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621화 (621/1,007)

30권 5화

-일본, 나포된 중국 선원들 석 방. 불법 조업 어선은 압류.

-중국, 청나라 채권 미국 대리 물량에 한해 10년 분할 상환 추진.

-중국, 개인 정보 보호와 저작권 강화 국제 표준 노력키로.

-중국, 911 사이버 전쟁 용의자 미국과 공동 조사 합의.

제일 고소하기 그지없는 중국 소 식이었다.

중국은 결국 항복했다.

미국의 요구는 모두 수용되었다.

비록 10년 분할 상환이지만 청나라 채권을 갚기로 했다. 10년 분할이 지만, 1년에 최소 600억 달러 이상 상환해야 하니 중국의 경제에 크나 큰 짐 덩어리 하나가 추가된 것이 었다.

크래커 그룹에 대한 수사도 전적 으로 협조하기로 했다. 말이 공동 조사지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합동 수사본부가 직접 수사하는 것과 같 았다.

21세기 중반 중국의 기세등등함 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는 유재원에게 이번 일은 매우 의미심장한 일 이었다.

"중국의 잠재력을 대충 10년치는 날린 건가?"

일단 후진타오 주석의 지도력이 추락했다. 센카쿠 열도의 일로 중 국 내에선 극단적인 민족주의가 발 호하려고 했다. 소수 민족이 많은 중국에는 독이었다.

게다가 상하이방을 축출하면서 큰 무리수를 두게 되었다. 돈은 물론 목숨까지도 빼앗기게 된 상하이방 계파 사람들은 후진타오에 이를 갈았다.

하나의 중국을 꿈꾸지만, 그 내 부에는 분열의 씨앗들이 싹트기 시 작한 것이다.

"이제 편하게 축구만 보러 가면 되겠다."

머독부터 중국까지.

무모한 도전에 압도적 응징을 완 수했다. 덕분에 유재원은 그간 마 음에 얹고 있던 무거운 긴장감을 떨쳐버리고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 으로 2002 월드컵의 개막일을 기다 릴 수 있었다.

#393. 사이드 이펙트

"하하하!"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 오랜만 에 큰 웃음이 터졌다. 웃음의 주인 공은 당연하게도 앨 고어 대통령이 었다. 강력한 권위가 서려 있는 오 벌 오피스에서 마음대로 웃을 수 있는 이는 이곳의 주인인 대통령뿐 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마냥 딱딱하기만 한 공간은 아니었는데, 전대 대통령인 클린턴은 오벌 오피스에서 성적인 스캔들을 터트리기까지 했다.

후임인 앨 고어가 오벌 오피스에 들어온 다음에는 모범생과 같은 딱 딱하고 차분함이 가득했지만, 유머 도 있었다. 그런데 911 테러가 터 지고 나서부터는 유머도 사라졌고, 칼날 위를 걷는 것처럼 살벌함이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앨 고어 대통령 의 결정 하나에 수천, 수만의 운명 이 좌우되는 상황이었고, 제일 중요한 경제에도 크나큰 후폭풍이 밀 려왔던 탓이다.

천만 다행히 911 테러 이후의 상황은 미국이 안전하게 통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모든 군사 작전을 완벽히 수행했고, 철군까지 완수했다.

게다가 눈엣가시 같았던 탈레반 에 대한 민심 이반도 심각해져서, 탈레반 정권도 오늘내일하는 중이 었다.

탈레반 입장에서는 미국이 말도 없이 쳐들어온 것인데, 과격한 이 슬람 원리주의자들이 보기에는 탈 레반이 평소 하던 말과 달리 미국 이 무서워 반미 전쟁의 영웅 오사 마 빈 라덴을 배신한 것이나 다름 이 없었던 탓이다.

반대로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과 가공할 정보력에 깜짝 놀란 아프가 니스탄 사람들도 많았다. 이 둘이 결합되면서 탈레반 정권 장악 능력 이 와르르 무너졌다.

평소 미국이라면 이런 구도가 찾 아왔을 때 친미 정권 수립을 위해공을 들인다고 미군을 증원했겠지 만, 앨 고어는 미련 없이 철군을 지시했다.

공화당에서는 이 기회에 중동에 친미 국가 하나를 더 늘려야 한다 면서 끝까지 밀어붙여야 한다고 했 지만, 앨 고어는 뚝심으로 밀고 나 갔다.

대신 아프가니스탄 다음 차례였 던 중국에 집중했다.

경제 전쟁 시작으로 세계 최고라 는 미국의 주식 시장이 개잡주처럼 흔들거렸다.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던 중국이었고, 중국에서 초저가로 생산된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들은 미국에서 광범위하게 뿌리를 내리 고 있었으니 말이다.

중국에 투자했거나, 중국산 제품 을 수입하는 미국 기업들도 수도 없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 를 인상하는 건 자살행위라는 말이 경제 전문가들 사이로 터져 나왔을 정도다. 하지만 의외로 지지율에는 큰 타격이 없었다.

오사마 빈 라덴의 생포, 아프가 니스탄에서의 알 카에다 섬멸 등등.

911 테러로 똘똘 뭉친 국민들의 결 속력을 더욱 공고히 해 줄 성과들 이 줄줄이 쏟아진 덕이다.

덕분에 평소라면 불이익에 크게 반발할 이들이 참을성을 발휘해 주 었다. 하지만 그것도 마냥 오래갈 일이 아니었다.

시간의 문제였는데, 중국이 보기 보다 훨씬 빨리 항복하면서 앨 고 어의 화통한 웃음소리가 터질 수 있었다.

-3천억 달러를 즉각 상환하고, 나머지 5천억 달러에 대해서는 10년간 분할로 상환하는 것으로 합의 했습니다.

"3천억 달러라니."

만약 미국이 과거에 남발했던 채 권 때문에 3천억 달러를 즉각 다른 나라에 상환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면?

상당히 곤란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겐 치트 키가 있다. 기축 통 화인 미국 달러화는 전 세계 어디 에서도 통용된다.

그렇기에 연방 준비은행에 연락 해 달러를 찍어내 갚을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당분간 세수 걱정은 없겠군."

앨 고어는 휘파람이 절로 났다.

그도 그럴 것이 청나라 채권에는 미국 행정부의 몫도 상당했던 것이 다. 유재원의 제안으로 중국을 압 박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민간의 유 통 물량에 대한 위임을 받았던 것 이 5천억 달러였고, 앞선 정보를 통해 앨 고어 행정부가 전 세계를 뒤져 수집한 것이 3천억 달러였다.

여기에 대중국 협상에 대한 위임 을 받으면서 성공 수수료로 30死를 책정해 두었다.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개인이 아 무리 말해 봐야 중국이 들어줄 리 가 만무하니, 적당한 성공 수수료 를 걸고 미국 행정부에 위임을 한 것인데, 그 액수가 1,500억 달러다.

다 더한다면 4,500억 달러이니 그야말로 대박 복권이 터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 돈이면 911 테러로 위축된 미국 경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건 물론이고, 돈이 부족해 일시 정 지되었던 각종 복지 사업들도 거뜬히 추진할 수 있다.

-대신 우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 에 대해 재확인을 해 줘야 하고, 우리가 파악한 중국의 범죄 수익 계좌에 대한 정보를 중국 당국에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추가 관세 역시 즉각 철회되어야 하고요.

"후후, 그거야 당연히 해 드려야 할 일이지. 우리는 양아치 나라가 아니니 말이야."

미국 측 요구가 모두 수용되었는 데, 공세를 유지할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중국이 청나라 채권 환수대금을 마련하는 데 그 범죄 수익 계좌를 사용할 목적인 것이 분명했 다. 앨 고어도 처음 보고를 듣고 깜짝 놀랐을 만큼, 엄청난 비자금 이 쌓여 있었으니 말이다.

"앞으로 중국에서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날 거 같은 느낌이군."

미중 경제 전쟁은 끝났지만, 중 국의 후폭풍은 이제부터다.

특히나 미국은 비자금 계좌 리스 트에도 미리 장난을 쳐 두었기에 지켜볼 맛이 났다.

중국 공산당은 온갖 계파를 가리지 않고 타락했다는 게 리스트의 주인들을 통해 드러났지만, 중국 측에 제공될 리스트에는 현 중국 국가주석의 대척점에 있는 상하이 방과 태자당 사람들이 중점적으로 들어갔으니 말이다.

당연히 중국 공산당 수뇌부의 극 심한 분열을 노린 것인데, 후진타 오는 알면서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밖에도 중국에서 가져온 전리 품은 상당히 많았다.

"유 회장에게도 꼭 고맙다고 전해주게."

그리고 이러한 전리품을 모두 유 재원 덕에 손에 넣을 수 있었다는 것 역시 앨 고어는 잊지 않았다.

"물론입니다."

심지어 앨 고어의 말에 집무실에 모인 백악관 참모들 모두가 동의했 다.

사실 중국이 버티기를 했다면 경 제 전쟁은 1년이 넘게 이어지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중국의 체력도 상당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중국 역시 핵보유국이라 아프가니스탄에 했던 것처럼 특수 부대를 보내 스키드로우 그룹이라 는 크래커들을 강제로 빼 오는 것 도 불가능했다.

그런 중국을 단숨에 항복시킨 건 그들의 급소였던 해외 비자금 은닉 계좌였다.

미국의 정보 당국이 국제 금융 전산망을 모니터링한다는 건 공공 연한 비밀이었다.

하지만 그 전산망 속 데이터에서 정보를 추출하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 금융 전산망에서 오가는 데이터는 모두 암호화가 되었고, 그 양도 매우 많았기 때문이다.

산더미 같은 데이터 속에서 정보 를 추출하도록 해 준 건 프리즘 시 스템이 었다.

도입 당시만 해도 돈지랄하는 거 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심지어 그런 비판을 했던 이들은 이제 와서 프리즘 시스템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는 중이었다.

911 테러 사건 때부터 톡톡히

제값을 했고, 이번 중국 비자금 추 적에 큰 공헌을 했으니 말이다.

"요즘 우리 유 회장은 어떤가?"

유재원의 근황을 물어보는 앨 고 어는 특별히 '우리'라는 단어를 강 조했다.

그만큼 유재원의 미국 국적 신청 에 대해서 앨 고어 역시 실시간으 로 보고를 받았던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천재들을 보 유한 나라가 미국이었지만, 그런 천 재들 사이에서도 이레귤러라 불릴 만큼 특별한 존재가 유재원이었다.

유재원에게 성조기를 붙이고 싶 다는 것이 백악관의 오랜 숙원이었 음에도, 유재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직접 권유한 적이 없을 정도로 섬세하게 관리되는 존재였 다. 그런 유재원이 자발적으로 미 국 국적을 선택했다는 소식에 그렇 게나 기쁠 수가 없었다.

오죽하면 앨 고어는 영국에서 너 무도 곤란한 지경에 놓인 머독이 하루 정도 이쁘게 보였을 정도다.

"NBC 인수전에 집중하고 있습 니다."

"자네들 예상은?"

"무난하게 인수될 거로 보고 있 습니다. 사소하긴 했지만 그래도 거치적거리긴 했던 국적 문제도 깨 끗하게 풀렸으니 말입니다. 인수 대금이야 ID 테크놀로지 상장으로 간단히 해결되었습니다."

대답은 국가 안보 보좌관으로부 터 나왔다.

"그래. 본인 능력만으로도 충분 하겠지. 앞으로도 웬만하면 지금처 럼 지켜보기만 하게. 유 회장의 이 익과 우리 미국의 국익이 일치되기만 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니 말이야. 대신 유 회장이 무슨 메시지를 보 내면 절대 무시하지 말게."

"물론입니다."

"다음은 안건은?"

유재원에 대한 논의는 그걸로 충 분히 한 앨 고어의 시선은 다음 문 서로 넘어갔다.

"이번엔 북한이로군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이었으 니, 북한으로 넘어가는 것 역시 자 연스러웠다.

다만 중국 사안을 다룰 땐 웃음 이 팡팡 터졌지만, 북한의 경우엔 웃음기가 쫙 빠졌다.

북한이 미국에 큰 위협인 국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볼 나라도 아니었다.

"특사님은 어떻습니까? 잘 도착 하셨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말입 니다."

"예, 매우 극진한 대접을 받고 계 시다 합니다. 그리고 북한에서 경수 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이 야기도 전해졌습니다. 또한 내일 김정일 위원장과의 단독 회담도 확정 되었다고 합니다. 월드컵 개막전도 함께 관람하기로 했다 하니, 전해지 는 분위기는 매우 좋습니다."

"흠, 분위기 좋게 만들어 놓고는 비상식적인 강경책을 펼치던 게 북 한 특유의 모습 아닙니까?"

"예, 바로 보셨습니다. 보통은 화 전 양면 전술이라 말하죠. 아니면 위장 평화 공세라는 말도 있고요."

앨 고어의 개념을 국가 안보 보 좌관이 전문 용어로 바꾸어 주었다.

"그래. 이번에도 그게 발동되었을 수도 있으니 막연한 낙관론으로 예단하지 말게."

앨 고어는 중국의 일이 잘 끝나 긴장감이 풀어지려던 보좌진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주었다.

보좌진들도 다시금 자세를 바로 하며 풀어진 마음을 잡았다. 분위 기가 잡히자 국가 안보 보좌관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예, 각하. 일단 지금까지 검토된 시나리오는 모두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그저 중국에 성의 표시로 립서비스를 했다는 것이죠."

"하하! 그 북한이?"

"물론 가능성은 최하지만 우리에 게 제일 좋은 상황일 겁니다. 두 번째는 순수한 우주 개발 의도가 있을 경우입니다. 마지막은 역시나 핵 개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투발 수단의 고도화 작업을 우주 개발로 위장한 것이라 할 수 있지요. 그리 고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셋 중 무엇이든 중국의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애초에 북한이 말도 안 되는 광 명성 계획을 급하게 발표한 것도 중국이 뒤에서 움직인 결과였다.

경제 전쟁에서 패한 중국이 뒤로 무슨 일을 꾸밀지 아무도 모르지만, 제일 먼저 움직일 건 중국의 입김 이 크게 들어가는 북한이 될 거라 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팩 트였다.

앨 고어는 물론 집무실에 모인 보좌진들은 진중한 분위기 속에서 북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 했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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