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739화 (739/1,007)

34권 23화

월 스트리트의 외로운 늑대는 소 위 말하는 기대작은 아니었다. 그 렇다고 개봉과 함께 비디오테이프 시장으로 넘어가는 영화도 아니다.

제작비는 물론, 영화 제작 전부 터 이뤄지는 홍보의 물량 공세를 부족하게 한 것도 아니었고, 제작 비가 적은 독립영화이기 때문도 아 니었다.

제작비만 따지면 할리우드 스타 일의 블록버스터 제작비인 1억 달 러를 훌쩍 넘었다.

물론 제작비 상당수는 배우 출연료로 나갔지만, 스태프 임금과 세 트장 제작비, 의상비 같은 지출 항 목의 비중도 컸다.

더욱이 현실에서 ID 인베스트먼 트와 리먼브라더스라는 거대 투자회 사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란 분야 에서 크게 붙었다는 건 유명한 일이 었다.

서로 완전히 대비되는 판단을 하 고 거액을 투자함으로써 한쪽이 죽 어야 다른 쪽이 사는 지경에 이르 렀다.

경제 분야에 약간의 관심만 있어도 흥미가 절로 일어나는 콘텐츠지 만, 문제는 일반 관객의 호기심을 끌 영화는 이보다 훨씬 많았다.

2005년 최고의 화제작은 역시나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이었다. 호그 와트 마법학교 4학년이 된 해리 포 터가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가해서 겪는 이야기로 해리 포터 시리즈의 4편에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전 세계에서 두루두루 사랑받는 해리 포터였기에 흥행 성적도 대단 해서 매출액이 9억 달러가 넘었다.

배급사는 타임워너 넥스트컴이었고, 유재원의 개인적인 투자도 있 었던 작품이었기에 전체 매출액 중 에 최소 10%는 유재원의 몫인 영 화이기도 했다.

이러한 해리 포터의 뒤를 바싹 쫓았던 영화는 스타워즈 프리퀄 3 부작의 마지막 편인 스타워즈 에피 소드3 - 시스의 복수였다.

전 세계 매출액은 8억 5천만 달 러로 해리 포터와는 불과 5천만 달 러 차이로 아쉬운 2등을 찍었다.

다만 매출액으로만 보면 굉장한 성공을 거둔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이지만, 팬들의 시청 소감이나 전문가 비평에서는 그다지 좋은 평 을 거두진 못했다.

"그래도 2020년쯤 나올 라스트 제다이보다 시스의 복수가 몇백 배 낫지만."

글로벌 박스오피스를 체크하던 유재원은 시스의 복수에 와서 한 마디 보탰다.

당시 유재원은 정신 바싹 차리고 서 한창 일하고 있던 시기였다. 그 래서 젊었을 때처럼 활발하게 문화 생활을 즐기진 못했다. 그래도 챙겨 본 게 스타워즈 같은 SF영화였 다.

다만 이전 8편에서 큰 실망을 했 던 터라 혹시나 하고 찾아간 것이 었다.

그런데 기껏 시간을 내서 찾아간 영화관에서 크나큰 실망만 맛보았 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비록 한국에 서 큰 흥행을 하진 못했지만, 1980 년대부터 쌓아 올린 금자탑이었다.

아무리 막장으로 떨어져도 그렇 게 확실하게 망하는 건 쉽지 않을 텐데도, 유재원과 같은 코어 팬까 지도 등을 돌리게 만들 만큼 엉망 이었다.

"이번엔 그렇게 망하게 두진 말 아야지."

어려운 일도 아니다.

오랜 숙원 끝에 나온 신 삼부작 이 그렇게 망해 버린 가장 큰 원인 은 스타워즈의 판권이 루카스 필름 이 아닌 디즈니로 넘어가 버렸던 탓이다.

디즈니는 영화 제작에서 온갖 참 견질을 해서 배가 산으로 가 버리게 했다.

그러니 루카스 필름이 스타워즈 의 판권을 매각할 때, 디즈니가 아 닌 타임워너 넥스트컴이 가져오면 그만이다. 돈 싸움에서는 절대 지 지 않을 유재원이지만, 지금의 디 즈니는 유재원과 경쟁하는 걸 상상 하기도 힘들 만큼 어려운 상황이었 다.

회귀 전 디즈니에는 미래를 기약 할 수 있는 콘텐츠가 확실히 있었 다. 바로 3D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 에 세계 최고인 픽사와 마블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완전히 다르다.

당시 디즈니는 픽사와 마블이 출 시한 영화들을 연속으로 성공시키 면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현금 쌓아 놓았고, 이를 이용해 수많은 M&A 를 하면서 콘텐츠를 확보했다. 이 러한 공격적인 M&A의 화룡점정이 루카스 필름의 인수였다.

마블의 히어로 영화를 상당한 수 준으로 뽑아낸 디즈니였으니 스타 워즈 7, 8, 9편도 최소한 기본 이상은 해 줄 거라고 기대했는데, 정 작 결과물은 최악이었다.

대신 그 바통을 유재원이 넘겨받 고 있었다.

그 시작이 바로 작년 개봉된 배 트맨 비긴즈였다.

전 세계 박스오피스 순위로는 8 위였고, 매출액 기준으로는 4억 달 러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린 배트맨 비긴즈는 웰메이드 히어로 영화의 시작과 다름이 없었다.

이를 신호탄으로 DC와 마블의 히어로 영화들이 줄줄이 출격을 대기 중이었다. 히어로 만화의 양대 축인 DC와 마블이 모두 ID 그룹 아래에 있기에 출시 날짜가 서로 겹치지 않도록 제작 단계에서부터 조율을 마쳤다.

이제는 과거에 출시된 어설픈 히 어로 영화들은 잊고, 엄청난 자본 과 기술이 투입된 최고의 히어로 영화들을 매년 만날 수 있다.

당장 2006년 올해에는 마블의 X 맨 시리즈가 시작된다. 배트맨 비 긴즈의 퀄리티에 감탄한 히어로물 팬들이 최대 기대작으로 찍은 영화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X맨 시리즈가 마블의 주포는 아니었다. 마블에서 X맨보 다 훨씬 더 거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으니 인피니티 사가였다.

마블의 모든 히어로와 빌런들이 서로의 신념과 이해관계로 얽히고 싸우면서 써 내려가는 장대한 이야 기였다.

참 안타깝게도 회귀 전에 진행되 었던 인피니티 사가에는 X맨들이 빠져 있었다.

디즈니가 마블을 인수할 때, X맨의 판권이 20세기 폭스사에 묶여 있었기에 울버린, 프로페서X 등등 과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등장 시킬 수 없었다.

지금은 DC와 마블의 히어로들 판권이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기에, 과거보다 훨씬 풍부한 인피니티 사 가를 그려낼 수 있었다.

이러한 마블의 계획에 DC도 자 극을 받아서 저스티스 리그라는 DC 히어로들이 총출동하는 프로젝 트를 시작했지만, 유재원은 마블과 달리 그리 긍정적이진 않았다.

뭉칠수록 잘 팔리는 마블과 다르 게, DC의 히어로들은 흩어질수록 잘 되었으니 말이다.

특히 DC에는 슈퍼맨이라는 밸런 스 파괴자가 있어서 아무리 이야기 를 잘 구성해도 결과적으로는 시너 지 효과가 미미했다.

차라리 배트맨처럼 하나의 개별 영화를 잘 만들어내는 것이 흥행의 지름길이었다.

"아차, 지금은 월 스트리트의 외 로운 늑대에 집중해야 할 타이밍이 지."

마블과 DC에 빠져 있던 유재원 은 현실로 돌아왔다.

할리우드 영화의 출시 스케줄만 따로 정리된 표를 꺼내 본 유재원 은 현재 최고 흥행을 달리는 영화 가 무엇인지 체크했다.

"음, 지금 당장은 아이스 에이지 2가 복병이군."

오늘날에는 이미 멸종한 고생물 들이 우르르 나오는 빙하기 시대를 배경으로 한 3D 애니메이션 영화 였다.

블루스카이 스튜디오라는 곳에서 제작했고, 배급은 20세기 폭스가 맡았다.

1편은 나오자마자 세계적으로 흥 행한 작품이었고, 지금 걸린 2편의 경우에는 1편보다는 평이 나빴지 만,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관객 을 바싹 마른 스펀지가 물을 빨아 들이는 것처럼 끌어들이는 중이었 다.

"5월은 우리 엑스맨도 있고, 다 빈치 코드도 있네."

개봉 일자를 좀 멀리 보자면 더 큰 복병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다빈치 코드는 밀리언 달러 챌린 지 수상 이후 무섭게 뜨고 있는 댄 브라운이란 작가의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었다.

소설의 판권은 ID 파운데이션에 있었지만, 영화의 배급은 콜롬비아 픽처스에서 했다.

타임워너 넥스트컴의 영화 제작 일정표는 무척이나 단단하게 짜여 있었기에, 다빈치 코드와 같은 논 란의 작품이 들어올 틈이 없었다.

논란의 작품이라는 건 다빈치 코 드가 대놓고 건드리는 것이 바로 기독교였던 탓이었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해석에, 왜 곡된 기독교의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었기에 로마 가톨릭교회로부터는 아주 직접적인 비판을 받았다.

비단 가톨릭뿐만이 아니라 개신 교 역시 불편하게 보았다. 미국에 서 가장 큰 신도 숫자를 자랑하는 종교가 바로 개신교였는데, 대형 교회의 목사들은 다빈치 코드의 보 이콧 운동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중 이었다.

물론, 이러한 논란은 그대로 흥행에 플러스가 되는 요인이었다.

사람들이 크게 떠들수록 그것이 인지도의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는 곧 극장 티켓 판매로 이어지는 흐 름이 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재원은 월 스트리트의 외로운 늑대를 사람들 이 최대한 많이 보길 원했다.

대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기 전에 말이다. 돈을 벌고자 만든 게 아니라, 위기감을 전파하 기 위해 만든 영화였다.

만약 영화를 보고 자신에게 닥친위기를 사람들이 감지해 대비를 한 다면, 그걸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 었다.

"음, 6월 9일이 좋겠다."

결국, 유재원은 다빈치 코드와의 맞대결은 피하는 결정을 내렸다.

첫 주에만 2,000만 달러를 벌어 들인 다빈치 코드였으니 정면 대결 을 하는 것보다는 한 주 늦게 개봉 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결단이 서자 유재원은 바로 ID톡 을 핵심 관계자들에게 보냈다.

-음, 알겠습니다.

-예! 저도 6월 9일을 가장 적기 로 보고 있었습니다.

유재원이 ID톡을 보내고 나서 몇 분 지나지 않아 바로 답장이 왔다.

제일 빠른 대답으로 날아온 ID톡 은 애덤 맥케이 감독이었다. 처음 에 붙은 '음'이라는 글자에서 약간 의 실망감이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최대한 빨리 개 봉해 관객과 만나보고 싶은 게 감 독의 마음이었다.

두 번째로 답장을 보낸 사람은 타임워너 넥스트컴의 영화 부문 사 장인 밥 아이거였다.

원래 밥 아이거는 현 디즈니의 사장인 마이클 아이너스의 후임이 될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발 빠르게 타임워 너 넥스트컴이 움직이면서 헌팅에 성공했다.

밥 아이거에게 주어진 임무는 그 가 디즈니 시절에 했던 것과 똑같 았다. 공격적인 M&A. 바로 그것 이었다.

현재 세계 최대의 미디어 그룹인 타임워너 넥스트컴이지만, 그래도 부족한 것은 있었다.

마블과 DC라는 원투 펀치가 있 지만, 그래도 세상에는 매력적인 회사들이 많았다.

탐욕을 숨기지 않는 타임워너 넥 스트컴이 노리고 있는 것은 픽사와 루카스 필름이었다.

마치 마블 코믹스의 강력하고 매 력적인 빌런 타노스가 인피니티 건 틀렛을 만들기 위해 인피니티 젬을 모으는 것과 같은 행보였다.

의외로 픽사의 인수도 아주 순조 로웠다.

픽사의 오너는 그 유명한 스티브 잡스였다.

픽사의 전신은 조지 루카스 감독 의 영화사인 루카스 필름의 컴퓨터 부서 였다.

루카스가 갑작스러운 이혼 소송 으로 급한 돈이 필요해지자, 루카 스 필름 중에 컴퓨터 부서만 매각 했는데, 인수자가 스티브 잡스였다.

인수 가격은 1천만 달러였는데, 스티브 잡스의 의도는 창작물이 아닌 3D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강력 한 하드웨어 시스템이었다.

넥스트라는 본인이 개발한 하드 웨어 시스템을 잘 팔 수 있도록 홍 보 목적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수 단이었다.

그러던 픽사가 장편 3D 애니메 이션 토이 스토리로 대박을 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도 스티브 잡 스의 인식은 초창기와 크게 달라지 진 않았다.

그렇기에 스마트폰 사업에 집중도 하고, 역량 강화를 위한 자금도 필요해진 지금 픽사를 팔겠다는 결 정도 수월하게 내릴 수 있었다.

처음에는 디즈니와 협상을 했다. 그렇지만 회귀 전보다 상황이 아주 나쁜 디즈니는 스티브 잡스가 원하 는 액수를 맞춰 주지 못했다.

덕분에 타임워너 넥스트컴이 디 즈니의 뒤를 이어 최우선 협상 대 상자가 되었다.

유재원은 자신이 지분의 반을 가 진 타임워너 넥스트컴이 다음 협상 자라는 사실에 스티브 잡스와는 이야기가 잘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뚜껑을 열어 보니 그건 아니었 다.

오히려 유재원의 돈을 많이 받아 내면 그만큼 본인에겐 이득이라 생 각한 모양인지 호가를 크게 높이면 서도 협상을 파기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높이 부른 호가에서 조금도 깎지 않고 전액을 받아낼 자신감이 넘치는 모양인지, 협상장에서는 그 야말로 여유만만이었다.

"그러한 태도도 조만간 끝이지."

가치란 늘 상대적인 것이었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성공으로 픽사의 몸값이 하늘 높이 띄워진 상태였다.

게다가 디즈니와 타임워너 넥스 트컴 등둥 구매 희망자가 여럿 있 어서 프리미엄까지 듬뿍 붙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가 터진다면 어떨까?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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