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권 7화
"역시!"
무려 1920* 1080이근}는 풀 HD 해상도에서 60프레임으로 안정적으 로 돌아가는 둠3였다.
헥사코어 연산력에 차세대 GPU 가 결합되자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 인 비주얼이었다.
"기대 이상으로 잘 구동되는군 요!"
엔비디아의 8800GTX칩을 쓴 시 스템이나 ATI의 X1800XT를 넣은 시스템이나 풀 HD에서 60프레임 을 안정적으로 뽑아 주었다.
두 회사 중에 유재원이 원하는 단가에 가장 근접하게 맞춰 주는 회사를 선택해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CPU의 연산력도 괜찮았다. 서버 용 칩이라면 단가가 상당했지만, 게임기에 필요 없는 기능들을 다 삭제하고, 게임 퍼포먼스 향상을 위한 커스텀을 가한다면 지금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좋은 성능 을 낼 수 있다.
메모리 칩이야 ID 일렉트로닉스 에서 매일 수천 장의 웨이퍼를 쏟아내며 양산하고 있으니 문제없다.
이렇게만 된다면 엑스박스2는 유 재원이 약속한 성능을 100% 지킬 수 있다.
"이 정도면 당연히 소니의 플레 이스테이션3와의 경쟁에서도 승리 할 수 있겠죠?"
" 당연하죠."
유재원의 물음에 리사 수 박사도 곧바로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소니도 엑스박스와의 두 번째 전 쟁에서 확실하게 승리를 거두겠다고 칼을 갈고 있었고, 협력사로 IBM을 선정했다. IBM에서 내세우 는 건 바로 CELL 이라는 CPU 였는 데, 전작 플레이스테이션2에 채용 된 Power CPU의 확장판이었다.
이론적인 성능은 꽤나 좋았기에 엑스박스 팀을 긴장시키는 중이었 지만, CELL CPU가 어떤 물건인지 알고 있는 유재원에겐 그저 가소로 울 뿐이다.
그렇다고 유재원이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 역시 아니다.
"관건은 90나노 공정의 수율 향상이겠지만요."
대신 리사 수 박사는 ID 그룹의 유일한 불안 요소를 지적했다.
수율!
현재의 90나노 공정 수율로는 유 재원이 원하는 단가를 맞출 수가 없다.
특히 빅뷰티라 칭해지는 GPU의 하이엔드 칩의 면적은 400rf 이상 이었다. 300mm 웨이퍼에서도 겨우 200개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유재원이 반도체 공장 증설에 돈을 아끼지 않은 덕에 제2 공장도 스탠바이 상태였으니 수율 만 잡으면 문제는 해결된다.
"그래서 제가 직접 여기까지 온 것 아니겠습니까? C스텝(70%)까지 올라오지 않으면 여기서 떠나지 않 을 작정이니 안심하세요."
우와!
유재원의 말에 리사 수 박사부터 다들 크게 환호했다.
보통 최상급 임원이 일선에 투입 되어 적극 나서겠다고 하면 고생길 시작이란 말이지만, 리사 수 박사나 이종효 교수 그리고 다른 팀원 들 역시나 반도체에 인생을 다 바 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이었기에 보통이 아니었다.
그렇게 유재원은 바로 옷을 갈아 입고 연구에 참여했다.
그날로 ID 일렉트로닉스 대전 연 구소의 개발 능력은 본격적으로 폭 발하기 시작했다.
-사학법 합의 실패! 국회 마비.
-야당 국회 본회의장 점거!
-사학법 날치기 반대 장외 투쟁 시작!
-야당 대표들, 대규모 촛불 집회 참석!
유재원이 ID 일렉트로닉스 대전 연구소에서 90나노 공정 완성을 위 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을 때, 국회 에서도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야당들이 똘똘 뭉쳐서 본회의장 을 점거했고, 여당 의원들의 참석을 저지했다.
특히 국회의장을 감금하다시피 하면서 꼼짝도 못 하게 만들었는데, 이는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을 막으 려는 시도였다. 이와 함께 장외 투 쟁도 시작했는데, 국회의사당 광장 에 모여 촛불을 들었다.
유재원이 보기에 너무도 낯선 풍 경이었다.
태극기가 아닌 촛불을 드는 화면 을 몇 번이나 봐도 생경하게 보였 다. 덕분에 지금이 2003년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야당 발목 잡기!
-이번에도 인공지능법 통과 불확 실.
세계는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의 신사업을 육성하며 나아가는데, 대 한민국은 방탄 국회로 관련 법 통 과가 어렵다고 지적하는 기사도 이 어졌다.
유재원의 지시를 충실하게 이행 하는 최강욱 부회장의 수완이었다.
역시나 인터넷에서는 야당들의 장외 투쟁보다 야당 발목 잡기라는 기사의 클릭 수가 월등했다.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기술이 TV 를 탔을 때만 해도, 자랑스러운 한 국인인 유재원이 만든 것이라면서 국민에게 국뽕을 한 사발씩 먹였던 것이 엊그제였다.
그런데 대중화의 선결 조건인 입 법 단계에서 국회가 마비되었다. 국민들의 분노는 자연스럽게 야당 에게 쏟아졌다.
이 정도 여론이면 이번 정기 국 회에서는 통과하지 못했지만, 다음 임시 국회에서는 인공지능 관련 법 들이 통과될 확률은 매우 높았다.
"그나저나 내년 총선은 어떻게 되려나."
연구실 근처의 개인 숙소에서 넥 스트컴의 뉴스 페이지를 보던 유재 원은 자연스럽게 내년 총선의 결과 를 따져 보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여러 가지 현안들은 유재원 본인의 움직임으로 회귀 전 과 크게 달라진 상태였다. 특히 청 와대에 입성한 노 대통령은 유재원 의 조언을 무시하지 않았다. 그중 가장 확실한 것이 검사와의 대화가 사라진 것이었다.
법무부 장관에 강금실이라는 최 초의 여성 장관을 임명한 건 같았 지만, 검사와의 대화라는 마이너스 뿐인 이벤트는 추진하지 않았다.
더욱이 검사와의 대화가 이뤄진 단초는 판사 출신 여성 법무부 장 관에 대한 검찰의 비토였다.
그래서 대통령이 나선 것인데, 지금은 검찰에서 노골적인 반발을 보이지 않았다. 태업이라도 했다간 공수처의 감사로 즉각 이어졌기 때 문이다.
공수처 감사에서 지적 사항을 하나라도 받으면 승진에 지대한 차질 이 있었으니, 감히 회귀 전과 같은 집단 반발은 꿈도 꿀 수가 없었다.
다만 공수처가 너무 가혹한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긴 했는데, 김창완 공수처장은 막 임명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았다. 그것은 너희들 아니어도 검사, 판사 할 사 람은 노량진에 수두룩하다는 것이 었다.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를 통과해 판사가 되고 검사가 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기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고, 이는 곧 특권 의식 으로 변질되었다. 김창완 공수처장 은 부패는 무능력하다 보았고, 이 런 이들을 걸러내는 것이 국가를 위한 길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수사 했다.
덕분에 매년 법복을 강제로 벗는 판검사들의 숫자는 두 자릿수 이상 을 찍었고, 그만큼 사법고시의 합 격자 숫자도 늘어났다.
자기 없으면 재판장이, 검찰청이 제대로 돌아갈 거 같냐면서 두고 보자고 큰소리쳤던 이들과 달리, 고위 간부들이 찍혀 나간 검찰은 일만 잘했다. 덕분에 노 대통령은 굳이 검사와의 대화 따위를 할 필 요가 없어졌다.
또한, 대통령 공약이었던 수도 이전 문제도 아직은 불거지지 않았 다. 사법 개혁 하나만 시작했는데 도, 기득권의 저항은 엄청났다.
이에 대응하는 것만으로도 국회 가 마비될 정도였는데, 수도 이전 까지 진행할 여력이 없었다.
"음, 그러면 탄핵도 없으려나?"
2004년 총선에서 여권이 과반을 확보한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 탄 핵이었다. 후단협으로부터 시작된 민주당 내의 계파 싸움에, 야당이 힘을 실어 주면서 탄핵안 가결까지 는 가능했다.
그런데 무리하게 시도된 대통령 탄핵안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이 되 면서 엄청난 역풍으로 되돌아왔다.
그 결과 민주당 단독 과반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그런데 회귀 후 달라진 한국의 정치 상황은 매우 안정된 상태였다.
국회가 마비된 상태에서 안정이 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지만, 회귀 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ID 글로벌 헤드쿼터 빌딩을 다시 세워도 될 만큼 탄탄했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탄핵은 없을 것이고, 그러면 2004년 총선 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에 들어간다.
"잘됐네."
일말의 불안감은 있지만, 지금 야당들이 하는 꼴을 보아하니 부활 할 일은 없어 보였다. 더욱이 유재 원은 통일국민당이라는 조커가 있었기에, 안심할 수 있었다.
또 뭔가 재미있는 소식이 있나 넥스트컴의 뉴스 페이지를 새로 고 침하던 유재원의 시선에 시계가 들 어왔다.
"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이제 다시 업무로 복귀할 시간이 다.
유재원은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 서 일어났다.
숙소와 연구소, 다람쥐가 쳇바퀴 굴리는 듯 매일 똑같은 일이었지만, 매일이 새로웠다. 일을 할수록 기 술이 완성되는 것을 체감할 수 있 었기에 유재원은 물론이고 리사 수 박사팀 모두가 열심이었다.
그런 유재원이 연구소 생활을 끝 낸 건, 불어오는 바람에 차가운 기 운이 느껴지는 11월이었다. 연구소 안에서 수제작으로 만들어진 투박 한 형태였지만, 엑스박스2의 첫 번 째 시제품이 완성된 날이기도 했다.
AMD 페넘 X6 CPU. ATI 라데 온 X1800XT. 4기가바이트 DDR3 메인 메모리. 80기가바이트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100Mbps 이더 넷. 안드로이드 2003 for 엑스박스 운영체제.
최종적으로 확정된 엑스박스2의 스펙이 었다.
엑스박스2에서 가장 비싼 부품인 CPU와 GPU는 AMD와 ATI 의 수 주로 끝이 났다.
객관적 성능으로만 따지면 인텔 과 엔비디아가 제일 나았지만, 아 무래도 한정적인 예산에서 최적의 성능을 뽑아내야 하는 가성비를 따 지니 결과가 달라졌다.
AMD와 ATI는 마치 이번 엑스 박스2 납품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것처럼 ID 그룹이 요구하는 스펙과 가격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해줬 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성의를 보 여준 것은 100달러대의 공급 단가 를 맞춰 준 것이었다.
정확히 따지면 CPU는 259달러, GPU는 199달러로 상당히 비싼 가 격이지만, 두 칩 모두 게임기에 넣 기 힘들 만큼 과분한 성능임을 생 각하면 원래 가격의 1/2 가격으로 공급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두 회사가 그저 엑스박 스2의 고정 매출만 바라보고 헐값 으로 칩을 공급해 주는 건 아니었 다.
안정적인 수입처 말고도 가져간 이득은 바로 ID 테크놀로지의 생산 지분이 었다.
반도체칩의 다이 면적이 엄청나 게 컸다. AMD의 헥사코어 CPU는 300mnf 후반대, X1800XT는 400mnf 초반의 광활한 면적을 자랑했다.
이렇게 면적이 넓은 만큼, 수율 도 크게 떨어진다. 그나마 연산 회로가 아닌, 캐시 메모리나, 셰이더 의 부분에 오류가 생기면 다행이다.
캐시나 셰이더는 일부 부위를 잘 라내도 작동은 하니 말이다.
오류가 난 부분을 레이저로 잘라 낸 다음 급수를 낮춰서 팔 수 있 다.
문제는 이러한 방법도 수율이 어 느 정도 나온 다음에야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이다.
컴퓨터 유저들이 생각하는 수율 이란 높은 작동 속도를 의미하지만, 반도체 제조사에서 말하는 수율이 란 오류 난 부분을 잘라낸다거나, 작동 속도를 최하로 내리는 등등 어떻게 해서든 작동만 되면 수율에 포함하는 식이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뷰티라는 칩들은 수율이 처참했다. 더욱이 해당 칩들은 100나노도 아니고 90 나노 공정에서 생산하기로 했는데, 현재 이게 가능한 반도체 회사는 전 세계에서 ID 테크놀로지뿐이었 다.
엑스박스2에 원가 수준으로 칩을 공급하는 대신, ID 테크놀로지의 90나노 공정의 물량을 AMD 와 ATI가 선점하는 전략적인 판단이 었다.
반면 자체 공장이 있는 인텔은 과거 120나노 공정 때와 마찬가지 로 90나노 공정 기술을 라이선스 받아서 생산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엔비디아 역시 외장 비디오 카드 시장 점유율에서 압도적이었고, 주 요 거래처인 TSMC의 생산력도 믿 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물론 ID 테크놀로지의 앞선 기술력에 감탄했지만, TSMC보다 비싼 비용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욱이 엔비디아의 창업자는 대만 출신이었다. 비즈니스 마인드도 충 실했지만, 아무래도 출신에 영향이 있었고, 덕분에 TSMC에 쏠렸다.
게다가 엔비디아의 생산량 중 일 부를 ID 테크놀로지에 빼앗겼던 TSMC에서 이를 갈고 신공정에 대 대적으로 투자를 했고, 생산 단가 도 크게 떨어뜨렸기에, 엔비디아는 이번엔 TSMC에 힘을 실어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회귀로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