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권 14화
어떤 링크를 누르던 즉각 반응하 는 것이 ID 그룹의 인터넷 서비스 였다. 그렇기에 유재원이 착각할 만했다.
불행 중 다행이지만, 영식이는 제 임무를 착실히 수행했다.
유재원으로부터 과감한 결단에 대한 허가를 받고 나서 즉각 행동 에 옮겼다.
아시아에서 들어오는 인터넷 트 래픽을 싹둑 잘라냈다. 중국만 정 교하게 차단하는 게 제일 좋았지만, 한시가 급한 지금 정교하게 골라낼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서비스가 버벅거리는 건 그만큼 이용자가 폭증했기 때문 이었다.
텔레비전이 전달하는 속보는 단 편적이었다. 시청자의 궁금증을 완 벽하게 해소시켜 주진 못했다.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틀어 두고 동시에 인터넷을 하며 상황을 파악 하기 위해 애썼다.
뉴욕은 스마트폰 보급이 세계에 서 가장 활발한 도시였다. 뉴욕에 서만 안드로이드폰은 백만 대가 넘게 팔렸고, 아이폰의 보급량도 상 당했다. 사건 현장 가까이에 있었 던 이들은 빠르게 현장의 상황을 전파했다.
이러한 인터넷 사용률이 폭증하 면서 DDOS에 버금가는 트래픽이 만들어진 것이다.
게다가 중국발 DDOS는 라인을 단절하는 것으로 차단했지만, 북미 지역 자체적으로 움직이는 좀비 PC가 있어서 더 갉아먹고 있었다.
-엇! 방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하이재킹 테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연방 항공국에서 비행 금지 명령과 긴급 대피 명령을 실 행했지만, 응답하지 않는 다수의 항공기가 있다고 합니다!
텔레비전은 뉴욕의 소방차란 소 방차는 다 출동한 것과 같은 화면 이었다.
저지시티에 붙은 불은 쉽게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여객기가 충돌한 세계무역센터 북쪽 빌딩 역 시나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빌딩이나 주택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뉴욕시의 소방 인력이 총출동했던 것이다.
이러한 화면을 전하던 텔레비전 속 앵커가 다급한 목소리로 아직 사태가 끝나지 않았음을 전했다.
911은 끝난 게 아니었다.
과거에도 펜타곤과 미국 국회의 사당에 대한 공격 시도가 있었다.
펜타곤에 대한 공격은 성공해 수 많은 사상자를 만들어 냈었고, 미 국 국회의사당으로 향하던 납치 비 행기는 내부 승객들의 반항으로 실 패해 추락했다.
이번에도 알카에다는 전략적 목 표를 바꾸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공격은 하나 만 성공했으니, 나머지 목표를 향 해 더욱 집중할 게 분명했다.
"김 비서님!"
유재원은 인터폰으로 김대석을 불렀다.
"예! 회장님!"
"저도 회사로 가야겠어요."
911에 대한 대비책은 전 세계에 서 유재원만큼 철저히 준비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직 911은 현재진행형이지만, 굳이 집에서 펜타곤과 미국 국회의 사당의 상황을 살펴보고 있을 이유 는 없었다.
바로 회사로 가서 대비책을 실행 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 김대석 비서실장을 불렀다.
유재원은 준비가 끝났다는 연락 을 받자마자 바로 이동했다.
#389. 후폭풍
띵띵!
유재원이 급히 ID 테크놀로지 본 사로 출근하는 중에도, 휴대폰의 알람은 격하게 울렸다. 아침 9시 30분을 막 지나던 때였다.
안드로이드폰을 꺼내 보니 역시 나였다.
-펜타곤! 여객기 자폭 공격에 붕 괴ID 그룹 정보팀에서 보낸 긴급 알람이 었다.
빠른 보고는 좋은데, 정보가 너 무 두루뭉술했다. 유재원이 알기에 펜타곤은 서쪽 방면의 건물 일부가 붕괴했지, 전체가 붕괴한 건 아니 었으니 말이다.
애초에 펜타곤이라는 건물은 지 상 5층의 건물이 5각형으로 다섯 겹의 형태를 갖춘 단단한 건물이었 다.
붕괴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하이재킹된 비행기가 펜타곤 건물 서쪽 면과 충돌!
역시 조금 더 기다리니 자세한 정보가 전해졌다. 사진도 전송되었 다. 모뎀 시절로 회귀한 듯 엄청나 게 느린 속도였지만, 전송받은 만 큼 이미지로 변환해 주었기에 대충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펜타곤은 회귀 전과 똑같이 서쪽 벽면 일부가 타격을 받은 모양이었 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미국 국 회의사당이었다.
" 흐음."
원래의 911 테러에서 국회의사당 은 무사했다.
유나이티드 항공 93편이 하이재 킹되어 국회의사당을 타격하려고 했지만, 승객들이 하이재킹 자폭 테러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듣고 거 친 반항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국, 테러 목적인 국회의사당까 지 도착하지 못하고 비행 중 추락 했고, 탑승자 전원은 사망했다.
이것 자체로도 엄청난 참사였지 만, 테러리스트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유나이티드 항공 93편의 승객들 이 비행기를 테러리스트로부터 되 찾아 가까운 공항에 무사히 착륙한 다면 그야말로 최고였겠지만, 현실 적으로는 매우 희박한 기적이었다.
그러는 사이 유재원의 자동차는 ID 테크놀로지 본사에 도착했고, 유재원은 곧장 회장실로 이동했다.
"빈센트 사장님, 상황 보고해 주 세요."
-예, 회장님. 결론부터 말해 ID 인베스트먼트의 임직원들은 모두 무사합니다.
회장실에 자리한 유재원은 가장 먼저 뉴욕에 있는 회사의 안위부터 살폈다. 제일 먼저 연결된 것은 ID 인베스트먼트 빈센트 그린힐 사장 이었다.
ID 인베스트먼트가 입주한 빌딩 과 세계무역센터는 불과 5km 정도 의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세계무역센터에 비행기가 충돌할 때 터진 폭발음을 들을 수 있을 만 큼 가까웠다.
덕분에 빈센트 그린힐 사장의 안 색은 무척이나 굳어 있었다.
-다만 테러로 인해 NYSE와 나 스닥 등등의 주식, 지수 선물과 콜 옵션이 폭락 중이고, 곧 거래가 정 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석 유와 곡식 등의 기초 자원 선물 거 래가 폭주하며 급격히 상승 중입니 다.
"우리는 추가 대응이 필요 없죠?"
-예, 회장님의 선견지명 덕분이 죠.
현재 ID 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 리오는 1년 전과 크게 달라져 있었 다. 1년 전만 해도 주식 시장에 직 접 투자한 비중이 60%가 넘었다 면, 지금은 30%도 되지 않는다.
지금은 금과 곡식, 석유 선물의 비중이 매우 컸다. 게다가 주식도 헤지용으로 구입해 놓은 풋 옵션이 있었다.
덕분에 주가가 폭락해도 손해를 보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물론 전 세 계 주가가 폭락 중이었으니, 단순 한 헤지 정도가 아니라 풋 옵션 자 체로도 어마어마한 수익이 예상되 었다.
"오늘은 웬만하면 밖에 나가지 말도록 하세요. 특히 세계무역센터 근처로 사장님은 물론 직원들도 가 지 않도록 해 주세요. 붕괴할지도 모르잖아요."
-허, 그 거대한 건물이 붕괴한다 는 말씀입니까?
"예, 빌딩 구조를 보니 열에 무 척이나 취약하게 생겼잖아요. 하여 튼, 긴급 상황인 만큼 당분간은 비 상 대응 체계를 갖추고 계세요. 그 리고 직원들 가족 중에 이번 사고 에 휘말린 사람이 있는지 확인도 해 주시고요."
-물론입니다.
마음 같아선 당장 모두 퇴근시키 고 싶었다. 하지만 이 시간에도 주 식 시장과 선물 시장에는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물론 그 변화라는 게 미친듯한
주가의 폭락이었지만 말이다. 덕분 에 선물 옵션 시장도 역사상 최대 의 변동성이 생겨나고 있었다.
예측의 실패로 오늘이면 의미 없 는 종이 쪼가리로 변했을 풋 옵션 의 가격이 폭발적으로 오르기 시작 했고, 반대로 실현 조건을 충족해 서 권리가 행사되었을 콜 옵션의 가치는 거침없이 폭락 중이었다.
"1244.5%라니."
ID 인베스트먼트 내부 전산망에 찍힌 풋 옵션의 현재 수익률이었다. 단순 계산으로 12배 정도가 올라버린 것이다.
물론 가장 많이 폭등한 풋 옵션 의 경우 수백 배를 찍고 있으니, 최고 수준은 아니다.
그렇지만 보유 액수를 따지면 이 야기는 달라진다. 헤지용으로 구입 해 놓은 풋 옵션의 전체 액수는 1 억 달러를 훌쩍 넘었으니 말이다.
어떻게 보면 헤지용이 아니라 풋 옵션에 전력으로 투자한 거 아니냐 는 말이 나올 수도 있지만, 헤지용 이 맞다.
대신 주식 비중이 30%라고는 해도 투자 원금이 상당했으니, 주식 투자에 대한 손실이 제법 나왔다.
다행히 금과 석유, 곡식 선물은 폭등 중이어서 전체적인 수익률은 하늘을 찌를 듯 튀어 오르는 중이 었다.
더욱이 내일이 진짜 대폭락장이 었기에, ID 인베스트먼트는 일본 공략이나 걸프전의 석유 선물 수익 률을 능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한편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 한 테러 사건을 두고 수익률을 따 지는 현재의 모습이 참 비인간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테러 참사가 누군가에겐 이익이 라니.
자본주의의 아이러니였다. 그런 데 좀더 깊게 생각해 보면 미국이 란 나라는 이런 게 일상이었다.
미국의 샌드백이었던 남미나, 중 점 관리되고 있는 중동에서 테러는 종종 일어나는 일이었다.
이러한 일들이 누적되어 오늘은 미국 본토에서 그 사태가 터졌다는 해석도 무리는 없었으니 말이다.
"레밍턴 부회장님! 무사하시죠?"
여러 가지 감정을 가져다주었던 빈센트 그린힐과의 미팅을 끝낸 유 재원은 이번엔 레밍턴과 연결했다.
-보스! 저희는 괜찮습니다.
화상 미팅으로 연결된 레밍턴의 모습은 무사했다.
레밍턴이 근무하는 타임워너 넥 스트컴 센터도 맨해튼에 있었다.
정확히는 맨해튼 중심부에 있는 센트럴파크의 남쪽에 왼쪽 모서리 부분에 있는 거대한 빌딩이 타임워너 넥스트컴의 본사였다.
ID 인베스트먼트 빌딩과도 가까 운 곳이라 후폭풍에 직접적으로 영 향을 받진 않았다.
다만 레밍턴의 모습은 빈센트 그 린힐보다 훨씬 헝클어진 상태였다.
-저희 직원 중에 세계무역센터에 나가 있는 직원들이 괜찮을지 모르 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미디어 그룹인 타임워너 넥스트컴은 911 관련 보 도로 회사 전체가 급박하게 움직이 고 있는 중이었고, 총회장인 레밍턴에게도 보고가 올라오면서 상황 이 급박해졌다.
더욱이 뉴욕에 있던 현장 취재 요원이 세계무역센터 쪽으로 현장 에 나가 있었으니 불안감이 클 수 밖에 없다.
"다름이 아니라 세계무역센터 북 쪽 빌딩이 붕괴할지도 모르니 최대 한 대피하라고 하세요! 방송으로도 전해 주시고요."
CNN의 무모한 취재 방식에 대 해 잘 알고 있는 유재원이었기에, 바로 대피하라고 전했다.
911 테러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 가 나온 건 세계무역센터 빌딩의 붕괴 때문이었다.
애초에 건물 안에서 많은 이들이 업무를 보고 있었기도 했지만, 구 조 인력과 소방 인력, 취재 인력이 대량으로 접근해 있던 상태에서, 갑자기 건물이 붕괴되면서 이에 휩 쓸린 사람도 많았다.
-보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붕괴라니요?
레밍턴 부회장이 깜짝 놀라 되물 었다.
이에 유재원은 긴말하지 않고, 준비된 자료를 바로 전송했다. 일 찌감치 만들어 놓은 시뮬레이션 자 료였다.
유재원이 소방 전문가에 의뢰해 만든 것으로, 고층 빌딩에서의 화 제 위험에 대한 자료 조사였고, 세 계무역센터를 예로 들고 있던 것이 다.
당연히 911을 대비한 자료였지 만, 대놓고 세계무역센터에 비행기 가 충돌하는 걸 상정할 순 없으니, 최대한 비슷하게 만든 것이다.
세계무역센터 빌딩의 구조는 건 물 중심부의 하중을 지탱하는 철골 코어와, 건물 전체의 하중을 지탱 하는 외부의 촘촘한 기둥이 연결된 튜브 프레임 구조였다.
마천루를 올리는 기본 공법인 철 골콘크리트보다 내부 기둥을 적게 사용해 더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 할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번 테러처럼 중심부 기 둥이 타격을 입을 경우 피해는 심 대했다.
빌딩과 충돌한 항공기에 가득 실린 항공유가 불타면서 수천 도의 고온을 만들었고, 이것이 중심 기 둥의 내구성을 급격히 소모시켰다.
결국, 기둥이 고열에 붕괴되면서 그 거대한 빌딩이 무너졌다.
이러한 모습이 정교한 시뮬레이 션을 통해 시각화되었고, 그 동영 상을 레밍턴에게 전달한 것이다.
-세상에!
레밍턴은 동영상 자료를 보자마 자 즉각 자리에서 일어났다. 탐정 을 그만둔 지 10년이 지나긴 했지 만, 날카로운 경각심은 그대로였다.
911 테러가 보통 일은 아니었지만, 세계무역센터 빌딩의 붕괴는 차원 이 다른 문제였기에, 바로 자리에 서 일어났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유재원과 인 사도 생략했을 정도다. 다행히 레 밍턴은 멀리 갈 필요는 없었다. 타 임워너 넥스트컴의 방송 관제 센터 가 있었으니 말이다.
회귀로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