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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818화 (818/1,007)

794회

전지전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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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은 무조건 쉬는 ID 그룹이었고, 올해는 주말까지 2, 3일로 껴 있었다. 그렇기에 연말 휴가와 연차를 적절히 버무린다면 작년 12월 말부터 1월 3일까지 내리 10일 정도 쉴 수 있었다.

유재원이 그랬다.

4주간 제3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기초 군사 훈련을 마치고 사회로 돌아온 유재원은 내리 10일 동안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4일만 더 있었다면 집에서 자가 격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티파니와 혜성이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충실한 시간이었다.

다만, 밖에 나오지 않았을 뿐이지 조금씩 업무는 처리했다.

특히 ID 그룹 사람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연말 결산 보너스를 너그럽게 집행했다.

ID 그룹 사람들이라는 단서가 없더라도 연말 보너스는 중요하다. 그런데 상당히라는 말이 자동으로 따라붙을 만큼 ID 그룹에서는 연말 보너스가 중요한 지표였다.

보너스 금액은 공평하게 직급별로 나오는 기본 보너스에 개인이 이룬 성과가 +a로 더해지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기본 보너스 규모를 넘어서는 성과급을 받는다면 상위급 인재라는 징표였고, 반대로 +a가 없는 사람은 본인의 행적을 심각하게 돌아봐야 했다. 물론 +a가 없는 이들은 전체의 1%도 되지 않는다.

더욱이 1% 중에서도 연말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처럼 능력을 보일 시간조차 없었던 사람들도 조금 있다. ID 그룹은 상시 채용 정책인지라 어느 때라도 입사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진정한 하위 1%인 사람들, 정확한 숫자로는 2천 명 정도 되는 보너스가 없는 사람들은 1년 내내 일한 게 헛일이었고, 오히려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이런 이들은 보통 비리가 적발된 사람들이었다.

다른 그룹보다 훨씬 강력하게 움직이는 ID 그룹 감사실이 열심히 불량 임직원들을 잡아냈지만, 이들은 매년 사라지지 않고 등장했다.

ID 그룹의 성과가 너무도 거대했기 때문이다.

이는 곧 그룹 내에서 움직이는 돈의 규모도 웬만한 중진국의 규모는 진작에 초월해 버렸기 때문이다.

2009년만 해도 클라우드 서비스와 스마트폰, PC의 판매가 역대 최고를 찍었다. 여기에 라이트닝 볼트의 전기 자동차도 200만 대를 팔아치웠고, 도요타 리콜 스캔들 덕에 판매량은 앞으로도 계속 우상향할 것으로 강력 예측 중이다.

전통의 서비스들 역시 호조였다.

타임플렉스의 유료 가입자들은 1천만 명을 넘었고, 넥스트컴을 비롯한 전통의 인터넷 서비스들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이런 와중에 소리 없이 강한 곳도 있으니 ID 인베스트먼트였다.

원유 가격의 고공 행진이 이어지면서 티파니를 돕기 위해 사 놓았던 셰브롱 지분의 가치도 폭등한 상태였고, 원유 선물 투자도 대박이 났다. 여기에 수십 톤 단위로 보관 중이던 금값도 뛰면서 ID 인베스트먼트의 성과 역시 역대 최대였다.

연말 보너스 상위 1%에 속한 이들 중 상당수가 ID 인베스트먼트의 임직원이라는 것이 이를 증명했다.

이러한 계열사들의 성과를 모두 합하면 놀라운 숫자가 튀어나온다.

2009년도 순이익이 360조 원이라고 말이다.

매출이 아니다. 매출에서 각종 생산 원가와 법인세 등의 비용을 제외하고 남은 순이익이 360조 원이라는 이야기였다.

5조 원만 더 벌었다면 하루에 1조 원씩 벌었다고 할 수 있었는데, 딱 한 끗이 부족했다.

말도 안 되는 액수였다.

그렇기에 2009년 연말 보너스는 그 어떤 때보다 성대하게 집행되었다. 그러니 극소수 연말 보너스가 없는 직원들은 정말 문제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2010년 1월 4일.

ID 그룹의 본사 글로벌헤드쿼터 빌딩, 대회의실에서 유재원이 주체하는 시무식이 진행 중이었다. 2009년의 성과가 워낙 좋았기에 시무식의 분위기는 아주 활기찼다. 계열사들의 성과를 하나씩 짚어 주는 것만으로도 임직원들의 얼굴이 활짝 폈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돈 먹는 블랙홀이었던 ID 하이테크가 드론과 로보틱스, 바이오 팀 덕분에 큰 성과를 내었을 정도였다.

“이번에 여러분께 보여드릴 비전은 2010년만을 대비하는 것이 아닌 2010년부터 2020년까지의 10년에 걸쳐 이룩할 장기의 청사진입니다.”

보람찼던 2009년을 정리한 유재원은 그동안 열심히 구상했던 2010년 그리고 2020년까지 10년 동안의 비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유재원의 멘트에 맞춰 전면의 거대 스크린의 프레젠테이션의 내용도 달라졌다.

인공지능 골드의 G 아이콘이 그렇지 않아도 큰 화면을 큼지막하게 채웠다. 곧이어 G 아이콘 옆으로 ID 그룹의 트레이드마크인 ID가 비슷한 크기로 나타났다.

“앞으로의 10년에서 가장 화두가 될 기술은 바로 인공지능입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제일 앞서고 있는 것은 우리의 골드지요.”

골드는 자타공인 세계 최강의 인공지능이었다.

애플을 비롯해 여러 후발주자들이 인공지능 골드와 경쟁하기 위해 너도나도 유사 인공지능을 만들고자 했지만, 단 하나도 성공한 곳이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 어떤 기업도 ID 그룹만큼 전폭적인 투자를 할 수가 없었던 탓이다.

인공지능 골드의 본체라고 할 수 있는 클라우드 시스템의 컴퓨팅 파워만 해도 엑사플롭스 단위였다. 경쟁 업체들은 한 단계 낮은 페타플롭스 단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만으로도 허덕이는 판국이다.

반면 ID 그룹은 최신 CPU가 출시될 때마다 제일 먼저 대량 주문을 넣어서 클라우드 시스템의 업그레이드 작업을 진행했다. 그렇기에 지금의 초월적 격차는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확대될 것이었다.

이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바로 작년에 펼쳐졌던 인공지능 골드의 바둑 도전이었다.

인간계 최강 바둑 기사라는 이세돌 9단을 상대로 5:0 완승을 거둔 골드였다.

이후 넥스트컴 바둑 게임에서 한 달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프리매치 이벤트 역시나 그 누구도 인공지능 골드를 상대로 승리하지 못했다. 이세돌 9단이 상대했던 오메가 버전은 물론이고, 이찬수 사장팀이 중심이 되어 완성했던 알파 버전 역시 비상식적인 승률을 찍어냈다.

두 가지 버전 모두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했기에, 알파 버전 역시 꾸준히 성능이 향상 중이었던 것이다. 오메가 버전만큼 압도적인 기력은 아니어도 최정상급 바둑 기사들과 대등한 싸움이 되었다.

다만 바둑과 같이 모든 정보가 오픈된 게임과 실제 현실처럼 극심한 정보의 비대칭 속에서 벌어지는 게임과 업무에서도 이와 같은 퍼포먼스가 나올 거라고 기대하는 건 좀 부담이었다.

바둑이 우주의 수만큼이나 엄청난 경우의 수가 나오는 게임이긴 해도, 플레이어들 사이에 숨기는 건 없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부정확한 정보 속에서 가장 나은 판단을 해야 한다. 심지어 정확하다고 믿고 있던 정보가 사실은 오염된 것일 수도 있고, 기만과 속임수일 수도 있다. 한 번 돌을 놓으면 바꾸지 못하는 바둑과는 크게 다르다.

“그렇기에 현실에서의 인공지능 도입은 충분한 기계학습을 담보로 해야 합니다. 기계학습에는 거대한 데이터와 이를 분석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충분한 사전 준비와 과감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평소의 유재원과 달리 이번에는 사설이 길었다.

인공지능 골드의 공격적인 확장에는 천하의 유재원이라도 부담인 건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ID 그룹에는 바둑 말고도 충분히 학습된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이곳 ID 그룹 본사의 실무지요.”

유재원의 말이 여기까지 이어지자 이곳 회의실에 있는 최강욱 부회장을 비롯한 임원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인공지능 골드가 초창기부터 수행했던 기계학습 중 하나가 바로 ID 그룹 자금 흐름과 전산망의 모니터링이었다.

이른바 인공지능 어시스트였다.

ID 그룹으로 이직에 성공한 경력직들이 제일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 골드가 시도 때도 없이 물어보는 것이었다.

종이를 거의 쓰지 않는 ID 그룹이었고, 업무 처리는 모두 컴퓨터와 스마트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이뤄졌다. ID 오피스를 이용해 각종 문서와 디지털 데이터를 만들 때면 인공지능 골드가 메시지창을 띄우고 지금 하는 작업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인공지능 골드의 내부데이터 처리에 쓰이는 문법으로 답을 줘야 했다. 입사 시험을 통과한 사람이라면 습득하는 데 어려운 문법은 아니었고, 해시태그를 신중히 달아놓는 걸 주의하면 충분했다.

신입들이야 백지 상태에서 배우는 것이기에 이상하다고 여기진 않았지만, 다른 기업에서 업무를 익혔던 경력직은 너무도 낯선 작업이었다.

그나마 그렇게 열심히 답을 하다 보면, 나중에는 인공지능의 어시스트를 받아서 문서를 빠르게 작성할 수 있었고, 방대한 데이터를 가공해 정보로 만드는 것에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이제는 ID 그룹 본사 직원 모두가 인공지능 골드의 어시스트가 없으면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현 시간부로 인공지능 골드를 ID 그룹 본사의 최고운영관리임원(COO)으로 임명하고, 인공지능 골드의 지시를 단순 조언에서 명령으로 상향하겠습니다.”

미국식 임원 체계를 가지고 있는 ID 그룹이었고, 각종 최고책임자(Chief officer) 직책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COO는 대부분 계열사에서는 공석이었다. 부회장과 계열사 사장들이 COO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유재원이 보았을 때, 인공지능 골드의 ID 그룹 운영에 대한 기계학습은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계학습 인공지능에 골드라는 이름을 부여하고 나서부터 수년 동안 쉬지 않고 학습했던 게 ID 그룹의 업무였다.

이제는 충분하게 학습된 만큼 인공지능 골드가 ID 그룹의 COO가 되어 전사적인 업무 처리를 관장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2009년 연말 보너스 책정 중에 발견된 내부 비리들은 인공지능 골드를 통해 밝혀낸 것이었다.

감사실에서 진행된 감사에서도 관행이라던가, 기존부터 쭉 이어져 왔던 거래선이라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 없이 넘어갔던 사안도 인공지능 골드를 통해 밝혀냈다.

“지금은 많이 어색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골드의 존재감은 전과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있는 듯 없는 듯하다가 의문이 생기는 사안이 발견되면 그때, 모습을 드러낼 테니까요.”

예전에는 골드가 시도 때도 없이 메시지창을 띄우는 통에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학습이 거의 완료된 지금은 그런 상황이 거의 사라졌다.

“대신 어제와 달라진 건, 골드의 권고가 더는 선택사항이 아니라는 것뿐입니다. 저의 결정에 이의가 있는 분은 지금 손을 들어 다른 의견을 말씀해 주세요.”

이제는 COO라는 직위가 정식으로 주어진 만큼, 인공지능 골드의 조언은 권고 사안이 아닌 명령이 되는 것이다.

밖에서 보면 엄청나게 급진적인 결정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ID 그룹 내에서만큼은 아니었다.

이의가 있으면 손을 들라고 말하고, 10초나 기다렸지만 누구 하나 움찔하는 사람도 없었다.

“이의 없습니다.”

“예, 회장님의 결정에 모두 동의합니다.”

최강욱 부회장과 황재홍 사장, 이찬수 사장 등 모두가 유재원의 결정에 동의했다.

미래에 ID 그룹의 가장 큰 변곡점으로 기록될 순간이었다. 그렇지만 유재원의 발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0년은 인공지능 골드의 전문 분야 진출이 본격화될 겁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 ID 그룹은 각 분야에서 절대적 명성을 보유한 조직과 인공지능 골드 도입을 위한 계약을 완수했습니다.”

이번에도 유재원의 말에 전면 대형 스크린에 로고가 나타났다.

한국인도 잘 알고 있는 하버드 대학교의 로고였다.

하버드 의과대학 그리고 하버드 의과대학 산하의 메사추세츠 종합병원이 인공지능 골드를 이용한 진단의학 능력 완성을 위한 협력 업체로 ID 그룹과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ID 그룹은 하버드 의과대학과 메사추세츠 종합병원에 소정의 기부금 30억 달러를 납입하고, 하버드 의과대학과 메사추세츠 종합병원은 인공지능 골드에 그동안 구축하고 있던 진단의학 관련 의료 데이터를 공급함과 동시에, 환자 진단에 인공지능 골드를 사용하는 계약이었다.

존스홉킨스 병원이 유력한 경쟁자였지만, 여러 가지 평가 결과 세계 최고의 의과대학은 역시나 하버드 의과대학이었고, 메사추세츠 종합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의 질은 존스홉킨스 병원을 능가할 정도였다.

다만 겉으로 보면 30억 달러나 쓰는 ID 그룹이 밑지는 것 같이 보였지만, 이번 협업으로 인공지능 골드가 각종 질병에 대한 완벽한 진단 능력을 갖춘다면 이를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기대 수익은 기부금의 몇십 배가 될 것이다. 그것도 최소한으로 잡아서 말이다.

“백신 탐색 알고리즘을 통해 찾은 QIV-A1 백신으로 신종플루를 멋지게 퇴출시킨 ID 하이테크의 바이오 팀도 ID 하이테크의 자회사로 독립시켜 신약과 백신 개발을 전담할 계획입니다. 전염병도 인류의 번영을 막는 거대한 장애물이지만, 각종 난치병과 희소 질환 역시 우리가 정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인공지능의 분석 능력을 적극 활용해 난치병과 희소 질환의 원인을 찾고 완치까지 이뤄낼 겁니다. 회사의 이름은 ID 바이오로직스로 정했습니다.”

유재원식 ID 그룹의 역사와 함께 시작했던 유재원식 네이밍은 여전했다.

그렇다고 해서 ID 바이오로직스의 능력이 허술한 건 절대 아니었다. 바이오로직스가 앞으로 쏟아낼 바이오 의약품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게 가득했으니 말이다.

당연하게도 모든 탈모인들의 염원인 발모제 역시 ID 바이오로직스가 조만간 출시할 의약품 순위 중에 최상단에 있었다.

다만 의약품은 신종플루 사태처럼 엄청나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임상 실험에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ID 바이오로직스의 발모제가 탈모인들의 손에 들릴 때까지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다음은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깜짝 놀랄만한 아이템입니다.”

인공지능 골드의 바둑 도전에서 5:0이라는 완벽한 승리와 함께 조명된 것이 완벽하게 가동했던 로봇팔이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달성한 로봇팔의 기술적 업적은 산업적, 상업적 이용은 물론 의학에도 쓰일 수 있다. 바로 불의의 사고로 팔이나 다리를 잃은 사람들을 위한 스마트 의수, 의족이었다.

첨단의 IT 기술이 접목된 의수와 의족은 지금도 제법 출시가 되었지만, 유재원이 계획하고 있는 것은 기존의 제품과는 차원이 다른 물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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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주말이네요!

건강 잘 챙기시면서 즐겁게 보내시고, 월요일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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