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권 3화
-영국 검찰, 머독 범죄 사실 입 중에 확신!
-라클란 뉴미디어 본부장, 머독 불법 지시 자백.
-미디어 제국 황제의 몰락!
테드 터너의 폭로로 촉발된 머독 스캔들은 절정을 향해 달리는 중이 었다.
영국의 수사 기관은 세계의 신문 이 저지른 도청과 해킹에 대해서 머독의 지시가 있었음을 입증하는 데에 자신했다.
머독의 외아들인 라클란의 자백 을 얻어낸 덕이었다.
라클란은 영국 검찰의 소환에 응 했다. 그때만 해도 보통 사람들은 왜 응했는지 의문이었다.
미국 국적을 가진 라클란이 영국 검찰의 소환 요구에 응할 이유는 없었다. 도의적인 문제가 있지만, 많은 이들이 그랬으니 말이다.
하지만 라클란은 제 발로 영국에 와서 검찰 조사에 응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세계의 신문이 소녀의 납 치 사건뿐만이 아니라 광범위한 도청과 해킹을 하도록 명령한 사람이 머독이었음을 증언했다.
어제보다 더 자극적인 뉴스를 만 들라는 압박을 늘 데스크에 내렸고, 이를 따르기 위해서는 불법도 불사 하도록 취재 문화를 바꾼 장본인이 라는 것이다.
양심선언이었지만, 동시에 아들 이 아버지를 찌른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사실 테드 터너가 입수한 증거에 는 머독의 지시 내용도 있었지만, 매우 두루뭉술한 것이었기에 빠져나갈 틈이 많았다.
하지만 라클란의 증언으로 인해 머독의 퇴로는 차단당한 것이나 다 름이 없었다.
덕분에 세계의 신문 스캔들에 대 해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라클란이 왜 본인의 아버지를 궁지로 몰아넣 는 증언을 했는가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 이유는 며칠 뒤에 밝 혀졌다.
-애나 마리아, 이혼 위자료로 지 분 요구!
애나 마리아가 그간 머독과 진행 중이던 위자료 협상을 백지로 돌렸 고, 뉴스콥의 지분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CNN을 통해 드러난 것이 다.
애나 마리아는 상류층 출신의 우 아한 레이디였다. 머독과 결혼 후 에도 이렇다 할 외부 활동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렇지만 머독이 뉴스콥이란 미 디어 제국을 일굴 수 있도록 기여 한 부분은 상당했다.
애나 마리아의 가문이 머독에게 자본금과 영향력을 빌려줬고, 애나 마리아 본인도 머독이 바깥일에 힘 쓸 수 있도록 내조에 열심이었다.
당연히 그녀가 뉴스콥의 성장에 크나큰 공헌을 했다는 건 머독 본 인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당연히 애나 마리아가 가져갈 지 분도 무시 못 할 수준이었다.
더욱이 이혼의 사유는 머독에게 귀책이 있었다.
여기에 슬쩍 지나간 뉴스 하나만 추가되면 라클란의 비상식적인 행 태가 사실은 지극히 상식적이었다는 게 드러난다.
바로 ID 인베스트먼트, 뉴스콥 지 분 사냥이었다.
라클란 본인이 확보하고 있던 약 간의 지분에, 어머니인 애나 마리 아가 이혼 배상금으로 받는 지분이 더해지고, 여기에 ID 인베스트먼트 가 확보한 뉴스콥의 지분이 더해지 면, 지금처럼 왕위 계승이 가능해 진다.
물론 머독 역시 독한 사람이라 안전장치는 마련해 두었을 테지만, 세계의 신문 스캔들의 몸통으로서 법적인 처벌을 받게 되면 버틸 재 간이 없어진다.
황색 저널리즘의 상징인 뉴스콥 이지만, 회사의 정관에는 윤리 조 항이 있었고, 거기엔 임원들이 실 형을 받게 될 경우 파면된다는 조 항이 있었으니 말이다.
뉴스콥이 제아무리 영국의 언론 을 장악하고, 정권과도 깊게 유착 된 관계라고 해도 이 정도로 확실 한 사안이면 무죄로 빠져나오는 건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여론이 최악이었다.
뉴스콥의 행태에 대해 마음에 들 지 않았던 이들은 상당수였고, 이 들은 그대로 여론을 만들어 영국 정부와 검찰청 등을 압박했다.
특히 이번에 두드러지게 보이는 건 바로 네티즌들의 단합이었다.
세계의 신문 스캔들은 톡톡을 비 롯한 SNS를 타고 빠르게 퍼졌고, 전 세계에 전파되는 속도가 어마어 마하게 빨랐다.
"그러게 마음을 곱게 쓰셔야지."
유재원은 모니터 위에 뜬 머독의 사진을 보며 기분 좋게 말했다.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오는 머독 의 표정이 담겨 있었는데, 그야말 로 얼빠진 표정이었다.
본인은 그저 평소 하던 대로 자 극적인 뉴스를 쓰라고 지시했고, 이후 흐름 역시 평소 그랬던 것처 럼 가볍게 지나갈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사소한 사건이 이렇게 까지 커지더니, 믿었던 아들까지 본인을 배신할 줄은 상상도 못 해 본 모양이다.
당연히 머독은 스스로의 손으로 뉴스콥이란 제국을 일군 사람인 만큼, 라클란의 배신이나 애나 마리 아의 변심이 매우 인위적이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ID 인베스트먼트가 뉴스콥의 지 분을 매입했다는 공시가 나왔을 때 는 확신이 되었다.
이런 머독의 상심을 키운 건, 뉴 스콥에서 그가 실각할 위기에 놓이 자 뉴스콥의 주가가 큰 폭의 상승 을 한 것이다.
ID 인베스트먼트의 공시가 떴을 때도 상승하긴 했는데, 그보다 더 크게 상승한 것이 머독 본인의 유죄 가능성이 뜰 때였다.
뉴스콥을 여기까지 키운 게 누군 데, 이제 와서 실각한다고 하니 주 가가 더 상승을 하는 걸 보고 머독 은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그만큼 본인이 악의 대명사로 취 급받았고, 기업의 가치에 마이너스 라는 것도 알게 되자 그 상처는 더 욱 커졌다.
처음엔 불과 같은 분노가 일어났 다. 눈앞에 테드 터너나 유재원이 있으면 목이라도 조르고 싶을 정도 였다.
그러나 머독은 테드 터너나 유재 원에게 그 어떤 항의의 말도 남기 지 못했다.
그래 봐야 바뀌는 게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탓이다.
결국 머독이 할 수 있는 건 유재 원에게 덤볐다가 패배한 수많은 이 들처럼 다음을 기으)하며 이를 가는 게 전부였다.
머독이 유재원에게 다음을 기약 하고 있을 때.
"잘 다녀오세요."
-걱정 말게.
유재원은 수화기 너머의 누군가 에게 부탁한다고 말했고, 곧장 걱 정 말라는 말이 돌아왔다.
-자네 덕에 노벨상도 탔는데, 이 정도 애프터서비스는 기본이지.
더욱이 수화기 너머의 사람은 노 벨상을 운운하기까지 했다.
당연히 이 사람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된다.
바로 미국의 42대 대통령이었던 빌 클린턴이었으니 말이다.
빌 클린턴은 미국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북한 방문길을 앞두고 있 었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여러 가지 였다. 가장 큰 임무는 김정일이 본 인의 입으로 직접 발표했던 광명성 계획에 대한 진의를 파악하는 것이 었고, 다음으로는 중국의 천량위 방 문 후, 북한의 대미 정책에 어떤 변 화가 일어났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미국의 정치 수도 워싱턴 DC에 서는 북한의 광명성 계획 발표 직 후, 강경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 지는 중이었다.
만약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이 예 전 그대로였다면, 경수로나 중유 지원은 당장에 끊겼을 것이다.
하지만 유재원이 오래전부터 미 국의 동아시아 전략 수정을 위해 공을 들였고, 거기에 깊이 감명을 받은 앨 고어가 대통령에 오른 덕 에 곧장 파국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대신 특사를 파견해 북한의 진의 를 파악해 보기로 했는데, 그 특사 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선정된 것이다.
현재 북한의 국방 위원장이자 최 고 지도자인 김정일과 구면인 유일 한 미국의 정치인이었기에, 퇴직 후 강연이나 다니던 빌 클린턴이 특사라는 그럴듯한 직책을 얻을 수 있었다.
유재원에게도 좋은 선택이었다.
빌 클린턴과도 돈독한 사이였던 만큼, 이렇게 출국 직전에 전화도 먼저 걸어 줬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유재원은 북한에 대해 좋게 봐달라는 식의 말은 하지 않 았다. 진짜 미사일 개발이라면 지 금 단호히 처리하는 게 미래에 크 나큰 지출을 막을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었으니 말이다.
북한에 대해서는 한 번의 여지를 주었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아니었 다.
-중국 크래킹 범죄자들 소유 해 외 금융 계좌 추적 완료.
-범죄 수익금 환수를 위한 동결조치 검토.
미중 경제 전쟁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 유재원과 미국이 준비한 묵직 한 한 방이 드디어 터졌다.
중국 수뇌부의 가장 뼈아픈 지점 이 바로 해외 금융 자산이었으니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발표된 건 중국 의 크래킹 범죄자들이 해외로 빼돌 린 자금이 저장된 금융 계좌라고 했지만, 이보다 더 정확한 설명은 바로 중국 수뇌부의 해외 비자금 계좌였다.
그렇다고 미국이 완전히 틀린 소 리를 한 것도 아니다.
스키드로우 그룹을 비롯한 중국 크래킹 조직이 중국 공산당 간부들 에게 상납한 자금도 섞여 있었으니 말이다.
1차로 발표된 계좌만 해도 5천 개에 육박했고, 계좌에 쌓인 잔고 들의 총합은 2천억 달러를 가뿐히 넘었다.
계좌 숫자도 엄청났지만, 누적 액수에 깜짝 놀란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범죄자들의 자금 추적에서 유재 원이 만든 프리즘 시스템이 큰 역 할을 했다는 건 두말할 것도 없는 사실이었다.
이제 공은 중국에 넘어갔다.
중국의 수뇌부들은 중대한 선택 의 기로에 놓였다는 걸 모두가 느 끼고 있었다.
-중국의 크래커들이 크래킹 범죄로 거둬들인 수익을 저장해 놓은 해외 금융 계좌에 대한 조사를 끝 냈습니다. 범죄 혐의가 입증된다면 압류될 것이고, 혐의가 없다면 동 결 조치는 곧 해제될 것입니다.
화려한 회의실의 한쪽 면을 채우 고 있는 커다란 LCD 텔레비전 속 에는 앨 고어 대통령이 느끼한 얼 굴로 거들먹거리며 수천 개의 해외 금융 계좌의 동결 조치에 대해 발 표 중이었다.
실시간 화면은 아니었다.
사안의 심각성 때문에 언론에서 보도된 요약본이나 편집본 대신, 백악관에서 앨 고어 대통령이 발표 한 전문을 보는 중이었다.
찾기도 쉬웠다.
백악관 홈페이지에는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두 가지 버전으로 대통령 의 공식 발표문을 올려 두고 있었 으니 말이다.
전송 속도도 어찌나 빠른지 화질 좋은 HD 버전이 용량도 제일 컸지 만, 다 받기까지 10분도 걸리지 않 았다.
문제는 안에 담긴 내용이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입증 할 수 있는 확실한 계좌에 대해서 1차로 조치했을 뿐이지요. 2차도 있고, 3차도 있습니다.
-중국의 성실한 답변 기다리겠습 니다.
동결 조치된 계좌의 숫자와 액수 도 엄청났지만, 이번으로 끝이 아 니라 2차도 있고, 3차도 있을 거라 는 말이 너무도 거슬렸다.
"왕빠단!!!"
점잖은 성격의 후진타오 주석이 었지만, 이번만큼은 욕을 참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1차로 발표된 동 결 계좌들의 리스트들 면면은 그야 말로 현재 중국의 치부인 부패를 제대로 찔렀다.
일단 후진타오 본인의 해외 금융 계좌가 리스트의 첫 번째로 제일 먼저 등장했으니 말이다.
그가 보유한 해외 금융 계좌는 이것 하나가 전부는 아니었고, 이 번에 동결된 계좌에는 그리 큰 액 수가 들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푼돈에 지나지 않는 백만 달러
정도의 자금이 든 방콕의 은행 계 좌였다.
하지만 미국에 의해 막혔다는 게 중요했다.
당연히 후진타오 본인의 실명으 로 가입된 계좌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미국의 발표대로 자금 의 출처가 의심스러운 자금이라는 것 역시 빌어먹게도 사실이었다.
중국에서 큰 정치를 하려면 큰돈 이 필요했다.
더욱 어이없는 사실은 이 자리에 모인 이들 역시 후진타오와 상황이 비슷했다는 점이다. 청렴도는 0에 한없이 가까운 후진타오 주석의 내 각이었다.
게다가 이보다 정도가 더 심했던 건 장쩌민의 상왕정치를 위해 남겨 진 공산당 원로들로 이들의 부패 수준은 차원을 달리했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문제 지만,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문제였다.
그걸 미국이 제대로 찌르고 들어 온 것이다.
"대책이 없습니까! 왜 다들 말이 없는 겁니까?"
비디오는 진작에 재생이 종료되 었지만, 그에 대한 반응은 후진타 오뿐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주석궁은 물론이고 공산당의 전략을 만드는 수뇌부 소모임에서도 매일같이 대책 회의를 하고 있었고, 거기서 나온 대책을 실행하는 중이었지만 미국의 움직임을 막을 만큼 확실한 대책은 아직까지도 없었기 때문이다.
회귀로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