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775화 (775/1,007)

751회

권력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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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겨울은 평화로웠다.

그렇다고 해서 사건, 사고가 뚝 끊겼다는 건 아니다. CNN을 비롯한 글로벌 뉴스 채널을 켜 놓고 있으면, 모든 나라들의 문제 덩어리가 잔뜩 쌓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재원의 기준에서는 분명 평화로웠다.

신종 독감 같은 대규모 전염병이 도는 것도 아니었고, 이상 기후로 슈퍼 태풍이 몰아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언제부터 쌓이기 시작했는지 이제는 헤아려 볼 수 없을 만큼 해묵은 갈등으로 인한 지엽적인 사고들은 늘 있었으니 말이다.

-제44대 미국 대통령, 존 매케인 당선!

-전국 득표율, 52% VS 46%, 존 매케인의 여유로운 승리.

-민주당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책임을 묻는 유권자들.

존 매케인의 당선도 유재원의 예상 범위 내에 있던 사건이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아내였고, 민주당의 거물인 힐러리라는 후보는 너무나도 전형적이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서 월 스트리트에 대한 반감이 크게 쌓여 있는 상태에서도, 월 스트리트의 엘리트들을 본인의 선거 캠프에 영입하는 데 조금의 주저함이 없었다. 게다가 월 스트리트에서도 힐러리 캠프에 막대한 선거 후원금을 넣으면서 전략적으로 밀어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당연히 후원금을 받은 힐러리는 그만큼 월 스트리트에 호의적인 발언들을 해 주었다. 그것들이 월 스트리트에 진절머리를 느낀 일반 유권자들의 이탈을 가속화했다.

재미있는 건 힐러리의 패배를 분석하는 기사나 프로그램에서 ID 그룹의 정치 후원금을 월 스트리트 카테고리에 묶었다는 것이었다.

ID 인베스트먼트가 거대한 투자은행으로 성장한 건 맞지만, IT와 제조업 부문도 상당한 규모인데 그렇게 간단히 라벨링을 해버렸다. 힐러리의 패배 요인을 설명하기 편하게 하려고 대충 규정했다는 게 유재원의 확실한 심증이다.

-인터넷은 가장 효율적인 정치 홍보 수단.

-공화당 존 매케인의 사이버 선거 캠프로 경쟁자들 압도.

-사이버 선거 운동에서 존 매케인은 교과서가 될 것.

다음으로 지목되는 힐러리의 패인은 인터넷 선거 운동이었다.

힐러리 캠프도 열심히 인터넷에 선거 운동 짤방과 게시물을 올리면서 일을 했지만, 정확하진 않았다. 그냥 선거 캠프에서 만든 홍보용 이미지나 해시태그를 열심히 퍼 나르는 정도에 불과했다.

반면 존 매케인의 사이버 선거 캠프는 유권자들의 인종과 경제적 계층, 나이를 따져 효과적인 공략에 나섰다.

사이버상에 존재하는 익명의 유권자들을 분류하는 일은 부통령인 에드 로이스가 책임졌고, 에드 로이스에게 노하우를 전해준 건 ID 테크놀로지의 공화당 성향의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이들은 소수였지만, 열성적이었고 능력도 있었다.

물론 ID 그룹의 본진인 샌프란시스코는 민주당의 텃밭이었고, 샌프란시스코에 근무하는 ID 그룹의 직원들 대다수도 그랬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선 이런 민주당 성향의 직원들도 왜 힐러리를 찍어야 하는지, 확신이 없었다.

반면 소수였던 공화당 지지자들은 확실한 이유가 있었기에, 훨씬 적극적이었다. 물론 ID 그룹의 사용자 개인정보를 전달하는 건 금지였지만, 이들이 가진 노하우만으로 제법 정확하게 인터넷 유권자들을 분리해냈다. 게다가 공개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 자발적으로 올린 게시물들을 보면 계층과 성향을 파악하는 건 어렵지도 않았다.

상당히 정확한 수준으로 분류된 데이터를 기반해 인터넷 유권자들에게 맞춤형 공약을 제시한 존 매케인의 확실한 우세였다.

이렇게 인터넷 공략을 바탕으로 전통의 민주당 성향이었던 주를 몇 개 가져왔고, 흔들리던 러스트 벨트를 굳히면서 44대 미국 대통령에 올라섰다.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에 열광하는 국경 없는 네티즌!

-전 세계 인터넷의 모든 이슈를 잡아먹는 초대형 태풍.

-본방 광고를 따내기가 하늘의 별 따는 것보다 힘들다.

-결승전 중간광고 가격, 슈퍼볼 이상일 것으로 예측!

미국의 대선만큼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프로그램은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였다.

시청자 참여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는 건 기존에 없었던 포맷이었으니 말이다.

유별나게 경연을 좋아하는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이나 유럽, 동아시아에서도 크게 주목을 받았다.

사실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의 대성공은 유튜브 예선만 봐도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포맷의 신선도는 최상이었고, 유튜브 예선부터 시작해서 지역 예선을 거치고, 시청자 투표를 통해 검증된 능력자들만이 결선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이런 능력자들은 슈퍼스타가 되기 위해, 시청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 전력을 다해 경연에 참가했다.

경연의 방식도 단순히 특정 음악을 골라와서 며칠 익힌 다음, 무대에서 선보이던 과거와는 차원이 달랐다.

마이클 잭슨부터 50센트까지.

심사위원 겸, 멘토들이 직접 노하우를 전수해주었고, 이들이 거느리고 있는 프로듀서들이 도움을 주었다. 개인이건 팀이건, 맞춤형 토털 케어가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검증을 수차례나 받은 이들이었음에도, 경연을 한 번 할 때마다 엄청나게 성장해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무조건 경쟁만 하는 것도 아니고, 합동 미션과 같이 함께 힘을 모아야 통과할 수 있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합동 미션은 쉬어가는 타임에 등장하는 것으로 경쟁보다는 예능에 가깝게 꾸며져 있었다.

인구별 쿼터 덕에 미국 팀이 제일 많은 숫자를 자랑했지만, 그 이상으로 전 세계에서 날아온 도전자들도 많았다. 그렇기에 까딱 잘못하면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서 재미있는 모습이 나오기는커녕 답답하기만 할 텐데,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에서는 전혀 아니었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꿀잼 케미가 폭발했다.

비밀은 차세대 번역기 덕이었다.

물론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일반 사용자들에게 제공되는 형태는 아니었다. 안드로이드 S8 스마트폰 그리고 블루투스로 연결된 스마트워치, 무선 이어폰인 에어버드라는 하드웨어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건 같았다.

상대가 말하는 소리를 번역해 듣고 싶으면, 스마트워치의 마이크 아이콘을 누르고 상대의 입 가까이 가져다 대면, 귀에 착용하는 에어버드에서 실시간으로 해석을 해 준다.

일반 서비스와의 차이점은 바로 속도.

동시 통역사보다 더 빠른, 제로 딜레이 통역이 이뤄지면서, 언어가 다른 이들이 대거 참여하는 경연이었음에도 속도감이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심지어 표준어가 아니라 슬랭이나 인터넷 고유의 신조어까지도 완벽히 번역해 주었다.

이를 위해서 NBC가 투자한 자본은 상상 이상이다.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 본선 무대와 숙소 주변으로는 와이파이 공유기를 잔뜩 박아 놓았다. 4G 무선 통신도 지원되는 환경이긴 했지만, 반응 속도나 정확한 번역을 위해선 대량의 데이터 통신이 필수였다.

여기에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 참가자만을 위한 독립 서버를 내주는 것도 NBC의 지원이었다. 번역의 질은 연산력에 달려 있었기에, 슈퍼컴퓨터 수준의 연산력을 임대해서 참가자들을 위한 차세대 번역기 서비스에 몰아줬다.

덕분에 참가자들의 의사소통은 아무 문제도 아니었다.

대신 이러한 조치들은 모두 다 돈이었다. 처음에는 약간의 반대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기사에 나온 것처럼 단가가 제일 저렴한 프로그램 종료 후 나오는 광고마저도 다 팔려나간 실정이었으니 말이다.

-E, E, E, Electric!

-E, E, E, Electric Shock!

-전, 전, 전류들이 몸을 타고 흘러 다녀!

텔레비전 속 소녀들이 사이버틱한 옷을 입고 일렉트로닉스 비트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드림 엔터테인먼트의 에프엑스가 준비한 4강 결선 무대였다.

본선 무대는 토너먼트와 협동 미션의 복합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에프엑스는 한국과 동아시아권의 절대적 지지로 4강 무대까지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 에프엑스를 위해서 유재원이 준비해 준 퍼포먼스는 일렉트로닉 쇼크였다.

에프엑스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나타내는 곡으로, 원래는 2012년에 나와야 할 곡이지만, 원곡의 작곡가와 작사가를 찾아와 의뢰를 함으로써 일찍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다만 100% 똑같은 건 아니다. 기억의 궁전 속에 담긴 멜로디와 키워드를 따 와서 의뢰를 했는데, 창작자들의 경험치와 환경이 이전과 다르다 보니 살짝 다른 지점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에너제틱하고 리드미컬한 매력을 담은 일렉트로닉 댄스곡이라는 아이덴티티는 확실히 살아 있었다. 에프엑스의 퍼포먼스도 짧은 시간에 마스터하면서 놀라운 칼군무를 선보였다.

일렉트로닉 쇼크를 미리 가져온 게 반칙 아닌가 싶기도 한데, 전혀 아니었다.

-네, 에프엑스 팀의 일렉트로닉 쇼크였습니다! 에프엑스를 응원하실 분들은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 투표 앱에서 1번을 눌러주세요!

-자, 그러면 에프엑스의 일렉트로닉 쇼크를 상대할 사람은 아델! 그리고 그녀가 준비한 자작곡은 롤링 인 더 딥입니다!

-그러면 롤링 인 더 딥의 프로듀싱 준비부터 먼저 보시겠습니다.

에프엑스의 상대는 무려 아델이었고, 그녀가 들고 나온 곡은 그 유명한 롤링 인 더 딥이었으니 말이다.

당연하게도 아델에게 롤링 인 더 딥의 오리지널 프로듀서인 폴 에프워스를 연결해 주고, 롤링 인 더 딥의 가이드를 잡아 준 건 유재원이었다. 이것 역시 유재원만이 해 줄 수 있는 특혜였다.

그렇다고 직접 아델에게 날아가서 롤링 인 더 딥을 떠먹여 준 건 아니었다. 에프엑스와 마찬가지로 롤링 인 더 딥이 일찍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었을 뿐이다.

4강 대진표상에서 반대편 시드에 있는 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거기에는 록 밴드인 이매진 드래곤스, 싱어송라이터인 에드 시런이 포진해 있었고 역시나 유재원만이 가진 미래 지식이란 특권을 받았다.

이렇게 열심히 해서 유재원이 얻은 건?

“재원아! 프로그램 누적 투표수가 10억이 넘었대!”

“데에!”

자막을 보고 깜짝 놀란 티파니, 옹알이가 끝나며 약간의 말문이 트이자엄마의 말끝을 따라 하는 혜성이가 보여주는 호들갑들만 봐도 알 수 있다.

10억이라는 숫자는 분명 예선전부터 시작해 원기옥처럼 모은 투표수 총합일 테지만, 그래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였다.

TV 프로그램 흥행의 바로미터인 시청률 역시 마찬가지다.

NBC에서 직접 유재원에게 보고하는 실시간 시청 가구 수를 보면 3천만 가구를 넘어섰다. 미국의 시청률은 가구 수 기준인데, 한 가구에 4명의 가족이 있다면 지금 이 경연 무대를 1억2천만 명이 보고 있는 것이다.

본선 무대도 전 세계에 중계권이 팔린 상태였다. 여기에 인터넷 스트리밍과 VOD도 당연히 제공된다.

이처럼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시청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역대 최고 흥행의 쇼 프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흥행의 바탕엔 인터넷과 모바일의 광범위한 보급이 있다는 사실이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보급은 곧 유재원의 이익과 영향력으로 직결된다.

유재원이 만든 하드웨어나 운영체제, 응용프로그램을 거치지 않고는 이 광활한 신대륙에 접속할 방법이 없었다.

억지로나마 일부 파츠를 바꾸는 건 가능했다.

스마트폰은 아이폰으로, 인터넷은 비 ID 그룹 ISP를 선택하면 되니까. 대신 인터넷 서버들은 99% 이상이 유재원의 손과 닿은 것이었다. 서버용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엔터프라이즈 아니면 리눅스였다.

리눅스라면 ID 그룹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리눅스는 오픈 소스 운영체제였고, 기능의 업데이트는 모두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이뤄졌다. 요즘은 레드헷, 데비안과 같은 대형 리눅스 업체들이 실리콘 밸리에 여럿 출현해서 개발 속도가 빨라졌다지만, 이러한 참여 업체 중 제일 큰 업체는 민트초코였다.

민트초코를 통해 만들어진 최신 코드가 아니었다면, 리눅스가 요즘 나오는 하드웨어를 제대로 지원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민트초코가 ID 그룹의 계열사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나머지 1%는 유닉스 시스템이었다. 은행처럼 과감하게 시스템을 교체할 수 없는 일부 분야에서만 쓰이고 있는 시스템이었다.

ID 그룹이 싫다고 해서 모든 걸 보이콧하면 인터넷이나 모바일 자체를 쓸 수가 없다. 그렇기에 인터넷의 성장은 곧 ID 그룹의 이익이란 말은 절대 거짓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러한 IT 환경에 수많은 IT 업체는 크게 반발했고, 어떻게 해서든 수를 내어 뚫어 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페이스북도 그런 인터넷 업체 중 하나였다.

칼라일 제이너라는 녀석이 톡톡에 ‘나만 ID톡 안 쓰냐’고 글을 올려서 선풍적인 리톡 숫자를 자랑했고, 월 스트리트 저널에 특집 기사까지 나가기도 했던 그 사건은 바이럴 마케팅으로 거의 확정된 상태였다.

정보팀이 ID 그룹의 정보 자산을 총동원해 현미경 조사를 해 본 결과 칼라일 제이너와 페이스북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음을 확인했다. 안타깝게도 물증은 없어서 C8대왕처럼 고소한 고소장을 먹여주진 못했다.

대신 강력한 카운터의 완성이 거의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그때 유재원이 손목에 차고 있던 스마트워치에서 작은 진동이 일어났다. 이에 유재원은 바로 소파에서 일어났다.

“어? 아델은 안 봐? 역시 에프엑스만 보려고 나왔구나!”

“나아~!”

유재원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티파니가 바로 반응했다.

“아니거든!”

스마트워치의 작은 진동은 유재원이 카운터펀치로 준비하고 있던 ID톡 업그레이드 버전의 컴파일이 끝났다는 알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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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이 정도 4강 라인업이면,, 4등도 잘 한 거야 소리 당연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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