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권 9화
요즘은 다양한 SNS가 출시 중이 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많은 사용 자 숫자를 확보한 건 역시 제일 먼 저 길을 뚫은 톡톡이었다.
톡톡은 시작과 함께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 거물 정치인들, 셀럽 들을 끌어들였다. 이들은 이미 증 명된 구심력을 자랑하며 일반 사용 자들의 가입 러시를 이끌었고,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되며 톡톡은 SNS 의 대명사가 되었다.
톡톡의 팔로워 숫자는 곧 자랑거 리가 되는데, 유재원의 팔로워 숫자는 이미 상위 5순위 안에 들 만 큼 많았다.
1등은 미국 인기 시트콤 엘런의 주인공인 엘런 드제너러스라는 여 배우였다. 팔로워 숫자는 무려 1천 만이 넘었고, 아직도 가파르게 상 승 중이었다.
2등은 저스틴 팀버레이크라는 가 수로 원래는 아이돌 밴드 엔 싱크 에서 막내를 담당했었다.
그러다가 2002년, 올해 초 첫 솔 로 앨범을 냈는데, 대성공을 거두 면서 팔로워 숫자도 900만 명 수준으로 폭발했다.
유재원은 3등이었고 숫자로는 6 백만 명을 겨우 넘긴 상태였다.
유명세로만 따지면 엘런 드제너 러스나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팔로워 숫자를 늘리는 데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 은 탓에 추월 당하고 말았다.
팔로워를 늘리는 최고의 방법은 대중의 관심을 자극하는 인상적인 글과 사진을 꾸준하게 올리는 것인 데, 유재원은 그런 일에 그다지 열 심은 아니었다.
어쩌다 올라오는 사진이나 글도 대부분 비즈니스에 관한 것이었고, 희박하게 올라오는 개인 사진 역시 아재 감성이 솔솔 났다.
그렇지만 600만이라는 숫자는 상 당한 파괴력을 갖고 있는 숫자였고, 팔로워 중에 한국 사람들이 특히 많았다. 그리고 이들이 이곳 광화 문 광장에도 상당수가 있을 거라고 보는 게 합당했다.
그런 상황에서 유재원이 톡톡에 본인의 인증 샷을 올리면 바로 위 치가 파악될 수 있으니 자제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유재원은 위치를 알 수 없게 찍 은 사진 중에 일부분만 잘라내 업 로드했다. 작게 잘리긴 했어도 현 장의 분위기는 확실히 전할 수 있 었다.
특히 유재원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니터링하는 매스컴들이 많았기에, 톡톡에 업로드된 사진은 즉각 인터 넷에 전파되기 시작했다.
이는 곧 길거리 응원에 대한 대 중의 관심이 폭발하는 계기가 되었 다.
이러한 흐름 중에 하나의 특이점 이라면, 십만 명이 넘게 모인 광화 문 광장에서 유재원은 무선 인터넷 을 조금도 끊김 없이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특권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번 월드컵 을 위해 열심히 준비한 회사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그중에서 TG모바일은 다른 회사 들보다 몇 배는 더 열심이었다.
TG모바일의 2대 주주가 바로 유 재원이었기 때문이다.
2002 월드컵의 대성공을 잘 알 고 있는 유재원은 TG모바일이 원 래 계획하고 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많은 물량을 준비하도록 했다.
월드컵 공식 스폰서는 되지 못했 지만, 축구 대표팀 서포터즈인 붉 은 악마와 정식 후원 계약을 맺은 게 첫 번째였다.
TG모바일 대리점에 방문하기만 해도 붉은 악마 티셔츠를 무료로 증정하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이를 위해 붉은 악마 티셔츠를 10만 장 이나 준비했다. 아직은 물량이 많이 남아서 재고 처리가 걱정이라는 말이 들려오긴 했지만, 오늘 폴란 드전이 끝나면 분위기는 대번에 바 뀔 거라고 확신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TG모바일에서 는 한국팀이 골을 넣을 때마다 무 료 데이터를 300MB씩 주는 이벤 트도 실시했다.
인터넷으로 응모할 것도 없이, 그냥 TG모바일에 가입만 하면 자 동으로 응모되는 형식이었다.
승리라면 통 크게 1GB를 주는 것도 확정이었다.
TG모바일의 계산으로는 적어도 1승은 할 것 같았지만, 조별 예선 통과는 불확실하다는 계산이 섰기 에 과감하게 내걸 수 있는 이벤트 였다.
그리고 평소에는 일반인에겐 잘 보이지 않지만, 오늘과 같은 대규 모 군중이 모인 자리에서는 확 차 이가 나는 게 바로 통신 품질이었 다.
TG모바일은 이동식 중계기를 대 거 도입해서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전국 길거리 응원전 장소에 깔아두었다.
그게 지금 제대로 힘을 내는 것 이다.
일성통신이나 KTF 가입자들은 통신 품질을 보여주는 안테나가 아 예 먹통이거나 한 개 정도 뜨는 데 그쳤다면, TG모바일 가입자들에게 는 적어도 3칸 이상이 떴다. 피처 폰보다 훨씬 나은 통신 기술이 적 용된 안드로이드폰이라면 4칸 이상 이었다.
문자 메시지나 음성 통화는 물론 이고 인터넷도 무리 없이 사용할수 있었다. TG모바일이 대한민국 1등 통신사이긴 했지만, 이번 월드 컵이 끝나면 그 위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공고해질 거라고 확신했다.
물론 지금은 유재원이 월드컵의 전망을 너무도 낙관한 나머지 무리 하게 투자를 강요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서 나오는 상태지만, 이런 사람들 역시 확 바뀔 거라고 자신 했다.
참고하자면 ID 그룹은 진작 월드 컵 체제로 개편된 상태였다.
넥스트컴에는 월드컵 특별 페이 지가 만들어졌고, 각 나라마다 특 집 페이지도 다 별도로 만들어 운 영 중이었다.
스탐아나 넥스트뮤직 심지어 2CHcom 刀]자도월드컵 이벤트를 진행 중이었 다.
스팀의 경우 대한민국 그리고 스 팀 유저가 선택한 나라가 승리할 때마다 할인율이 10%씩 올라가는 특별 쿠폰을 배포 중이었다.
대한민국의 승리에 따라 할인율 이 올라가는 건 당연히 유재원의 아이디어였다. 지금은 미국인이기도 했지만, 원래 유재원은 본인이 한 국인이라는 걸 숨기기는커녕 기회 가 있을 때마다 어필하고 다녔던 사람이었다.
IDDC 행사의 오프닝에서 한국 어로 인사말을 하는 건 이제 전통 처럼 굳어졌을 정도니 말이다.
게다가 한국이 이번 월드컵에서 승승장구한다는 건 사실이었으니, 전 세계 게이머들 입장에서도 나쁠 건 하나도 없었다.
잠시 후.
-경기 시작합니다!
-아아, 우리 선수들 너무 긴장했 는지 움직임이 경직되어 있어요!
-폴란드의 날카로운 침투! 아아 악! 방금 건 위험했어요! 선수들 긴장 풀어야 합니다!
아아아!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빗겨 가는 피버노바 축구공의 모습에 광화문 광장에 안도의 한숨 소리가 가득했다.
"어휴! 살았네."
유재원도 순간 심장이 쫄깃해졌 다 풀려나는 기분이었다.
역시 경기 초반에 선수들의 몸이 굳어 버린 모양인지, 폴란드의 공 격을 따라잡는 데 급급했던 탓이다.
'어어? 나 때문에 결과가 달라지 는 건가?'
유재원의 뇌리에 불안감이 커졌 다.
안드로이드폰의 시계를 보는 텀도 짧아졌다. 골이 터질 시간이 지 났음에도, 답답한 흐름이 계속되었 던 탓이다.
오죽하면 단일팀 구성 때문에 팀 케미스트리가 흐트러졌고, 이 때문 에 골이 나오지 않는 건가 하는 생 각이 들 정도였다.
그때 였다.
-수비수! 공을 건져냅니다, 이을 용 선수에게 패스!
-이을용, 이을용 선수의 날카로 운 크로스!
-황선홍! 아아악! 황선홍!! 슈우 우웃! 골!!!
-황선홍 선수의 감각적 왼발 발 리슛! 선제골이 터집니다!!
불안감이 절정에 이르던 순간!
이을용 선수의 크로스를 받은 황 선홍 선수가 논스톱으로 발리슛을 때렸고, 공은 그대로 폴란드 골대 안에 빨려들어 갔다.
어렵게 갈 것 같았던 경기가 갑 자기 터진 골 한 방으로 완벽하게 반전되었다.
순간 10만 명이 넘게 모여 있던 광화문 광장에 정적이 찾아왔다.
그러다가 몇 초가 지나서 현실감 이 돌아오자 거대한 함성이 휘몰아 쳤다.
"우와! 대박!"
심지어 결과를 미리 알고 있던 유재원마저도 극도의 긴장감이 거 대한 환희로 바뀌는 신기한 경험을 할 정도였다. 아예 짐작조차 못 하 고 있던 다른 사람들은 벼락과 같 은 골에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방방 뛰는 건 기본이고, 옆의 사 람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얼싸안았 다. 안타깝게도 유재원 주변에는 죄다 경호원들뿐이었기에 이름 모 를 누군가를 안아 보는 경험은 할 수 없었지만, 그런 아쉬움 자체를 지금은 조금도 느끼지 못할 정도였 다.
이후 폴란드전의 양상은 유재원 이 알고 있던 그대로였다.
몸이 풀린 한국이 경기력에서 폴 란드에 앞서기 시작했고, 유상철 선수의 추가 골이 터지면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최종 스코어는 2 : 0, 대한민국 승 리였다.
더욱 놀랄 일은 경기 종료 휘슬 이 울릴 때까지 경기장을 압도하고 있던 건 대한민국 선수들이었다는 점이다.
과거에 아슬아슬하게 승리했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폴란드의 명 골키퍼 두덱의 선방쇼가 아니었 으면 2 : 0이 아니라 4 : 0은 되었을 만큼 강했다.
어제 프랑스에 이어 오늘은 한국이 2002 월드컵의 이변을 이어 가 고 있었다.
파격적인 이변은 이뿐만이 아니 었다. 경기 외적인 요소이긴 했는 데, 그렇다고 월드컵과는 완전히 무관하지도 않은 폭탄과 같은 뉴스 가 저녁 늦은 시간을 강타했다.
-긴급 속보입니다! 북한에 특사 자격으로 방문 중이던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서울 공항으로 입국했습 니다!
대한민국이 최초로 피파 월드컵 에서 1승을 거둔 것은 일대의 사건이었고, 텔레비전에선 한창 그 소 식으로 특집 뉴스가 진행 중인 시 점이었는데 이때 전달된 속보였다.
미국 전 대통령 클린턴의 한국 입국이 무슨 대단한 뉴스인가 싶은 사람들도 있었다. 한국이 무려 유 럽의 강호 폴란드를 격파했는데 말 이다.
하지만 클린턴의 귀국은 소리아 팀의 월드컵 1승을 능가하는 속보 였다.
북한에 방문할 때는 혼자였던 클 린턴 전 대통령이, 서울 공항으로 들어올 때는 여러 사람들을 대동하 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국적은 한국인, 일본인으 로 구성도 남녀노소 다양했다. 이 들의 정체는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 던 납북자들이다.
911 테러라는 전 지구적 파문이 중국을 지나 한반도에 도달하며 일 으킨 사이드 이펙트였다.
#394. 머니 스웩
-클린턴 전 대통령, 한일 납북자 10여 명과 함께 귀국!
-북한, 납북자 인정은 아니다!
-향수병이 심한 월북자들에게 인 도적 차원에서 여행 비자 발급.
납북자가 아니면? 북한에선 이들 을 자발적 월북자라 지칭했다.
"이번 위장 평화 공세는 강력하 네요."
유재원은 텔레비전에서 쏟아지는 속보를 보며 감탄했다.
대 폴란드전으로 월드컵 역사상 최초의 1승을 거둔 소리아 팀의 뉴 스도 일단 끊어 버릴 만큼 클린턴 특사가 가져온 뉴스는 강력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납북자 귀환 이라니."
유재원과 나란히 앉아 텔레비전 을 보던 최강욱 부회장 역시 고개 를 크게 끄덕이며 동감을 표했다.
북한이 종전 선언 후 상당히 전 향적으로 변하긴 했다.
휴전선에선 국지적인 도발도 사 라졌고, 서해에서는 NLL이니 뭐니 해서 시끄럽게 굴지 않았다. 휴전 선과 NLL이 국경선으로 확정이 되 면서 이제는 도발할 명분 자체가 사라져 버린 탓도 있었다.
더욱이 개성 공단과 금강산 관광 이 활성화되었고, 각종 광물 자원 의 유통도 활발해지면서 경제적으 로 숨통이 트였다.
그러다가 뜬금없이 광명성 계획 이라는 우주 개발의 탈을 쓴 대륙 간 탄도 미사일 개발 계획을 선언하면서 남북 관계에 살얼음이 끼었 다.
공동 개최하는 2002 월드컵 때 문에 최악의 상황으로 가진 않았지 만, 새로운 경제 헙력 사업들은 잠 깐 브레이크가 걸릴 정도였다. 미 국에서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면 서 클린턴을 특사로 파견할 정도다.
그런 클린턴이 납북자들과 함께 돌아온 건 대단히 충격적인 일이었 다.
'그러고 보니 회귀 전에도 이맘 때쯤 일본이 납북자를 돌려받긴 했지.'
옆에 있는 최강욱은 대단히 뜬금 없이 느껴지는 사건일 테지만, 유 재원에겐 기시감이 느껴지는 사건 이었다.
고이즈미 총리가 북한을 방문했 고, 거기에서 북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정상 회담이 있었다.
핵문제를 비롯한 북일 수교 관계 등 여러 가지 사안들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였다.
여기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납북 자의 존재에 대해 인정을 받는 것은 물론, 일부 납북자들과 함께 귀 환하기까지 했다.
일본 자민당 역사상 최고의 외교 적 승리였고 일본인들에게 통쾌함 을 선사한 일대의 사건이기도 했다.
일본 자민당이 이후로 일본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핵 심적 원동력이 이 사건이라는 걸 자민당은 물론 전 세계가 인정하는 바였다.
오죽하면 북일 정상 회담에 일본 대표단으로 꼽사리를 끼었던 아베 가 이 공로 하나로 일본의 역대 최장수 총리를 역임할 수 있었을 정 도다.
물론 최장수 총리가 최고의 총리 로 자동으로 등치되는 건 아니었다. 욕도 제일 많이 먹었으니 말이다.
특히 개헌과 최장수 타이틀에 집 착해 일본 정치의 발전을 100년이 나 후퇴시킨 인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종전 선언으로 북한의 행보가 회 귀 전과 확 달라졌고, 북일 정상 회담도 월드컵 뒤로 미뤄진 상태였 다.
북한이 납북자를 돌려보내는 건 진작에 예정된 결정이라고 본다면, 주인공이 고이즈미에서 클린턴으로 확 달라진 상황이다.
유재원의 머릿속에서 복잡한 계 산이 시작되었다.
회귀로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