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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801화 (801/1,007)

777회

충격과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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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시크릿이라는 붉은색 도장이 찍힌 파일들 덕에 존 매케인 대통령은 여러 가지 사실들을 알 수 있었다.

개인 재산이 상장회사들 지분만으로 1조 달러를 넘겼다는 것.

공개된 것들은 물론이고 NSA의 지니처럼 비공개 상태의 모든 슈퍼컴퓨터를 다 더해도 ID 테크놀로지의 클라우드 시스템 컴퓨팅 파워에 반도 안 된다는 사실도 새로 알았다

그런 엄청난 슈퍼컴퓨터로 인공지능 골드를 만들었고, 여러 방면에서 놀라운 성능을 보여준다는 것도 놀라웠다.

물론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그리고 반도체 기술과 무선 통신 기술, 무인기 등등. 의식하고 있던 제품부터 이런 것도 만들었나 싶은 제품도 엄청나게 많았다.

그렇지만 제일 충격인 건 이 모든 걸 유재원 혼자서 만들었다는 것이다.

ID라는 거대한 그룹이 있으니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예산과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투입되어 구성된 개발진이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다.

존 매케인도 그랬다.

하지만 여기 파일에서는 그런 상식을 완전히 파괴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대부분의 제품들을 혼자서 만들었고, ID 그룹은 그러한 제품들을 양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었다는 이야기였다.

가장 최근에는 ID 하이테크 연구소에 바이오 팀을 만들어서 신종플루 백신을 연구하고 있다는 것도 보고서에 담겨 있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자는 하이테크 바이오 팀의 백신이 제대로 작용할 가능성을 매우 높게 점치고 있었다. 다만 확신에 대한 근거는 매우 주관적이었다. 유재원이 이제껏 뭔가 구체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게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가장 최근 업데이트된 하이테크 바이오 팀의 임상 데이터를 보면, 이번에도 여지없었다. 멕시코에서 수행된 1상 임상 실험에서 아주 긍정적인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백신 접종에서 일어나는 부작용이 없었다. 그리고 백신 투약 이후 볼 수 있는 예후도 아주 좋았다.

1상 임상 실험이었기에 백신 접종 시나리오를 다양하게 꾸리진 못했다. 그저 신종플루에 걸린 사람 반, 걸리지 않은 사람 반으로 2가지 변수만 있었다. 그런데 백신은 두 가지 변수 모두에서 효과를 냈다.

신종플루에 걸려 고열이 올라오고 있던 사람들은 기적처럼 낫기 시작했고, 신종플루에 걸리지 않아 건강했던 사람들 역시 중화 항체가 생성되었다는 보고였다.

백신 접정 후 3일 내에 중화항체가 생성된 비율이 무려 72%.

처음 만들어진 것치고는 너무나 좋았다.

더욱이 놀라운 사실은 3일이라는 시차를 두고 두 번째 백신 접종을 하자 일어났다. 처음 접종으로도 치유가 되지 않았던 사람들과 중화 항체를 형성하지 못했던 비감염자들도 드디어 항체 형성에 성공했다는 보고였다.

앞으로 부작용만 보고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백신이었다.

“이 백신도 인공지능 기계학습으로 만들었다는 건가?”

솔직히 아직도 존 매케인은 기계학습이나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잘 이해되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성과가 나오고 있으니, 인공지능의 효용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백신 개발에서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변한 패러다임이 한두 개인가. 그렇게 따지면 21세기는 유재원 회장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군.”

더욱이 한평생 정치판에서 쌓은 경험치는 존 매케인에게 온갖 두툼한 보고서에 담긴 사실들을 한 번에 관통할 수 있는 통찰력이 있었다.

그렇기에 존 매케인은 북한의 3대 세습이라는 정권 교체에서 이상한 점을 감지했고, 거기에 유재원과의 연관성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으니 이 보고서들을 요구한 거 아니겠는가.

파일을 뒤적거려 보니 존 매케인의 감각을 뒷받침해 주는 자료도 있었다.

김정일이 사망한 날 만들어진 자료였다.

그 당시 김정남과 유재원이 ID톡을 나눴고, ID톡 대화가 끝난 다음 김정은이 타고 이동 중이던 헬기가 추락했다. 그렇지만 북한 당국에서는 헬기가 추락한 원인에 대해 정확히 발표한 적이 없었다.

그 지점에서 강한 직감이 왔다.

“흠. 내가 틀릴 수도 있지만.”

그걸 확인해 보기 위해서는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유재원과 김정남이 나눴던 ID톡의 내용을 살펴본다든가, 아니면 김정은이 타고 가다 추락했던 헬기의 잔해를 감식해 보는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전자의 난이도가 훨씬 높았다.

유재원이란 인물의 실체는 존 매케인마저 순간적인 충격에 빠뜨릴 만큼 거대했다. 그런 인물의 ID톡을 마음대로 사찰한다는 것이 알려지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일어날 게 분명했다. 게다가 유재원과의 관계 악화는 사회적 지탄보다 더 무서웠다.

과거처럼 911테러 직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이 터지고, 그러면서 애국법이라는 초헌법적인 보안법이 만들어지면 합법적으로 ID톡의 내용을 보는 건 가능했다. 당시 만들어진 애국법 안에는 국가안보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무차별적 통신 감청을 허용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일어나지 않는 일이었다. 부시가 아닌 앨 고어가 대통령이 되었고, 앨 고어는 911 직후 끓어 올랐던 티파티의 전쟁 야욕을 무마하는 데 성공했다.

더욱이 기술적인 문제도 있다.

NSA에서 자랑하는 슈퍼컴퓨터 지니로도 ID톡 메시지의 암호화를 풀어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존 매케인이 지시도 하지 않았는데, NSA에서 독단으로 유재원과 김정남의 대화를 풀어보려고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게 아니다.

ID톡은 이미 세계적인 메신저였다. 그렇기에 수많은 범죄자들도 널리 사용하는 메신저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영장을 받아서 ID톡의 메시지를 확인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ID톡의 암호화된 메시지를 복호하는 형식이 아니라, 영장이 나온 사람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받아가는 형식이다. 물론 ID 테크놀로지가 가입자의 패스워드를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저장하진 않았다.

그러니 의도적으로 비밀번호를 계속 틀려서 계정이 잠금 상태가 된 다음, 비밀번호 재설정 단계를 수사기관에서 수행해 ID톡의 잠금을 푸는 식이었다.

지금은 그런 절차를 밟지 못하니 순전히 암호화된 메시지를 풀어야 하는데, 이는 NSA의 슈퍼컴퓨터 지니로도 수천 년이 걸릴 작업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존 맥마흔이 주석으로 달아 놓은 코맨트가 있었다.

NSA의 해킹 작업은 수천 년이 걸릴 일이지만, 유재원 회장이라면 단숨에 풀어버릴 마법의 알고리즘을 보유하고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여기에 추가로 현대의 인터넷이라는 건 유재원 회장이 만든 것인 만큼, 온라인이라면 아무리 철저히 대비한 시스템이라도 안심해선 안 된다고 굵직한 글씨로 적어 두었다.

그제야 존 매케인 대통령은 유재원 관련 최고 기밀 자료를 디지털 문서화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역시 전임자들의 조언은 무시할 수 없겠군.”

조지 W.H 부시부터 클린턴, 앨 고어까지.

백악관의 전임자들은 참 친절하게도 유재원을 다루는 노하우를 따로 만들어 파일로 만들어 두었다.

그것 자체로도 상당히 두툼한 두께를 자랑했지만, 말하고자 하는 건 딱 두 줄로 요약이 가능했다.

-미국의 이익과 유재원의 이익이 일치할 때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반대의 경우라면, 최대한 직접적인 충돌은 회피한다.

“미국이 먼저 충돌을 회피하다니.”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다.

자존심 역시 세계 최고였다. 그러한 자부심은 미국을 이끌어가는 수뇌부 모두의 마음속에 깊숙이 새겨져 있었다.

이른바 미국 일방주의였다.

오죽하면 이런 식의 일화도 있을 지경이다.

미해군 항공모함을 이끄는 함장이 전방에서 움직이지 않는 불빛 신호를 보고는 불같이 화를 냈다. 항공모함이 지나가야 하니 어서 빨리 피하지 않고 뭐하느냐고 말이다. 반면 돌아온 대답은 그쪽이 큰코다치기 전에 피하라는 것이었다.

돌아온 대답에 항공모함의 함교는 다들 분기탱천하며 난리가 났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싸늘히 식었다.

알고 봤더니 움직이지 않았던 불빛 신호는 등대였던 것이다.

등대인 줄도 모르고 맹렬히 돌진하는 항공모함처럼, 미국은 하나의 방향을 정하면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나라였다.

그런 미국이 충돌을 먼저 회피해야 한다니. 그것도 일개 개인을 상대로 말이다.

존 매케인도 처음엔 살짝 어이가 없었지만, 이제는 십분 이해가 되었다. 유재원과 함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의 규모는 상상 초월이었다.

매년 유재원이 내는 직접세는 물론, 간접적으로 내는 세금의 규모도 막대했다. 게다가 ID 그룹이 IT 혁명과 인공지능 혁명을 선도하며 만들어내는 유무형의 부가가치는 말로도 다할 수 없을 정도다.

미국의 국익과 유재원이 충돌한다는 상황 자체를 존 매케인은 아직 머릿속에 그리진 않았다.

김정남의 일 역시 결과적으로는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정은보다는 훨씬 개혁 개방에 전향적인 인사라는 분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김정남의 등극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게 문제였지만, 이걸 파고들어 유재원과 척을 진다는 건 존 매케인도 바라는 일은 아니었다.

직접적인 충돌은 회피.

존 매케인에게 확 다가오는 문구였다. 대신 여기에 존 매케인 만의 원칙을 추가했다.

"지금보다 더 강력한 모니터링이 필요하겠군."

어디로 튈지 지켜보고는 있어야 빠른 대응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원칙을 정하자 한결 편안해지는 존 매케인이었다.

“그나저나, 유재원 회장이 만든 백신의 임상 결과가 공개되면 관련 업계도 꽤나 충격이겠군.”

굳어졌던 마음이 풀어지자, 좀 더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지금 당장 기대되는 건 신종플루 백신이었다. 멕시코가 최악이지만, 미국도 그에 못지않게 빠르게 전염되고 있었고, 감염된 사람들이 늘어나는 만큼 중증 환자도 늘어났고 사망자도 늘고 있었다.

비록 1상 임상 실험이지만, 그 결과만으로도 충격을 주기엔 충분해 보였다.

-멕시코 질병센터, 신종플루 백신에 호평!

-2차 접종까지 마친 임상 참여자 중화 항체 형성률 100%!

-백신 원하는 멕시코 군중, 임상 실험 중인 멕시코 국립 질병센터 병원으로 몰려.

모두가 숨죽여 기다리던 신종플루의 1상 임상 결과가 나온 건 4월 말이었다.

1상 임상의 공식 결과가 발표되기 전에도 이미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ID 하이테크 바이오 팀의 신종플루 백신이 기가 막힌다는 소문은 돌았다.

다만 대다수 사람들은 정확한 임상 데이터가 나오기까지는 판단을 유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약회사들이 새로운 약을 만들기까지 겪는 시행착오는 엄청나게 많았다. 2상 임상 실험도 잘 끝낸 후보 약품이 3상 실험에서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 나와서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았다.

더욱이 임상이 진행될 때,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쏟아지면서 주식 시장을 교란했다. 질 나쁜 경영진의 경우 아예 자기들이 그런 소문을 퍼트리고서, 주식을 팔아 치우는 일도 곧잘 일어나는 일이었다.

유재원이라면!

이런 수식어가 앞에 붙게 되면 기대감이 오르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번엔 백신 아니던가. 세계 최대의 제약회사들이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도 하나 성공할까 말까 하는 분야가 백신이었다.

더욱이 지금은 멕시코에서만 결과가 나왔다.

상황이 너무 심각한 탓에 동물실험도 빠르게 넘기고 1상 임상 실험에 돌입한 상태로 말이다. 그러니 멕시코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할 때만 해도, 세계 유수의 제약회사들의 입장은 두고 보자였다.

더욱이 시간이 지나면 생각지도 못할 부작용이 튀어 나올거라고 다들 확신했던 탓이다.

대신 제약 업체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바이러스를 분석하고, 백신 후보 물질까지 찾아낸 노하우에 대해서는 궁금증을 표시했다.

안타깝게도 소식이 들려왔던 며칠간은 여유로웠던 제약회사들의 태도는 오래 가지 못했다.

백신의 효과를 맛본 멕시코 정부의 선택은 상식을 초월해버렸다.

-멕시코, 대규모 2상 임상 실험 착수.

-신종플루 감염자 중, 백신 접종 원하는 이들 모두 2차 임상 실험 대상자로 지정할 것!

-예상 접종 인원만 10만 명 이상!

신종플루 때문에 국가가 전복될 뻔했던 멕시코였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에 잠식된 시민들이 폭도로 돌변해서 마트와 약국, 심지어 병원까지도 약탈했다. 당연히 폭동은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서 생기는 일이었고, 그 과정에서 신종플루는 더욱 빠르게 전염되었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멕시코 질병센터에서 1상 임상 실험 결과를 발표하자, 다들 백신을 원하면서 국립 질병센터에 모여들었다. 자그마한 불길에도 확 타오를 만큼 흥분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을 달랠 방법은 모두가 바라는 백신을 공급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아직 임상이 끝나지 않은 백신 후보 물질을 무턱대고 공급할 수도 없는 법. 멕시코 정부는 감염자 중 지원을 한 사람들에 한해 임상 실험에 참가할 기회를 주는 방식을 고안해냈다.

말이 지원이지, 그냥 맞게 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ID 하이테크, 백신 후보 물질 공급량 충분.

-안정성에도 자신. 백신 접종 수칙만 잘 지킨다면 그 어떤 부작용 없다.

-수칙 지켰는데도, 부작용이 일어난다면 치료와 보상에 무한 책임질 것.

ID 하이테크도 문제없다는 태도였다.

임상실험은 철저한 통제 속에서, 정교하게 설계된 변수와 시나리오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었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멕시코에서 얻은 임상 데이터를 다른 나라에서 인정해줄 가능성은 낮았다.

ID 하이테크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저 반론 자체가 나오지 않을 만큼 확실한 데이터가 나올 것이라 확신했기에 과감한 선택이 가능했다.

그렇게 해서 멕시코에서 긴급 승인된 2차 임상 실험의 규모는 1차인 100명의 1,000배, 10만 명 규모였다.

이 정도면 임상 실험이 아니라 백신으로서 긴급 사용 승인되고 물량도 대규모로 풀리는 것과 같은 효과였다.

기존 제약회사들도 질려 버릴 스케일이었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나서 결과가 나왔다.

-완치율 90% 이상!

-나머지 10% 환자도 호전 중.

상상할 수도 없는 결과에 제약회사들은 그제야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충격과 공포에 빠져 버렸다.

더구나 이들에게 해일처럼 몰려오는 충격과 공포는 실체 없는 유령이 아닌, 실존하는 위협이었기에, 치명도는 이전의 위기들과는 격을 달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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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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