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회
전지전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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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
-현 시간부로 커뮤니티 가이드 2.0이 정식 적용되었습니다.
“응? 커뮤니티 가이드? 벌써 적용됐다고!”
한창 ‘좋아요’ 작업에 열중하던 박승엽은 손놀림이 더욱 빨라졌다.
박승엽이 하는 사업 모델은 바로 각종 SNS의 구독자와 좋아요 숫자를 작업해 주는 이른바 구독 대행사였다.
동남아시아와 중국에서 각종 SNS 계정을 개당 100원 정도의 가격에 구매한 다음, 원격으로 관리하면서 구독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일정 금액을 받고 좋아요를 높여 준다거나 구독자를 높여 주는 등의 작업을 하는 일이었다.
한국 온라인 게임계에서 빠지지 않는 작업장을 SNS판으로 바꾼 것인데, 실제 박승엽은 혈맹 1, 2같은 잘 나가는 온라인 게임의 작업장도 가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재작년부터 온라인 게임의 작업장보다 SNS 작업장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훨씬 커진 덕이 지금은 본업이 바뀐 것이다.
제일 비싼 단가를 자랑하는 작업은 바로 유튜브였다.
대기업 유튜버들이 한 달에 벌어들이는 돈의 액수가 억 단위를 넘어 10억 단위까지 치솟아 올랐다는 소문이 돌자, 너도나도 유튜브에 진출했다.
그렇지만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 유튜브도 직접 맞닥뜨리고 보니 만만한 세계가 아니었음을 알고 당황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어났다.
대기업 유튜버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은 바로 재미있는 영상을 꾸준히 올리는 것이었다. 일단 꾸준히 올린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나마 게임을 다루는 유튜버들은 신작 게임이 나오면 콘텐츠 고민이 며칠 간은 사라진다.
반면 레전드 리그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혈맹과 같은 온라인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송은 매일 플레이해도 지루해하는 구독자는 거의 없다.
문제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다들 즐기는 게임인 만큼, 수많은 경쟁자들 속에서 본인이 돋보여야 했다는 것이다.
컨트롤이 기가 막히다든가, 입담이 끝내 줘서 평범한 장면도 코믹하게 만들어낸다든가 하는 능력이 있으면 돋보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신참 유튜버들에게는 의욕만 가득했을 뿐이다.
보통 열심히 업로드하는데도 조회 수가 제자리라면 십중팔구는 유튜버를 그만둔다. 극히 일부는 위험한 생각을 하게 된다.
구독자와 조회 수, 좋아요를 높여서 유튜브 메인에 노출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박승엽의 구독 대행사가 바로 이런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업체였다.
당연히 불법이지만,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기에 제대로 제재할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박승엽이 보유하고 있는 100만 개 규모의 SNS 계정들은 대부분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나라에서 구입한 것이었다.
회귀 전에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개인정보가 마치 공공재처럼 인터넷을 떠돌아다녔다면, 지금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나라들의 개인정보가 그런 신세다.
유튜브 계정이 1개에 1만 원으로 제일 비싸게 거래되었고, 중국산 SNS인 웨이보는 1개에 10원으로 제일 저렴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비싼 가격이 아니었는데, 구독 대행사도 경쟁이 되면서 호가가 치솟아 오른 것이었다.
동남아시아 나라들 대부분은 원화 환율이 초강세였기에 1만 원은 절대 적은 돈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기꺼이 유튜브 계정을 만들어 파는 일이 중국과 동남아시아 네티즌에겐 가볍게 선택할 수 있는 용돈 벌이었다.
커뮤니티 가이드 2.0에는 유령 계정에 대한 단호한 차단 정책도 있었다.
유튜브에서 시범 적용되었을 때, 박승엽이 관리하는 계정 대부분에 경고의 메시지가 떨어진 상태였다.
감이 좋은 박승엽은 구독 대행사 사업이 끝물이라는 걸 알고서 폭탄 세일로 고객들을 대거 유치했다.
-뚱!
곧이어 묵직한 경고음이 켜졌다.
“텄네.”
이 소리가 의미하는 건 딱 하나, 원격 제어 매크로가 정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신호였다. 프로그램을 켜 보니 박승엽이 보유하고 있던 계정들이 엄청난 속도로 연결이 끊기고 있었다.
“데이타, 매크로 작업 중단하고 완전 삭제 프로그램 가동해 줘.”
박승엽은 바로 작업 중단 지시를 내렸다.
-매크로 작업 중단. 이레이저 프로그램 실행합니다.
박승엽이 데이타라고 부른 건 인공지능 개인비서 별명이었다. 어렸을 때 스타트렉을 즐겨 보았던 박승엽에게는 데이타와 같은 안드로이드 로봇은 그야말로 로망이었다. 사람의 외모를 그대로 닮은 컴퓨터는 아니어도, 컴퓨터가 사람의 말을 그대로 알아듣고 실행해 주는 건 스타트렉의 컴퓨터를 쏙 빼닮았다.
컴퓨터가 완전히 포맷되는 동안 박승엽은 사무실도 정리했다.
파쇄기를 돌리며 민감한 정보들이 담긴 종이 문서를 파기하는 것이었다. 특히 거래 장부는 꼼꼼하게 세절을 시켰다.
거기엔 요즘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신성 유튜버도 있었고, 연예기획사들의 이름도 한가득이었다. 세상에 공개되면 파장이 엄청난 물건이었지만, 박승엽에 의해 가루가 되었다.
“다 됐나?”
비록 불법적인 시장을 개척한 박승엽이지만, 제 손으로 마침표를 찍는 것은 프로 그 자체였다.
“몰디브 가서 모히또나 한 잔 해야겠군.”
그도 그럴 것이 구독 대행사 일을 하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일평생 일해도 벌지 못할 만큼의 큰돈을 벌어 놓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돈을 현금으로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디지털 화폐에 분산해 놓았다. 한국과 미국의 N포인트가 기본이었고, 최근 무섭게 시세가 치솟고 있는 Z코인과 암호화폐라는 개념을 처음 알린 비트코인까지.
그야말로 디지털 화폐로 적절하게 분산시켜 놓았다.
몰디브 같은 경치 좋은 휴양지에 가서 몇 달 정도 쉬다 보면 동업자들이 커뮤니티 가이드 2.0의 허점도 찾아냈을 거 아니겠는가.
그렇지만 유재원과 ID 그룹 법무팀이 한국과 미국, 유럽 정부와 세계구급 법무법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만들어낸 커뮤니티 가이드 2.0이었다. 그리고 이 정책을 실질적으로 집행하는 주체는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 골드였다는 건 박승엽과 같은 업자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인공지능 골드가 직접 클라우드 서버상에서 모든 사용자 데이터를 로드했고, 이를 분석해 커뮤니티 가이드 위반자들을 솎아냈다.
동시에 유령 계정과 같은 위반자들이 올려놓았던 조회 수와 좋아요 숫자, 구독자 숫자도 삭제하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 중이었으니 말이다.
-회원님들! 우리 오빠들 조회 수가 이상해요!
-조회 수만 그런 게 아님. 구독자 숫자도 1/3은 날아갔음.
-해킹당한 거죠?
-오빠들 케어도 개판으로 하더니, 유튜브 채널 관리도 개판이로군요!
유튜브의 변화를 제일 먼저 알아본 건 신인 남성 아이돌 그룹의 팬덤이었다.
아이돌 영업에서 제일 중요한 건 신곡이었고, 신곡을 제대로 어필하는 건 뮤직비디오였다. 신곡이 나올 때마다 일주일 전부터 티저를 올리면서 바람을 잡고, 유튜브에 뮤직비디오를 올려 화끈하게 조회 수를 끌어올리는 건 이제 한국 연예기획사라면 누구나 하는 컴백 패턴이었다.
난리가 난 한 아이돌의 팬덤도 며칠 전 신곡으로 컴백을 했고, 무섭게 치고 오르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뮤직비디오의 조회 수 증가 추세가 확 꺾여 버렸다. 심지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게 아니라, 뒤로 밀려났으니 말이다.
심지어 구독자 숫자는 줄었다.
유튜브에서 조회 수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구독자였다. 구독자는 팬덤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숫자인 만큼, 구독자가 줄었다는 건 탈덕을 하는 사람들이 대거 늘었다는 의미였으니 말이다.
-간밤에 오빠들이 사고라도 쳤나요?
탈덕이 생기는 건 아이돌 멤버 중 누군가가 제대로 사고를 쳤을 때였다. 특히 팬들과의 유사 연애를 기본으로 깔고 있는 아이돌 그룹이 많아서 열애설은 특히나 치명적이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넥스트컴 뉴스 페이지를 뒤져 봐도 갑자기 터진 사고 이슈는 하나도 없었다.
-커뮤니티 가이드 2.0 때문 아니야?
그렇게 혼란에 빠졌던 팬덤은 누군가가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면서 순식간에 혼돈에 빠졌다.
비단 특정 아이돌 채널의 조회 수와 구독자만 빠져나간 게 아니라, 유튜브 전반에 걸쳐 조회 수가 빠지는 현상이 일어났다는 걸 알고 멘붕에서 벗어났다. 의문은 풀렸지만, 그렇다고 위기가 해소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조회 수가 빠지는 크기가 클수록 구독 작업장을 썼다는 의혹이 짙어졌다. 억지로 조회 수와 구독자를 띄우려던 소속사의 조바심과 욕심이 정상적인 영업만으로 크게 뜰 수 있었던 아이돌의 발목을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한국의 아이돌 팬덤 문화는 90년대 말부터 고도의 조직화가 이뤄진 상태였다. 게다가 H.x.T의 표절 사태 이후로 막장화되던 팬덤 문화는 양성화되었다.
표절 사태 이전의 H.x.T 팬덤은 그야말로 온갖 저질 팬덤 문화의 원탑이었다. 그러다가 드림 엔터테인먼트의 인수 후에는 가장 건전한 팬덤으로 180도 뒤집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H.x.T의 표절 사태로 징벌적 배상 제도가 확실히 자리를 잡으면서 수많은 원곡자들이 한국의 연예기획사를 상대로 소송에 들어갔다.
이때 망해 버린 소속사도 많았고, 치명타를 입은 가수도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애초에 표절을 하지 않았더라면 피해를 볼 일은 없었을 것이니 H.x.T에 대해 악감정을 내보일 일도 없을 텐데, 사람이라는 존재가 그렇게 이성적인 건 아니었다.
엄청난 비난이 H.x.T에 쏟아졌다. 이를 막아야 할 건 H.x.T에 덕통사고를 당한 애꿎은 팬들이었다.
그렇기에 H.x.T는 타의 모범이 되는 팬덤이 되어야 했고, 드림 엔터테인먼트에서도 이를 적극 지원했다.
그때 다져진 H.x.T 팬덤의 조직력과 연대 의식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덕분에 H.x.T의 멤버들이 군 입대, 혹은 개인 활동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지금에도 팬덤의 결속력이 웬만한 현역 아이돌 그룹 못지않았다.
그런 H.x.T 팬덤이 선도한 팬덤 문화는 한국의 여러 아이돌 그룹의 팬덤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조회 수가 거꾸로 내려가고, 구독자 숫자가 1/3이나 날아가 버린 신인 아이돌 그룹의 팬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진상을 파악하자마자 대대적으로 커뮤니티 가이드 2.0으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커뮤니티에 떠들고 다녔다. 비단 본인의 아이돌뿐만이 아니라 훨씬 더 큰 폭의 하락세가 나온 유튜버들을 예로 들면서 유튜브의 자정 작용을 지지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른바 물타기였지만, 효과적이었다.
해당 아이돌 그룹만 조회 수와 구독자가 줄어든 게 아니라, 이보다 심하게 추락한 사례가 수두룩했다.
덕분에 언론에서도 기사를 쓸 때 특정 아이돌 그룹만 콕 찍어서 추락했다고 쓰는 게 아니라, 유튜브의 자정 작용이 시작되었다는 식으로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편, 유튜브의 변화가 묵직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이뤄지고 있다면 실시간으로 급박하게 변하고 있는 판도 있었다.
-어? 뭐야? 다운인가?
-레전드 리그도 다 갔네요. 다운이나 되고 말이죠.
“다운이라니, 섭섭하게. 영정이라고.”
유재원은 스마트폰 속에서 검게 변한 화면을 보고 당황해 마지않는 BJ를 보며 말했다. 유재원의 말은 BJ에게 전달되지 않겠지만, 화면이 검게 변한 이유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명확한 팩트를 말한 것이었다.
스마트폰 속 젊은 남자는 검게 변한 게임 화면을 내리고 개인 캠을 켜서 얼굴을 드러냈다.
화면에서 보여지는 건 말끔한 20대 초반의 청년이었고, 인터넷 세계에서는 제법 유명한 사람이기도 했다.
판도라 TV라는 국산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닉네임 개압도를 사용하며 레전드 리그를 주 종목으로 방송하는 BJ였다. 서양권에서 BJ라는 말은 성적인 의미의 단축어였지만, 한국에서는 방장의 줄임말 혹은 브로드캐스팅 자키를 줄여서 만든 단어였다.
BJ 개압도의 실력은 그야말로 자타공인 최고였다.
프로팀의 스카웃 제안도 여러 번 받았을 정도다. 하지만 이 사람은 야인으로 남았다.
레전드 리그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여러 번 악성 댓글로 리포트를 받았고, 프로게이머들과의 매치가 잡히면 더더욱 인성질을 했던 이력이 워낙 임팩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판도라TV에서 BJ를 하면서 더욱 자극적인 콘텐츠를 원하는 시청자들을 위해서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트롤촌 입촌 이력도 10번이 넘을 정도로 트롤링 문제도 심각했다.
이러한 이유로 이용 정지 처분이 내려진 것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BJ 개압도는 아이디를 통째로 갈아치우면서 이러한 행태를 계속 이어 나갔다. 이용 정지의 기준이 아이디였기에 아이디를 새롭게 파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오히려 챌린저 수준의 실력자가 새로운 아이디로 양민을 학살하는 걸 주요 방송 콘텐츠로 삼았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바로 대리였다.
레전드 리그에서 정규 리그의 높은 등급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반대로 최하 등급인 아이언 랭킹이나 브론즈 랭킹은 랭크 점수가 없는 비정규 멀티 플레이에서도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상위 등급에 올라갈 수 없는 사람들은 레전드 리그의 실력자들에게 돈을 주고 본인의 랭킹을 올려 달라고 의뢰를 했다.
조금 전까지 BJ 개압도가 판도라 TV에서 시청자 5천 명을 모아놓고 신나게 방송 중이었던 콘텐츠도 대리 의뢰자가 의뢰한 아이디로 접속한 대리 게임이었다.
BJ 개압도의 대리 실력은 자타공인 한국 최고.
아이언 랭크의 아이디라도 딱 3일이면 챌린저 바로 아래 단계인 마스터까지 올려놓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챌린저 랭크라고 해도 불가능은 아니었다.
상대적인 비율로 결정이 되는 랭킹들과 달리 챌린저는 최상위 실력자 100명이라는 숫자가 고정된 랭크였다. 그렇기에 챌린저 랭크 대부분은 레전드 리그의 프로게이머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J 개압도는 레전드 리그 실력 하나만으로 바늘 구멍보다 비좁은 챌린저를 마음대로 뚫어낼 수 있었다.
그렇기에 개압도를 찾는 대리 의뢰는 끊이지 않았고, 이를 콘텐츠로 삼아 방송하는 판도라 TV에도 시청자들이 가득 몰려들었다.
검게 변한 화면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기에 BJ 개압도는 ‘ESC’를 누르며 안드로이드 바탕화면이 나와야 했다. 그러고 나서 레전드 리그 런처를 다시 실행하고,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자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않았던 메시지가 나왔다.
-김대환 님은 대리 플레이 적발로 게임 참여를 금지합니다. 금지 기간은 영구적입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붉은색의 큼지막한 글씨로 말이다.
-아, 누가 또 신고했나 보죠? 얼마든지 해 보세요. 아이디는 많거든요!
개압도는 여러 번 당해 본 경험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새로운 아이디를 입력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김대환 님은 대리 플레이 적발로 게임 참여를 금지합니다. 금지 기간은 영구적입니다.
두 번째 아이디를 입력했을 때에도.
-김대환 님은 대리 플레이 적발로 게임 참여를 금지합니다. 금지 기간은 영구적입니다.
세 번째 아이디를 입력했을 때에도 영구 정지 메시지가 뜨면서 접속이 되지 않았다. 그제야 BJ 개압도의 웃음기 있던 얼굴에 금이 가면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3번째에 입력한 아이디는 다른 사람의 주민번호를 넣어서 만든 아이디였고, 만들어 놓고 한 번도 접속하지 않았던 그야말로 깨끗한 아이디였다.
“후후, 계정 밴이 아니라 인간 밴은 처음이지?”
유재원의 말 그대로 커뮤니티 가이드 2.0에서 영구 정지 처분의 기준은 아이디가 아닌 사람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개압도가 어떠한 아이디를 사용해 레전드 리그에 접속하려고 해도 개압도라고 판단되면 즉각 정지 처분이 떨어지는 것이다.
-와~, 씨바. 인공지능 주제에 사람 성질 건드리네요. 한 번 제대로 붙어 보겠습니다!
화면 속 개압도는 두 팔을 걷어붙이며 제대로 자세를 잡았다.
이번 일은 단순한 해프닝 정도가 아니라, 이대로 가면 본인의 생계에 지대한 타격이 있을 것임을 직감한 것이다.
비단 BJ 개압도뿐만이 아니었다.
커뮤니티 가이드 2.0의 본격적인 적용으로 그동안 사용했던 꼼수와 반칙들이 막힌 사람들은 개구멍을 찾아내려고 안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법으로 막지 못한 구멍을 통해 빨아들이고 있던 이익은 너무도 달콤했기 때문이다.
BJ 개압도가 보여주는 모습처럼 순순히 포기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어떻게 보면 커뮤니티 가이드 2.0을 수행하고 지키려는 인공지능 골드와 이를 어떻게 해서든 뚫어내려는 사람들의 대규모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인공지능 골드는 바둑에서는 도전자였다면, 이번엔 무수한 도전자를 상대할 챔피언이다. 승산은 당연하게도 인공지능 골드에 압도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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