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816화 (816/1,007)

792회

전지전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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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넷째 주 금요일.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는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2005년 처음 시작한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는 이제 겨우 5년 차였다. 역사라고 할 것도 없을 만큼 짧은 내력의 행사지만, 지금은 11월의 다양한 행사 중에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미국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자랑했던 전통의 명절인 추수감사절보다, 블랙 프라이데이가 더 큰 반응을 불러올 정도였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추수감사절이 국민적인 명절이 아닌 개신교에서만 치르는 작은 행사였다. 게다가 한국의 11월은 쉬는 날 하나도 없는 평범한 달이었다. 그렇기에 한국에서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는 매번 집중 조명을 받았다.

특히 올해는 역대 한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 중에서도 가장 성대한 오프닝 행사가 준비되었다. 흑석동 디지털미디어센터에 마련된 행사장에 유재원 부부가 동시에 출격해서 블랙 프라이데이의 오프닝 벨을 울렸고, 그 모습을 수많은 취재진이 와서 찍었다.

그와 함께 디지털미디어센터의 대형 스크린에 걸린 블랙 프라이데이의 실시간 매출 현황판은 0에서부터 무섭게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100억 돌파!

밤 0시, 자정부터 시작된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였다. 몇 초 지나지 않아서 누적 매출액이 100억 원이 넘었다.

취재진은 그 모습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동시에 메인 스크린의 오른쪽에 붙은 카테고리 비율도 시시각각 달라지는 모습을 열심히 담았다.

이름 그대로 실시간 매출액을 구성하고 있는 액수 중에 특정 카테고리의 비중을 표시한 지표였다.

과거에는 전자제품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면, 올해는 좀 달랐다. 전자제품이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긴 했는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카테고리가 새롭게 진입했던 것이다.

신선 농산물이 그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한국 블랙 프라이데이의 메인 아이템이 바로 농산물이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전자상거래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P마켓이 새롭게 발굴한 품목이 바로 신선 식품과 고급 농산물, 밀세트였다.

농산물의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 보겠다고 농민들이 나서기도 했지만, P마켓에서도 신선 농산물 유통을 위한 저온 질소 충전 스마트 물류창고와 저온 택배 차량 등등 신선 유통망 확보를 위해 큰 투자를 했다.

덕분에 이제는 밤에 주문하면, 몇 시간 후 집에서 신선 식품을 받아볼 수 있는 정도의 촘촘한 배송망이 완성되었다.

11월의 넷째 주 금요일 자정이 되자마자 농산물 주문이 쏟아진 것은 50%라는 파격적인 할인도 이유였지만, 새롭게 구축된 신선 식품 총알 배송 시스템을 체험해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덕이었다.

이를 위해 P마켓이 한국에 투자한 금액이 무려 3천억 원이 넘었다.

거대한 저온 질소 충전 스마트 물류창고를 수도권에 2개, 대전에 1개, 부산에 1개를 구축했고, 물류창고와 소비자 사이를 이어주는 모세혈관과 같은 유통망 구축을 위해 수천 대의 저온 택배 차량과 택배 기사들을 고용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어떠한 쇼핑몰도 할 수 없는 투자였는데, P마켓이 과감하게 치고 나갔다.

몇 년 후 거대 시장이 되는 신선 식품을 선점할 투자이기도 했지만, 과거에 했던 약속을 지키는 것이기도 했다.

바로 한미 FTA였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야기되고 있었던 한미 FTA는 한국과 미국 국회에서의 인준이 끝났고, 발효만을 남겨 둔 상태였다.

한미 FTA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볼 기업은 당연히 ID 그룹이었다.

ID 그룹의 생산기지는 한국이었다. 다른 대기업들은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서 한국을 떠났다. 그나마 개성공단으로 가면 양반이었다.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인건비가 저렴한 곳이라면 위험을 감수하고 공장을 옮긴다고 난리였다.

반면 ID 그룹은 웬만하면 한국에서 처리했다.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부터 뉴에그 PC까지도 모두 한국에서 만들었고, 스마트폰과 PC 제조를 위한 핵심 부품도 한국에서 만들었다.

이렇게 한국서 모든 제품을 만들다 보니, 완제품을 미국으로 가져오는 것에 관세가 부여되었다.

전자제품인 덕에 관세가 크게 물리진 않았지만, 한미 FTA 발효는 큰 힘이 된다. 최소한 10%의 가격 하락 요인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미 FTA 이후에도 종전과 같은 가격을 유지한다면 추가 이익이 발생하는 것이고, 가격 인하를 해 준다면 공격적인 마케팅 요소로 삼을 수 있다.

그렇지만 전자제품 관세는 그다지 큰 비중은 아니었기에 한미 FTA의 효과는 제한적이다. 대신 가장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라이트닝 볼트 전기자동차였다.

라이트닝 볼트는 지금 물 만난 물고기와 같은 상태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도요타의 리콜 스캔들이 터지면서 주문이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요타 대몰락!

-신용 상실 도요타, 신규 고객 유치가 불가능!

급발진 사태와 리콜 스캔들로 인해 도요타는 북미 시장에서 급속도로 후퇴 중이었다.

이미 예약된 물량도 취소되고 있었고, 신규로 도요타 차량을 사려는 사람들의 숫자도 뚝 끊어졌다.

도요타 딜러들의 판매량 그래프를 보면 꾸준하게 우상향하고 있던 그래프가 절벽을 만난 것처럼 수직 낙하했다.

더구나 리콜 스캔들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었다.

급발진 피해자 연합이 도요타에 걸었던 손해배상 소송의 규모는 더욱 커졌다. 여기에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조사위원을 매수했다는 혐의까지 추가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도요타의 추가 대응이 나왔는데, 크나큰 자충수였다.

도요타는 바닥 장판과 가속 페달 리콜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하면서 ECU의 비트플립 버그를 수정한 새로운 ECU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해 주기로 했다. 그러면서 멋대로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공개 시연했던 유재원을 고소하겠다고 했다.

비트플립 에러가 급발진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유재원이 저지른 짓은 확실한 불법이라는 것이었다.

대중의 판단은 당연히 유재원을 응원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도요타의 발표가 틀렸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트플립 에러를 억지로 일으켜 급발진을 유도하는 영상이 SNS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른바 도요타 급발진 챌린지였다.

과거에는 없었던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과거와 달리 개인에게 보급된 스마트폰의 숫자도 엄청났고, SNS도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만큼 이런 식으로 하나의 이슈에 대해 SNS상에서 유행이 되는 일이 많았다.

다만 급발진을 유발하는 짓이었기에 아주 위험한 행동이었다.

미국 경찰들은 도요타 급발진 챌린지를 공도에서 하면 바로 체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을 정도였다.

급발진이 일어나면 브레이크도 잘 듣지 않아서 엔진을 끄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그나마 스타트 버튼을 3초 정도 누르고 있으면 엔진이 꺼지긴 하는데, 그 3초 사이에 수십 미터가 쏘아지는 게 급발진이었다.

아이러니한 일은 그렇게 위험하기 때문에 SNS상에서 유행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하여튼, 도요타의 리콜 스캔들 파문은 곧 라이트닝 볼트에겐 기회였다. 종전에는 미국의 엄격한 관세 때문에 빠르게 수요를 대처하는 게 힘들었다.

똑같은 모델이라고 해도 한국 군산 공장에서 제조된 것과 미국 디트로이트 공장에서 제조된 것의 가격이 달랐으니 말이다.

군산공장에서 막 나온 따끈따끈한 뉴로 전기 자동차를 미국으로 가져오는 것만으로 4천 달러의 관세가 붙는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가져왔다고 해서 비싸게 팔 수는 없다.

결국, 한국 군산 공장에서 나온 자동차가 미국으로 공급되는 건 아직 없었다. 미국의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상태였으니, 이런 상태가 계속되었다면 참 아쉬웠을 것이다. 그런데 한미 FTA의 효력이 생기는 2010년 1월 1일부터는 관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다.

ID 그룹 전체로 보자면 한미 FTA로 연간 200억 달러 이상의 추가 수익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되었다.

반대로 한국의 농민들은 농산물 시장이 완전 개방되면서 크게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쌀부터 육류, 과일 등등. 해외로부터 수입되는 농산물과는 가격에서 경쟁이 불가능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한국의 진보 매체와 일부 진보 성향 정치권에서는 유재원 책임론도 거론될 정도였다. 그런 주장 중에는 억지도 많았다. 한미 FTA를 통한 ID 그룹의 초과 이익은 모조리 환수해야 한다는 식의 과격한 주장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국회에는 상식을 갖춘 정상적인 정치인들이 훨씬 많았다. 특히 유재원의 든든한 지지 세력인 통일국민당은 작년 18대 총선에서 100여 석에 이르는 의석을 확보한 덕에 제1 야당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통일국민당은 한미 FTA에서 소외되는 이들을 위한 지원책을 주도적으로 마련해 농민들의 마음을 달랬다.

유재원도 과거 기업들의 나 몰라라 했던 것과 달리 과감한 투자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3천억 원짜리 P마켓의 신선 농산물 유통은 이러한 투자 중 하나였다.

이것 말고도 유재원이 보유하고 있는 종묘 회사를 통해 고부가가치 농작물도 보급했다. 풍미가 좋은 신품종 쌀부터 해서, 각종 과일과 채소에서도 맛과 모양이 월등한 품종을 개발해 보급했다.

이와 함께 농작물 재배 실패 시 지급하는 보상금도 있었다.

농민들은 보통 아주 보수적이었다.

잘못된 선택으로 한 해 농사를 망치면 미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검증이 끝난 작물만 심고, 작물을 기르는 방법도 전통의 방식을 따르려고 했다.

아무래도 유재원의 종묘 회사가 개발한 신품종을 보급을 받는 것을 꺼려하는 농민들이 많았다. 이에 대해 유재원의 종묘 회사는 농사를 망치면 보상을 해 주는 재해보험에 가입해 주는 정책을 폈다.

또한, 종묘 회사의 매출 정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전국 농민들이 어떤 농사를 하는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농업인 전용 지도 사이트도 만들었다.

쌀 농사는 꾸준히 쌀만 짓는 게 보통이지만, 밭 농사의 경우 봄에 심는 작물은 트렌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작년에 배추값이 금값이라고 하면 다음 해 밭 농사에서 배추의 비중이 엄청나게 증가하는 것이다. 또한, 복분자니 블루베리니 하며 뭐 하나 대박이 터졌다고 하는 작물이 나오면 그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심했다.

당연하게도 그렇게 여기저기 잘 된다고 하는 것만 심게 되면, 과잉 공급이 일어나 배추 파동이니 양파 파동이니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전국 농작물 지도가 만들어지면, 출하량 예측도 가능해지는 건 당연하다. 그렇게 되면 배추 파동이니 마늘 파동이니 하는 초과공급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예방해 잘 자란 농작물을 폐기하는 일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 덕분일까.

한미 FTA가 타결되고서 국회 통과까지 농민들의 반발이 과거처럼 극심하진 않았다.

-1천억 돌파!

행사가 시작한 지 불과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1천억 원어치나 팔렸다. 이 중에 40%는 농산물 카테고리였으니 P마켓의 도박은 성공이었다.

다음 날.

유재원의 광폭 행보는 빨라졌다.

녹색뱀미디어, 올리브세븐, 화담 픽처스 등등.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드라마 제작회사들과의 투자 계약이 이어졌다.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녹색뱀미디어였다.

“가편집본만 봐도 수작이라는 건 확실하더군요. 완전 기대하고 있습니다.”

“예! 추노는 제 이름을 걸고 만드는 작품입니다. 충분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계약서에 사인을 마치고 주고받은 대화였다. 연출을 맡은 곽정환 PD는 자신감 넘치는 말로 본인의 작품에 강한 확신을 드러냈다.

양반 가문의 후계자였던 주인공이 가문의 몰락과 함께 추락하며 도망 노비를 쫓는 추노꾼이 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퓨전 사극이 추노였다.

작년부터 촬영이 되었고, 이미 후반부 작업도 많이 끝난 사전 제작 드라마였다. 덕분에 내년 1월부터 KBS2를 통해 방영이 되는데, 이번 투자 계약을 통해서 공중파 방영이 끝나면 타임플렉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급된다.

이는 타임플렉스의 초거대 프로젝트인 오리지널 시리즈 확보의 일환이었다. 2000년대부터 부쩍 퀄리티가 상승한 대한민국의 드라마였다. 아시아는 물론이고 서양권에서도 먹힐 수 있는 수준이라고 자부할 수 있었다.

미국 드라마 1개 시리즈를 만들 돈으로 한국 드라마 3개를 넉넉하게 제작할 수 있는 수준이었으니 가성비도 뛰어났다.

2010년도에 히트 칠 드라마만 싹쓸이로 쇼핑을 한 유재원은 바로 ID 글로벌헤드쿼터 빌딩으로 돌아와 쌓여 있는 보고서와 각종 신규 사업에 대한 기획서도 검토했다.

그야말로 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10년을 ID 그룹의 두 번째 도약기로 삼을 작정이었고,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 골드가 있었다.

인공지능 골드를 중심으로 각종 거대한 사업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할 작정이었다. 심지어 유럽사업부의 런칭도 2010년 1월로 확정되었다. 이를 위해 ID 그룹 전체가 준비해야 할 게 산더미였다.

물론 유재원의 경우 ID톡과 이메일로 오는 보고서들에 전자 서명만 해 주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처음부터 유재원의 기준을 십분 만족하는 기획서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본인의 눈높이에 맞을 때까지 퍼포먼스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 기획서를 다 뜯어고치는 일도 몇번이든 감행해야 했다.

더욱이 지금 유재원에겐 보통 때보다 더 열심히 업무를 처리해야 할 개인적인 이유가 또 있었다.

훈련소 입소.

군대에 다녀와야 했기 때문이다.

필즈상 덕에 군역을 면제받았던 유재원이다. 그런데 웬 군대냐 싶겠지만, 면제자라고 해도 4주짜리 기초 군사 훈련은 이수해야 하는 게 한국의 병역법이었다.

그동안은 해외에 거주했기에 훈련소 소집을 미룰 수 있었다. 하지만 유재원도 이제 내일모레면 만으로 30살이었기에, 더는 미룰 수가 없었다.

유재원은 11월 말 입소를 결정했다. 이렇게 하면 혜성이의 2번째 생일 전에 훈련 일정이 끝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재원의 결정에 당황하고 곤란해진 곳이 있으니, 하나는 대한민국 국방부였고 다른 하나는 미국 백악관이었다.

2002년 월드컵 때, 유재원에게 쓴맛을 제대로 받았던 국방부였기에 충분히 기겁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백악관이라니?

유재원의 훈련소 입소는 백악관에는 대한민국 국방부 이상으로 곤란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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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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