 대한일보를 말하 는 것이었고, 김대석도 찰떡처럼 알아들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기껏 만들어 놓은 개혁 법안이 현실에선 미지근하게 작용 되는 게 많이 보여요. 이를테면 청탁금지법 같은 거요. 기사를 검색 해 봤는데, 청탁금지법에 걸려서 처벌받았다는 기사는 한 건도 없네 요."

"아,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했습 니다."

대한일보의 항복 선언에도 유재 원은 봐줄 마음이 추호도 없다.

상처에 생긴 고름은 없앨 수 있 을 때, 확실히 제거해야 덧나지 않 는 법이다.

대한일보도 지금 뿌리째 뽑아 놓 지 않으면, 언제라도 부활해서 시간을 거꾸로 돌리려 할 게 분명했 다.

유재원이 대한일보의 뿌리를 뽑 아 버릴 작정으로 만든 것이 청탁 금지법이었다.

그런데 법안의 의도와 달리 현실 에서 기자들이 처벌받은 케이스는 아직 한 건도 없었다.

현상만 놓고 보면, 기자들이 법 을 잘 지킨 덕에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았다고 봐야 할 것이나, 당연히 그런 기적은 없었다.

답은 간단했다.

기자들의 행태는 여전했지만, 법 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소극행정이란 말이 있다. 신고도 적극적이지 않았고, 신고를 받아도 처리가 미진했다. 게다가 청탁금지 법의 처벌 강도도 약했다.

"법을 현실에 맞게 좀더 강화해 야 할 필요가 있어요."

유재원의 말에 김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전하겠습니다."

김광일 이사에게 전하겠다는 건, 통일국민당에게도 유재원의 의지가 전달된다는 의미였다. 전명헌의 오 른팔이었던 만큼, 김광일 이사는 통일국민당과도 긴밀한 사이였다.

게다가 전명헌 할아버지가 유재 원에게 주신 금고 열쇠 그리고 수 첩에 대한 관리도 실질적으로는 김 광일 이사가 맡고 있었다.

유재원의 지시를 받은 김광일 이 사가 통일국민당과 민주당을 움직 이면, 청탁금지법의 강화도 즉각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한층 강화된 청탁금지법 이 정조준하는 건 대한일보 기자들 이다.

자산 압류가 들어간 대한일보 기 자들은 그야말로 극한에 몰린 상황 이다.

단적으로 자산 압류가 들어간 작 년 겨울부터 월급도 제때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하니 말 다 했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는 건 가외 수입이 많아서였는데, 청탁금지법 강화로 그것도 끊어 버리겠다는 것 이 유재원의 의도였다.

폐간 소식이 들려올 때까지, 유 재원은 결코 대한일보와 타협할 일 이 없을 것이다.

-칩 잘 받았습니다. 끝내주더군 요!

모니터 화면 속 안드레이 사하로 프 하이테크 연구소 소장이 오랜만 에 흥분한 얼굴이었다.

샘플 J3를 통해 골든 칩 생산에 성공한 유재원은 즉각 패키징까지 해서 시애틀에 있는 ID 하이테크 연구소로 보냈다.

-프로토타입 보드에 장착하는 건 끝냈고, 현재는 여러 가지 변수를 바꿔 가면서 다양한 시나리오 테스 트를 진행 중입니다.

" 벌써요?"

그게 3일 전이었다.

항공 운송을 통해 빠르게 전해졌 다고 해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였 다.

-보드는 진작 개발이 끝났으니 말입니다. 안드로이드 사와 ID 테 크놀로지 쪽에도 조만간 프로토타 입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차세대 스마트폰의 설계는 하이 테크 연구소에서 하고, 양산은 ID 일렉트로닉스에서 담당한다 .

안드로이드 사에서는 운영체제 를, ID 테크놀로지에서는 기본 탑 재되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개 발한다.

ID 일렉트로닉스에서는 MAP 3 와 메모리칩, 플래시 메모리칩을 생산하고, ID 디스플레이에서는 모 바일용 LCD 모듈을 만들고 있다. 배터리는 산요 마크가 찍혀 있긴 했지만, 산요 배터리 역시 소유주 는 유재원이었다.

차세대 스마트폰 사업을 위해 ID 그룹 전체가 움직이는 것이나 다름 이 없다.

게다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수많은 협력사가 차세대 스마트 폰에 탑재될 각종 센서를 만들어 공급했고, ID 앱스토어에 등록한 앱 공급자들도 열심히 노력 중이었다.

-3월이면 회장님 손에 그럴듯한 녀석을 올려 드릴 수 있을 겁니다.

"네, 기대하고 있을게요."

2% 부족했던 T터치폰과 달리 이 번에 준비하는 녀석은 제대로 된 스마트폰이었다.

99% 확정된 스펙은 이렇다.

프로세서는 3세대 모바일 애플리 케이션 프로세서, 일명 MAP 3였 다. 성능은 기존 MAP 2의 4.5배였 지만, 최적화를 통해서 최대 5배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PC와 비교 하자면 펜티엄 2 400모델보다 빠르 다!

3D가속 모듈 통합으로 게이밍 성능도 최상급으로 올라와서 복잡 한 3D 모델링으로 구현된 게임도 30프레임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 줄 수 있다. 능력 좋은 개발자를 보유한 게임사라면 60프레임을 뽑 아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LCD 디스플레이는 9 : 16 비율의 4.2인치 IPS모듈로 탁월한 시야각 에 화사한 색감, 그리고 480*800이라는 높은 해상도를 자랑한다. HD 해상도에는 조금 부족해도 dpi 자체는 매우 높아서 PC보다 매끄 러운 화면이 나온다.

모바일 기기 성능에 중요한 메모 리 용량도 기본 모델이 512메가바 이트로 폭등했고, 플래시 메모리 용량도 8기가바이트나 된다. 여기 에 GPS 센서를 비롯한 각종 센서 가 추가되었다.

가장 중요한 모뎀은 2.5세대라 할 수 있는 IMT2000인데, 최근에 는 CDMA2000으로 정식 명칭이 변경되었다.

기본 데이터 통신 속도가 144kbps로 확대됐는데, 이를 통해 화상 통신도 가능해졌다고 통신사 들이 열심히 광을 팔고 있었다. EV-DO모드를 켜면 64아Cbps까지 도 가능한데, 이는 일찌감치 인프 라를 준비한 한국에서만 가능했다.

ID 그룹의 차세대 스마트폰 역시 전면 카메라를 장착해서 화상 통신 도 충분히 가능했다.

다만 화상 통신은 통신사들이 기 대하는 것과 달리 그다지 히트하지 못한 서비스였다. 유재원도 화상 통신보다는 셀카용으로 부착한 부 품이었다. 그렇기에 카메라 앱에 들어갈 이미지 보정 기능도 한층 강화시켜 놓았다.

이처럼 주요한 스펙이 확정된 차 세대 스마트폰이지만 아직 결정되 지 않은 게 있었다.

"그런데 제품명을 뭐로 하지?"

네이밍!

새로운 이름을 짓는 게 참으로 어려운 유재원이었다.

그렇다고 네이밍 작업을 허투루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이번에도 유재원은 전문가 집단의 머리를 빌 렸다.

"안드로이드폰, 나는 안드로이드 폰이 제일 무난한 거 같아."

티파니의 말이었다.

네이밍 전문 업체에서 보낸 이름 은 모두 3개. 안드로이드 폰, T스마트폰, ID폰이었다. 회귀를 통해 미래의 감각이 있는 유재원에겐 그 게 그거인 것 같이 느껴지는 터라, 옆에 있는 티파니에게 의견을 구하 자 즉각적으로 반응이 왔다.

"안드로이드폰이 라."

유재원에겐 가장 무난한 느낌의 이름이었다.

본인에게 가장 끌렸던 이름은 T 스마트폰이었다. 다음이 ID폰이었 고, 안드로이드폰은 꼴찌였다.

"ID 그룹 최초의 스마트폰이니 이름도 완전히 바뀌는 게 맞지!"

반면 티파니는 T시리즈의 이름을 이젠 버릴 때라고 말했다. 하긴 티 파니폰부터 시작해 무려 5년을 쓴 이름이었다.

완전히 새롭게 바꾸는 것이 좋겠 다는 건 유재원도 동의하는 바였지 만, 안드로이드폰이란 이름은 유재 원에겐 너무 익숙한 이름이었다.

더욱이 특정 모델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모바일 안드로이드 운영체 제를 사용하는 모든 종류의 폰을 지칭하는 단어였던지라 인상 깊은 느낌이 없었다.

하지만 티파니에겐 특별하게 보 였던 모양인지 안드로이드폰을 강 력히 추천했다.

유재원은 혹시 몰라 임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안드로이드폰이 제일 느낌이 좋 습니다.

-안드로이드폰입니다.

-저는 ID폰이 괜찮은 거 같네요.

레밍턴과 최강욱 부회장도 티파 니와 같은 의견이었다. 빈센트 그 린힐만 ID폰이었다.

"그러면 안드로이드폰으로 가야 지."

다수의 의견이 몰리니 유재원은 본인의 의견을 접었다.

그렇게 차세대 스마트폰의 이름 이 안드로이드폰으로 확정이 되자, 마케팅 부서가 슬슬 움직이며 티저 광고를 시작했다.

출시 예정일은 2분기였지만, 미 리미리 예고를 해 줘야 잠재적 소 비자들을 대폭 늘릴 수 있으니 말 이다.

?아이폰S, 하반기 출시!

놀랍게도 안드로이드폰의 티저 광고가 나오자 애플도 차기작에 대 한 예고를 시작했다. 안드로이드폰 과 같이 CDMA2000을 지원하고, 스펙을 끌어올린 모델이었다.

회귀 전에도 애플은 정식 넘버링 제품을 출시하고서 1년 뒤에 강화 판을 다시 발매하며 s를 붙이던 정 책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 정책 이 그대로 생겨난 모양이다.

유재원은 애플의 전략이 나쁘지 않았다.

최초의 스마트폰이란 타이틀 욕심에 아이폰이 너무 일찍 나왔다. 당연히 시장의 반응이 기대에 미치 지 못했다.

오히려 스마트란 단어를 이용한 마케팅만 붐이 일어났다. 오죽하면 스마트 포탄, 스마트 미사일 같은 말이 나왔을 정도다.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2001년 은 연초부터 차세대 스마트폰 전쟁 을 예고하며 뜨겁게 달아올랐으니 말이다.

회귀로 압도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