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670화 (670/1,007)

32권 4화

"그래요? 그럼 당장 받아서 설치 하라고 해요! 그리고 보도 자료도 바로 준비하시고요. 안드로이드 운 영체제의 문제점이었다는 걸 강조 해서 말입니다."

부장의 보고에 진대제 장관은 그 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바로 지 시를 내렸다. 그런데 지시를 받은 부장은 KT나 은행 등 문제가 난 곳에 전파하는 대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장관님. 일이 좀 복잡하게 된 것 같습니다."

담당 부장은 아주 어렵게 입을 열었다.

"왜요? 무슨 일인데 그럽니까?"

진대제 장관은 본인의 명을 따르 지 않는 부장의 모습에 화가 다시 금 치밀어 오르려고 했다. 하지만 화가 터지기도 전에, 진대제의 얼 굴이 새파래졌다.

안드로이드사의 보도 자료 때문 이었다.

-안드로이드사, 한국 인터넷 대 란 확인.

-슬래머 웜 변종.

-2년 전, 9-11 사태 때, 미중 사 이버 전쟁 시 활용된 방식.

-패치도 2년 전에 발표.

그러니까 패치는 이미 2년 전에 나왔다는 이야기다.

2년 전, 미중 사이버 전쟁 당시 에는 어마어마한 난리통 속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당시에 별 탈 없이 넘어갔다. 그도 그럴 것이 악성코 드의 공격 방향이 미국의 기간망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악성코드가 넘어왔지 만, 별 피해가 없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오늘 당시에 사용된 슬래머 웜의 변종이 튀어나왔다.

당시와 달라진 건 훨씬 강력해졌 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한국의 전산망만 타깃으로 잡은 건 아니었 다. 슬래머 웜은 세계가 연결된 인 터넷망을 타고 유유히 떠다니고 있 었고, 다른 나라에서도 몇 가지 문제를 만드는 중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시점에서 가장 큰 피해가 난 곳은 한국이었다.

"회장님은 무슨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이유요? 간단하죠. 보안 의식 미비죠. 무려 2년 전에 배포된 패 치였는데, 업데이트를 안 해 놨으 니 이 사단이 나는 겁니다. 심지어 어떤 인터넷 사이트는 관리자 암호 도 설정하지 않았던데요?"

파이어피스트 게임즈 제2 스튜디 오에서 레전드 리그의 제작 상황을 확인하던 유재원은 한국의 인터넷 대란을 확인하고 자리를 옮겼다.

단번에 문제점을 확인한 유재원 은 해결책도 제시했다.

2년 전에 배포한 패치를 설치하 라는 공문을 띄운 것이다. 친절하 게도 URL이 아닌, IP주소로 만들 어진 인터넷 주소도 첨부하면서 말 이다.

"인터넷이 마비됐는데, 인터넷으 로 패치를 다운받을 수 있을까요?"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임명한 PD였고, PC게임도 예외는 아니었다. 덕분에 인터넷 상식도 어느 정 도 있었기에, 이러한 질문도 던질 수 있었다.

"한국의 인터넷 대란은 KT의 DNS 서버가 다운되어 생긴 일입니 다. 일부 인터넷 서비스가 문제없 이 가동되는 건 ID 그룹 자체 DNS 서버를 사용하는 서비스이거 나, IP주소를 바로 사용하는 프로그 램들이죠. IP주소를 수동으로 입력 하면 접속엔 문제없습니다."

이를테면 수천 명의 이름과 전화 번호가 적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주소록이 사라진 것과 똑같다. 이름을 모르니 전화번호를 봐도 뭐 가 무엇인지 모를 수밖에. 하지만 이름과 전화번호를 동시에 기억하 는 사람이라면, 통화는 문제없다.

통신 기능이 마비된 건 아니었으 니 말이다.

"그런데 패치는 강제로 적용되는 것 아니었나요?"

"와, 기억력 좋으시네요."

"하하, 그때 한창 게임 중이었는 데, 업데이트 한다면서 강제 리부 팅을 당했거든요."

임명한 PD에게 엄지손가락 하나 를 치켜세우며 따봉 하나를 올려드 리는 유재원이다.

911 사태 당시에는 개인용 PC가 문제였다. 좀비 PC로 전락해 해킹 툴의 원격 조종으로 무한 DDOS 공격을 하는 도구로 사용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ID 그룹은 인터넷이 연 결된 PC는 강제적으로 업데이트가 되도록 조치했다.

"아, 그런데 강제 패치는 개인용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한정이었어요."

서버용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의 경우엔 마음대로 패치 후 리부팅되 게 만들면 문제가 커지니 말이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데이터를 다 루는 시스템들은 리부팅하기 전 안 전 조치를 꼼꼼하게 해 놓아야 데 이터 유실을 막을 수 있으니 말이 다.

막말로 금융 자료를 다루는 서버 가 메모리에 든 자료의 백업 없이 무작정 리부팅되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주말 새벽에 서버를 내려놓고 백업을 하고, 업데이트를 하는 게 보통인데, 한국은 그 기본 을 지키지 못했다.

다음날.

-정부, 기간망 시스템 관리 지침 개선할 것.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KT 남중수 사장 사의.

한국에 터진 인터넷 대란의 후폭풍이 일어났다.

미중 사이버 전쟁처럼 거대한 해 킹 집단이 국가 전산망을 집중적으 로 공격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변 종 악성코드에 KT의 DNS 서버가 감염되어 일어난 사고였다.

만약 서버 운영체제나 서버 프로 그램의 새로운 취약점을 발견해 공 격한 것이었다면, 운영체제를 만든 ID 그룹이나 SQL 데이터베이스 프 로그램을 만든 IBM에 책임을 물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2년 전에 배포된 패치로 해결할 수 있는 취약점이었는데, 그걸 업데이트하지 않아서 일이 터 져 버렸으니 결국 책임질 사람은 KT 사장과 정보통신부 장관이었다.

아쉬운 사람은 진대제 전 장관이 었다.

KT 사장이야 본인의 관리 책임 으로 잘리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 는 일이다. 비단 KT 사장뿐만이 아니라, 인터넷 서버를 허술하게 관리한 이들이 범인이다.

진대제의 경우 최악의 타이밍에 입각을 했다는 것이 가장 큰 실책이었을 뿐이다.

뜻밖의 대박이 터진 곳은 한국의 보안업체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물이 들어온 곳은 V6로 유명한 킴 랩이었다.

최초의 국산 컴퓨터 백신으로 유 명세를 얻었던 V6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기본 어플에 선정되면 서 승승장구했다. 제2의 유재원이 나왔다면서 언론에서도 집중 조명 했고, 신지식인에도 뽑혔을 정도다.

하지만 911 사이버 전쟁 때, 대 응 실패의 책임으로 안드로이드 기본 어플에서 제외되면서 하늘 높이 솟았던 위상도 추락했다.

보안 의식이 없던 한국에서 안드 로이드 기본 어플 제외로 인해 하 락한 매출을 메꿀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어제 인터넷 대란이 터 졌고, 인터넷 관리 업체의 보안 의 식 부재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그러자 기업들은 너도나도 킴랩 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컴퓨터 보 안을 전담할 부서를 만드는 것보다 는 킴랩에 맡기는 게 훨씬 편하고 간단한 해결책이란 계산이 떨어진 것이다. 만에 하나 시스템이 다시 뚫리기라도 하면 킴랩의 책임으로 돌리면 그만이었다.

킴랩에서도 이에 맞춰 기업용 서 비스를 출시하는 둥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각.

"흐흐, 진짜 고민이다."

"그러게요."

"오늘도 좋은 그림을 너무 많이 건진 거 같아."

"처음에 방송 분량을 왜 고민했 나 몰라요. 딱히 손볼 것도 없이 그냥 이어 붙여도 이야기가 나오는 데 말이에요."

호텔처럼 호화로운 게스트룸에서 촬영분을 정리 중이던 임명한 PD 의 말에 김 작가가 바로 화답했다.

임명한 PD의 카메라들은 어제 한국 인터넷 대란이 터질 때부터 유재원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파이어피스트 게임즈에서 어마어 마한 차기작을 만드는 중에 알람을 받았고, 알람을 받자마자 유재원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와, 손가락 움직이는 것 좀 봐. 보이지도 않네."

전문 모니터 장비에 뜬 화면은 유재원이 ID톡으로 전달받은 악성 코드를 분석하는 모습이었다.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는 만큼, 유재원의 i웍스 노트북에서도 온갖 코드들이 스크를되면서 복잡한 화 면이 나타났다.

사실 손가락 빠른 것보다 더 놀 라운 화면은 바로 고도의 암호화된 악성코드가 디코딩되는 화면이었다. 핵심 코드는 감춰 여러 가지 함정 도 파놓았고, 코드 자체를 복잡하 게 꼬아 놓은 건 기본이며 암호화 까지 걸려 있었으니 말이다.

빠른 전파와 빠른 감염을 위해 AES와 같은 고급 암호 체계를 쓰 진 않았지만, 그래도 상당한 고난 도의 암호화였는데, 순식간에 풀려 버렸다.

그러니 전문가들이 보았을 때 진짜 깜짝 놀랄 화면은 빠른 속도의 타이핑이 아니라, 암호화 해제 속 도일 게 분명했다.

더욱이 i웍스 노트북이 고성능 노트북이긴 해도 개인용 PC라는 한계가 있었다. PC로는 절대 풀지 못할 속도였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풀어낼 수 있었는지는 미스터 리일 것이다.

물론 그 답은 클라우드 컴퓨팅이 었다.

이제는 노트북의 와이파이 연결 만으로도 ID 그룹의 강력한 클라우드 컴퓨팅 파워를 이용해 강력한 연산력을 활용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서 ID 그룹은 매년 데 이터 센터를 신설했고, 신형 CPU 가 나올 때마다 가장 낡은 데이터 센터부터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덕분에 현재 ID 그룹이 보유한 데이터 센터는 미국은 물론 유럽과 한국까지 수십 개가 넘었다. 인텔 과 AMD 의 VIP 파트너에 ID 그룹 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 이유도 여 기에 있다.

이처럼 고도화된 데이터 센터 중 에 가장 성능이 좋은 곳은 바로 코 요테 시티의 데이터 센터였다.

최신의 CPU가 발표되면 가장 먼 저 적용되는 데이터 센터가 코요테 시티의 데이터 센터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비전문가인 임명한 PD나 작가들이 보았을 때는 화려한 타이 핑 속도가 제일 놀라워 보였다.

"우리 프로, 첫 방 공개되면 난 리가 나겠지?"

"그럼요! 아무리 우리 방송이 케 이블이라고 해도 분명 반응이 올겁니다."

임명한 PD와 김 작가는 주거니 받거니 하며 성공을 확신했다.

본인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이라서 가 아니라 유재원 그리고 ID 그룹 이라는 콘텐츠의 매력이 기대 이상 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예상은 틀 렸다.

반응이 오는 정도가 아니었다.

폭발했다고 정정해야 했을 만큼, 엄청났다.

더욱이 반응은 한국에서만 오는게 아니었다.

정규 방송이 끝나자마자 타임플 렉스에 올라왔고, 영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로 자막까지 달려 있었다.

리얼카메라 유재원 편으로 일어 난 후폭풍의 크기는 그야말로 세계 적이었다.

#400. 인공지능 혁명

3월 1일 tvM의 개국과 함께 리 얼카메라 유재원 회장편이 방송되 고 나서 터진 반응은 임명한 PD나 김 작가와 같은 당사자들, 방송 관 계자들이 예측하는 수준을 한참이 나 넘어섰다. 더욱이 그 반응은 한 국 한정도 아니었다.

tvM에서의 정규 방송이 끝나고 딱 하루가 지났을 때, 타임플렉스 에 리얼카메라가 업로드되었다.

오리지널 한국어 버전뿐만이 아 니라, 영어 음성 버전과 타임플렉 스 사용 언어 TOP 10에 드는 언 어별 자막까지 추가된 상태로 말이 다.

영어 음성 버전은 임명한 PD의 질문이나 유재원의 답변을 모두 영 어로 더빙한 버전이었다.

미국 사람들이 자막판 영화를 무 척이나 어색해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유재원은 마무리 작업 중 인터내셔널 버전을 위해 더빙을 하는 수고를 더했다.

그 결과가 엄청난 후폭풍으로 일 어났다.

-역시 유재원이다!

-이 시대, 최고의 혁신가!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 는 반응은 이렇게 두 가지였다.

역시 유재원이라는 건, 사람들이 가진 유재원에 대한 관념이 리얼카 메라로 완벽하게 부합되었다는 의 미였다.

ID 그룹이라는 거대한 기업체의 창업가로서, 포브스 공인 세계 최고의 부자로서의 모습은 그렇게 많 이 공개되지 않았었는데, 리얼카메 라라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으로 베 일에 가려진 일상이 비쳐졌다.

사람들이 의외로 놀란 건, 으리 으리한 집을 빼면 소박한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것이었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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