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749화 (749/1,007)

725회

블록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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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도 많았던 암호화폐 비트코인이다.

유재원은 곧장 인공지능 골드가 찾아준 하이퍼링크를 타고 해당 논문을 바로 다운로드받아서 살펴보았다.

IDW로 작성된 논문의 전체 분량은 a4 9쪽에 지나지 않았기에, 꼼꼼히 살펴보는데도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똑같네.”

기술 가속 때문에 혹시나 논문의 내용이 유재원의 머릿속에 있는 회귀 전의 버전과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다행히도 지금 모니터 위에 펼쳐진 논문은 유재원의 머릿속의 것과 마침표 하나까지 동일했다.

대신 회귀 전에는 논문을 발표하고 나서 6개월쯤 뒤에야 비트코인 코어 프로그램을 발표했는데, 지금은 논문과 동시에 코어 프로그램도 발표했다는 차이가 있었다.

“비트코인이라니.”

유재원의 목소리에는 아련함이 담겨 있었다.

비트코인이 유행할 때의 기억이 아스라이 떠오른 탓이다.

회귀 전의 타임라인을 보자면 2008년 8월에 논문이 나왔고, 2009년 1쯤 최초의 제네시스 블록이 나오면서 코인이 처음 발행되었다. 2월에 블록체인 네트워크 노드에 참여하면서 채굴도 동시에 하는 비트코인 코어 프로그램의 0.1 버전이 공개되었다.

암호화폐라는 단어를 처음 만든 비트코인이지만 출시 후 몇 년 동안은 사회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지는 못했다.

1비트코인이 1센트도 안 되는 가치였다. 그렇기에 혹시나 하고 호기심에 비싼 전기세를 물어가며 채굴에 참여했던 이들은 채굴된 비트코인을 지워 버린다거나, 쓰레기통에 버려 버리기도 했다.

비트코인의 시세가 대폭발하기 시작한 건 최초의 논문이 나오고서 5년이 지난 후였다.

정확한 시기는 2013년 4월이었는데, 갑자기 시세가 폭발하더니 1비트코인의 가격이 100달러를 넘어서 버린 것이다.

2009년에는 1센트도 되지 않았던 것이 100달러를 넘어섰으니, 1만 배의 가치 상승이 이뤄진 것이었다.

그렇지만 몇 개월 지나자 100달러도 우스워졌다. 그해 겨울이 되자 1,200달러를 돌파했으니 말이다. 이듬해에는 다시 100달러 후반대까지 폭락해 버릴 만큼 극심한 변동성을 자랑했지만, 한 번 돈맛을 본 이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때 화폐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걸 알았어야 했는데.”

암호화폐가 돈이 된다는 것이 알려지자 시세는 대폭발했다.

비트코인의 시세가 최고점을 찍었던 2018년 12월 19일에 1비트코인은 18,984.77달러를 찍었다. 이후 꾸준히 내리막을 걸었고, 암호화폐 시장이 붕괴될 때까지 최고점을 수복하진 못했지만, 이 엄청난 숫자에 눈이 멀어 버린 이들은 뒤늦게 암호화폐에 뛰어들었다.

거기에 유재원도 있었다.

당시 유재원은 자그마한 개인 창업 후 개발자로서 한창 이름을 날리고 있던 시절이었다.

하루 종일 컴퓨터를 만졌으니 암호화폐도 당연히 귀에 들어오게 되었다. 덕분에 비교적 이른 2015년에 처음 비트코인 지갑을 만들었고, 비트코인 채굴을 조금 해 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한국에도 비트코인 광풍이 불면서 빗섬이니 코빗이니 하는 거래소라는 게 생겨나자 그야말로 전국민적인 이슈가 되었다.

이쯤 되면 깊은 산에서 수행하던 스님, 육아에 바빴던 아이 엄마까지도 비트코인 거래에 관심을 둘 정도였다. 그러자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으로 외국의 시세보다 20~30%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으로 거래가 되기 시작했다.

그쯤 되자 유재원도 혹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때마침 잠시 잊고 있던 비트코인 지갑이 생각났다.

2017년 말이었는데, 당시 시세는 1비트코인에 1천만 원이었다.

유재원의 지갑 속에 있던 비트코인은 130개였으니 13억 원이라는 공돈이 생긴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회사를 뛰쳐나와 개인 개발자로 있었던 유재원에겐 그야말로 단비와 같은 돈이었다. 여기에 바다 건너 미국에서 레밍턴 아저씨가 남겨준 재산이 전해지면서 사업의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그런 유재원이 비트코인에 다시 손댄 것은 몰락한 다음이었다.

그때가 2030년 초반이었다. 그전까지는 승승장구하면서 수백억 원도 만져봤던 유재원이었다.

구글에서 양자컴퓨터 기반의 강인공지능을 만들어놓고도 제어하지 못해 난리법석일 때, 이를 제어할 수 있는 기계 심리 모듈까지도 완성하면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그러한 성과를 일성에게 홀라당 강탈당하고 나서, 재기를 위해 아둥바둥거릴 때 완전 무일푼은 아니었다. 게다가 제2의 암호화폐 붐도 불어서 투자를 했다.

그것이 유재원의 몰락을 가속화하는 독이 되었다.

인류 역사에 기록될 위대한 대과학자인 뉴턴도 주식 투자에는 실패했다. 주식보다 더 심한 변동성을 가진 게 암호화폐 시세였던 것이다.

유재원이 비트코인으로 대박을 터트릴 수 있었던 건, 본인이 직접 채굴한 코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로 시작한 투자는 채굴 없이 거래소를 통한 방식이었다.

채굴 난이도가 어마어마하게 상승한 탓에 개인용 컴퓨터를 백날 돌려봐야 코인 1개도 채굴해낼 수 없었다. 그러니 그냥 거래소에서 돈을 주고 사서, 시세 차익을 노리는 전략이었다.

처음엔 좀 괜찮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망해 버렸다.

기술 특이점을 넘어선 양자컴퓨터 기반 인공지능이 암호화폐의 취약점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의 근간 자체인 보안성이 무너져 버렸기에 1개에 수천만 원이나 했던 암호화폐는 아무 의미도 없는 비트 덩어리가 되었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꼴이었다.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기존의 암호체계는 다 깨질 거라고 했지만, 암호의 완성도에 따라서 충분히 방어할 수 있었다.

유재원도 투자하기 전에 충분히 암호화폐의 체계를 검토했는데, 취약점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뛰어든 것이었는데, 미처 발견하지 못한 취약점이 폭탄처럼 터져 버렸다.

“아, 참. 그땐 복수에 눈이 멀어서 마음이 급했지.”

좀 더 여유를 갖고 검토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지금도 남아 있었다.

중요한 건 유재원만 손해를 봤던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당시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소에 등록된 코인들의 전체 규모는 한국 원화 기준으로 300조 원이 넘었다.

그 엄청난 자금이 한순간에 증발해 버린 것이었다.

개인들이 입은 타격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소수의 큰손은 그렇지 않았다. 지갑 하나에 수백만 개의 코인을 가지고 있던 이들은 현금화를 해 놓은 돈이 있었기에 암호화폐가 붕괴해도 살아남았다.

그러한 큰손 중에는 암호화폐를 설계한 사람들이 죄다 포함되어 있었다. 코인을 만든 장본인이었으니, 그들의 전자 지갑에는 수만 개의 코인이 처음부터 있었다.

비트코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니, 비트코인이 암호화폐의 대장 노릇을 하면서 모든 레퍼런스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이번엔 누가 이기나 보자고.”

아련한 과거의 기억에서 돌아온 유재원이 전의를 불태웠다.

회귀 전 마스터플랜을 짤 때부터 암호화폐에 대한 결과를 내려놓은 상태였다.

유재원이 내린 결론은 너무도 단순 명쾌한 ‘깽판’으로 요약될 수 있었다. 암호화폐가 작전 세력의 놀이판이 되기 전에 싹쓸이하겠다는 것이다.

무엇을?

코인을 말이다.

암호화폐 거래에서 중요한 건 채굴되는 코인의 양이었다.

주식? 현물? 어떤 거래 시장이든 총알 없이는 전쟁에 참가할 수 없고, 총알이 많을수록 승률이 올라가는 건 상식 중 상식이다.

암호화폐 역시 잔고가 넉넉할수록 좋다.

다만 암호화폐의 발행에는 채굴 작업이 필수였다. 여기에는 막대한 컴퓨팅파워가 필요한데, 역사상 최고의 컴퓨팅파워를 내는 시스템이 유재원의 손에 있다.

엑사플롭스 단위의 연산력을 뿜어내는 클라우드 시스템이다.

회귀 전을 기준으로 하자면 엑사플롭스라는 단어는 2017년쯤에나 등장할 단위였다. 그것을 10년은 빠르게 완성한 존재가 유재원이다.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가 제네시스 블록으로 수만 개의 코인을 가지고서 시작한다고 해도, 클라우드 시스템의 컴퓨팅파워라면 단번에 따라잡을 수 있다.

다만 분명히 해야 할 점은 유재원은 비트코인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클라우드 시스템을 동원해 확보한 코인으로 유재원은 존버를 하다가 시세 차익을 노리겠다는 의도는 전혀 없었으니 말이다.

큰손들이 자전 거래를 통해 암호화폐에 거품을 잔뜩 끼얹은 다음, 혹하고 들어온 개미들에게 물량을 떠넘기는 것이 암호화폐로 큰돈을 버는 메커니즘이었는데, 이를 초장부터 파훼하겠다는 게 유재원의 전략이었다.

1비트코인당 최대 1천 달러 정도의 가치가 매겨지는 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그 이상으로 치솟는 건 투기적 과열이었다.

개인 투자자의 피해가 속출하기 시작한 것도 1비트코인의 시세가 1천 달러를 넘어서부터였으니, 유재원은 거품을 만드는 작전이 시작되면 막대한 물량으로 소방수 역할을 할 작정이었다.

물론 아직도 머릿속 한편에는 비트코인 네트워크 자체를 파괴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기술 특이점을 돌파한 인공지능이 밝혀낸 취약점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유재원은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유지를 선택했다.

여기에는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장악하면 얻을 수 있는 무형의 이익 때문이었다.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기존 금융 시스템의 간섭을 벗어났다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코인의 발행도 개인이 하고, 거래도 개인이 하니 금융기관의 개입 없이 금전 거래를 할 수 있다고 선전했다.

일반인에게는 그다지 큰 어필 포인트는 아니었다.

해외에 돈을 송금할 때,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것 정도가 전부다. 대신 검은돈을 만지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유용한 도구였다. 각종 범죄 수익이나, 탈세로 만든 비자금을 숨기기에 안성맞춤인 자산이 비트코인류의 암호화폐였다.

그러니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장악한다는 것은 곧 검은돈의 흐름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 중에서 유재원이 주목하는 건 중국의 권력자들이었다.

회귀 전 비트코인이 1개당 1만 달러를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검은돈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점이 나중에 큰 문제가 되었다. 암호화폐의 취약점으로 인해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붕괴되면서 수백조 원이 공중 분해될 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게 중국의 큰손들이었으니 말이다.

비트코인 네트워크 붕괴라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킨 강인공지능은 미국산이었다.

미국과 중국 사이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넘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더욱이 사건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 붕괴라는 위업을 이뤄낸 기술 특이점은 곧바로 4차 산업 혁명을 완수했다. 단순 노동에서부터 전문 분야까지 인공지능의 효율이 인간의 노동력을 넘어서 버린 것이다. 그에 따라 인건비와 물량으로 승부했던 중국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중국 내부에서 전쟁 불사라는 말이 나오기까지 했을 만큼 미중의 대립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그나마 다행히 유재원이 눈을 감기 전까지 전쟁은 터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미국과 중국의 대립으로 세계는 둘로 갈렸다.

두 나라 사이에 언제든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고, 전쟁이 터진다면 제3차 세계대전이었다.

특이점을 넘어선 양자컴퓨터로 돌린 전쟁 시뮬레이션에서 공멸이라는 결과만 나오지 않았더라면, 미국 아니면 중국 한쪽에서 핵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르고도 남았다.

“일단 비트코인 코어 프로그램을 실행해 볼까.”

회귀 전의 일을 회상했던 유재원은 현실로 돌아와 비트코인 프로그램을 다운로드받았다. 바이러스 검사는 물론이고 리버스 엔지니어링으로 백도어가 있는지 확인도 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버추얼 머신을 실행한 다음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클라우드 시스템에서 실행한다는 건 파급력이 상당한 일이었기에, 보안 절차를 과할 정도로 챙기는 것이 모자란 것보다 낫다.

프로그램 자체에 문제는 없었다.

담백한 논문처럼 프로그램도 비교적 간단한 구조였다. 다만 GPU 연산을 지원하지 않고 있어서 약간의 개조 작업은 필요했다.

CPU의 연산력만 동원하는 것과 GPU까지 동시에 가동하는 것에는 퍼포먼스의 차이가 10배 이상이었다. 게다가 ID 그룹의 클라우드 시스템이 발휘하는 강력한 연산력도 GPU 가속에 기반하고 있었다.

검증 작업을 모두 마친 유재원은 채굴 작업만 개선된 비트코인 코어 프로그램을 클라우드 서버에 업로드했다.

“음, 일단 1엑사플롭스만 할당해 볼까.”

컴퓨터 전문가들이 들었으면 기함이 절로 나올 소리를 천연덕스럽게 하면서 유재원은 비트코인 코어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특히 일단이라는 말에는 추가적인 연산력을 얼마든지 더 추가할 수 있다는 뜻이 숨겨져 있었다.

그렇지만 절대 허세가 아닌 게 유재원이 사사로이 동원할 수 있는 연산량은 10엑사플롭스가 넘었다.

작년부터 수행하고 있던 프로젝트 때문에 여력이 없어서 그렇지, 이벤트가 끝나면 지금의 10배를 더 투입할 수 있다.

띵!

경쾌한 소리와 함께 프로그램이 실행됐다.

실행 후, 유재원은 모니터링 툴만 보면서 시간을 좀 때워야 했다.

클라우드 시스템의 규모가 너무도 거대했다. 게다가 대륙별로 나뉘어 있었기에, 프로그램이 전달되어 실행하는 것이나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이루는 것에 약간의 시간이 필요한 탓이다.

그렇게 십여 분쯤 지났을까.

모니터링툴에 뜬 채굴 퍼포먼스 수치가 쭉쭉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유재원의 전자 지갑에 코인이 쌓이기 시작했는데, 그 속도가 무시무시했다.

“1분에…… 12개 정도네. 채굴 초기라 그런가 효율이 좋군.”

비트코인 1개의 가격이 2천만 원으로 최고점을 최전성기 기준으로 삼는다면, 1분에 2억4천만 원을 버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건 비트코인의 특성상 채굴 난이도는 채굴된 코인의 숫자에 비례해 급상승하니, 나중에 가면 채굴 속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 무서운 사실은, ID 그룹이 실시간으로 벌어들이고 있는 순익은 비트코인의 채굴 퍼포먼스를 뛰어넘고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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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어제 엔비디아가 발표한 새로운 GPU 암페어의 발표를 봤는데, 놀랍더군요.

DGX라는 시스템 한 대로 5페타플롭스(32비트정수 연산 기준) 연산력을 뿜어낸다네요. 이거 200개만 있으면 1엑사플롭스네요. 우리 주인공 재원이는 엑사플롭스 달성을 위해 수백만 대의 시스템을 이어야 했는데..

역시 IT기술 개발은 시간이 깡패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주말이네요!

건강히 잘 보내시고, 월요일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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