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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655화 (655/1,007)

31권 14화

"화장님,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상념에 잠겨 있던 유재원을 김대 석이 불렀다.

말끝을 흐리는 모습에 무슨 일인 가 하고 창밖을 보는데, 어처구니 없는 모습이 보였다.

통일국민당 당사 앞에 상당한 사 람들이 모여 있었다. 유재원의 방 문을 환영한다고 나온 통일국민당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대열의 맨 앞에서 험악한 분위기가 풍기더니 결국 싸움이 나 기 시작한 것이다.

더구나 서로를 밀치고 있는 사람 들은 유재원도 잘 알고 있는 양반 들이었다.

전재준 그리고 이인제였으니 말 이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죠?"

"음, 싸움이 난 거 같은데, 자세 히 알아보겠습니다."

김대석이 어디론가 빠르게 전화 했다. 잠시 후, 사건의 전모가 전해 졌다.

통일국민당 당사에 도착한 유재원과 누가 먼저 악수를 하느냐를 두고 말다툼이 일어났는데, 유재원 이 탄 벤츠 자동차가 보이니 서로 마음이 급해졌고, 급기야 말다툼이 주먹다짐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예? 그게 말이 되나요?"

유재원에게는 너무도 어이가 없 는 이야기였다.

입구부터 저런 식이면 공항에 애 써 조응히 입국하려고 했던 게 쓸 모없는 일이 된다. 보아하니 기자 도 잔뜩 불러다 놓은 모양인데, 거 기서 싸움이라니.

"어떻게 할까요?"

"미국서 날아왔는데, 그냥 갈 수 야 없죠. 계속 접근하세요."

마음 같아선 이대로 멈추지 않고 지나쳐 덕진리 집까지 가 버리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저 두 사람이 문제지, 나머지 당 원들과 의원들이 무슨 죄란 말인가.

게다가 유재원은 통일국민당에서 확인해야 할 것도 있었다.

"그러면 저희가 먼저 내려서 상 황을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김대석의 말에 유재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유재원이 탄 자동차는 통일국민당 당사의 정문 5m 정도 앞에서 멈췄다.

그때까지도 자리싸움을 하던 이 인제와 전재준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다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유재원의 차로 달라붙으려 했다.

그렇지만 이보다 먼저 김대석과 경호원들이 움직였다.

"STOP!"

앞장서는 선임 경호팀장 그렉은 얼굴에 힘이 넘쳤다.

그간 유재원은 너무도 얌전했다. 미국에 있을 땐 특정 행사에 참석 하는 거 말고는 집과 회사만 오고 갔다. 외부 행사라도 경호 시스템 이 잘 갖춰진 곳을 주로 참석했기 에, 경호팀에서 할만한 일은 별로 없었다.

높으신 양반들 경호에서 빠지지 않았던 더러운 일(?)들이 유재원과 계약한 이후에는 단 한 번도 없었 다.

그런데 지금 비로소 경호가 필요 하다고 할 만한 상황이 나왔으니, 능력을 보여줄 때였다.

그렉을 비롯한 경호팀들이 움직 이고, 김대석이 이인제와 전재준을 만나 이야기를 시작하자 통일국민 당의 어수선했던 로비는 곧 정리가 되었다.

잠시 후 이인제는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전재준은 입술이 삐죽 나온 상태로 나란히 섰다.

곧이어 5m 정도 떨어져 있던 유 재원의 차가 다시 움직여 정문 앞 에 딱 섰고, 유재원이 경호원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차에서 내렸다.

플래시가 사방에서 터졌다.

월드컵 이후 몇 달 만에 다시 한 국에 온 것이고, 제일 처음 방문한 곳이 통일국민당이었다.

대선까지 앞두고 있으니 어떻게 엮든 기삿거리가 될 만한 일이었기 에, 사진 기자들은 필름 한 통을 다 써 버릴 기세로 연사로 놓고 서 텨를 눌러댔다.

"유재원 회장님의 당사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유재원에게 먼저 손을 내민 사람 은 이인제 당대표였다.

"네! 성대한 환영식 감사합니다! 이 대표님의 활약은 저도 미국에서 응원하면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인제와 먼저 악수한 이유는 별 거 아니다.

나이순!

전재준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이 인제였기에, 먼저 했을 뿐이다. 이 걸로 유재원이 통일국민당의 대선 경선에서 이인제를 밀어준다고 오 해하면 큰일이다.

"유 회장님."

정작 전재준은 그렇게 오해한 모 양인지, 입이 삐죽 나왔다.

"전재준 회장님도 오랜만이네요."

"축구 회장은 내려놓은 지 오래 인데 말입니다. 앞으로는 후보라고 해 주십시오."

하여간, 이쁘게 봐주려고 해도 봐줄 구석이 하나도 없는 전재준이 었다.

곧이어 당 차원에서 준비된 간단 한 환영 행사가 시작되면서, 유재 원의 통일국민당 일정이 시작되었 다.

통일국민당에서 유재원이 확인할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일명 유리지갑법으로 불 리는 공직자 재산 공개와 공직자 인사 규정 강화법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공직자 재산공 개법 정도로 논의가 되었는데, 재 산 공개 자료가 승진이나 파면에도 활용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가공 무원법 전체를 손봐야 해서 법의 크기가 크게 확대되었다.

자연스럽게 이해 충돌이 더욱 크 게 생겨났고, 보수적 색채를 가진 한나라당과 민주한국당은 극렬히 반대했다.

이렇게 되면 모든 공직자들이 민 주당과 통일국민당 눈치만 볼 것이 라는 이야기다. 즉, 민주당과 통일 국민당의 독재를 위한 개정이니 절 대 반대란다.

그렇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틀렸 다.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 가 제법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확대 개편된 유리지갑법이 통과 되면 공수처의 존재감이 더더욱 커 진다. 그런데 현재 공수처장은 민 주당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이었다.

전명헌 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 이니 엄격히 따지면 통일국민당 쪽 이었고, 일부는 김&정 법무 법인 출신이라고 유재원의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김창완 공수처장은 대쪽과 같은 성품으로 여야 따지지도 않았 고, 판사 출신이라고 판사들을 봐 주지도 않았다.

공수처 출범 이후 매년 10~20명 의 판사와 검사들이 공수처의 칼날 에 걸려 파면되었는데, 수사의 엄정함이란 특수부 검사들도 혀를 내 두를 정도였다.

이번 국군 기부품 삥당 사건의 제일 큰 몸통인 박하일 소장 건 역 시 공수처에서 수사를 진행 중인데, 고구마 뿌리 캐내듯 쏟아지는 국군 의 비리들과 독사파니 알자회니 하 는 군 내 사조직이 걸려들면서 엄 청난 게이트로 확대 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수처는 인지 수사 기능도 있어서 비리 수사 중 인지된 다른 사건도 수사가 가능했 던 탓이다.

이처럼 공수처가 검찰 이상의 능 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 리지갑법이 신설되고 국가공무원법 이 강하게 개정되면 공수처가 1공 화국 시절 경찰이나 6공화국의 검 찰 이상 가는 권력 기관이 될 것을 걱정했다.

지금도 김창완 공수처장은 공정 한 수사를 보여주고 있지만, 공수 처에 걸려든 이들이나 이들과 엮인 세력들은 표적 수사라며 난리였다.

만에 하나 매우 편향적이고 당리 당략에 따라 얼마든지 사안을 왜곡해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공수처 장에 오르면 난리가 날 거라는 우 려 였다.

덕분에 유리지갑법의 국회 통과 는 아직 이뤄지지 못한 상태였다.

"헌법 소원 넣겠다고 했던 보수 단체는 어떻게 됐나요?"

더구나 일부러 논란으로 키우려 는 세력이 있었고, 이들은 보수 단 체를 이용해 유리지갑법에 브레이 크를 걸었다.

바로 헌법 소원으로 말이다.

"당연히 각하 결정이 내려왔습니 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있어서 헌법재판소가 이상한 결 정을 내리면 기껏 개혁 분위기를 잡아 놓은 게 뒤로 후퇴할 수도 있 었다.

"각하 결정은 당연합니다. 개정 헌법에 따르면 세금을 받는 모든 분야는 감사(監事)의 의무도 동시 에 부여됩니다. 국가 기관뿐만이 아니라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공무원들 역시 감사의 의무도 안게 되 는 것이지요."

이인제 대표의 설명에 유재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7공화국 출범과 함께 적용된 10 차 개헌안에 새롭게 신설된 조항이 었다. 딱 한 줄의 문구에 불과하지 만, 이 문장이 갖고 있는 의미는 엄청났다.

말 그대로 정부의 예산, 다른 말 로 혈세가 들어가는 모든 분야는 감사의 의무도 부여되니 말이다.

만약 혈세가 낭비되는 게 보인다싶으면 국민 누구나 감사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개헌이 된 지 한참 지났는데도 감사원의 규모는 그대 로였고, 헌법 조문을 보완할 하위 법들이 만들어지지 않았기에 유명 무실인 상태였다.

그러다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 련법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었 다.

곧이어 이인제 대표는 자랑스러 운 얼굴로 50페이지가 넘어 보이는 문건을 꺼냈다.

"이것이 어제 완성된 유리지갑법과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입니다."

문건을 넘겨 받은 유재원은 빠르 게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페이지는 많아도 줄 간격이 크 고, 글자도 큼직해서 페이지를 넘 기는 속도는 무척이나 빨랐다.

"흐음?"

그러다가 어느 대목에 와서 속도 가 느려졌다.

바로 처벌 조항이었다. 감사를 열심히 해 놓고도 처벌 조항이 미 미해서 제대로 된 처벌을 못 하면 유명무실이었으니 말이다.

"좋네요."

이인제를 비롯한 의원들의 표정 은 좋다는 말과 함께 풀렸다.

유재원이 주장했던 것들은 모두 제대로 반영되어 있었다. 단적으로 인사 청문회의 단골 소재인 위장 전입도 이번 법이 통과되면 심각한 결격 사유가 된다. 현직 공무원이 위장 전입을 저지르면 파면이니 엄 벌이 나오는 위법 사항이다.

"예, 회장님의 기준에 맞추려고 우리 의원들이 무척이나 노력했습니다. 공무원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 하느냐는 비아냥까지 들었지요."

이인제 대표는 열심히 본인의 공 을 강조했다.

"공인이잖아요."

유재원은 '공인'이라고 짧게 말했 다. 그것으로 이인제 대표의 푸념 도 끝이었다.

공인이란 공적인 일을 수행하는 만큼,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큰 권 한이 주어진다. 권한에 비례해 큰 책임을 지도록 하자는 게 이번 개 정안의 핵심이었다.

과거엔 권한에 비해 책임은 그야 말로 미미했던 탓에, 국가에 크나 큰 손실을 입혔음에도 엄중 경고 따위의 징계가 대다수였다. 오죽하 면 천룡인이란 소리까지 나왔을 정 도다.

유리지갑법이나 국가공무원법 개 정으로 완전 박멸할 거라고 기대하 진 않지만, 적어도 이제는 법 무서 운 줄은 알게 될 것이다.

"민주당과 이야기도 끝난 거죠?"

"예. 불만이 많아 보이긴 하는데, 대선이 코앞인 상황에서 개혁 입법을 미루는 모습을 더는 보여줄 수 없을 겁니다."

이인제 대표의 말투만 들어 보면 무슨 거래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유재원은 통일국민당과 민주당 사이에 무슨 거래가 있었는 지 일일이 알고 싶진 않았다. 그저 최대한 빨리 본인의 원안 그대로 국회 통과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었다.

"수고하셨어요. 이대로만 통과되 면 저도 이제 발 뻗고 잘 수 있겠 네요."

유재원의 말에 이인제 대표, 그 리고 그와 동석한 의원들 모두 큰 고비 넘겼다는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 남은 산은 하나 더 있다.

"그러면 이제 대통령 후보 경선 에 대해 볼까요?"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유리지 갑법보다 더 관심을 두고 있던 것 이 바로 통일국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었다.

이인제와 전재준은 당사자였고, 통일국민당 의원들 역시 누구 밑에 서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4년이 결 정되기에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눈 치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관건은 경선 룰이었다.

어떤 식으로 정해지느냐에 따라 경선을 시작하기도 전에 게임이 끝 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통일국민당에서 제일 입 김이 큰 사람은 바로 유재원이었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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