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757화 (757/1,007)

733회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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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여기가 베이징이야? 인터넷으로 본 거랑 많이 다른데?”

“그러게. 여행책자에서 봤던 거랑 완전 다르군.”

“언제 나온 책이냐? 버려야 겠다.”

베이징 수도 국제공항에 도착한 전용기에서 내린 유재원은 뒤따르는 블리자드 직원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번 올림픽을 위해서 베이징 전체가 완전히 리모델링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특히 외국인들이 공항에 도착한 다음, 숙소까지 이동하는 동선은 오점 하나 보이지 않도록 완벽하리만큼 깔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불가피하게 치우지 못하는 구시가지나 슬럼가는 커다란 벽을 쌓아서 가려 놓았다. 88 서울 올림픽 때의 기억도 선명한 유재원에겐 그런 요소들이 유독 눈에 잘 들어왔다.

“회장님, 그리고 블리자드 임직원 여러분. 12억의 심장 베이징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유재원과 블리자드 임직원을 격하게 환영하는 이는 텐센트의 회장 마화텅이었다.

이미 중국에서 엄청난 거물이 된 마 회장이 직접 공항까지 나와서 손님을 영접한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마 회장이 창업한 텐센트의 무시무시한 성장세로 중국에서 한 손에 꼽을 규모의 기업이 되기도 했지만, 마 회장이 속한 상하이방도 중국 공산당 내에서의 약진이 대단한 규모였다. 비록 후진타오가 이번 올림픽을 기점으로 퇴임하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었지만, 중국의 차기 권력자인 시진핑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쓰촨성 대지진에서의 활약은 마 회장을 일약 스타로 만들어 주었다.

해외로 나간다면 중국에 기반을 둔 거대 게임 회사의 회장 정도지만, 중국 안에서는 그 이름값이 과거와 차원이 달라졌다.

그렇지만 이런 마 회장이라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유재원이다.

“환대에 감사합니다. 마 회장님.”

“무슨 말씀을요. 유 회장님이라면 저는 물론이고 중국의 인민들 모두가 환영하고 있습니다.”

마 회장의 말은 그냥 빈말은 아니었다.

단적으로 작년까지만 해도 거의 보따리 장사 수준이었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판매량은 이번 S8 발매를 계기로 폭발 중이었다.

예약 물량인 1천만 대는 IDDC의 첫날을 기점으로 일괄 납품되었다.

1천만 대를 한 번에 납품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지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만드는 생산 기지가 바로 한국이었다. 황해만 건너면 바로 지척이니, 화물기가 아닌 배로 띄워도 반나절이면 중국에 내려놓을 수 있었다.

하역이나 통관도 중국답지 않게 번개처럼 빨랐다.

순식간에 항구를 벗어난 안드로이드 물량은 베이징과 상해를 중심으로 중국 전역에 퍼져 나갔다. 그리고서 텐센트에 추가 주문이 쏟아져 들어왔다.

유튜브나 구글, 넥스트컴과 같은 ID 그룹의 주요 서비스를 국가적으로 차단한 중국이지만, 유사품들은 존재하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오리지널을 그대로 베낀 짝퉁이지만, 중국의 압도적인 인구수를 힘으로 삼아 무섭게 성장한 서비스들이었다.

그곳에서 안드로이드 S8의 리뷰가 올라왔는데, 모두 호평이었다.

북경어와 광둥어, 2개의 대표적인 중국어에 대한 지원은 완벽했으니 말이다.

예전부터 그랬다. 중국의 복잡한 한자 입력 시스템도 90년대 초부터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가 완벽하게 구현했다. 스마트폰에서의 한자 입력 역시 마찬가지다. 차세대 번역기 시스템을 무기로 발매된 S8도 마찬가지였다.

쓰촨성 대지진을 계기로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를 통해 구매로 이어진 고객들을 확실한 성능으로 완벽하게 매료시켰다.

과거에는 알음알음 퍼져 나갔다면, 이번엔 대유행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올림픽 열기를 띄우는 데 열심인 CCTV는 물론이고 지역 방송에서까지 그 열기를 보도할 정도였다.

덩달아 중국 유통망 개설을 끝냈고, 조만간 오픈을 앞둔 P마켓에 대한 관심도 대단한 수준이었다.

오픈만 한다면 당장 중국의 전자 상거래를 장악할 기세였다.

그러한 기미가 확실히 보이는 곳이 바로 P마켓 입점을 희망하는 제조사들의 숫자였다.

중국 내의 큰손들부터, 중국에 직접 진출은 못하더라도 물건은 팔고 싶어 하는 외국의 대기업들까지. 그 숫자와 물량은 대단한 수준이었다.

중국의 주요 거점에 세워진 최첨단 물류 창고는 빡빡할 정도로 채워졌다. 재미있는 건 반대로 중국에서 만들어진 물건을 사고 싶다는 문의도 많았다는 점이다.

같은 품질이라도 중국에서 만든 제품의 가격은 엄청나게 저렴한 수준이었다. 가격 경쟁 자체가 불가능했다. 중국 하면 너무도 저질의 품질이 절로 떠오르지만, 생산 단가를 조절하면 충분히 내구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중국 당국에서도 P마켓을 통한 수출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세계의 공장을 지향하고 있었던 중국이지만, 판로에 대해선 고민이 참 많았다. 그런데 P마켓을 통한 국제적 B2B 모델이 정착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었다.

물론 중국 당국은 P마켓으로 국제적 B2B 모델이 성공한다는 걸 확인하면, 완전히 중국 자본으로만 이뤄진 또 다른 B2B 사이트를 런칭하겠다는 속셈도 있었다.

유재원도 중국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방심은 하지 않았다. 중국의 행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전문가가 유재원이지 않은가. 중국이 180도 얼굴을 바꿔 P마켓이 일군 과실을 탐낸다면 미련 없이 손 털고 나오겠다는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

대신 그런 일이 일어날 경우, 중국의 정권과 공산당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걸 전 세계에 보여주는 증거로 삼을 것이다.

2019년쯤부터 일어난 미·중 무역 분쟁을 일찌감치 앞당기는 사건으로 만들겠다는 게,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하는 유재원의 대비책이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텐센트의 비즈니스는 모두 ID 그룹의 힘에 기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최근 중국에서 시진핑 다음으로 이름값이 올라간 마 회장이 공항에 나와 유재원을 영접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마 회장은 빈손으로 나오지 않았다.

유재원의 안정적인 이동을 위한 자동차와 블리자드 임직원들을 위한 리무진 버스도 준비해 놓았다.

“그럼, 호텔로 가시지요. 이른 저녁이지만 제가 성심을 다해 준비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성의를 감사히 받아주는 것도 비즈니스의 일환이었다.

곧이어 유재원과 일행들은 마 회장이 준비한 이동 수단을 타고 공항을 나섰다.

신기한 건 베이징 국빈 호텔까지 가는데 유재원 일행은 신호에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국빈 정도에게만 해 주는 교통 신호 정리를 유재원에게도 해 준 것이었다. 모두 중국이 유재원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해 주는 서비스였다.

베이징 국빈 호텔 프레지덴셜룸을 비워놓고 있었던 것도 환심 사기의의 연장선이었다. 물론 중국 당국이 한 게 아니라 마 회장이 행한 조치였었다..

유재원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관을 결정한 건 최근이었는데, 그 이전까지만 해도 참가가 불분명한 유재원을 위해서 귀빈용 호텔방 하나를 비워 놓는 건 큰 리스크였다. 그것도 전 세계에서 지도자급이 거의 모두 참석하는 올림픽 개막식을 앞두고 말이다.

마 회장의 도박은 성공했다.

유재원과 블리자드의 임직원들 모두는 준비된 숙소와 화려한 저녁 만찬에 크게 감동했고, 마 회장에 대한 호감도 대폭 증가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이른 저녁을 잘 챙겨 먹은 유재원과 블리자드 임직원들은 개막식 참석을 위해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이동했다.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은 베이징 국가체육장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겉으로 보면 새의 둥지 같은 모양이었고, 딱딱한 이름 대신 자주 불리는 별명도 새 둥지라는 뜻의 냐오차오였다.

2002년 12월부터 공사를 시작해서 올해 3월에 겨우 완공했으니, 공사 기간만 5년 4개월에 이르는 초장기였다.

그만큼 규모도 거대했는데, 좌석 숫자만 91,000개에 달했다.

유재원은 국빈석 맨 뒷자리를 배정받았다. 블리자드 임직원들의 경우에는 근처의 일반석이었다.

이것 역시 특혜였다.

말 그대로 한 나라의 국가지도자급만 들어오는 공간에 들어오게 해 줬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덕분에 유재원은 전 세계 지도자들이 자리할 때마다 인사와 악수를 나눌 수 있었다. 자그마한 나라의 대통령과 총리부터 먼저 들어왔고, 이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건 재미있는 일이었다.

유재원은 단순히 악수로만 끝내지 않고, 상황을 보다가 무례가 되지 않는 선에서 셀카를 함께 찍기도 했다. 대부분 흔쾌히 유재원의 요정을 받아 줬다. 국빈들 역시 유재원과 친분을 쌓아 둬서 나쁜 건 없었으니 말이다.

다만 이렇게 찍은 셀카는 소장용으로 삼고, SNS에는 올릴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개막식 중계 카메라를 타고 전 세계에 보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0년대 후반만 돼도 텔레비전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폭락하겠지만, 지금은 인터넷 이상이었다. 텔레비전을 타는 것만으로 SNS에 올린 것만큼의 효과는 충분했다.

잠시 후, 유재원의 악수 리스트에는 노 대통령과 푸틴 총리, 앨 고어도 추가되었다. 여기서 푸틴은 대통령이 아니라 총리였다. 2008년 봄에 대통령의 임기가 끝났는데, 3선 금지 법안 때문에 재출마를 한 번 쉬고, 총리로 내려온 상태다.

현재 러시아의 대통령은 푸틴의 심복인 메드베데프였지만, 그 누구도 러시아의 권력이 이동했다고 보는 사람은 없었다.

푸틴과도 반갑게 악수를 나눈 유재원은 마지막 타자인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과 악수를 나누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중국은 유 회장의 은혜를 잊지 않을 겁니다.”

심지어 후진타오는 유재원의 손을 두 손으로 잡으면서 쓰촨성의 이야기까지 언급했을 정도다.

쓰촨성은 뭔가 대가를 바라고 한 게 아니라, 혜성이 하나만 보고 벌인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말해 주니 참 고마웠다.

다만 후진타오 주석은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면 퇴장할 양반이었다. 후진타오의 후임인 시진핑도 과연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유재원은 절대 아니라는 것에 본인의 전 재산도 걸 수 있다.

잠시 후.

2008년 8월 8일, 오후 8시 8분, 8초에 후진타오 국가 주석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을 선언했다. 8이 6번이나 들어가 있는 시간을 딱 맞춘 건, 중국에서 8을 길한 숫자로 여기기 때문이었다.

개막식의 시작은 그러자 화려한 불꽃놀이가 벌어졌다. 특히 주 경기장을 향해 걸어오는 거인의 발걸음을 불꽃놀이로 만든 게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마지막 한 걸음만 진짜 불꽃으로 만든 발자국이었고, 이전의 발자국들은 CG와 영상을 합성한 것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중국이 칼을 갈아온 개막식 행사가 시작되었다.

대륙의 기상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를 만큼 개막식의 규모는 성대했다. 한국 돈으로 6천억 원을 쏟아부었으니,, 그 화려함은 이전엔 찾아볼 수 없는 규모였다.

국빈석에 앉은 이들도 다들 눈을 크게 떴고, 누구는 입까지 살짝 벌어졌다. 대통령이나 총리라면 국가적 행사에 여러 번 참석하면서 경험치가 제법 쌓였을 텐데도, 중국이 준비한 스케일은 상식의 수준을 뛰어 넘었다.

반면, 맨 뒷자리에 있던 유재원만 그저 그랬다.

화려하게 꾸며진 개막식 퍼포먼스에는 그 어떤 감동도 없었다. 그저 중국의 역사가 이렇게나 오래되었고, 중국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것들도 이렇게나 많았다는 식이었다.

무엇보다 중국의 절대적 이념인 하나의 중국을 강조했고, 이를 위해 만들어진 베이징 올림픽의 슬로건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을 자랑하려고 하는 게 노골적이었다.

자국 내에서 통합과 단일대오 형성을 위한 프로파간다로만 쓰이는 건 그런대로 봐 줄 만 했다. 게다가 하나의 중국이라는 타이틀을 놓치지 않기 위해 청나라 채권 상환까지도 감수했으니, 유재원이 중국 지도부였다면 역시나 그 돈이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선전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지만.”

가장 큰 위험요소는 중국이 패권에 대한 야심을 굳이 숨기지 않는 나라라는 점이었다.

영토에 대한 팽창 야욕도 대단해서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을 압박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중국 공산당의 체제 선전에 경제를 동원했다.

공산당의 심기를 거스르면 돈으로 보복하는 걸 수도 없이 보았던 유재원이다. 지금은 ID 그룹에 무척이나 호의적인 태도지만, 이런 모습이 180도 달라질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었다.

이처럼 유재원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들이 쏟아지는 개막식이지만, 잠자코 지켜만 보았다.

그렇게 몇십 분이 흘렀을까.

“터졌군.”

유재원은 푸틴 총리 주변이 소란스러워지는 걸 보고는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는 걸 바로 알았다.

지잉.

1분도 지나지 않아서 유재원의 스마트폰에도 알람이 떴다.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살짝 꺼내 보니 정보팀이 보낸 긴급 메시지가 있었다. 붉은 바탕에 노란색 글자로 큼지막하게 뜬 메시지창에는 짧은 문장 하나가 담겨 있었다.

-조지아 군, 남오세티야 전격적 공격!

남오세티야 전쟁 발발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앨 고어 대통령을 향해 성큼 걸어왔다. 기세만 보면 당장 주먹이라도 날릴 것 같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진 않았다.

“조지아가 남오세티야를 침공했다고 합니다. 러시아는 당장 남오세티야를 돕기 위해 반격할 겁니다. 여기에 이의가 있습니까?”

대신 푸틴은 차가운 목소리로 앨 고어에게 따지듯 물었다.

조지아가 벌인 전쟁을 왜 미국 대통령인 앨 고어에게 따지느냐 싶겠지만, 이번 전쟁도 다른 세계적 분쟁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지분은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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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면 언제쩍 푸틴인데, 지금도 푸틴이네요.. 더 무서운 사실은 앞으로도 몇 번은 더 할 수 있다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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