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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663화 (663/1,007)

31권 22화

난리통인 통일국민당과 달리 집 권 여당인 민주당의 경선은 순항 중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후광이 절대적 인 민주당에서 새롭게 낙점된 후계 자는 역시나 노무현 후보였다.

과거 제5공화국 비리 청문회에서 모르쇠로 일관했던 전두환에게 분 노를 참지 못하고 본인의 명패를 날려 버렸던 그 국회 의원이 민주 당의 새로운 얼굴이 되고 있는 중 이었다.

다만 너무나 새로운 얼굴이었고, 민주당 내에서 따로 계파도 없는 탓에 민주당의 거물들에게 거친 견 제를 당하는 중이었다.

민주당의 경우엔 전국 순회 경선 방식으로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중 이었다.

홈그라운드라는 부산에서 1등을 하긴 했지만, 경남, 경북 등 나머지 지역에서는 순위가 크게 하락하던 중이었다.

그러다가 광주에 넘어왔는데, 거 기서 다시금 1등을 하면서 부활에 성공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1 야당인 한나라당 에서는 이회창이 확실했다. 별다른 후보가 없어서 경선도 무의미했고, 그냥 추대 형식으로 후보가 정해질 모양이었다.

여기에 군소 정당인 민주한국당 에선 장세동을 민주노동당은 권영 길을 대선 후보로 내놓았다.

"그러면 2003년 대선 후보 라인 업은 전재준, 노무현, 이회창, 장세 동, 권영길. 이렇게 되려나?"

이름값이 참 화려했다.

동시에 역시 대통령은 노무현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라인업이기도 했다.

"그나저나 이회창 이 양반은 차 떼기를 또 하려나?"

대선은 가장 큰 정치 이벤트였 고, 그만큼 큰돈이 드는 일이기도 했다.

이 중에서 돈에 대해 초탈할 수 있는 정치인은 전재준 말고는 아무 도 없었다. 노무현 후보도 당선 후 선거 자금으로 곤욕을 치렀을 정도 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최고는 차떼기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한나라당 의 불법 대선 자금 사건이었다.

"이번에는 좀 다르겠지?"

유재원은 냉정히 따져 보았을 때, 같은 사건이 재현될 확률은 30% 이 하로 보았다.

일단 한나라당이 전과 달리 유력 한 정당이 아니라는 게 제일 컸다. 유재원의 등장 이후 가장 큰 손해 를 보는 정치적 집단이 과거 군부 독재 세력이었다. 그 후신인 한나 라당은 대구, 경북을 텃밭으로 둔 지역 정당으로 축소되었다.

권력의 향방에 민감한 기업들이 라지만, 가망성이 없는 한나라당에 돈을 내줄 기업은 별로 없었다.

다음으로 강력한 사정 기관인 공 수처의 존재였다.

과거에는 권력자들의 범죄가 솜 방망이 처벌로 끝이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단적으로 최현희 일성 회장이 아직도 감옥에 있다는 것이 전과 다른 세상임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였다.

대선 라인업을 정리하며 유재원 이 툴툴거리고 있을 때, 알람이 울 렸다. 발신인은 마이크 사장이었다.

-회장님! 드디어 알파 빌드를 완 성했습니다!

"우와! 진짜요?"

메시지를 확인한 유재원이 펄쩍 뛰었다.

본인의 예상보다 몇 주는 빠른 속도였기 때문이었다. 얼굴에는 바로 화색이 돌았다. 머리 복잡해지 는 정치 뉴스만 보다가 드디어 본 인이 좋아하는 일이 내려오니 그렇 게나 좋을 수가 없었다.

마이크 사장은 블리자드 엔터테 인먼트의 사장이니, 그가 알파 빌 드를 완성했다고 하면 블리자드의 신작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이크 사장은 아주 비밀 리에 파이어피스트 게임즈의 제2 개발팀을 맡고 있는 중이었다.

당연히 마이크 사장이 말한 알파 빌드라는 건 바로 파이어피스트 게 임즈에서 개발 중인 신작 게임 판 타지 유니버스-레전드 리그를 의미 했다.

-바로 전송해 드리겠습니다.

마이크 사장의 새로운 ID톡과 함 께 파일 전송 기능을 통해 암호화 된 압축 파일 하나가 전송되기 시 작했다.

용량은 542메가바이트. CD 한 장 분량이었지만, 다운로드 상태 창 에 막대 그래프가 차오르는 속도는 무척이나 빨랐다.

띵!

경쾌한 다운로드 완료 알람 소리 가 나기까지 30초도 걸리지 않았 다.

"세상 좋아졌어."

유재원의 입에서 세상 좋아졌다 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과거에 2D 디스켓 두 장 분량, 그러니까 720킬로바이트 용량의 파 일을 미국에 업로드하는 데 몇 시 간이나 걸린 기억이 생생한데, 이 제는 542메가바이트를 1분도 안 되 는 시간에 전송 받았으니 말이다.

유재원의 서재 컴퓨터에 데이콤의 광케이블이 꽂혀 있으니 가능한 일이지만, 유재원만의 특권은 아니 었다. 집 안방까지 광케이블을 깔 아서 최고의 인터넷 속도를 즐길 수 있는 서비스가 시범적으로 운영 중이었으니 말이다.

시범 서비스 지역 안에 거주하 고, 5만 원이라는 비싼 요금만 감 당할 수 있으면 초당 lOOMBps라 는 놀라운 속도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었다.

유재원은 곧장 다운로드가 끝난 압축 파일을 풀었다. 압축 파일에 걸린 암호는 날짜와 시간에 따라 정해진 법칙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 었기에 마이크 사장으로부터 전송 받진 않았다. 그저 간단한 암산으 로 16자리 알파벳 대소문자와 숫 자, 특수 문자로 구성된 암호를 도 출해냈고, 그 암호를 입력하자 문 제 없이 압축 파일이 풀렸다.

그야말로 철두철미한 보안 의식 이었다.

압축이 잘 풀렸으니, 설치까지는 일사천리였다. 곧이어 바탕 화면에 생성된 LL이라는 투박한 아이콘을 더블 클릭하자 게임이 실행되었다.

쿵!

파이어피스트 게임즈의 로고인 불타는 주먹이 큼지막하게 모니터 에 박혔고, ID 엔터테인먼트의 로 고가 뒤를 따랐다.

곧이어 판타지 유니버스가 가지 고 있는 라이선스들이 올라왔는데, 슈에이사부터 마블과 DC, 심지어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까지.

만화와 영화를 사랑하는 마니아 가 보았다면 그야말로 입이 떡 벌 어질 라인업을 자랑했다. 곧이어 타이틀 화면이 나타났다.

일반적인 싱글 플레이라면 제목 밑에 뉴 게임이니 로딩 게임이니 하는 항목들이 나타났을 테지만, 레전드 리그는 달랐다.

제일 먼저 보이는 건 플레이어의 랭크와 최근 전적, 그리고 보유 히 어로 목록과 코스튬이었다.

레전드 리그는 이제껏 ID 엔터테인먼트가 출시한 게임들과 달리 부 분 유료화 정책을 처음 적용하기로 한 게임이었다.

바로 히어로 팩이라는 유료화 아 이템이 그 주인공이다.

싱글 플레이라는 게 없는 AOS의 특성상 일반적인 게임 발매 형식으 로는 수익을 창출하기가 힘들기에 히어로 팩을 내기로 했다.

그렇지만 히어로 하나하나를 파 는 게 아니라, 카테고리별로 아이 템을 발매하기로 했다. 무슨 말인 고 하니, 드래곤볼 팩을 사면 손오공부터 프리더까지 8명의 캐릭터를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다.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덜어질 것이다.

유재원의 경우 마스터 아이디로 로그인되었기에 모든 히어로들이 잠금이 해제된 상태로 표시되었다.

알파 버전이긴 한데, 판타지 유 니버스-시공의 폭풍에 등장하는 64 명의 히어로들이 모두 다 선택 가 능했다.

"투박하긴 한데, 구성은 잘 됐네. 진짜는 본 게임이겠지만."

유재원은 곧장 매칭 버튼을 눌렀다.

알파 테스터 팀에서 열심히 게임 을 돌리고 있던 모양인지, 매칭은 바로 이루어졌다. 히어로 선택도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오버파워 히 어로가 무엇인지 알 수도 없고, 밸 런스라는 것도 아직 정해진 게 없 었으니 말이다.

유재원은 판타지 유니버스-시공 의 폭풍 버전의 AOS도 즐겨 했었 기에, 해당 게임에서 자주 사용했 던 간달프를 선택했다.

10명의 게이머들이 캐릭터 선택을 마치자 바로 게임이 시작되었다.

"아."

알파 버전 게임을 시작한 지 3 분.

유재원의 입에서 탄식이 나왔다. 알파 버전이기에 일부러 기대감을 많이 내려놓았는데, 그것도 많았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당분간 할 일 이 많아질 것 같다.

간달프, 회색의 마법사.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캐릭터 의 인기 순위를 뽑아 보면 최상위 권에 등장하는 캐릭터였다. 재미있 는 건 마법사라는 직업의 특성이 우리가 아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만 해도 화 염구를 펑펑 던지고, 벼락과 얼음 폭풍을 부르는 화려한 딜러 캐릭터 가 마법사였다.

그런데 반지의 제왕에서는 그런 마법을 쓰는 모습은 지극히 드물었다. 마법을 쓰기보다는 마법봉과 칼을 휘두르는 모습이 더 많이 나 왔다. 오죽하면 힘법사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말이다.

무엇보다 반지의 제왕을 자세히 보면 보통의 마법사보다 훨씬 강력 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용기를 잃은 병사들을 규합해 정병으로 만 들거나 모두가 절망하던 때에 기적 을 불러왔으니 충분히 마법사라는 칭호는 아깝지 않았다.

판타지 유니버스-레전드 리그에 서도 원작의 모습을 최대한 계승했다. 근접 공격, 버프 기술이 있는 서포터로 말이다.

궁극기만 해도 원뿔형 모양으로 빛을 내뿜는 것인데, 범위 안에 있 는 아군 히어로는 공격력과 체력이 상승하고, 적 히어로들은 움직임이 둔해지는 CC기술이었다.

전작인 판타지 유니버스-시공의 폭풍에서는 큰 기술을 쓰면 해당 캐릭터에게 카메라가 확대되고 화 면이 흔들거린다든가, 유리창이 와 장창 깨지는 식의 연출이 있었다.

"으음, 이거 내가 스킬을 쓴 건지 안 쓴 건지 모르겠네."

반면 레전드 리그에서는 손바닥 정도의 범위가 밝아지고 나서 끝이 었다. 버프를 받은 아군과 디버프 를 받은 적군이 제대로 구별이 되 지 않았다.

평타나 마나를 소모해서 사용하 는 기술 역시 마찬가지였다. 심지 어 유재원이 선택한 간달프뿐만이 아니라 다른 히어로들도 마찬가지 였다.

"타격감이 심각하게 부족해."

알파 빌드라고 해도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워크래프트나 스타크래프트 등등 의 사용자 설정 게임용으로 나온 AOS 유즈맵 게임도 이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이밖에도 여러 단점들이 한눈에 보였다.

이를테면 '디나이(Deny)'의 존재 였다. 레전드 리그에서 골드와 경 험치는 무척이나 중요했다. 골드로 는 히어로의 능력과 생존력을 올리 는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고, 경험 치는 레벨업에 필요했으니 말이다.

이러한 골드와 경험치를 얻는 방 법은 적을 처치하든가, 적의 미니 언을 잡고, 포탑이나 본진 건물들 을 철거하면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처리해야 하는 건 아니었고, 막타 를 치면 된다.

그러면 적이 골드와 경험치를 얻 지 못하게 하려면? 적군 히어로가 미니언 막타를 하기 전에 먼저 자 기편 미니언을 죽이면 된다.

말은 쉽다.

문제는 시시각각 달라지는 전장의 상황 속에서 적 히어로들을 경 계하면서 막타를 치고, 아군 디나 이까지 해야 하는 건 너무도 번거 로운 일이었다. 이는 곧 진입 장벽 을 만들어내는 일이기도 했다.

단적으로 전생에 인기 AOS였던 LL에는 고대인의 방어에 있었던 디 나이를 과감하게 생략해서 많은 이 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정확한 판단이었다. 사실 디나이 는커녕 미니언 막타를 치는 것도 힘 들어하는 유저들이 상당했으니 말이 다.

무엇보다 간달프 같은 선한 히어 로가 극한의 이득을 취한답시고 생 명력이 다한 아군 미니언을 죽인다 는 건 큰 문제였다.

"마인부우처럼 아군 적군 가리지 않고 다 죽이는 녀석들만 디나이 할 수 있게 만들면 되겠지?"

그렇다고 알파 빌드의 레전드 리 그가 단점만 가득한 건 아니었다.

"음, 그래도 내가 낸 아이디어들 은 상당히 잘 구연했군."

제일 먼저 보이는 건 탈것이었 다.

AOS는 본인이 맡은 라인을 밀다 가 어느 정도 성장했다 싶으면 한 데 뭉쳐 큰 싸움을 벌인다거나, 전 체 지도의 중간 부분쯤에 위치한 강력한 정글 몬스터를 잡으러 간다.

이동이 느린 히어로라면 모이는 데 시간이 걸리는데, 이를 해결해 주는 게 탈것이었다.

개성적인 탈것을 소환해 올라타 면 이동하는 데 가속이 붙어서 스 피디한 게임이 가능해진다.

당나귀 보부상도 있다.

골드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상점은 각 진영의 안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본진으로 귀환해야 하기에 타이트한 라인 압박 중이라거나, 적과 맞붙었을 때에는 상점을 이용 할 수 없다. 그때 사용할 수 있는 게 보부상이었다.

본진으로 귀환하지 않아도 당나 귀 보부상으로 배달을 받으면 그만 이었으니 말이다. 가격도 본진으로 돌아가 사는 것보다 엄청나게 비싸 지지도 않는다. 아이템 등급에 관 계없이 20골드만 추가로 붙을 뿐이 었으니 말이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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