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781화 (781/1,007)

757회

블루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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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차근차근 자세히 좀 말해봐요.”

-지금은 어려움...

김정남은 자세히 말해보라는 유재원의 답신에 어렵다는 말과 함께 점 세 개를 붙여서 보냈다. 아무래도 스마트폰을 제대로 만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제가 보내는 ID톡은 읽을 수 있죠?”

-O

“그러면 잠깐 숨을 고르고, 기회를 봐서 자세히 상황을 알려주세요.

그나마 다행이긴 했다. 아무래도 지금은 스마트폰을 제대로 만질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았다. 억지로 ID톡을 하려다가 일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 여유를 찾도록 했다.

대신 유재원은 지금 당장은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클라우드 시스템에 특수관리자로 접속한 다음, 딱 봐도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띄웠다. GPS 위치 추적 프로그램이었다. 일단 김정남의 ID톡 발신 위치를 파악하려는 것이었다.

“음, 평양이긴 하네.”

GPS 위치 추적으로 나온 김정남의 위치는 평양이었다. 엄한 곳에서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건 아니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그때, 띵 하는 알람 소리와 함께 ID톡이 쏟아졌다.

-아버지가 백강철 차수와 함께 라선특별시 현장 지도 중이었어. 그런데 30분 전쯤에 백강철 차수로부터 아버지 위독 연락을 받았어!

-연락을 받고 깜짝 놀라서 나가려는데, 보위부 놈들이 들이닥쳐 나와 우리 가족들을 구금한 거야.

“구금? 식구들까지도요?”

-응! 말은 위급 상황 때문에 보호 중이라는 건데, 내가 아버지께 가지 못하게 막는 중이야! 게다가 아내나 아이들은 각방에 따로 떨어뜨려 놨다고.

이어진 김정남의 ID톡 메시지에서 유재원은 김정남의 상황을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자기 집에서 꼼짝도 못 하고 갇힌 상태인 모양이다. 그나마 김정남에게 위해가 가해진 건 아닌 모양인지, 메시지의 길이도 정상적이 되었다.

“음.”

유재원은 머릿속을 뒤져 북한의 수뇌부와 관련된 정보들을 찾았다.

일단 백강철 차수라는 사람은 김정일이 가장 신임하는 군부 요인으로 북한군의 실질적인 지휘관이었다.

김정일이 라선특별시 현장 지도에 나갔다면, 충분히 동행을 할 만한 사람이다. 평소라면 가볍게 끝날 일이었는데, 김정일의 건강에 큰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일이 터지기엔 좀 이른 시간이긴 한데.”

원래대로라면 김정일은 2011년에나 죽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이 팔팔할 때는 아니다. 건강상태만 보자면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할 것 같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북한 상황은 안팎으로 안정된 상태였다. 과거처럼 본인 신변에 위협을 느껴 신경쇠약이나 의심병에 걸릴 일도 없었다. 대신 마음이 편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과식이 빈번했고, 과식은 곧 비만으로 이어졌다. 비만은고혈압, 당뇨병, 심혈관계질환 등의 성인병으로 귀결되었다.

언론에 가끔 등장하는 김정일은 엄청나게 비대한 모습으로 오늘내일할 모습이었으니 회귀 전보다 일찍 죽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백강철 차수는 그렇게 쓰러진 김정일을 라선시의 병원으로 옮기면서, 동시에 김정남과 김정은에게도 연락을 주었던 모양이다.

그리고서 아버지를 보러 가려는 김정남을 김정은의 부하들이 막아섰다는 이야기인데……. 여기서 의문이 발생한다.

“김정은 동생이 왜 형님을 막았을까요?”

-아, 동생은 지금 압록강 유전 관리로 나가 있거든. 동생이 먼저 라선에 도착하기 전에는 보위부 놈들이 날 풀어줄 것 같지 않아.

아하!

추가적인 정보가 들어오자 김정남에게 닥친 상황에 대한 그림이 더욱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일단 보위부가 어째서 김정남의 거동을 막는지부터 시작해야 한다.

북한에서 보위부는 군부대이면서 정보기관이기도 하고, 비밀경찰과 정보기관 역할을 하는 특수한 기관이었다. 이들의 존재 이유는 김정일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를 위한 보호로, 이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조직이었다.

북한 주민들이 보위부 소리만 들어도 발발 떨 정도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데, 지금 보위부의 사령관이 바로 장성택이었다.

장성택은 이미 한참 전에 김정은에게 줄을 선 사람이었고, 평소에도 그걸 숨기지도 않았다. 그러니 김정남의 거동을 막고 있는 보위부 요원들의 행위는 김정은의 세습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고 봐야 한다.

“유치하네.”

유치하단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유재원의 속마음은 북한의 수뇌부에 대한 호감이 전혀 없었다.

90년대 초부터 새로운 남북관계를 위해 엄청나게 힘을 쏟은 유재원이지만, 그렇게 새롭게 정립된 남북관계 속에서 김정일이나 북한 수뇌부가 하는 짓들은 전혀 변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개인적 측면에서 자식이 위중한 아버지를 보러 가려는데, 그걸 또 막아서는 건 웃기는 일이었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건 이렇게 무식한 방법이 또 효과적이었다는 점이다.

독재 국가인 북한의 최고 권력은 김정일이었고, 국가 비상상태 시에 김정일의 옆에 있는다는 게 권력의 중심에 있다는 의미와도 같았다.

단적으로 장례식을 치를 때, 김정일의 영구차를 누가 제일 앞장서 호위하느냐에 따라서 권력 서열이 매겨지고, 그게 쭉 이어진다는 점이었다.

만약 김정일이 지금 죽고, 김정남이 배제된 채로 장례식이 치러진다면, 김정남은 북한 수뇌부에서 완전히 퇴출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저나 뭘 어떻게 해 달라는 건지 모르겠네.”

유재원은 난감했다.

북한의 차기 권력자로 김정은이 되는 것보다는 김정남이 되는 게 훨씬 낫긴 했다. 김정남과의 개인적인 친분도 친분이지만, 김정은보다 김정남이 북한의 개방에 훨씬 적극적이라는 것도 중요한 점이었다.

단적으로 유재원과 틈틈이 멀티플레이 게임을 할 만큼, 서방 문화에도 전향적이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지금 유재원 본인은 샌프란시스코 집에 있고, 여기서 북한까지는 태평양이라는 지구 최강의 장벽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때였다.

-음, 아무래도 나는 틀린 것 같군.

-이역만리 떨어진 상태이니 천하의 유 회장도 뾰족한 수가 없겠지.

다급한 문자를 계속 보내던 김정남은 갑자기 정신을 차린 것 같은 말을 전했다.

상황이 다급해 제일 확실한 유재원에게 연락했던 김정남이지만, 자기 집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게 된 다음, 조금 시간이 지나서 한숨 돌릴 상황이 되자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멀리 미국에 있는 유재원이 자신을 도와줄 방법은 전무하다는 현실 말이다.

동시에 후회도 들었다.

미리 정신을 차려서 제대로 자기만의 세력을 꾸리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였다. 진짜로 아버지인 김정일이 이렇게 죽게 된다면, 본인의 목숨은 물론이고 아내와 자식들도 위태롭다는 게 뻔히 보였으니 말이다.

예전부터 동생인 김정은이 본인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가 작년에 아버지를 모시고 한국에 다녀온 뒤로 부쩍 심해졌다.

지금도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데, 장성택을 움직여 집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하게 만든 상태라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는 눈엣가시인 본인을 분명 숙청하려 들 테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남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 태평양 너머 미국에 있는 유재원이라는 것도 문제였다.

김정남이 북한 수뇌부에 접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다들 실권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으니 말이다. 김정남 본인이 맡고 있던 직책인 조선컴퓨터센터 소장도 한국으로 치면 정통부 차관 정도에 불과했다.

유고 시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직책이었다.

절망에 빠져 모든 걸 포기할 만한 상황이었다.

“아뇨. 돕겠습니다.”

고민에 들어갔던 유재원은 바로 답했다.

-응? 어떻게? 방법이 있나?

다 방법이 있다.

불과 몇 년 전이었다면, 무용지물이었을 방식이지만 2008년 11월인 지금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었다.

유재원은 김정남이 도와달라고 할 때부터, 오직 본인만이 열 수 있는 특별한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실행한 상태였다.

GPS 모니터링 도구의 기능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다.

그중에서도 실시간 스마트폰의 위치 추적은 북한 내부에서도 극소수만 아는 지금의 사태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현재 유재원의 모니터에는 북한의 디지털 지도가 띄워져 있었고, 수십 개의 점들이 북한 이곳저곳에 찍혀 있는 상태였다. 점들마다 색이 따로 구분되어 있는데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이었다.

최우선 순위 모니터링 요소로 지정된 것은 빨간 점이다.

대략 10개 정도 되는 점들이 라선특별시 한 곳에 집중적으로 찍혀 있다. 이것들은 바로 김정일과 백강철 차수 그리고 수행원들의 스마트폰이었다.

노란 점들은 압록강 부근 한 곳에 모여 있는데, 김정은과 그 수행원들이다. 남은 파란색은 당연히 김정남의 스마트폰이다.

북한에 무슨 스마트폰이 이렇게 많나 싶겠지만, 요즘 북한은 과거의 북한이 아니었다.

3G는 한국보다 2년 정도 늦게 보급이 되긴 했지만, 4G 스마트폰은 작년부터 대량으로 유통된 상태였다.

북한 수뇌부들도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서 인터넷 라이프를 즐기는 것. 그것이 북한의 최첨단 유행이었다. 심지어 평양이 아닌,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도 스마트폰은 꽤나 보급이 되었다.

다만 평양 사람들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나 아이폰을 쓴다면, 북한의 지방 사람들은 중국제 염가 스마트폰을 쓴다는 것이 차이였다.

하여튼 북한의 수뇌부들이 최고로 선호하는 제품은 역시나 유재원이 만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었다.

이러한 안드로이드 사용자 중에는 백강철 차수는 물론이고, 김정은도 있으니, 이렇게 빨갛고, 노란 점으로 모니터링이 될 수 있었다.

백강철은 총폭탄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북한의 대표적인 매파였지만, 그 역시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거부하진 못했다. 스마트폰을 쓰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정보 격차는 북한에서도 상상 그 이상이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평소에도 통신 감도가 최악인 북한의 군용 통신망에 비해서, 언제 어느 때나 펑펑 잘 터지는 무선 통신망의 품질은 넘사벽이었다.

한국군에서도 훈련을 뛸 때, 일선 부대들은 P999K 무전기를 쓰는 게 기본인데, 덩치에 비해 너무도 떨어지는 수신 감도 때문에 무전이 안 터질 때도 종종 있었다. 그럴 때면 장교나 간부들은 휴대폰을 썼다.

북한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한국군보다 더 열악한 환경이 북한군이다. 북한군의 무전 체계로 1028형 무전기가 보급 중이지만, 터지지 않을 때에는 스마트폰이 직방이었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수뇌부의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는 그룹 차원에서 한참 전에 이뤄졌다. 여기에 셰브롱의 두만강 하류 유전 탐사 과정에서 북한과의 접점도 새롭게 만들어졌고, 이러한 루트를 타고서 수집된 정보도 더해지며 정확성이 한 차원 더 높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두만강 하류 유전과 압록강 유전은 북한에서도 김정일과 수뇌부가 직접 챙기는 국가 사업이었다.

유전이란 국가 산업이 부실한 북한이 기댈 수 있는 최고의 사업이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기름이 터져 명운이 달라진 나라도 많았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국가 경제가 파탄 났던 러시아나, 석유 말고는 아무런 산업도 없는 베네수엘라는 1배럴에 100달러를 넘어선 지금 어마어마한 경제 성장률을 찍고 있었다.

러시아는 모라토리엄으로 박살 났던 경제가 살아나면서, 묵혀 둔 군 현대화 사업을 다시 추진할 수 있었고,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미국에도 큰소리치며 남미의 맹주로 거듭나는 중이었다.

과거 막 나갔던 북한이라도 셰브롱과의 관계는 그야말로 중국 이상으로 극진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유재원의 북한 관련 데이터베이스의 수준은 한국이나 미국보다 더 수준이 높았고, 지금처럼 위급한 상황에서 스마트폰의 GPS 위치 모니터링만으로도 현재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김정일과 백강철, 그리고 이들의 수행원들은 라선특별시의 병원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통신량은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이러한 통신 패킷은 중계기 레벨에서 쉐도우 카피가 되어서 유재원에게로 전해졌다.

통화의 내용은 암호화된 상태라서 해독을 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그 시간이라는 게 몇십, 몇백 년 단위를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북한에 깔린 통신망은 TG모바일의 기술 지원을 통해 이뤄진 것이었다. TG모바일의 중계기는 넥스트컴의 4G 기술이 바탕이 되어 완성되었다.

덕분에 김정남으로부터 일이 터졌다는 ID톡을 받은 순간부터, 북한 수뇌부의 데이터는 쉐도우 카피가 되어서 유재원에게로 넘어왔고, 해독도 인공지능 골드를 통해 빠르게 이뤄졌다.

긴급 의료진 소환, 심혈관 수술 준비, 경비 강화, 실탄 지급 등등.

인공지능 골드가 추출해 준 키워드만 봐도 저쪽 상황이 상당히 급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노란 점으로 표시된 김정은 쪽도 바쁘긴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의 GPS 추적 상태를 보니 이동 속도가 시속 200Km를 넘었다. 게다가 도로도 무시하고 라선으로 쭉 나아가고 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 중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다만 제가 형님께 지금 당장 해 드릴 수 있는 건, 라선까지 보내드리는 것이고, 거기서부터는 모두 형님의 역량에 달렸습니다. 대신 명심해야 할 건 형님이 지금 저에게 도움을 청했다는 건 그 누구에게도 비밀이라는 겁니다. ID톡도 바로 지우시고요.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일에서 무조건 형님과 가족만 생각하시면서 움직이세요.”

-알겠어! 유회장만 믿을게!

여러모로 가능성을 따져 본 유재원은 김정남의 확답을 받았다. 그리곤 굳은 표정으로 컴퓨터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유재원이 하려는 건 크게 둘이었다.

하나는 보위부에 의한 김정남의 자택 구금을 푸는 것, 다른 하나는 헬기로 이동 중인 김정은을 막는 것이었다.

작업에 돌입한 유재원의 눈빛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 사람처럼 너무나도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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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2020년도 벌써 반이 지났네요.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뭘 한 것 같지도 않은 데 말이죠..

백신이 나와서 겨울이 오기 전에 코로나 사태가 끝났으면 좋겠네요.

건강 조심하시고, 후반기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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