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권 14화
-중국, 경제 대결 국면으로 가는 것 옳지 않아.
-중국, 청나라 채권은 1987년 해결된 사안. 미국 정부 외교 정책 으로 삼지 않을 것.
중국 역시 사이버 전쟁이 경제 전쟁으로 가는 것을 크게 경계했다.
그도 그럴 것이 90년대 말부터 중국이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해외에서 들어오는 자본과 기 술 덕분이었다.
해외 기업들이 중국의 저렴한 인 건비를 활용하기 위해 공장을 짓고 여기서 생산된 공산품을 미국과 유 럽에 적당한 가격으로 팔아 치우는 게 일반적인 형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산 제품에 물 리던 관세가 일괄적으로 인상하게 되면서 경쟁력이 약화되었다.
물론 중국의 노동 비용이 워낙 낮아서 10% 정도의 인상 정도로는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앞으로 가 문제였다.
더욱이 2002년이 되자마자 터진 청나라 채권은 중국 당국이 기억의 저편에 묻어 놓았던 폭탄이었다.
채권자들은 오래전부터 상환을 요구하고 있었지만, 중국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의 중국은 신해혁명을 통해 수립된 정권이었 기에, 청나라를 온전히 계승한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오히려 청나라 채권은 중국이 아 닌 중화민국에서 갚아야 하는 게 더 법리적으로 정확했다.
그렇지만 중국은 오래전부터 하 나의 중국이란 정책을 펼치고 있었 다. 이러한 정책에 의해 중화민국을 별도의 나라로 인정하는 나라가 얼마 없을 정도였다.
청나라 채권 문제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흔들 수 있는 도구로써 활 용이 가능했고, 중국은 이를 우려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 반응도 사 이버 전쟁 문제보다 청나라 채권에 대해 더 민감하게 일어났다.
"가장 확실한 해법은 스키드로우 의 크래커들을 미국에 넘기면 깔끔 한데 말이지."
911 사이버 전쟁이 미국과 중국의 경제 전쟁으로 비화된 건 중국 의 허술한 수사 때문이었다. 중국 의 수사 발표에 신빙성은 단 1g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범인들을 미국의 수사 당 국에 인도하면 간단하게 끝날 일이 었지만, 이것 역시 중국은 쉽게 선 택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 크래커들의 문제는 단지 스키드로우뿐만이 아 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산망을 노리는 해킹 중 상당수가 중국발이었다.
물론 인터넷의 특징 중 하나가 경유지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는 것이기에 중국에서 넘어온 공격 을 모두 중국이 했다고 특정 지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상당수는 중 국 해커들이 저지른 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스키드로우 그룹의 크래커들을 넘기는 것으로 미국의 간섭이 시작 될 수도 있었기에, 중국 수뇌부의 시름은 끝날 줄을 몰랐다.
"역시, 강 건너 불구경이 최고 야."
유재원의 경우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불 길이 좀 수그러진다 싶으면, 청나 라 채권처럼 활활 타오를 재료를 끼얹어 주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 이었다.
동시에 본인이 감지하지 못한 변 수가 생겨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기에, 유재원은 인터넷 뉴스는 기본이고, 다양한 채널로 수집된 중국발 소식을 확인했다.
그 시간이 무려 1시간이나 넘었 다.
"다음은…… 정보팀 보고서네?"
중국의 상황 점검을 끝낸 유재원 은 새로운 파일을 열었다. 몇 분 전 한국에서 날아온 정기 동향 보 고서였다.
최강욱 부회장 쪽과는 분리된 별 도의 정보팀이었고, 이들의 활동을 아는 사람도 극소수였다.
그렇기에 보고서 안에 담긴 내용은 무척이나 비밀스러운 이야기들 이 많았다. 그렇다고 신빙성이 떨 어지는 여의도 찌라시와는 차원이 달랐다.
도청이니 감청이니 하는 불법적 인 수단은 제외하고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수집할 수 있 는 정보들을 모아놓은 것이니 말이 다.
그 대상은 당연히 ID 그룹의 고 위 임직원들이고, 더 나아가 정치 인들이나 고위 관료들이나 언론인, 경쟁 기업의 상황이 주로 담긴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연예인들 소식 이 전해질 때도 있었지만, 유재원 의 지시로 인해 지금은 사라진 상 태다.
연예인들이 사귀고 헤어지는 이 야기를 굳이 들을 이유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좋게 봐준다면 CF 에 기용할 연예인을 선택할 때 활 용할 수 있겠지만, 그건 이미 유재 원의 기억 저장소에 따로 정리된 파일이 있었기에 필요 없는 일이었 다.
하여튼, 이번에 배달된 한국 정보팀의 보고서에는 2001년 12월 소식이 많았다.
특히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월드컵과 지방 선거에 대한 이 야기였다. 2002년 한국의 빅 이벤 트를 뽑자면 이 두 가지였으니 여 기서 파생되는 소식도 자연스럽게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사실 원대의 역사에서는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되어야 할 이벤트가 있었다.
바로 대선이다. 한국의 최고 권 력자를 선출하는 선거였으니, 그존재감은 상당했다. 하지만 전명헌 이후 대선 일정은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개헌을 통해 대통령의 임기가 4 년 중임제로 바뀐 것은 물론, 전명 헌이 노환으로 인해 주어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서거함으로써, 대통령 선거 일정에도 변화가 생겼 다. 그로 인해 한국의 차기 대선은 2003년 3월로 미뤄지게 된 것이다.
중임제 개헌이었기에, 김대중 대 통령은 한 번 더 출마할 수 있는 선거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의도에서 전해지는 분 위기로는 본인이 고사할 것이란 이 야기가 많았다.
나이 때문이었다. 전명헌도 노환 으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다.
김대중 대통령 역시 나이가 많았 다. 더욱이 고문 후유증 때문에 거 동이 불편했고, 대통령 직무의 고 단함 때문인지 날이 지날수록 기력 이 쇠하는 모습이 보일 정도였다.
김대중 대통령 본인의 의욕은 충 만했지만, 국민의 의구심은 컸다. 자연스럽게 젊은 피를 원하는 국민도 많아졌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는 젊 고 신선한 후보를 내야 한다는 목 소리가 커 나가고 있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김대중 대 통령의 선택이다. 민주당의 당규에 따르면 연임에 문제가 없는 대통령 은 자동으로 대선 후보로 추대된다 고 되어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여당의 사정이 그대로 반 영되는 게 바로 올해 지방 선거였 다. 여당 내에서도 여러 계파가 있 었고, 계파별로 밀어주는 후보들이 다 따로이기에 공천 결과를 놓고 보면 내년 대선의 밑그림도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렇기에 여당의 공천을 두고 큰 사건이 벌어질 거라고 기대하는 이 들이 많았다.
"다음은 경제 부문인가?"
정치 파트를 다 읽은 유재원은 경제 파트로 넘어왔다.
거기엔 한국의 대기업들이나 중 소기업들의 크고 작은 동향이 들어 가 있었다. 기업들은 2002 남북 월 드컵에 대한 준비로 초점이 맞춰져있었다.
제일 열심인 곳은 TG 모바일이 었다.
큰돈을 들이며 공식 월드컵 스폰 서 타이틀을 딴 TG 모바일은 월드 컵 상표를 제대로 쓰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신규 가입자들에게 한국 대표팀 이 골을 터트리면 무료 데이터 100MB를 주는 행사부터, 예선에서 첫 승리를 거둘 경우 1GB를 증정 하는 이벤트를 열며 가입자를 끌어 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한 골에 100MB라니. 너무 퍼주 다가 데이터가 터질지도 모르겠네."
2002년 축구 국가 대표팀의 선 전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톡톡히 활 용해 준결승까지 올라갔고, 순위 결정전까지 뛰었으니 말이다.
본선에서 치를 수 있는 경기는 결승전 빼놓고 다 치른 것이나 마 찬가지 였다.
조 추첨식은 저번 달인 12월 1 일 벡스코에서 치러졌는데, 그 결 과는 유재원이 기억하고 있던 것과 똑같았다. 그러니 결과 역시 비슷 할 거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니 TG 모바일처럼 골당, 승 리당 데이터를 뿌린다고 하면, TG 모바일 회원 모두가 무제한 요금제 를 쓰는 것과 같은 사태가 벌어쩔 수도 있었다.
TG 모바일 입장에서는 벌어들이 는 것도 없이 퍼주는 것이겠지만, 결과적으로 TG 모바일의 이름값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응?"
한창 정보팀의 보고서를 보던 유재원의 입에서 의문의 소리가 났다.
그것은 널찍한 모니터 위로 일성 그룹 동향 보고서 항목이 표시되었 을 때 난 소리였다.
유재원의 눈을 크게 뜨이게 만든 건 바로 일성그룹의 황태자 최재영 의 별거 소식이었다.
'확실'이라는 태그가 달려 있는 걸 보니 신뢰도를 의심할 필요가 없는 정보였다.
별거 중인 건 1년이 넘었고 조만 간 이혼할 가능성도 무척이나 높게 점치고 있다는 부가 설명도 있었다.
일성그룹의 황태자인 최재영은 대성이라는 설탕, 소금, MSG 등등 백색 가루를 취급하는 기업가의 장 녀와 결혼한 상태였다. 1998년에 결혼했고, 둘 사이에는 1남 1녀를 두고 있었다.
사실 원래 역사에서도 둘이 이혼 을 하긴 한다. 그렇지만 2008년에 일어날 일이었다.
"작년부터 좀 이상하긴 했는데."
유재원의 이 말은 일성의 황태자 최재영의 결혼 생활도 정보팀의 주 요 모니터링 사안이었다는 이야기 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유재원의 뼈에 각인된 불구대천의 원수 중 하나가 바로 최재영의 자식이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최재영의 셋째였다.
그 녀석은 능력은 부족한데 탐욕 은 너무 심했다. 본인이 모자란 능 력을 일성그룹의 힘으로 채웠는데, 거기에 하필 유재원이 걸려 버렸다.
헌데, 지금 최재영에겐 1남 1녀 밖에 없었다.
문제의 셋째는 조만간 태어날 타 이 밍이 었다.
그런데 부부가 별거 중이었다니.
"뭐야? 그러면 그 녀석이 태어나 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잖아."
유재원은 순간 허탈해졌다.
고대 중국의 누군가처럼 소태를 씹으며 매일 같이 복수를 다짐하는 건 아니었지만, 마음속 복수의 칼 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복수가 가장 맛있어지는 순간에 마음속에 품었던 비수를 꺼내 찌르겠다는 결심도 그대로였다.
그런데 복수의 대상 존재가 사라 져 버린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유재원은 더욱 자세한 정보가 필 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별거의 원 인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또한, 진짜로 이혼까지 이어질지도 궁금 해졌다.
즉각 한국의 정보팀에 이메일을 보냈다. 오래 걸려도 좋으니 최대 한 안전하게, 가장 정확한 정보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이메일을 보내고 난 유재 원은 마음이 심란해졌다. 모니터에 띄워진 보고서의 글자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정도다.
"레이드나 한 판 뛰어야겠다."
보고서를 닫은 유재원이 컴퓨터 바탕 화면에서 클릭한 것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였다.
출시한 지 3개월이 지난 월드 오 브 워크래프트는 사용자 증가 추세 가 잠깐 주춤하는 중이었다.
이른바 오픈빨이 사라지고, 이제 게임의 매력으로만 승부를 봐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다행히 워크래프트의 마니아 층 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고, 이들 은 하드코어 와우저가 되어 꾸준히 게임을 즐겼다.
-화산심장부 레이드 뛰실 분?
-사제님 언제나 환영!! 도적은 선착순 한 명!
"역시! 있네."
한낮이지만 이러한 이들 덕분에 유재원은 접속하자마자 임시 공격 대에 바로 참가할 수 있었고, 인스턴트 던전에 뛰어들 수 있었다.
도적이라면 좀 힘들었을 테지만, 유재원의 캐릭터 직업은 언제 어디 서든 대접받는 사제!
대표 딜러인 도적처럼 막대한 대 미지를 밀어 넣는 재미는 없지만, 호떡 뒤집기 게임처럼 타이밍에 맞 춰 파티원들을 죽어도 죽지 못하게 만들면서 레이드를 이끄는 것도 재 미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게임에 몰입해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니 혼란스러웠던 마 음은 금세 차분해졌고, 시간도 훌쩍 흘렀다.
어느덧, 판타지 영화 장르의 최 대 기대작! 반지의 제왕이 개봉할 시기가 코앞까지 다가온 것이다.
반지의 제왕의 첫 극장 개봉을 기념하는 프리미어 행사도 성대하 게 잡혀 있었다.
영화를 좋아하는 유재원과 티파 니였기에 이번에도 프리미어 행사에 빠지지 않았다. 연출된 모습도 해리포터 때와 비슷했다.
레드카펫에 당당히 함께 섰고, 배우들과 비슷하게 스포트라이트도 받았다.
아니, 숫자만 따지면 해리포터 때보다 더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기대감의 크기가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해리포터는 아무래도 아이들이 주요 관객층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반지의 제왕은 성인을 위한 판타지 영화였다.
게다가 할리우드에서 도는 소문 으로 반지의 제왕이 너무나도 잘 나왔다고 했다. 기대감이 몰려들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언론의 취재 경쟁도 심해졌고, 프리미어 행사도 훨씬 성대해진 것이다.
회귀로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