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756화 (756/1,007)

732회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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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릇파릇한 젊음을 뿜어내는 여자아이들이 옹기종기 텔레비전 앞에 모여 있다.

아이들 앞에 있는 55인치 보르도 UHD TV 안에서는 올림픽 특집 음악 프로가 화려한 영상미를 뽐내면서 펼쳐지고 있었다.

-다음 무대는, 무서운 신인 샤이니의 무대입니다. 누난 너무 예뻐.

카메라는 샤이니라는 남자 아이돌그룹으로 전환되었고, 전주와 함께 화려한 퍼포먼스가 시작되었다. 라이브와 댄스를 동시에 한다고 해서 드림 퍼포먼스라고 명명된 드림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특유의 기예가 텔레비전에서 펼쳐졌다.

“아. 부럽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이들 중 하나에게서 부럽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나머지 아이들 역시 말은 안 해도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 자리에 있는 아이들 모두 데뷔를 꿈꾸는 아이돌 연습생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몇 달 전까지는 샤이니라는 그룹 멤버들과 같은 처지였다. 그러다 그 친구들은 샤이니로 데뷔를 했고, 아이들은 그대로 연습생으로 남아 있으니 부러워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우리도 데뷔할 수 있을까?”

“그럼!”

“언제?”

“내년쯤……?”

이어진 물음에 아이들 중 제일 연장자이고 의젓한 빅토리아가 당차게 답했다. 그렇지만 당장 언제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아이들이 속한 드림 엔터테인먼트라는 소속사는 매년 한 팀만 데뷔 시키는 전통 아닌 전통이 있었던 탓이다. 그러니 올해에는 샤이니 선배님(?)의 데뷔로 한 장의 티켓은 끝나 버린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니 내년이 유력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변만 없으면 말이다.

“그런데 우리 루나는 딴생각할 힘이 있다는 거네? 그러면 좋은 방법이 있지. 딴생각 나지 않을 때까지 연습하는 거야.”

“잘못했습니다.”

빅토리아의 말에 아이들은 필사적으로 손을 저었다.

하루 종일 춤과 노래, 심지어 외국어까지 연습하다가 겨우 생긴 쉬는 시간이었다. 엠넷의 카운트다운이라는 음악 프로그램은 드림 엔터테인먼트 아이돌 연습생 모두에게 필수 청취 프로그램이었다.

덕분에 모니터링이라는 명목으로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기도 했다.

더욱이 빅토리아는 권한이 있었다.

여자 연습생 A팀의 리더였기에 하자고 하면 따라야 했다. 아이들이 필사적으로 손을 저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지만 일말의 불안감은 사실이었다.

여기 옹기종기 있는 다섯 아이들은 적게는 3년, 길게는 5년이 넘게 연습생 생활을 하는 중이었다. 사실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만 빼면 여자아이들의 처우는 너무나 좋았다. 다른 기획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드림 엔터테인먼트의 처우는 업계 최고였다.

당장 연습실 옆 휴게실에 있는 TV는 1천만 원짜리 UHD TV였다. 지금이야 양산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면서 가격이 800만 원까지 내려다왔지만, 작년에 출시될 때만 해도 1천만 원이 넘었던 제품이 연습생 휴게실에 떡하니 놓였다.

물론, 여기만 있는 게 아니라, 드림 엔터테인먼트 사옥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지만 그만큼 투자가 활발했다는 이야기다.

TV뿐만이 아니라 소속 아이돌과 연습생에 대한 투자도 드림 엔터테인먼트만큼 하는 곳은 없었다.

이러한 성과는 곧 성적으로 나왔다.

드림 엔터테인먼트로 환골탈태 후 데뷔했던 아이돌 그룹은 모두 성공했다. TVXQ를 시작으로 9인조 남자 아이돌그룹 슈퍼 루키즈, 9인조 여자 아이돌그룹 소녀시대에 이어 샤이니까지.

런칭된 아이돌 그룹은 모두 성공했다.

내년은 분명히 여자 아이돌그룹이 런칭될 차례였고, 거기에 여자 연습생 A팀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다만 그때까지 연습생 A팀에 붙어 있을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였다.

월말 평가를 한 번 잘못 봤다고 강등이 이뤄지는 건 아니지만, 몇 차례의 불합격이 누적되면 여지없이 강등이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B팀에서 채우게 된다.

피도 눈물도 없는 그야말로 강철 같은 승강시스템이다. 때로는 야속하게 느껴졌지만, 드림 엔터테인먼트 연습생들은 시스템을 받아들였다.

이 자리에 있는 여자 연습생 A팀도 다들 그렇게 바닥에서부터 올라왔으니 말이다.

더욱이 승강시스템만 보면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드림 엔터테인먼트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정도 있다.

온정이 제일 잘 보이는 지점은 바로 포기하는 연습생들에 대한 처우였다.

데뷔가 무산됐다거나, 깊은 슬럼프 때문에 포기를 선택하게 되는 아이들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다른 기획사들이라면 그걸로 끝이었다. 최악의 기획사라면 연습생 비용을 물어내라고 추징을 한다는데, 그렇게 막장인 곳은 지금은 거의 박멸됐다.

드림 엔터테인먼트는 포기한 연습생의 취업을 최대한 도와주었다. ID 미디어의 방송국에 취업한 선배도 있고, 아예 드림 엔터테인먼트에 댄스나 보컬 트레이너가 된 선배도 있었다.

여자 아이돌 A팀의 보컬 선생님도 연습생의 꿈을 접고 정직원이 된 케이스였다.

다만 연습생이 트레이너가 되는 케이스가 많은 건 아니다. 남을 가르칠 수 있는 실력자인데, 꿈을 접고 트레이너가 되는 건 본인에게도 힘든 일이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연습생들로부터 무시를 당할 수도 있었다.

연습생의 생사여탈을 쥐고 있는 평가단에는 트레이너도 속해 있었고, 드림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 평가 목록 중에는 인성의 비중이 상당했다.

연습생 등급 향상이나 데뷔에는 실력이 최우선이다. 대신 인성은 절대 평가 요소였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인성에서 결격 사유가 발견되면 탈락이다.

데뷔하고서 인성이란 폭탄이 터지는 게 최악이니 미리 잘라 놓겠다는 전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인터넷과 모바일의 시대가 도래한 지금, 과거에는 쉽게 묻어 둘 수 있었던 것들이 쉽게 드러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아이돌 데뷔 후 학폭에 연관되었다거나, 학창 시절 룸살롱에 빈번히 드나들었던 일이 터지면서 그룹이 망가지는 일은 빈번하게 일어난 일이었다. 하지만 드림 엔터테인먼트에서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철저한 인성 관리 덕이었다.

다만 천하의 드림 엔터테인먼트라도 사람의 마음을 멋대로 조종할 수는 없는 법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드러나는 건 분명 있었고, 이를 잡아내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었다.

“얘들아!”

여자 연습생 A팀이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선배 그룹들을 보며 부러움을 삭히고 있을 때, 휴게실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들어왔다.

그의 등장에 텔레비전을 보며 풀어져 있던 연습생들이 자세를 바로 했다. 드림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 팀장이었기 때문이다.

이상한 일이었다. 오늘은 자율 연습만 있는 날이기에 팀장님이 내려올 일은 없었으니 말이다.

“아, 팀장님. 무슨 일이에요?”

“일단 이거부터 봐라.”

빅토리아의 물음에 팀장이라는 사람은 본인의 스마트폰을 들었다. 광택이 새것처럼 반짝반짝거리는 스마트폰은 작년에 출시되었던 안드로이드 S7이었다.

팀장의 스마트폰에는 이미 유튜브 앱이 띄워진 상태였다. 거기에서 공유 아이콘을 탭 하자 바로 아이들이 보고 있던 보르도 UHD TV에 그 영상이 큼지막하게 띄워졌다.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

그것은 30분 전, NBC 사장 아서 왓슨이 직접 발표한 초대형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에 대한 유튜브 요약본이었다.

아서 왓슨의 발표 타이밍에 맞춰서 비공개 상태였던 여러 정보들이 풀렸다.

유튜브에는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라는 채널이 생겼고, 유튜브 메인 페이지에 큼지막하게 노출되었다.

채널에는 아서 왓슨 사장의 기조연설과 함께, CF 같은 감각적인 연출로 만들어진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에 대한 요약본도 올라왔다.

플레이 타임도 5분으로 짧았고, 이해도 쑥쑥 되도록 쉽게 만들어진 영상이었고, 팀장이 보르도 UHD TV로 공유한 영상도 바로 이것이었다.

“이게 뭐예요?”

연습생 아이들도 한 번 보고 오디션의 개요나 절차에 대해서 바로 이해했을 정도다. 다만 팀장이 이 영상을 보여 주는 이유에 대해서는 짐작하지 못했기에 질문이 바로 이어진 것이다.

“너희들의 첫 공식 스케줄이다!”

공식 스케줄?

“에? 여기에 저희도 참가해요?”

그 뜻을 제일 먼저 이해한 빅토리아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A팀 연습생의 팀장이고 제일 맞은 나이기도 했던 빅토리아는 중국인이었지만, 본인의 노력으로 한국어를 마스터했다.

그렇기에 팀장의 말을 이해하고 바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A팀의 데뷔는 내년인데,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에 참가한다니 말이다.

만에 하나 본선 진출도 못 하고 떨어진다면, 데뷔 앨범 하나 내보지도 못하고 그간의 노력이 허무하게 끝나는 거 아니겠는가.

빅토리아의 설명에 아이들도 대번에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한국 한정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면 해 볼 만 하겠지만, 글로벌 오디션 서바이벌이었다. 게다가 본선 무대는 미국서 열린다는데, 이제껏 미국에서 성공한 아이돌은 단 한 팀도 없었다.

심지어 일본에서 초대박을 터트려 아시아의 별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보아 선배도 미국 진출은 경험을 쌓았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정도에서 끝이었다.

아이들의 얼굴에 시름이 쌓였다.

동시에 도대체 이 결정을 누가 내린 것인지 궁금해졌다. 당찬 아이들이라서 당장 이유를 따질 기세였다.

“회장님 지시란다.”

“회장님?”

순간 아이들은 팀장이 누굴 지칭하는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드림 엔터테인먼트에는 회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장이라면 드림 엔터테인먼트의 사장 한상수였다. 과거 LSM에서는 팀장에 머물고 있던 이였는데, 드림 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하며 사장으로 발탁되었다.

여기서 좀 위로 올라가면 ID 엔터테인먼트의 스테판 바버 사장이 있다. 드림 엔터테인먼트 식구들은 연초나 연말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는 사람이었다. ID 엔터테인먼트가 아우르는 거대한 사업 영역에서 드림 엔터테인먼트는 그야말로 미미한 존재감이었으니 말이다.

스테판 바버 사장이 끝이 아니었다. 그 위에는…….

“설마!”

감이 좋은 A팀의 막내가 드림 엔터테인먼트의 조직도를 떠올려 보다가 뭔가를 알아챈 듯 소리쳤다.

“그 설마가 맞다. 유재원 회장님이시다.”

팀장도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 지시니깐 A팀은 무조건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에 지원한다.”

반론은 없다는 것처럼 팀장은 잘라 말했다.

지시를 받은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회장님 지시라는데, 반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참고로 회장님께서는 너희에게 매우 큰 기대를 하고 계신다고 말씀하셨단다.”

기대라니.

부담감이 확 들어왔다.

“그런 말씀과 함께 선물도 보내 주셨어.”

선물?

부담감에 어쩔 줄 모르던 아이들의 눈에 호기심이 확 떠올랐다. 아이들의 눈빛을 확인한 팀장은 대충 들고 왔던 쇼핑백을 펼쳐 보였다. 겉으로 보기엔 너무나 평범해서 팀장이 막 휴게실에 들어올 때는 아이들은 인지조차 못했던 백이었다.

그 안에는 화려한 포장지로 꾸며진 작은 상자가 5개 있었다.

팀장은 빅토리아부터 선물상자를 전해 줬다. 고맙다는 말이 나오자마자 포장지는 아이들의 손에 의해 해체되었다.

“스마트폰!”

“S8!”

포장지가 순식간에 해체되며 모습을 드러낸 건 며칠 전 발표된 안드로이드 S8이었다.

예약이 아니면 구하기도 힘든 물건이었고, 덕분에 중고나라에는 프리미엄이 잔뜩 붙은 제품이 올라오는 것도 기본이었다. 유재원은 그런 안드로이드 S8을 연습생들에게 모두 선물로 보내 준 것이다.

그만큼 유재원이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에서 연습생 A팀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이니깐 어디 가서 비밀로 하고 들어만 봐라.”

“네! 무슨 이야긴데요?”

“회장님의 중국 스케줄이 끝나면 한국에 오신다는 건 알고 있지? 주요 스케줄은 따로 있지만, 내가 보기엔 우리 회사에 방문하실 가능성도 매우 높아. 너희들을 직접 언급하신 것도 그렇고, 이렇게 최신 스마트폰을 선물로 주신 것도 그렇고. 한국에 오신 김에 너희도 챙기실 가능성이 높을 거 같은데, 안그래?”

안드로이드 S8을 켜고서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는 것에 정신이 팔린 연습생들에게 팀장의 말은 충격이었다.

몇 초간 얼음이 된 것처럼 굳어 있던 아이들은 미리 짰던 것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걸 이제 말씀해 주시면 어떻게 해요!”

난리를 치며 바로 휴게실 옆의 연습실로 향하는 아이들이다. 그러면서도 선물로 받은 스마트폰은 모두 손에 들었다.

“어휴.”

팀장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팀장에게도 선물이 없던 건 아니었다. 액션캠 R4. 제품이 발매되자 드림 엔터테인먼트의 매니저급 직원들에겐 다 뿌려진 물건이었다. 드림 엔터테인먼트의 기조가 팬들과의 활발한 소통 아니던가.

딱 봐도 아이들의 평소 모습이나 연습하는 모습을 찍어 SNS나 유튜브에 올리라고 보내 주신 선물이다.

팀장도 액션캠을 켜고 맹렬히 연습에 돌입한 아이들의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

유재원은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다. 유재원의 전용기에는 스타크래프트 두 번째 확장팩, 리치 왕의 분노라는 거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식구들이 가득했다. 포상 휴가를 받은 이들 중 베이징 올림픽 직관을 선택한 이들과 함께 가는 중국행이었기 때문이다.

다들 흥분과 설렘이 가득한 표정들이지만, 일등석에 따로 앉은 유재원의 표정은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2008년 8월 8일은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이 있는 날이기도 하지만, 앞으로의 세계 흐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작은 전쟁이 터지는 날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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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베이징 올림픽 때, 올림픽 취소되고 세계전쟁 날 거라는 루머도 있었던 걸로 기억나네요.

그런데 정작 취소된 건 도쿄 올림픽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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