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709화 (709/1,007)

33권 18화

"일단,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군!"

시끌벅적한 환영식이 끝나고서 둘이 마주보며 자리에 앉자 앨 고 어가 먼저 꺼낸 말이었다.

본인의 재선에서 압도적인 승리 를 거둘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유재 원의 공을 인정하고 감사를 표한 것이었다.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미국의 경 제 지표가 양호한 것은 유재원 혼 자만 노력해서는 될 일이 아니었다.

거대하기 이를 데 없는 미국의

경제 규모에서 ID 그룹의 지분을 3%라고 하면 적어 보여도, 사실은 엄청나게 많이 쳐준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은 유재원이 틀림없었다.

중동 문제와 오사마 빈 라덴 생 포부터 셰일 가스 개발까지. 하도 많이 언급해서 이제는 입이 아플 정도였고, 선거 운동에 톡톡과 같 은 SNS를 활용해서 인터넷 세대를 제대로 공략하는 건 무척이나 유요 했던 방식이었다.

상대편인 존 매케인 쪽은 무엇

하나 앞서는 이슈 없이 그저 따라 가기에 급급했고, 그 결과가 압도 적인 표 차이로 나타났다.

"제가 더 고맙죠."

"응? 뭐가 말인가?"

"라이징 선 프로그램 말이에요."

"아, 일요일에 NBC에서 방영했 던 특집 프로 말인가."

유재원의 말에 앨 고어는 별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의 비밀스러운 외교 문서와 정보 조직 문서를 통해 구성된 NBC의 다큐멘터리는 한일 기본 조약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려던 일본에 치명타를 날렸다.

조약 자체가 미국과 일본이 한편 이 되어 강압적인 상태에서 맺어진 불평등한 것이었음이 드러났으니 말이다. 물론 한국도 마냥 피해자 노릇을 할 수는 없었다.

당시의 박 대통령이 어렵게 얻은 차관을 가지고 전범 기업에 특혜를 주면서 뒷주머니를 찼다는 게 다 드러나 버렸으니 말이다.

미국으로서는 그냥 묻어 두는 게 좋았을 혹역사가 드러나는 것이었 다. 더욱이 당시 미국 대통령은 민 주당의 린든 대통령 때라서 잘못 다루면 재선을 막 끝낸 앨 고어 대 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사 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프로그 램이 무리 없이 공중파를 탈 수 있 었던 것은 앨 고어의 암묵적인 승 인이 있던 덕이었다.

그렇다고 유재원이 앨 고어에게 직접 허가를 얻은 건 아니었다. 그 랬으면 특집이라고 언급하는 시점에서 바로 알아차렸을 테니 말이다.

앨 고어가 암묵적으로 승인해 줬 다는 건, 유재원으로부터 문서를 받은 NBC의 제작진과 기자들이 교차 검증을 위해 여기저기 들쑤시 면서 자연스럽게 알려지게 된 것이 었다.

미국이 동맹국을 대상으로 야합 을 강요했다는 건 워낙 충격적인 사실들이었으니 말이다.

"후후, 일본이 보통 난리도 아니 었지만 이제 한국은 보통 파트너가 아니게 되었으니 말일세."

이어진 앨 고어 대통령의 말이다.

그 한 문장이 시사하는 바가 컸 다. 한국과 미국이 동맹이긴 해도, 우선 순위에서는 늘 일본에 뒤처졌 다.

미국의 최우선 동맹은 일명 파이 브 아이즈라는 다섯 나라였다.

UKUSA 협정이란 정보 공유 협 정을 맺은 다섯 나라들인데, 미국 을 중심으로 영국과 캐나다, 호주 와 뉴질랜드가 있다.

완전한 우방이라고 미국이 생각 하는 나라들로,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과 비교해서도 매우 특별한 대 우를 받았다. 그냥 혈맹이라고 해 도 좋을 나라들이었다. 여기에 비 공식 파이브 아이즈인 이스라엘만 추가한다면 완벽하다.

반면 한국은 2000년대까지는 미 국의 동맹 중 가장 말석이었다.

6.25로 인한 분단이 아니었으면 미국과 동맹을 맺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미국의 대우 역 시 동맹국 중에서 가장 각박했다.

그러다가 미국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한 건, 역시나 유재원의 등장이후부터였다.

인재에 대해선 먹어도 먹어도 배 가 고픈 아귀와 같은 탐욕을 보이 는 나라가 미국이었다. 전 세계에 서 우수한 두뇌를 확보하기 위해서 라면 얼마든지 파격적인 혜택을 보 장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확보한 우수한 두뇌들은 모두 미국의 국익 이 되었다.

유재원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파격적인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돌봐주었고, 덕분에 ID 그룹이 유례없는 파격적인 성장을 일굴 수 있었다. 만약 미국이 자국 산업의 보호를 이유로 MS를 보호했다거나, 컴캐스트 인수에 제 약을 걸었다면 지금과 같은 규모의 ID 그룹이 출범하기까지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배려에 대해서는 저도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유재원도 그 점에 대해선 분명히 인정했다.

"그렇지만 저는 이러한 배려가 일회성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이어 졌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에요."

"홈, 체계적? 그건 예상하지 못 한 건데."

앨 고어가 난색을 살짝 표했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계속 한 국의 손을 들어주는 데에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었던 탓이다. 일본 의 존재감과 국제 사회에서의 역할 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단적으로 미국 연방 의회 하원에 서는 무리 없이 통과된 성노예 규 탄 결의안이지만, 상원에서는 미적 지근한 반응이었다.

하원에서의 통과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지만, 미국에서 외교적인 실권이 있는 곳은 상원이었다. 그 렇기에 일본은 필사적인 로비 활동 을 펼치며 상원까지 넘어가는 것은 저지했다.

유재원에겐 별로 쓸모없는 일이 었다.

지금 유재원이 원하는 것은 미국 동아시아 전략의 중심을 일본에서 한반도로 옮기는 것이었으니 말이 다.

그러면 낙동강 오리알이 된 일본 은 예전과 같은 강압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것도 불가능해질 것이다.

"한국이 인턴 생활을 한 지 반백 년도 넘었지요. 능력은 충분히 증 명했으니, 이제 인턴십을 청산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만."

국가 간의 외교 관계란 상호호혜 적이어야 하는 게 기본이다. 현실 은 그렇지 못했다. 국제 외교 간에 는 힘의 역학 관계가 늘 존재했다.

한국의 경우 동아시아의 균형자 가 되는 것이 원대한 희망이었지만, 현실은 그저 미국을 대신해서 온갖 궂은일은 다 하는 처지였다.

유재원이 보기에는 마치 정직원 이 되기 원하는 인턴 같았다. 더욱 이 일본이란 우등생 때문에 늘 손 해를 보았던 인턴 말이다.

이제는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소수이긴 해도 북한에 미군이 주둔 중이었고, 북핵도 없었다.

반면 회귀 전 미국의 동아시아 대리인을 맡았던 일본은 더 퍼시픽 으로부터 촉발된 전쟁 범죄 이슈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한국의 인턴십을 청산하고, 동맹 의 수준을 격상해 달라고 요구하는데 충분한 자격과 여건이 갖춰진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과 미국에 각각 한 발씩 걸치고 있는 유재원 본인 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가장 합리적 인 선택이기도 했다.

#404. 유니콘

-고이즈미 내각 총사퇴!

-국회도 해산. 재신임 위해 중의 원 선거 다시 한다!

-더 퍼시픽 여파는 현재 진행 중.

-게임이라고 무시하면 큰코다친 다.

2004년이 불과 6일 남은 12월 26 일.

크리스마스 연휴도 잘 보낸 유재 원은 느긋한 일요일을 보내는 중이 었다.

다만 여유를 즐기는 모습은 그야 말로 평범했다. 푹신한 소파에 거 의 눕다시피 앉아서 i웍스 노트북 으로 인터넷 서핑을 즐기는 것이었 으니 말이다.

회귀 전과 똑같은 취미였으니, 질릴 만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 다. 인터넷은 늘 새로웠고 재미있 는 것들로 가득했으니 말이다.

단적으로 지금 넥스트컴의 일본 뉴스란을 가득 채우고 있는 소식은 그야말로 깨소금 맛이었다.

더 퍼시픽으로 촉발된 일본 제국 의 전쟁 범죄와 우경화 문제는 걷 잡을 수 없을 만큼 확대되어 일본 을 강타했다.

미국은 물론 유럽까지도 일본을 한 목소리로 성토하는 건, 일본 사 람들에게 그야말로 악몽과도 같았 다.

예전 같으면 일본의 경제력에 눈 치를 보고 해야 할 말도 하지 못하 고, 그저 눈치만 보았을 텐데 이젠아프리카 나라들까지도 일본을 성 토하는 데 있어 주저하지 않았다.

전쟁 범죄를 은폐하고, 피해자들 의 말은 무시하면서, 일본이란 국 가를 좋은 나라로 포장하는 데는 가장 열심이었다.

그게 다 진한 배신감과 함께 부 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비단 한국만 피해자가 아니라 동아시아 의 많은 나라들이 일본 제국의 강 점기를 거치면서 비슷한 일을 당했 으니 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도 문 제가 없었다.

국제 사회의 손가락질과 미움을 받는 데 익숙하지 않은 일본 사람 들이었다.

더욱이 우경화라는 건 소수의 극 우 조직과 정치권의 짬짜미로 이뤄 진 일이었고, 보통의 일본 국민들 은 그저 수동적인 추종만 보였을 뿐이다. 애초에 정치 자체에 관심 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여름부터 겨울까지 국제 사회의 여론이 급변하는 걸 보면서, 이대로 가다간 큰일나겠다는 공감 대가 형성되었다.

이렇게 형성된 공감대는 곧 고이 즈미 총리의 지지율에 타격을 입혔 다. 30% 후반대로 떨어진 지지율 은 12월 초가 되었을 때 30% 극초 반대로 다시금 급락했다. 그러고도 하락세는 멈추지 않았다.

지지율 조사를 할 때마다 1?2% 씩은 떨어졌으니 말이다. 20일쯤 되었을 때는 20% 이하로 떨어지면 서 내각 총리 자리도 위태해졌다.

결국 고이즈미 총리는 내각 총사 퇴와 함께 국회 해산으로 반전을 노리는 것밖에는 선택지가 남아나지 않았다.

국민들의 지지로 다수의 당선자 를 배출해 재신임을 받아 총리를 배출하는 것만이 살길이었다.

물론 자민당이 재신임을 받아 원 내 1당이 된다더라도 고이즈미를 다시 총리를 시켜 주진 않을 것이 다.

고이즈미 총리나 우경화를 부추 긴 인물들이 설 자리는 자민당의 재집권과는 상관 없이 사라진 것이 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안심하긴 이르지."

고이즈미는 끝장났지만, 유재원 은 긴장을 풀진 않았다.

지금 일본 국민들이 고이즈미 총 리와 내각을 붕괴시킨 건, 본인들 이 진정으로 반성해서가 아니라 세 계로부터 미움을 받는 게 두려웠던 것뿐이니 말이다.

더구나 일본 야당에 구심점이 딱 히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언제든 돌변할 수 있었다.

실제로 회귀 전 일본은 한 번의 정권 교체 이후, 정치적 후퇴가 크 게 왔었다. 기대감이 크면 실망이 큰 것처럼 대안이라고 선택했지만 아무런 효과를 보이지 못하자, 일 본 국민들은 다시 익숙한 자민당으 로 돌아왔고, 자민당은 보다 강력 한 우경화를 시작했던 것이다.

이번엔 다를 것이다.

유재원은 일본의 정치판도 그냥 두고 볼 생각은 없었으니 말이다. 만약 일본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일당이 된다면 회귀 전과 같은 삽 질은 하지 못하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작정이다.

그래야 일본은 물론 동아시아에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 아니겠는가.

"일본은 이쯤 하면 됐고, 한국 뉴스로 넘어가 볼까."

일본 뉴스를 실컷 봤던 유재원은 간단한 클릭으로 한국 넥스트컴 뉴 스 페이지로 이동했다.

-한미, SOFA(주둔군 지위 협정) 개정 합의!

더 퍼시픽의 후폭풍으로 일본 자 민당이 붕괴하고 있다면, 한국은 미국 동아시아 전략의 핵으로 부상 하는 중이다.

특히 12월 7일 유재원과 앨 고 어 대통령의 독대로 미국 수뇌부에 서 한국에 대한 존재감은 한 차원 더 높이 도약했다.

한미 동맹 체결 이후 딱 반백 년 이 지났다.

유재원의 말처럼 이제는 인턴십 은 청산하고 동등한 파트너가 될 때가 된 것이다.

물론 미국에서는 한국의 지위 격 상에 대해 무척이나 당황스럽게 느 끼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상원 의원들이 그랬다. 하지만 압도적인 재선에 성공한 앨 고어 대통령의 의지가 있었고, 미 국 정보 조직들의 지원으로 인해 무난히 통과되었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과 한국의 빠 른 IMF 탈출과 IT 혁명 성공으로 한반도의 중요성이 90년대와는 완 전히 달라졌다.

중국과 러시아의 턱밑에서 바로 견제할 수 있는 최적의 요충지였다. 무엇보다 유재원의 고향이자 ID 그 룹의 주요 거점이라는 것도 강력한 어필 요소였다.

앨 고어 대통령이나 미국의 정보 조직들은 유재원이 미국에서 활동 하기 시작할 때부터 그 폭발적인 성장을 직접 체감했던 사람들이었 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앨 고어가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정보 고속 도 로 사업도 유재원의 머릿속에서 나 온 프로젝트였다.

미국 정보 조직의 경우 유나바머 때부터 시작해서 유재원과의 합작 으로 미국 안보에 크나큰 도움을 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게다 가 유재원이 이끄는 IT 혁명은 아 직도 진행형이었다.

그저 상상 속의 산물인 인공지능 이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이었고, 인공지능 기술 개발의 선도적인 위 치에 있는 건 역시 ID 그룹이었다.

유재원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라 면 한국의 지위 격상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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