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권 6화
"어어, 그러면 차기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도 그럴 것이 스텔스 드론이 드론 사업부의 메인 프로젝트는 아 니었기 때문이다.
ID 하이테크의 드론 사업부는 크 게 두 가지 사업이 진행 중이었다.
하나는 소형 쿼드콥터 드론으로 이미 상용화가 된 모델도 있었다. 영화와 방송 분야에 빠르게 보급 중이었는데, 예전엔 마음먹고 해야 했던 항공 촬영의 대중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바로 스텔스 드론과 같은 터보제트 엔진을 사용하는 대 형 드론이었다. 당연히 용도는 군 사용 드론이었다.
"당연히 차기 프로젝트도 원래대 로 진행할 겁니다."
스텔스 드론은 무인 전투 드론으 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인 모델이었 다. 궁극의 목표는 바로 무인 전투 드론이 었다.
"F-22 랩터를 능가하는 무인 전 투기는 절대로 우리 ID 하이테크 연구소에서 나올 겁니다."
F-22의 분류는 공중 우세 전투 기였다.
이름 그대로 모든 공중 전투를 압도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위해 설 계되었고, 록히드마틴은 그 목표를 실제로 구현했다.
F-22를 능가할 전투기는 앞으로 도 나오지 않을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F-22의 단점은 바로 파 일럿의 탑승에 있었다.
실제로 F-22가 추락한 사고들은 모두 사람이 실수해 만들어진 사고 였다.
그리하여 2030년부터는 무인 전 투기 시대가 열리게 되는데, 유재 원 본인의 회귀로 기술의 시간 가 속을 이뤄냈으니 그보다 10년은 더 빨라진 2020년부터는 무인 전투기 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았다.
그러한 무인기 시장을 완벽히 장 악한다는 게 유재원의 계획이었고, 차근차근 실행 중이었다.
"드론 사업부에도 대규모 인력 충원이 있을 겁니다. 생산 공장을 따로 두는 형식이지요. 그러니 공 장 부지 마련부터 인력 충원까지 기획서를 만들어 올려 주세요."
유재원의 말에 드론 사업부 팀장 은 적잖이 안도하는 표정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텔스 드론 10 대를 만들면서, 무인 전투기를 연 구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 이었으니 말이다.
공장이 생기고, 연구 인력도 충 원된다면,
"아, 공장의 경우에는 인건비가 저렴한 한국이 좋겠죠."
"알겠습니다."
유재원은 굳이 한국을 특별히 언 급했다.
애초에 무인 전투기 사업을 벌인 이유는 부실하기 그지없는 한국의 전력 강화 목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육군만 비대하게 큰 한국은 바다와 하늘에서 주변국에 턱없이 밀리는 중이었다.
이를 단번에 만회할 수 있는 게 F-22의 도입이었다.
하지만 F-22에 적용된 기술은 미국에서도 극비 취급을 하는 게 많아서 이스라엘과 같은 영혼의 동맹에게도 판매하지 않는 기체였다.
그렇기에 유재원은 패러다임을 바꾼 무인 전투기를 빠르게 보급해 룰 자체를 바꿔 버리겠다는 계획이 었다.
그러니 한국에도 적절히 팔기 위 해선 F-22와 같이 수출이 금지된 기술을 적용하는 건 피하고, 무난 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 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좋은 F-22를 두고 무인 기를 쓸 이유가 없다고 하는 사람 도 있지만, 사람이 타지 않는다는 것과 물량으로 밀어 붙일 수 있다 는 게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었다.
F-22는 너무 비싸 미국도 대량 양산을 두려워했던 기체였고, 희박 하긴 해도 불의의 사고로 일어나는 파일럿의 손실도 무시할 수 없었다.
반면 적당한 성능으로 어마어마 한 물량을 뽑아낼 무인 전투기는 확실한 강점이었다.
이후 유재원은 드론 팀과 함께 사업의 확장 그리고 차기 무인 전 투기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 다.
몇 시간 만에 끝날 일은 아니었 다.
처음 출발할 때부터 유재원은 시 애틀에서 대략 3일 정도를 보내고 서 샌프란시스코 집으로 돌아올 계 획이 었다.
그러한 유재원의 일정은 안드로 이드사의 사장 케빈 존슨의 연락으 로 변경이 되었다.
-회장님, 인텔과 AMD로부터 신 형 CPU와 머더보드의 샘플이 도착 했습니다.
타이밍 좋게도 ID 하이테크 연구소 바로 근처에 있는 안드로이드사 에 용무가 생긴 것이다.
새로운 컴퓨터 시스템이라면 자 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유재원이었 으니 스케줄을 변경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안드로이드사의 경우에는 2003 년 출시할 안드로이드 ME의 차기 버전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원래는 2002년에 출시되어야 하 지만, 120나노 공정에서 만들어질 신형 CPU와 GPU를 위해 메이저 업데이트가 미뤄지게 된 것이다.
그에 따라 인텔이나 AMD, 엔비 디아와 ATI에서는 각자 만들고 있 는 신제품에 대한 샘플을 보내는 것이 기본적인 업무 프로세스였다.
컴퓨터라는 물건이 최고의 성능 을 내려면 운영 체제와 하드웨어의 융합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무엇에 초첨을 두고 최적화를 하 느냐는 컴퓨터의 용도에 따라 다르 지만, 운영 체제는 하드웨어라는 물리적 기반을 능가할 수 없는 법 이고, 아무리 잘난 하드웨어라도 소프트웨어의 지원 없이 제대로 구동되는 법이 없었다.
이러한 컴퓨터 시스템에 구동되 는 운영 체제도 여러 가지가 있었 다.
전통의 유닉스는 아직도 엔터프 라이즈 영역에서 굳건한 자리를 차 지하고 있었고, 리눅스는 저렴한 서버 시장을 빠르게 점령해 가고 있었다.
물론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는 PC와 전문가, 기업을 확고히 잡고 있었다.
이 중에서 비중이 제일 큰 건 역시 PC 였다.
요즘의 PC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이나 대 형 데이터 센터 시장도 잠식 중이 었으니, 비율로 따지면 절대적이었 다.
당연히 하드웨어 제조 업체들은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의 최적화를 바라고 있었다.
특히 인텔과 AMD는 차기 2003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를 두고 불꽃 튀는 진검 승부를 펼치는 중이었다.
높은 작동 속도로 게임에서 압승이었던 인텔은 듀얼 코어를 들고나 온 AMD에 그래픽이나 애니메이 션, 작곡 등등 전문 프로그램 퍼포 먼스에서 뒤지는 굴욕을 맛보았다.
제대로 된 듀얼 코어를 갖춘 AMD는 분산 처리 효율이 높은 프 로그램에서 우수한 성능을 내었기 때문이다.
반면 게임은 AMD이 인텔이라는 공식을 무너뜨리지 못했기에, 칼을 가는 중이었다.
인텔 역시 진정한 듀얼 코어를 만들었고, 거기에 전작에서 보였던 하이퍼스레드를 추가해 2코어 4스 레드 제품을 가져왔다.
AMD의 경우에는 기존의 듀얼 코어를 보다 강화했고, 전통의 3D Now!라는 멀티미디어 지원 명령어 세트를 업그레이드했다. 또한, 인텔 에 밀렸던 작동 속도도 보강했다.
120나노 공정은 인텔과 AMD의 욕심을 모두 채워 줄 만큼 막강한 성능을 자랑한 것이다.
당연히 비장의 무기도 빠지지 않 았다. 그리고 이 지점이 두 회사의 제품 특성을 확실하게 구분 지었다.
그것은 메모리 컨트롤러 기술이 었다. 인텔은 램버스 D램을, AMD 는 DDR2라는 규격을 채용했기 때 문이다.
"예? 램버스 D램이라고요?"
케빈 존슨 사장이 인텔이 준비한 비장의 무기를 램버스 D램이라고 소개할 때 유재원의 반응이었다.
당연히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인텔이 선 택한 램버스 D램은 역대급으로 망 한 기술이었던 탓이다.
혼자 망했으면 다행이다.
문제는 램버스 D램을 밀었던 인 텔은 약간의 손해를 보는 데 그쳤 다면, 마이크론과 인피니온, 도시바 와 같이 인텔을 믿고 램버스 D램 을 밀었던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은 뿌리가 흔들릴 만큼 손해를 보았다 는 점이다.
램버스 D램이 퍼포먼스는 좋았 는데,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기 때 문이다.
가격!
비싼 가격은 그 어떤 장점도 모조리 상쇄시키는 치명적인 단점이 었다.
게다가 램버스 D램은 하나만 꽂 아서는 안 되고 최소 듀얼, 최대의 성능을 내려면 쿼드를 맞춰야 했다 는 점이었다.
"음, 지금 512메가바이트 D램 가격이 얼마죠?"
"120달러입니다."
케빈 존슨 사장의 대답에 유재원 은 휘파람이 절로 나왔다.
역시 생각 이상으로 비싸다는 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PC의 보편적인 메모리 스펙은 1기가바이 트였다.
원래라면 512메가바이트 정도 되 었을 터인데, ID 일렉트로닉스에서 메모리칩을 매일같이 찍어 내다 보 니 일반 PC에 장착되는 메모리 용 량도 대폭 늘어나게 되었다.
1기가바이트를 채우는 데는 240 달러나 들었다. 비싸다는 말이 절 로 나올 가격이지만, 그래도 과거 에 비하면 많이 내려온 것이긴 했 다. 하지만 예외가 있었다.
"램버스 D램은요?"
"음, 440달러입니다."
"1 기가바이트가요?"
"512메가바이트 1개 가격입니 다."
"그러니까 1기가를 채우려면 총 880달러가 든다는 말이군요. 그런 데 인텔은 이걸 기본으로 선택했다 고요?"
케빈 존슨 사장의 답처럼 램버스 D램 가격은 일반 메모리칩의 4배 가격이다.
이는 유재원도 부담스러울 정도 였다.
물론 유재원이 벌어들이는 돈은 어마어마한 크기였지만, 컴퓨터, 혹 은 컴퓨터 부품이 어느 정도 가격 이 되어야 한다는 기준은 있었다.
전생에서도 컴퓨터를 살 때 대기 업 완제품보다는 본인이 직접 부품 을 주문해 조립했던 유재원이었기 에, 가격의 적정선은 잘 알고 있었 다. 그런 면에서 i웍스나 뉴에그 시 리즈는 유재원이 정한 한계선 최상 단에 있는 최고급형 모델들이었다.
그만큼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고, 완성도도 뛰어났다. 전 세계 완제 품 컴퓨터를 다 뒤져도 LED나 수 냉 시스템을 갖춘 완제품은 i웍스 뿐일 것이다.
이처럼 강력한 i웍스라도 램버스 D램은 비싸서 채용하지 못할 정도 다.
1기가바이트를 채우는 데 880달 러라니.
i웍스의 경우 보통 메모리 슬롯 8개가 장착되어 있고, 1기가 모듈 4개를 장착해 4기가바이트를 만들어 준다.
그러니 인텔의 차세대 시스템을 채용한다면 메모리 가격만 3,520달 러라는 결과가 나온다.
"성능 차이가 커요?"
"음, 수치상으로는 제법 차이가 납니다."
케빈 존슨 사장은 바로 인텔의 신형 CPU와 램버스 D램이 조합된 시스템과 AMD 의 신형 CPU 와 DDR 램이 조합된 시스템을 비교 한 자료를 띄웠다.
읽기와 쓰기 능력에서 인텔은 AMD를 50% 정도 앞서고 있었다. 그렇지만 다수의 게임과 ID 오피스 같은 사무용 프로그램에서는 그 차 이가 더욱 줄어들었다. 메모리 속 도가 빠르다고 해도, CPU에서 꽤 나 따라잡았기 때문이다.
"인텔 측에서도 메모리 가격에 대한 우려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본 플랫폼으로 정하고 나면 메모 리 제조사에서 양산을 시작해 단가 가 크게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ID 일렉트로닉스에서도 생산해 주길 바라는 눈치였습니다."
케빈 존슨 사장의 말에 유재원은 쓴웃음을 지었다.
신제품을 내는 건 회사의 몫이지 만, 시장에서 살아남느냐는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했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예측하는 건 지금의 유재원도 어려운 일이었다. ID 그룹이 시장을 선도하는 것 같 아도, 전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 서 철저하게 연구해 출시되는 제품 이었다.
그렇기에 램버스 D램의 양산에 대해서 유재원은 매우 부정적이었비싼 기술의 라이선스 문제가 아 니다.
램버스 D램을 비롯해 고속 메모 리 기술에 대해 다양한 특허를 가 진 램버스사는 이미 유재원이 대주 주로 있는 회사가 되었다.
덕분에 과거의 악명 높은 라이선 스 비용이 책정되진 않았다. 그럼 에도 램버스 D램의 가격이 높은 건 기술적 난이도와 소량 생산 때 문이었다.
인텔의 장밋빛 그림대로 대량 생산을 하면 가격이 많이 내릴 가능 성은 있고, 그러면 과거와 달리 램 버스 D램이 성공할 수도 있다.
"흐음."
인텔의 주장에 살짝 이끌리긴 했 지만, 유재원은 결국 마음을 바꾸 지 않았다.
마스터플랜에서 선택한 메모리 기술은 DDR 램이었다. 덕분에 DDR 램은 먼 미래까지 로드맵이 만들어져 있지만, 램버스 D램의 미 래는 아무것도 대비해 놓지 않았으 니 말이다.
"인텔에서 요청이 오면 거절의 의사를 확실히 밝혀야겠네요."
"알겠습니다."
유재원의 말에 케빈 존슨 사장이 바로 수긍했다.
안드로이드사의 사장으로서 메모 리 규격이 어떻게 설정이 되든, 딱 히 큰 상관은 없었기 때문에 보일 수 있는 태도였다.
회귀로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