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630화 (630/1,007)

30권 14화

게이브 뉴웰 사장의 우려는 상식 적이었다.

스팀의 월드컵 이벤트 예산으로 책정된 300만 달러도 유례없는 매 머드급 예산이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ESD.com에서 스팀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준 온라 인 소프트웨어 판매 사이트로 개편 되면서 저변을 확대했고, 엑스박스 를 지원하면서 사용자 숫자도 대폭 늘렸지만 그래도 전체 사용자 숫자 는 1,000만 명을 넘진 못했다.

엑스박스 사용자가 모두 스팀 사용을 한다면 1,000만 명을 넘는 건 식은 죽 먹기였지만, 엑스박스 구 매자 중 스팀 연동을 이용하는 이 들은 1/3 정도였던 탓이다.

그렇기에 현재 스팀의 활성화된 계정은 대략 500만 개였고, 이들 중에 월드컵 쿠폰을 이용하는 사람 은 1/10인 50만 명 정도로 예상하 고 일 인당 6달러 정도를 책정한 것이었다.

6달러로 뭐 얼마나 많은 사람들 이 혜택을 볼 수 있겠나 싶었지만, 이미 스팀에서는 많은 게임들이 할 인하는 중이라 실제 할인 액수는 더욱 컸다.

여기에 게임 유통사들도 월드컵 이벤트를 위해 협력하면서 할인 폭 은 대폭 확대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작 게임을 출 시하고서 3개월이면 판매량이 뚝 떨어지고, 6개월이면 바닥을 치는 탓이다. 이후의 매출은 추가 보너 스라고 해도 좋았다.

출시 후 1, 2년이 지난 타이틀이 라면 할인율에 상관없이 판매만 되 어도 부수익이 생기니 큰 폭의 할 인을 할수 있었다.

그런데 게이브 사장의 말처럼 쿠 폰이 게임 하나에 적용되지 않고 장바구니 전체에 적용이 되면 이야 기가 달라진다.

"사람들이 많이들 구매하나 보 죠?"

-예! 언제 막힐지 모른다고 마구 사들이는 중입니다. 신규 가입자도 엄청납니다! 이대로라면 손실액이 3배 이상 확대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소리아팀이 1승을 추가할 때마다 10%의 할인율이 상승하니 손실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겁니 다!

게이브 사장은 회사에 불이 난 것처럼 호들갑이다.

본인이 알던 게이브 사장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물론 유재원의 기억에 있는 게이 브 사장이란 회귀 전 스팀으로 어 마어마한 할인 이벤트를 하며 지갑 약탈자의 모습을 보여줬던 그때의 모습이었지만 말이다.

"흐음! 반가운 소리네요."

-네네? 반가운 소리라고요?

"신규 가입자가 엄청나다면서요?"

-그렇긴 합니다만…….

911 사이버 테러의 최종 귀결은 청나라 로또가 되었지만, 아직 조 명되지 않은 또 하나의 현상이 있 었다.

정품 사용자가 그날 이후로 제법 많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는 911 사이버 테러에 동원된 좀비 PC가 불법 크랙 사용 때문이 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생겨난 현상이었다. 불법 크랙을 사용하다가 본인의 PC가 좀비가 되면 큰일이 라는 경각심이 깊이 생겨났고, 이 는 곧 정품 구매로 이어졌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랙이 사라지진 않았고, 크랙 사용자들도 늘 존재하긴 했지만, 고무적인 현 상이었다.

정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 을 대상으로 스팀이란 서비스를 각 인시키면 게임은 끝나는 법이다.

요즘 패키지판으로 나오는 타이 틀은 불법 복제 근절을 위해 다양한 프로텍트 기술을 적용시켰고, 일종의 유행이 되었다.

보호 능력이 강화되는 신버전이 나올 때마다 귀찮아지는 건 정품 사용자였다.

게임을 할 때마다 DVD 롬에 디 스크를 넣어 둬야 했고, 만에 하나 프로그램이 꼬여 재설치를 할 때면 프로텍트 제거를 먼저 해 줘야 했 던 탓이다.

반면 스팀은 본인의 라이브러리 에 추가된 타이틀을 그저 더블 클 릭만 해서 설치를 하고, 실행할 수 있었다. 제작사에서 패치를 배포하 면 알아서 업데이트까지 해 준다.

그야말로 간결함의 끝이었다.

크랙을 이용하는 것과도 차원이 다르다.

스팀 맛을 한 번 보면 헤어날 수 없는 이유였다.

"이번에 제가 로또 맞은 거 아시 죠?"

-아, 축하드립니다! 그 소식은 신문에서 잘 봤습니다.

차이나 로또는 이미 전 세계적인 유행이었다.

정규직이란 굴레에서 벗어나 계 약직 임원이 된 후로 스팀 사무실 의 지박령이 된 것 같은 게이브 사 장의 눈과 귀에도 그 소식이 들어 갈 정도였다.

유재원의 차이나 로또 역시 마찬 가지다.

차이나 로또에서 순위표는 발표 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유재원이 꽤나 상위권에 있다는 건 다 알고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대박이 터진 사람에게 또 대박이 터졌다며 부러워했 지만, 직관력이 좋은 사람들은 차 이나 로또가 터질 수 있었던 건, 유재원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하 고 진실을 알아봤다.

게이브 사장이야 그저 부러워했 을 뿐이다.

"이번에 통 크게 써보죠. 원래 예산의 10배, 20배 아니면 그 이상 으로 나가도 좋아요."

-예? 20배나요?

"대신 신규 가입자를 대폭 늘린 다면 저는 만족할 겁니다."

헉!

게이브 사장이 유재원의 스케일 에 턱 하고 놀라는 소리가 안드로 이드폰에서 그대로 전해졌다.

"소리아팀은 계속 승승장구할 거 라서요. 만약 결승전까지 올라간다 면 70% 할인이고, 결승전에서 승 리라도 하면 80% 할인 쿠폰이 될 거 아니겠습니까?"

-아, 그렇긴 하지만요.

다급했던 게이브 사장이 결승전 승리라는 말에 조금 차분해졌다.

쿠폰 설계를 잘못해서 회사에 큰 손실을 끼치게 되었다고 생각했는 데, 유재원의 통 큰 스케일로 실수 가 면책되면서 걱정이 사라진 덕이 다.

게다가 소리아팀이 2002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긴 했 지만, 결승전은 아직 먼 이야기였 다.

-소리아팀의 16강 상대가 이탈 리아인데요?

게이브 사장은 축구도 좀 보는 모양인지, 소리아팀의 다음 상대도 알고 있었다. 동시에 상식적으로 소리아팀이 이탈리아를 넘는 건 어 렵다고 보았다.

"후후, 보면 알 겁니다. 하여튼 20배 정도로 예산을 늘린다면 아무 문제 없는 거죠?"

-물론입니다. 아! 그러면 대대적 인 마케팅을 할까요?

"음, 그건 16강이 끝나면 하죠. 입소문 마케팅만으로도 아직은 효 과가 훨씬 좋은 거 같으니 말입니 다."

너에게만 알려 주는 정보라고 하는 말은 무척이나 상투적이지만, 보는 사람에겐 제법 솔깃한 소리였 다. 스팀의 월드컵 쿠폰 역시 마찬 가지다. 그렇다고 예전부터 문제로 떠오른 바이럴 마케팅도 아니다.

실수에서 비롯된 일이지만, 진짜 입소문이 퍼져 나가는 중이었고, 덕분에 스팀의 가입자도 빠르게 늘 어나는 중이었다.

더욱이 이런 소문을 듣고 가입하 더라도 이용자에겐 그 어떤 손해도 아니었다.

"대신 새롭게 들어오는 신규 가입자들이 스팀의 매력에 푹 빠져 열혈 사용자가 될 수 있도록 철저 히 운영해 주세요."

-예! 회장님!

게이브 사장의 대답은 힘이 넘쳤 다.

스팀의 운영에 대한 확실한 로드 맵을 가지고 있었고, 유재원의 확 실한 지원도 확인했기에 자신감이 폭발하는 것이었다.

다음 날.

유재원과 티파니는 다시 비행기 에 올랐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 함이다.

공항까지 배웅을 위해 따라 나온 이들은 미국에서 유재원의 일정을 수행한 비서들이었지만, 영 어울리 지 않는 사람도 한 명 있었다.

"자네는 NBC 임원들을 안 봐도 되겠나?"

테드 터너 타임워너 넥스트컴 부회장이었다.

"네. 그분들은 테드 사장님이 잘 다독여 주세요."

유재원은 그런 테드 터너를 사장 님이라 불렀다. 어제까지는 타임워 너 넥스트컴의 부회장이었지만, 앞 으로 당분간은 사장님이다.

바로 어제, 유재원은 인수 계약 을 마무리한 NBC의 사장으로 테 드 터너를 지명했기 때문이다.

"흐흐, 맡겨만 주게!"

주먹을 불끈 쥐는 테드 터너는

활력이 넘쳤다.

그는 요즘 그야말로 살맛이 났 다. 머독의 몰락이 제일 즐거운 일 이었지만, 타임워너 넥스트컴이 잘 나가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게다가 안드로이드사의 고공 행 진까지 더해지며 그의 자산은 앉은 자리에서 몇 배로 불어난 상태였다.

여기에 ID 테크놀로지의 상장도 있다.

당연히 테드 터너도 ID 테크놀로 지의 기업 공개에 참여했다.

하지만 HSBC에서 전 세계 투자 자를 상대로 하는 방식이 아닌, 유 재원으로부터 직접 지분을 사는 블 록딜 방식의 참여였다.

소수의 거대 자본가들, 그리고 테드 터너처럼 특별한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풀린 대형 블록인데, 테드 터너는 무려 2%의 지분, 시 가로 32억 달러에 달하는 지분을 샀다.

이처럼 막대한 분량의 지분을 현 금으로 주고 살 만큼 테드 터너는 여유로움이 넘치는 상태였다. 그런 테드 터너에게 NBC 인수는 또 다 른 재미였다.

NBC 이사회를 상대로 거래를 하는 것도 즐거웠지만, 현역으로 복귀하는 건 또 남다른 재미였다.

위태로운 NBC를 살리는 특급 소방수의 역할이라 오래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게다가 NBC?# 위기를 불러온 무능력자들을 솎아 내는 막중한 칼 잡이의 책무가 맡겨졌다.

잘못하면 욕을 진탕 먹고, 잘해 도 욕을 먹는 역할이지만, 테드 터너는 상관없었다. NBC를 잘 살려 그룹과 유재원에게 보탬이 되면 그 걸로 만족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NBC의 새로운 구상은 월드컵 이 끝나면 제가 직접 발표할 테니, 비전에 대해선 걱정 마시고요."

더욱이 가장 어려운 비전 설정은 이미 검증된 천재인 유재원이 하겠 다고 했으니 테드 터너는 거칠 게 없었다.

테드 터너도 살짝 보았는데, 방 송 분야 전문가인 그가 보기에도 확실히 장난이 아니었다.

발표가 된다면 방송사들이 깜짝 놀랄 거라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 다.

"그럼! 잘 다녀오게! 소리아팀의 선전을 기도하지!"

"고마워요!"

테드 터너의 환송을 받으며 유재 원 부부는 전용기에 올랐다. 다시 축제 속으로 복귀할 시간이다.

2002 월드컵으로 축제 분위기 속인 한반도였다. 모두가 미쳐 돌 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단적으로 주류를 비롯한 식품 판 매량은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 했다.

특히 소리아팀의 경기가 있는 날 이면 맥주나 치킨의 판매량은 급상 승이었다.

조별 예선 전승이라는 건 그야말 로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기에 가 능한 일이었다.

동시에 축구에 대한 자부심도 부쩍 늘어났다.

아무리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있 다고 해도, 상대팀의 전력이 반토 막 나는 것도 아니었고, 상대한 팀 의 이름값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 다.

더욱이 월드컵 열기에 찬물을 끼 얹는 불미스러운 사건이나 사고도 유재원이 미리 처리한 덕에 용광로 처럼 달아오른 분위기는 꺼질 줄을 몰랐다.

그렇다고 아예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북측, 조별 예선 선발 라인업에 큰불만.

역시나 시발점은 북한이었다.

그동안 조용했던 북한은 과거의 NLL 도발은 없었지만, 소리아팀 선발 운영 방식에 대해 불만을 표 시하기 시작했다.

바로 조별 예선 3경기 내내 북한 선수는 단 한 명도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일팀이란 명분을 지키기 위해 서 당연히 북한의 축구 선수를 라 인업에 넣어야 했다. 서민철, 한성철, 김영수 이렇게 3명의 선수가 차출되었다.

북한은 고심해서 뽑은 선수들이 겠지만, 방대한 뉴스 라이브러리를 가지고 있는 유재원도 이름 석 자 만 겨우 들어본 사람들이었다.

사실 이것도 큰 논란이 될 수 있 는 사안이었다.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북한 선수 셋이 들어오면, 그 숫자만큼 누군가는 대표팀에서 내 려가이 : 했으니 말이다.

다행히 피파에서 남북공동개최의 특권으로 소리아팀의 선발 명단 숫자를 +3 해 주었고 다른 나라들 역 시 기꺼이 동의를 해 주었기에 큰 논란으로 번지지 않았다.

현 소리아팀 감독인 히딩크는 오 직 실력만으로 선수를 선발했고, 실력순으로 기용하고 있었기에 검 증되지 못한 북한 선수가 뒤로 밀 려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이 당연한 것을 북한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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