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776화 (776/1,007)

752회

권력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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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 잠깐 다녀올게.”

유재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나는 괜찮으니까 일 봐.”

텔레비전에 빠진 티파니는 빠져도 계속 쇼를 볼 작정인 모양이었다.

하긴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는 매주 티저를 잔뜩 뿌렸다. 단계가 올라갈 때마다 티저의 수준은 하늘을 뚫고 올라갔다. 회차가 진행될 수록 능력이 검증된 이들만 남게 되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한국의 아이돌 앨범이 출시 되기 전에 앨범 콘셉트 티저부터 하이라이트 메들리까지 순차적으로 발표하면서 기대감을 극대화했던 것처럼,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도 참가자들의 무대에 대해 조금씩만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극대화시켰다.

티파니 역시 그렇게 사로잡힌 시청자였다. 그런 티파니의 원픽은 아델이었다. 유튜브 예선 때부터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아델에게 표를 주고 있는 사람이 티파니다.

“파파!”

문제는 혜성이였다.

유재원이 일어나려 하자 아빠를 부르며 손을 뻗었다.

혜성이가 요즘 제일 좋아하는 건 아빠 엄마 사이에 앉아서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다.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도 혜성이가 최고로 애정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아직 만으로 한 살도 안 된 혜성이 녀석이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할 거다. 그저 화려한 조명과 사운드에 호기심이 끌리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쇼가 시작되면 유재원과 티파니 사이에 앉아서는 커다란 눈을 크게 뜨고 집중하곤 했다.

그리고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 이상으로 더 좋아하는 건 역시 유아 프로그램의 최강자인 뽀로로였다. 2003년 EBS를 통해 처음 세상에 등장한 뽀로로는 NBC를 통해 북미 전역에 송출되고 있었다.

혜성이도 얼마 전부터 하루에 한 편 정도 보여주고 있는데, 뽀로로가 재생될 동안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런 혜성이는 이렇게 재미있는 걸 두고 어디 가느냐? 계속 같이 보자고 하는 듯 칭얼거렸다.

“아빠, 일하고 올게.”

“우엥!”

물론 이는 유재원 본인의 해석이었고, 혜성이는 그냥 옆에 있던 아빠가 자리를 뜨는 것처럼 보이자 울먹이기 시작했다는 게 팩트였다.

유재원은 혜성이를 번쩍 안아 들고 달랬다. 거기에 티파니가 가세했다.

“혜성아, 아빠 일해야 한다잖아.”

그렇게 말한다고 알아들을 것 같진 않았지만, 티파니가 가세하자 혜성이의 얼굴에 드리워졌던 울먹임이 크게 옅어졌다.

혜성이 녀석은 나중에 말문이 트였을 때, 아빠 엄마 중에 누가 좋으냐고 물어보면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엄마라고 할 것 같았다.

야웅!

여기 왜 이리 시끄럽나 하는 표정으로 어슬렁거리며 다가온 디디가 있다. 이곳 샌프란시스코 저택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는 디디는 느긋한 걸음으로 다가오더니 유재원이 있던 소파에 펄쩍 뛰어올라 누웠다.

디디까지 가세하자 혜성이의 머릿속에서 유재원은 완전히 사라졌다.

덕분에 혜성이로부터 자유로워진 유재원은 서재로 이동할 수 있었다.

-컴파일 완료.

-위험 요소 0, 에러 0.

서재로 돌아온 유재원을 반기는 건 컴파일 완료 메시지였다. 유재원이 공을 들여 만든 프로그램답게 컴파일 중에 나타난 위험 요소와 에러는 모두 0이었다.

유재원은 바로 컴파일러가 완성한 실행 파일을 다운로드하고서 실행했다. 차세대 버전답게 지금의 ID톡보다 한결 세련된 로그인 화면이 유재원을 반겼다.

기존의 ID톡 인터페이스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리본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계승한 형태였다.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특징은 바로 확인이니 취소니 하는 버튼이었다. 버튼의 형태에 3D적인 효과를 주어서 눈에 확 들어왔다.

컴퓨터를 이제 막 배운 사람들이라도 아무런 설명 없이 화면만 보고 버튼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고 눌러볼 수 있을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다. 대신 버튼이나 메뉴 항목이 워낙 두드러져 보이는 탓에 디자인의 변화를 주기가 힘들었다.

지금은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었다. 대신 앞으로가 문제였다. 요즘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고해상도 모니터 때문이었다.

FHD 해상도인 1920*1080에 24인치 혹은 27인치가 대세인 요즘이었다.

저가형 완제품 컴퓨터를 사더라도 최소 24인치의 FHD LCD 모니터가 동봉되어 있는 게 기본이었으니 말이다.

유재원의 경우에는 32인치에 UHD 해상도 모니터를 쓴다. 그것도 한 대가 아니라 3대를 동시에 연결해 놓은 상태로 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이것은 유재원만이 부릴 수 있는 사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32인치 UHD LCD 패널은 그야말로 연구실에서만 만들어지는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아무나 손에 넣을 수 없는 제품이었다.

지금은 ID 디스플레이의 최대 라이벌인 금성 디스플레이에서도 32인치 UHD 패널을 생산하고 있었다. 그만큼 시중에서도 해당 패널이 탑재된 모니터를 구하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고해상도 모니터를 쓰게 되면 문제가 생기는데, 바로 모니터 화면의 글자들이 깨알처럼 조그맣게 보인다는 점이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기본 그래픽 세팅은 FHD였다. 폰트의 크기도 24인치나 27인치에서 제일 보기 좋은 크기였다. 여기에 UHD 모니터를 장착하면 글자의 크기가 깨알처럼 작아진다.

눈이 좋으면 문제없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가독성 문제가 생긴다.

해결 방법은 폰트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폰트만 키우면 화면의 구성이 일그러지게 된다. 글자가 버튼 그래픽 밖으로 튀어나오는 건 예사고, 글자가 화면에서 잘려 나가 보이지 않게 되는 것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그러니 그래픽으로 구성된 요소들도 확대시켜 줘야 하는데, 단순 비트맵 리소스로 구성된 것이라면 죄다 오류가 난다.

이러한 문제는 ID톡에도 있었다.

그렇기에 유재원은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ID톡의 그래픽 인터페이스도 완전히 뜯어고쳤다.

타일 인터페이스!

이번에 ID톡에 탑재한 새로운 인터페이스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내년 발표될 안드로이드 09에도 전격 탑재될 예정이었다.

이름 그대로 집 안을 꾸미는 데 많이 쓰이는 타일처럼 ID톡의 그래픽 구성 요소를 타일 형태로 바꾸어 놓았다.

타일의 특징은 바로 평면적이라는 사실이다.

입체적인 리본 인터페이스에 비해서는 화려함이 조금 덜하긴 했다. 그렇지만 무조건 다채롭고 화려해야만 멋있는 건 아니다. 세련됨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타일 인터페이스가 훨씬 나았다.

타일 인터페이스의 표준을 따라 만들었다면 고해상도 모니터를 위한 지원도 아무런 문제 없다. 아무리 확대를 해도 화면이 깨질 일은 없으니 말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렇게 급진적으로 바뀌면 적응하지 못할 사람들을 위해서, 기존 리본 인터페이스를 완전히 버리진 않았다.

기본 세팅 값은 타일 인터페이스지만, 아무 때나 리본 인터페이스로 돌아갈 수 있는 옵션을 만들어 두었으니 말이다. 대신 리본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사용하면 이번에 ID톡에 탑재된 신기술을 이용하는 데 애로사항이 꽃을 피울 것이다.

“모양도 모양이지만 중요한 건 기능이니까.”

유재원은 새로운 타일 인터페이스의 작동 상태를 꼼꼼하게 살핀 다음 본론으로 들어갔다. 칼라일 제이너라는 녀석의 입을 닥치게 할 신기술을 하나하나 체크하기 시작했다.

“친구 목록 복구.”

제일 먼저 시작된 건 친구 목록 복구였다.

친구 목록이 없는 ID톡은 ID톡이 아니다.

ID톡 사용자들이 100% 사용하는 게, 바로 친구 목록을 통한 메시지 주고받기였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스마트폰 보급 초기 한국이나 미국에서 주요 세일 포인트가 ID톡이 구동된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스마트폰을 ID톡을 쓰는 데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유튜브가 스마트폰 사용 시간 비율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었지만, 아직도 절대 강자는 ID톡이었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새롭게 ID톡을 설치한 다음에, 친구 목록을 복원하는 건 몇 번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을 중요한 일이었다.

유재원이 친구 목록 복구라고 글자가 박힌 타일을 누르자, 곧바로 친구 목록 로딩이 바로 이뤄졌다.

회사/프라이빗, 이렇게 두 개의 카테고리를 나눠 친구 리스트를 이용하고 있던 유재원이었다. 버튼을 누르자 기존 ID톡과 똑같은 형태도 완벽했다. 심지어 유재원의 친구 목록 리스트는 만 단위가 넘었음에도 오류는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3만 312명이다.

유재원의 친구 목록이 3만을 넘긴 이유는 당연히 회사 카테고리 때문이었다. 유재원의 ID 그룹 아이디의 경우 공공재나 다름이 없었다. 그룹 전산망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떡하니 박혀 있어서 임원들은 물론 말단 직원들까지도 유재원에게 ID톡을 보낼 수 있다.

한 번이라도 유재원에게 ID톡을 보내면 이렇게 회사 카테고리에 등록이 되는 것이다. 초기에는 그다지 많은 톡이 오진 않았지만, 확실한 피드백이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톡을 보내는 직원들이 많아졌다.

피드백이란 유재원이 답장을 보내준다는 게 아니라, 공익 제보나 비리 신고, 작업 프로세스 개선 사항 등에 대해 반응을 확실히 해 준다는 것이었다.

ID 그룹이라고 하면 해고는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진 않았다.

GE 같은 기업이 저성과자를 칼같이 잘라낸다면, ID 그룹은 이렇게 제보를 받아서 문제가 되는 이들을 잘라냈다.

웬만한 기업들은 자사의 이름이 각종 비리와 함께 묶여서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걸 꺼려해서, 공익 제보가 와도 묻어 버리는 게 보통이지만, 유재원은 반대였다.

기업 윤리를 무기로 쓰는 기업이 ID 그룹 아니겠는가.

단적으로 한국의 비관세 장벽들은 다 ID 그룹 덕에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단적으로 라이트닝 볼트의 전기 자동차에는 옵션에 상관없이 최상급 에어백을 기본 장착했다. 그렇기에 미래 자동차나 한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업체들도 에어백의 성능을 상향해야 했다.

하여튼 그룹 내에서 유재원의 ID톡은 신문고로서의 역할로 확실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대신 유재원에게 ID톡을 보내려는 임직원들이 가장 유의해야 할 건 바로 무고였다.

ID톡 제보에서 제일 크게 벌이 나오는 죄목이 바로 무고죄였으니 말이다.

-유재원 님의 IoT 기기를 친구로 추가하겠습니까?

“당연하지!”

잠깐 딴생각을 하는 사이에, ID톡 친구 추가가 2번째 단계로 넘어갔다. 이제는 IoT 기기들도 친구로 추가가 된다는 것이 ID톡의 메이저 업데이트의 핵심이었다.

검색 중이라는 말풍선이 뜨더니, 곧 검색된 기기들이 아이콘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재 안에 있는 보르도 TV와 스피커, 로봇 청소기, 공기청정기, 에어컨 등등.

전자 기기를 의미하는 아이콘들이 쏟아졌고, 손톱 크기의 타일에 하나씩 들어가면서 ID톡 친구 목록에 정확히 안착되었다.

일부 기기는 인증을 요구하기도 했다.

외부의 해커가 멋대로 기기를 조작해 집 안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진짜 주인을 구분하기 위한 인증키가 따로 있었다. IoT 기능이 내장된 기기라면 당연히 있는 고유번호였고, 유재원은 이를 꼼꼼하게 기억하고 있었기에 기기마다 다른 인증키를 지체 없이 입력했다.

그러면 이렇게 친구로 등록된 IoT 기기들로 무얼 할 수 있을까?

“골드, 로봇청소기 청소 시작해 줘.”

-네, 로봇청소기의 서재 청소 작업을 시작합니다.

ID톡으로 해당 기기의 조작은 물론이고 소통까지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IoT 기기마다 다른 작동 방식을 배울 필요도 없다. 인공지능 골드의 자연어 이해 능력이 사용자의 명령을 받아서, IoT 기기로 전달해 주는 방식이었으니 말이다.

표준화를 잘 따르는 IoT 제품을 만드는 ID 그룹이지만, 일부는 자기들 편할 대로 만든 제품도 많았다. 이러한 파편화 때문에 IoT 제품의 통합 운영이 어려웠다.

이제는 다르다.

“골드, 공기청정기도 작동시켜. 그리고 이제부터 로봇청소기가 작동하면 공기청정기도 무조건 작동시켜.”

-네, 로봇청소기와 공기청정기의 복합 작업 매크로를 생성합니다.

이렇게 한마디 하면 앞으로 로봇청소기가 작동할 때마다 공기청정기도 작동하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라 시간이나 날짜를 기준으로 삼은 매크로도 만들 수 있다.

그저 IoT 기기에 사람에게 말하는 것처럼 말만 하면 된다.

이것도 귀찮다면, 해당 명령어를 타일 아이콘으로 만들어서 ID톡의 단축 명령어에 등록하면 된다. 필요할 때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바로 작동되도록 말이다.

이것 하나만 해도 혁신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유재원이 단순 테스트로 로봇청소기와 공기청정기만 다뤄서 그렇지, 다른 제품들과 결합해 사용할 수 있는 기능들은 무궁무진했다.

서둘러 외출했을 때, 가스 불이 걱정될 일도 없고, 쇼핑을 나왔는데 집에 뭐가 부족했는지 깜빡했다면 냉장고에게 물어보면 그만이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IoT 기기들이 사용자에게 먼저 톡을 보낼 수 있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시간이 더 지나서 IoT 기기의 수준이 고도화된다면, 골드처럼 전자 기기와도 대화하는 세상이 곧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ID톡 역시 진짜는 이제부터였다.

“그러면 서드파티 업체 서비스와의 연동도 체크해 볼까?”

이번 ID톡 업데이트의 핵심은 IoT기기 추가에서 볼 수 있듯 친구 추가의 한계를 깨뜨린 것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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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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