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권 5화
911 테러가 터졌을 때만 해도 마법사의 돌은 뒤로 묻혀 버렸다.
하지만 미국은 거대한 나라였다. 사상 최악의 테러였지만, 마법사의 돌의 영화화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 치지 못했다. 오히려 제작 막판에 풀리던 긴장감이 바싹 조여지면서 영화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졌다.
그 결과 시사회의 반응은 그야말 로 칭찬 일색이었다.
내부자들만 모아 상영한 것이라 과도한 칭찬은 걸러 들어야 한다는 걸 아는 워너 브라더스의 관계자들은 프로였다.
좋지 않은 내용물을 가지고 좋다 고 말할 사람은 없었다. 무엇보다 작가인 조앤 롤링도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조앤 롤링의 반응은 보고서를 받 기 전에 알았다. 무척이나 기뻐한 그녀가 비공개 시사회가 끝나자마 자 유재원에게 ID톡으로 감사의 말 을 전했기 때문이다.
영화화가 결정되었을 때만 해도 조앤 롤링은 성공에 대해 확신이 없었다. 워너 브라더스라면 믿을 수 있는 영화사였지만, 그렇다고 망한 작품이 아예 없었던 것도 아 니었기 때문이다.
해리포터는 아직 쓰지 않은 분량 이 많이 남아 있는 시리즈물이었다. 영화화가 실패한다면 본업인 출판 에도 차질이 있을까 걱정이 컸다.
다행히 영화는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왔다.
마치 그녀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영화 속에 구현된 호 그와트 마법학교와 마법사들의 모 습은 싱크로율이 매우 높았다.
여기에 ID 엔터테인먼트의 최첨 단 그래픽 기술이 전부 동원된 CG 는 배우들의 연기와 완벽하게 녹아 났다.
"나도 궁금하네."
마음만 먹으면 유재원도 시사회 에 상영된 가편집본을 구할 수 있 다. 하지만 유재원은 이번 영화만 큼은 극장에 가서 보고 싶었다.
전생에서도 좋아했던 작품이었던 지라 당연히 시리즈의 끝은 물론이 고 감춰진 이야기들도 다 알고 있 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스케일의 CG 기술, 예산이 투입되었기에 분 명 달라진 것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
-WOW 오픈 베타 일정 확정!
다음으로 넘어간 기사는 바로 게 이머들이 손꼽아 기대하고 있는 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오 픈 베타 일정이 정해졌다는 기사였 다.
20()1년 10월 31일.
원래의 역사보다 2년이나 빨리
오픈 베타를 시작하는 것이다. 2년 이나 짧아졌으니 완성도는 장담하 기 힘들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개발에 들어 간 건 원래 역사보다 훨씬 빠른 98 년이었다.
울티마 온라인이 쌓은 MMORPG 의 노하우와 ID 테크놀로지의 분산 서버 시스템, 그리고 ID 소프트웨 어의 그래픽 기술 등등.
수많은 신기술이 월드 오브 워크 래프트에 적용되었다.
그리하여 완성된 오픈 베타 버전은 회귀 전의 버전보다 훨씬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물론 유재원의 눈에 부족한 건 늘 잘 보였다.
그래픽의 수준이야 컴퓨터 기술 의 한계로 발전시키는 건 무리다. 회귀 전보다 7년 정도 앞선 기술 가속을 이루어 내긴 했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카툰 렌더링을 채용했기에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긴 힘들었다.
대신 시스템적으로 개선할 수 있 는 것들은 많이 보였다.
인벤토리, 경매, 투기장, 전쟁, 퀘스트 등등.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하면 생각 나는 요소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오픈 베타를 코앞에 두고 있는 지 금도 아직 구현되지 못한 것들이었 다.
"음, 애드온이 괜히 나온 게 아 니었지."
해리포터와 달리 월드 오브 워크 래프트는 유재원도 비공개 알파 테 스터 자격을 얻어 틈틈이 접속할 수 있었다.
덕분에 오픈 베타 버전도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잘 알 고 있다.
그래도 전체적인 완성도는 우후죽 순 쏟아져 나온 기존의 MMORPG 와 차원이 달랐다.
한국에서 이미 대박을 터트린 혈 맹은 벌써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야기시켰다.
중독성은 둘째치고 아이템 거래 와 현금화, 작업장, 매크로 문제 등 등 미국의 경우 한참 뒤에 벌어질 문제들이 다 튀어나오고 있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도 세계적인기 게임이 되면 현금화 문제가 생기겠지만, 최대한 스토리 중심으 로 게임을 이끌어 갈 만반의 준비 를 마친 상태였다.
"불안 요소는 딱 하나. 원래보다 2년 빠르다는 것뿐인가?"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고 해도, 원래의 타임 테이블보다 2년 빠른 출시는 큰 불안 요소였다. 좋은 제 품이나 게임도 시기를 잘못 만나 망한 게 한둘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고 해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조금불안하긴 했다.
"그래도 타이밍은 최상이다."
해리포터 역시 판타지 장르라고 할 수 있지만, 그야말로 누구도 부 정할 수 없는 정통 판타지 영화의 개봉도 코앞에 두고 있다.
반지의 제왕!
모든 판타지물의 영원한 레퍼런 스라고 할 수 있는 반지의 제왕이 내년 1월에 개봉한다.
유재원의 ID 엔터테인먼트 역사 상 가장 큰 투자를 했던 영화이기도 했다. 이제껏 기술력과 투자가 부족해 제대로 만들 수 없던 영화 였지만, 이제는 때가 무르익은 것 이다.
해리포터로 시작해 월드 오브 워 크래프트를 거쳐 반지의 제왕까지 비록 세계관은 각각 다르지만 판타 지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렇기에 강한 시너지 효과를 내 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면 월 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2년 빠른 출 시라는 리스크도 자연스럽게 해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신사 숙녀 여러분, 비행기가 곧 시애틀 터코마 국제공항에 착륙합 니다. 안전벨트를 확인해 주시고, 전자기기의 사용도 잠시 중단해 주 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유재원의 머릿속에 장밋빛 전망 이 가득해질 때, 기내 방송이 울렸 다.
노트북을 접고 창밖을 보니 오늘 목적지인 시애틀의 전경이 아스라 이 눈에 들어왔다.
유재원이 워싱턴주 시애틀을 찾 은 건 오랜만이었다.
안드로이드사와 ID 하이테크 연 구소가 자리한 시애틀이었기에, 예 전엔 자주 찾아와서 각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챙기기도 했다.
그러다가 방문이 뜸해진 건 고속 의 인터넷이 자리잡고 나서였다.
인터넷을 통해 문서와 화상 등으 로 보고를 받으니 직접 방문할 필 요성이 극히 적어졌다.
그런 유재원이 오늘 시애틀을 오 랜만에 방문한 건 포상을 위해서였 다.
바로 한 달 전쯤 아프가니스탄에 서 맹활약한 스텔스 드론을 제작하 고 운영했던 팀에 대한 포상이었다.
시애틀 터코마 국제공항을 나와 준비된 자동차를 타고 시애틀 외각 으로 들어서자 새롭게 지어 올린 ID 하이테크 연구소가 나타났다.
"회장님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 합니다."
연구소 입구에는 안드레이 소장이 나와 유재원을 크게 반겼다.
"안드레이 소장님! 아프가니스탄 에서 고생 많으셨어요."
유재원도 안드레이 소장에게 반 갑게 인사하며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공도 치켜세웠다.
형식적으로는 스텔스 드론이 미 군에 징발되어서 활약한 것이지만, 실제 운영은 안드레이 소장 팀이 직접 한 것이었다.
"어휴, 고생이라니요."
반면 안드레이 소장은 무슨 고생이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로도 안드레 이 소장과 스텔스 드론 운용팀은 그다지 고생한 기억은 없었다.
사막 지형이라 낮엔 덥고 밤에는 추웠다는 게 제일 큰 문제였지, 신 변에 위협을 느낀 적은 없었다.
이젠 가물가물해졌지만, 소련 시 절의 열악한 환경을 생각하면 몇 배는 나은 환경이었다.
무엇보다 만들어 보고 싶은 걸 실컷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게 제일 마음에 드는 일이었다.
안드레이 소장의 전공인 핵 관련 연구도 큼지막한 프로젝트로 진행 중이었고, 항공기 전문이나 제트 엔진 전문인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 였다.
몇 년 전만 해도 장난감과 같은 드론을 만드는 게 무슨 사업씩이나 될까 생각했는데, 그동안 갈고닦은 노하우들이 뭉쳐 스텔스 드론이라 는 물건이 탄생했을 때에는 안드레 이 소장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무엇보다 컴퓨터 전문가로만 보 였던 유재원이 스텔스 형상과 스텔스 특성의 코팅 도료에 대해 제시 한 의견이 엄청난 효과를 보면서, 과연 천재는 다르구나 하며 감탄하 기도 했다.
"대강당에 행사 준비가 완료되었 습니다."
안드레이 소장은 바로 유재원을 행사장으로 안내했다.
본관으로부터 대략 5분 거리에 있는 별도의 체육관 같은 곳이었다. 다만 일반적인 체육관의 경우 농구 코트 1, 2개 정도가 들어갈 규모였 다면, 이곳은 무려 10개 정도가 들어갈 만큼 광활한 넓이를 자랑한다 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단순한 대강당이 아니라, 각종 드론의 비 행을 테스트해 보기 위해 만들어진 실험실의 역할도 동시에 하고 있었 기 때문이다.
바람이 크게 부는 날에는 야외에 서 드론을 띄우기가 불가능하니 아 예 건물을 크게 지은 것이었다.
종종 지금처럼 실내 행사를 위해 사용하는 일도 있었고, 시애틀의 민간 행사를 위해 개방하기도 했다.
거대한 규모에 비해 공사비도 많이 들지 않았기에 쏠쏠했다.
-유재원 회장님께서 입장하십니 다. 박수로 환영해 주세요.
유재원이 행사장 안으로 들어서 자 우렁찬 박수가 쏟아졌다.
선물 보따리를 푸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특히 스텔스 드론 팀처럼 커다란성과를 낸 이들에게는 천금을 주어 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유재원 이었기에, 팀원들이 기대했던 것 이상의 포상이 내려졌다.
ID 하이테크 임직원들에게 뿌려 진 전체 상금 규모만 해도 500만 달러였고, 미리 정해진 분배 규칙 에 따라 적절하게 나누어 분배되었 다.
제일 많이 받은 사람과 제일 적 게 받은 사람 사이의 차이는 대략 6배 정도였고, 성과에 따른 차등이 었기에 큰 불만은 없었다.
그렇게 포상을 마치고 유재원은 스텔스 드론 팀을 따로 소집했다.
소집된 장소는 실내 드론 시험장 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비공개 격납 고였다. 프로펠러 경비행기가 들어 갈 정도의 작은 격납고에는 아프가 니스탄의 수도 카불의 하늘을 마음 대로 드나들었던 스텔스 드론이 보 관된 상태였다.
스텔스 드론이 설계될 때부터 꼬 박꼬박 보고를 받았던 유재원이었 고, 처음 하늘을 날았을 때에는 직 접 참관하기도 했다.
덕분에 낯선 모습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시험 비행을 지켜봤을 때 와, 아프가니스탄을 날아다닌 후 다시 돌아온 지금의 모습에서는 뭔 가 다른 느낌이 났다.
전장은 7.4m에 전폭은 4.2m의 날카로운 쐐기 모양이었고, 2개의 초소형 터보제트 엔진을 장착한 모 습은 자그마한 전투기 같았다.
하지만 미사일 장착 기능도 없 고, 결정적으로 사람이 탈 자리도 없었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3를 비롯한 전자 기기와 통신 장치, 각 종 센서, 그리고 기체 제어 장치였 다.
"스텔스 드론 한 대를 더 만든다 고 하면 며칠이나 걸릴까요?"
"3개월은 넘을 겁니다."
유재원의 물음에 스텔스 드론 제 작팀의 치프 엔지니어가 대표로 대 답했다.
전직 보잉사의 전투기 파트 엔지 니어였지만, 퇴사 후 ID 하이테크 로 이직한 인물로 라이트닝 볼트사의 볼트 사장처럼 손재주가 상당한 사람이었다.
스텔스 드론의 프레임이나 내부 의 복잡한 기계 장치도 모두 이 사 람의 손에서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 언은 아니다.
"3개월이라. 그러면 10대를 만드 는 데는 30개월이 걸린다는 말씀이 시네요?"
"음!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습니 다. 부품 수급이 잘 되고, 넓은 작 업 공간만 확보되면 동시에 여러 대를 순차적으로 조립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면 20개월이면 충분 할 겁니다."
10대에 20개월.
괜찮은 수치였다.
"특수전 사령관님이 스텔스 드론 의 성능에 완전 반해 버린 모양이 에요. 덕분에 미군에서 스텔스 드 론 도입에 무척이나 긍정적이에요. 10대를 시범적으로 운영해 보고, 테스트 결과에 따라 추가 도입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펜타곤에서 날아온 의향서에 따 르면 대당 3천만 달러의 가격으로 10세트 도입을 해 볼 거라는 이야 기다. 이후에는 일선 지휘관들의 운용 평가를 보고서 추가 도입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10대나 만들어야 한다는 말씀이 십니까?"
유재원의 설명에 스텔스 드론 팀 이 뜨악했다. 특히 대답을 했던 치 프 엔지니어의 표정이 제일 볼만했 다.
회귀로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