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권 12화
1968년생 모하메드 아타는 이집트 북부 카르프엘셰이크주에서 부유한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이집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자연스럽게 이슬람교를 믿게 되었다.
이후 1985년 이집트 최고 명문인 카이로 대학교에 입학했고, 건축학 학사를 받았다.
이대로 졸업해도 성공이 약속되었 지만, 아버지의 뜻에 따라 독일로 유 학을 결정했고, 1990년 합스부르크 공과 대학에 들어갔다.
여기에서 모하메드 아타는 걸프전쟁과 오슬로 협약 같은 세계 정세 를 접하게 되었고, 이슬람에 대한 강 대국의 적대적 태도에 큰 분노를 했 다.
자연스럽게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 지게 되었다.
결정적인 요소는 아버지와 친분이 있었던 오사마 빈 라덴과의 만남이 었다.
아버지는 그저 아들의 성공을 위 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력한 집안 의 후계자와 인맥을 이어주고 싶었 던 것이지만, 모하메드 아타는 오사마 빈 라덴이 가진 이슬람 극단주의 에 심취했고, 격하게 동조하기에 이 브렀다.
2001년 9월 11U 새벽 5시.
모하메드 아타는 도료 압둘아지즈 알 오미리, 와일 알 셰리, 왈라드 알 셰리, 사탐 알 수콰미, 이렇게 동료 넷과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 체크 인했다.
공항에 들어섰을 때, 무거운 공기 가 전해졌다.
모하메드 아타는 공항의 보안이 평소와 달리 한층 강화된 것을 느낄 수 있었던 탓이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할 때는 심장 이 터질 것 같았다.
천만다행히도 본인은 물론 동료들 까지 보안 검색대를 무사히 넘었고, 보잉 767-223ER 기종의 아메리칸 항공 11편에 탑승했다.
비행기는 92명의 탑승자를 태우고 평소와 다름없이 이륙했다.
잠시 후.
비행기가 정상 고도에 오르자 안 전벨트를 풀어도 된다는 알람이 울 렸다.
'신의 뜻대로.'
모하메드 아타는 마음의 안정과 각오를 다지는 주문과 함께 자리에 서 일어났다. 그의 동료들 역시 마찬 가지였다.
기내 서비스를 시작한 승무원 중 한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난 모하메 드 아타 일행을 향해 다가왔다.
"도움이 필요한가요?"
부드러운 미소와 친절한 목소리로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는 승무원의 모습에 순간 멈칫한 모하메드 아타 였다.
하지만 망설임은 잠깐이었다. 험악 한 표정이 된 모하메드 아타는 승무 원을 거칠게 밀쳐냈고, 앞으로 뛰었 다.
목표는 오직 조종석이었다.
기내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도대 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영문을 몰 랐다.
하지만 모하메드 아타 일당이 조 종석에 들어간 다음, 끔찍한 비명이 두 번이나 터지자 기내의 사람들은 뭔가 크게 잘못되고 있다는 걸 깨달 았다.
일부 용감한 이들이 앞으로 나와 조종석 문을 열고자 했지만, 굳게 닫 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심지어 비행기가 크게 돌면서 비 행경로까지 바뀌었다.
잠시 후.
-우리는 비행기들을 납치했다. 조 용히 있어라. 그러면 괜찮아질 것이다.
모하메드 아타의 목소리가 기내와 아메라칸 항공사에 전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메리칸 항공과 기내의 사람들은 끔찍한 하이재킹 사건에 휘말린 것으로 생각했다.
"아오, 답답해!"
유재원은 하루하루 D데이에 가까 워질수록 답답함이 커졌다.
9월 11일에 미국의 역사가 바뀌어 버릴 큰 테러가 있을 것임을 잘 알 고 있었기에, 유재원은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들을 했다.
러시아를 빌려 알 카에다의 첩보 를 보내기도 했고, CIA와 NSA가 동 시에 운영 중인 프리즘 시스템에 전 송되는 로우데이터에도 약간의 손질 을 가해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추 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당국의 조치는 미미했다.
겨우 공항에 경계 레벨을 한두 단계 올리는 것이 전부였다.
유재원이 보낸 정보를 통해 최소 한 하이재킹에 대한 가능성은 파악 했을 터이니, 이를 방지하기 위한 기 내 무장 경찰의 탑승이라든가, 이륙 후에는 조종석에 접근할 수 없도록 폐쇄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렇지만 앨 고어 행정부는 어느 것 하나 선택하지 않았다.
무장 경찰의 탑승은 인건비와 항 공사들의 거부감 때문에, 조종석 입 구의 폐쇄는 조종사들이 거부해서 무산되었다.
"마음 같아선 죄다 말해 주고 싶 네."
그럴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유재원은 미련이 크게 남았다.
당연히 유재원은 911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갖고 있었다.
21세기 최악의 테러라고 하면 911 이상이 없었으니 말이다.
정치와 경제 심지어 상식까지도 바꿔 버리는 일대의 사건이었다.
그렇기에 납치될 항공기의 번호부 터 각 항공기에서 하이재킹을 할 행동대원의 이름까지도 머릿속에 있었 다.
다만 이걸 그대로 미국 정보부에 전한다면, 테러는 막을 수 있어도 유 재원 본인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을 해 야 할 것이고, 약간의 틈이라도 보인 다면 크나큰 의심을 살 수 있다.
회귀 전 수십 년을 투자해 만든 마스터플랜에 담긴 최종 결론은 본 인이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 의 조치를 하되, 상식선을 지키는 것이었다.
본인이 직접 제보한 첩보를 러시 아발로 꾸미는 것도 그중 하나였고, ID 그룹의 직원들이 오늘 세계무역 센터나, 펜타곤, 백악관, 국회의사당 에 가는 걸 막았다.
중요한 회의가 빈번히 열리는 자 리였기에 ID 그룹과 같은 거대한 글 로벌 기업이라면 해당 장소에 출장 이 예고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유재원은 이보다 더 급한 스케줄 을 억지로라도 만들도록 해서 외부 출장을 차단했다. 첩보 조작보다는
훨씬 간단한 일이었다
특히, 뉴욕 맨해튼에 자리한 ID 인베스트먼트의 빈센트 사장 그리고 직원들, 타임워너 넥스트컴 총회장인 레밍턴에게는 따로 연락해서 단단히 일러두었다.
마지막은 가족을 챙기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친가는 문제없 었다. 티파니의 가족들 그리고 처가 친척들이 문제였다.
장인어른 집안인 핑크 가문도 상 당히 마당발이었고, 장모님의 테일러 가문은 서부에 기반하고 있지만, 동부에 뿌리를 내린 사람들도 많았으 니 말이다.
다만 ID 그룹 직원들은 유재원의 지시를 칼같이 듣기에, 쉽게 조치할 수 있었지만 처가쪽 식구들은 아니 었다.
그렇기에 유재원은 가장 자연스러 운 소재인 꿈을 이용했다.
무척이나 심란한 꿈을 꾸었으니 9 월 11일만큼은 외출을 자제해야 한 다는 이야기를 티파니에게 했고, 티 파니는 장모님과 장인어른께 이야기 를 전한 것이다.
유재원이라는 이름에는 최첨단 기 술을 이끄는 선구자라는 타이틀이 달려 있었기에, 그가 뒤숭숭한 꿈에 휘둘린다는 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었다.
상대에 따라 무슨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는 반응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었지만, 티파니는 유재원에 대 한 배려심이 만점이었기에, 가족들에 게 유재원의 우려를 확실히 전달했 다.
이렇게 개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 의 조치를 했지만, 불안감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단적으로 티파니만 해도 오늘 본 인의 회사에 정상 출근했으니 말이 다. 그것도 바쁜 일이 있다면서 평소 보다 1시간 이른 8시에 출발했다.
"어휴,그러면 나도 일상을 시작 해 볼까."
한숨을 쉬며 가슴에 바위를 얹은 것처럼 무거운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유재원은 서재로 향했다.
막 한 걸음을 떼다가 손이 허전하 다는 걸 인지하고서 탁자에 놓인 안 드로이드폰을 잡으려고 할 때였다.
띵!
경쾌한 알람 소리와 함께 화면이 밝아지면서 메시지 창이 떴다.
김대석 비서실장도 아니었고, 최강 욱이나 레밍턴도 아니었다.
" 영식이네?"
영식이가 아침부터 연락하는 건 오랜만이었다.
- 적색경보!
짧고 굵은 메시지였다. 하지만 가 만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유재원은 더욱 빨리 서재로 달려가 컴퓨터 앞에 앉았다.
-전방위적인 DDOS공격이야.
ID톡을 통해 연결된 영식이의 다 급한 메시지였다.
평소엔 무척이나 선명하고 깔끔한 영상을 주고받으면서 화상 미팅으로 업무를 보았던 둘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문자를 주고받는 게 최선이었다.
ID 클라우드 서버를 향한 DDOS 공격이 갑작스레 일어난 것이다.
클라우드 센터로 몰리는 트래픽의 양은 초당 12Gbps를 넘었다.
ID 클라우드 센터가 감당할 수 있 는 전체 트래픽의 80% 수준이다.
21세기 중반 기준으로도 상당히 강력한 공격이었는데, 지금은 겨우 20()1 년이었다.
넥스트컴의 메인 페이지는 벌써부 터 버벅거렸고, ID 클라우드 센터에 입점한 수많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 들 역시나 페이지 갱신 속도가 느려지는 장애가 생겼다.
그나마 서비스가 바로 먹통이 되 지 않은 건 캐시 서버도 있었고, 인 터넷 사용자 숫자도 많지 않았기 때 문이다.
아침 시간이 지나고 오전 업무를 시작하면서 인터넷 사용량이 많아지 면, 넥스트컴마저도 마비될 가능성이 99%다.
"세상에. 어디서 들어오는 거야?"
-60%가 중국이고, 30%가 미국이 야.
영식이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DDOS의 공격력이 초당 98Mbps 씩 늘고 있어. 좀비 PC들이 본격적 으로 가동되나 봐!
어째서 영식이가 아침 8시에 코요 테시티의 데이터센터에 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나마 다행이었다.
네트워크 전문가로 거듭난 영식이 는 ID 클라우드 센터를 향해 들어오 는 DDOS의 공격을 정확하게 파악 해 냈다.
"이 시점에 DDOS라니."
유재원의 머릿속은 엉킨 실타래처 럼 복잡해졌다.
기존의 911에서 사이버 공격은 없 었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테러가 터지면 어 마어마한 인터넷 접속 트래픽이 발 생된다.
더욱이 지금은 스마트폰이 일찌감 치 세상에 나왔고, Z5G 이동통신과 와이파이가 대중화된 상태였다.
그러면 인터넷은 꼼짝없이 마비된 다. 그야말로 혼란이 몇 배로 가중되 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좀비 PC는 스키드로우 그룹이 배포한 게임 크랙에 담겨 있던 것 같아.
이런 상황에서 영식이는 상당히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망할, 게임 크랙."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PC의 운영 체제로 확고부동하게 자리를 잡으면 서 수많은 해커 그룹의 공격이 집중 되고 있었다.
ID 그룹의 실력이 여기에서 드러 났다. 이제까지 매년 수십만 건의 공 격 시도가 있었지만, 단 한 번의 성공도 허용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자 해커들은 공격의 방향을 바꾸었다. 게임 크랙에 악성 코드를 심는 것이었다.
완성도도 높고, 자체 보호 기능도 뛰어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였지만, 이용자가 스스로 악성 코드가 담긴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말짱 꽝이었다.
시스템이 파괴되기도 하고, 데이터 가 변조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ID 클라우드 센터 를 공격하는 자의 좀비 PC가 되어 소중한 리소스를 낭비하고 있게 된것이다.
유재원은 아직 증거가 없었지만, 이번 DDOS 공격이 오사마 빈 라덴 과 연관성이 있을 거라는 강한 느낌 을 받았다. 타이밍이 너무 공교로웠 으니 말이다.
"일단 동아시아 라인은 아예 끊 어!"
-알았어!
유재원은 과감하게 선택했다.
중국의 선량한 ID 클라우드 서비 스 이용자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지금은 과감한 단절이 필요할 때였다.
영식이는 유재원의 지시에 곧장 ID 클라우드 센터의 글로벌 관제 센 터에 올라가 중국의 IP를 차단했다.
네크워트 장비에 명령어가 전해지 고, 적용되기까지 몇 분이 소요되었 고, 그사이 영식이와의 대화는 단절 되었다.
-재원아!
그러다가 갑자기 영식이가 유재원 을 다급히 찾았다.
-TV! TV를 켜 봐!
영식이의 다급한 메시지에 유재 원은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직 감적으로 그 사건이 터졌다는 걸 알아차렸다.
유재원은 바로 책상 옆에 놓인 TV를 켰다.
CNN의 정규 방송이 중단되었 고, 방송 화면 하단에는 붉은색 띠 자막으로 긴급속보라는 뉴스가 떠 올랐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조금 전, 8시 46분 30초에 보잉 여객기 가 세계무역센터 북쪽 빌딩과 충돌했습니다!
아나운서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 께, 화면에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 로 은빛의 비행기가 거대한 회색의 빌딩에 충돌하면서 검붉은 화염을 내뿜는 모습이 조금의 여과도 없이 그대로 비쳤다.
회귀로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