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836화 (836/1,007)

812회

용쟁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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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각.

“분명 전자제품 관세를 언급하면 바로 고개를 숙일 거라 하지 않았나?”

중국 최고 권력자인 시진핑의 물음은 조용했다.

언뜻 들어보면 그냥 지나가듯 물어보는 것처럼 들릴 정도였다. 그렇지만 질문을 받은 겅후이창 국가안전부 부장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시진핑의 최측근으로서 오랜 시간 그를 모셔왔던 겅후이창이었기에, 지금 시진핑이 극도로 분노하고 있다는 걸 바로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비단 목소리뿐만이 아니라 지금의 상황 자체가 겅후이창이 극도로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한국에 대한 강경 조치를 처음 제안한 사람이 겅후이창이었기 때문이다.

“저기, 유 회장이 청와대를 다녀온 다음부터 한국의 분위기가 일변했습니다.”

겅후이창 부장은 필사적으로 변명거리를 찾았다. 허둥지둥 내뱉은 말이지만, 꽤나 정확한 진실을 담고 있었다.

“지금이야 말로 오만해진 한국에 대국으로서의 가르침을 내릴 적기입니다.”

필사적인 겅후이창 부장의 말에 시진핑 주석은 생각에 잠겼다.

비단 한국 뿐일까.

시진핑 주석의 머릿속에는 한국이 아닌 미국이 있었다.

중국은 내부적으로 얼마든지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맞설 만한 능력이 있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13억 인민들의 일치단결된 힘은 매일 같이 중국의 모습을 바꿔내고 있었다. 상전벽해라는 말 그대로 허허벌판이었던 곳에 선진국 못지 않는 신도시가 들어섰고, 중국의 경제력도 무시무시한 속도로 성장 중이었다.

청나라 채권 상환이 발목만 잡지 않았더라면 훨씬 나은 성과를 보였을 것이 분명하지만, 지금도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

이러한 경제 발전 속도가 앞으로 10년만 지속된다면 미국을 능가하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게 중국 수뇌부의 생각이었다.

문제는 미국 역시 그 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대중국 포위망 형성에 적극 나서고 있었고, 서쪽의 키르기스스탄, 아프가니스탄부터 남쪽의 인도, 태국, 베트남과 필리핀 대만, 그리고 동쪽의 일본과 한국까지.

북쪽이라고 해서 포위망이 없는 건 아니다.

러시아, 한때 미국과 패권을 다투기도 했던 강대국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같은 공산권이고 중국의 몇 없는 동맹국이니 우호적이지 않을까 생각하는 게 보통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중국과 러시아가 운명을 같이한 파트너였던 때는 개혁개방 이전의 일이었다. 이후는 러시아가 몰락하고, 중국이 크게 성장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특히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서 경제적으로 파탄이 났을 때, 동맹이었던 중국의 도움이 전무했다. 여기에서 러시아는 국가 차원에서 깊은 배신감을 느낄 정도였다.

최근 러시아는 원유를 비롯한 각종 지하자원의 힘으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신경 쓰지 못했던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었고, 동시에 중동과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도 확대 중이었다.

여기서 중국과의 이해관계가 크게 충돌하고 있는 것이었다.

에너지 소비국을 넘어 에너지 블랙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중국이었다. 세계 최고의 인구 대국인 만큼, 중국이 본격적으로 소비를 시작하는 자원이나 식량이 있다면 가격은 폭등했다.

원유의 가격은 지금도 1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초고가를 형성하고 있다. 고유가의 원인 중에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수입량 폭증이었다.

중국도 자국 내에서 원유가 나오는 나라였지만, 그것으로 국내 소비량을 충당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했다.

에너지 수급은 중국의 명운이 걸린 일이었기에, 사력을 다해 해외 유전을 획득하려고 했다. 원유 말고도 철광석과 보크사이트, 석탄 등 다른 자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해외에 자원선 확보를 위해 막대한 투자 중이었는데, 거기서 러시아와의 충돌이 심했다.

국경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영토에 대한 욕심은 인구수만큼이나 거대했다. 한 점의 땅이라도 더 중국으로 편입하겠다는 의지로 남중국해에서의 충돌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비슷한 충돌이 대륙 북쪽 러시아와의 국경에서도 이뤄지고 있었다.

베트남과 필리핀처럼 만만한 나라들이 즐비한 남중국해와 달리 러시아라는 대국을 상대해야 하는 만큼, 치열하게 터지는 충돌은 아니었다. 하지만 러시아 국경수비대의 증원이 있었을 만큼 결코 묵과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이처럼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는 중국이었으니, 이를 뚫어내기 위한 노력도 한층 커지고 있었다.

내부적으로 일대일로라는 프로젝트가 한창 연구 중이었다.

과거 실크로드 국가들과의 공동경제권을 부활시키는 것인데, 실현만 된다면 전 세계 인구의 반 이상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어낼 가능성이 보였다.

이와 함께 대중국 포위망의 약한 고리를 공략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국가안전부의 겅후이창 부장이 내놓은 주장이었다.

그렇게 해서 선택된 목표는 한국이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그렇지만 가장 큰 요소는 뭐니 뭐니 해도 경제였다. 한국의 무역 상대국 리스트에서 중국은 오래전부터 미국을 제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자세는 뻣뻣하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한국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중국도 위협을 느낄 만큼 군대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FX사업으로 F15K 전투기를 대량으로 들여오는 게 시작이었다. IMF 외환위기 때만 해도 도입 대수를 줄인다더니, 지금은 물량 축소가 흐지부지되었다. 원래 예정했던 80대 물량에 더해 40대를 추가 도입하니 마니 하면서 간을 보고 있었다.

F15K의 작전 반경은 1,800Km.

중국의 수도 베이징도 거뜬히 넣을 수 있는 거리를 자랑했다. 여기에 슬램ER과 타우러스 같은 초정밀 타격이 가능한 공대지 미사일까지 대량 구매하면서 중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또한 조기경보기와 공중급유기까지 계약하면서 한국의 공중 전력이 급상승했다.

해군도 위협이었다.

최근 실전 배치된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은, 말이 구축함이지 순양함이라고 해도 될 만큼 엄청난 무장과 방어 능력을 탑재하고 있었다.

일본의 해자대에는 여전히 밀리지만, 황해라는 바다를 접하고 있는 한국 해군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가로막는 첫 번째 장애물이었다.

육군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한국의 기갑전력은 아시아 전체를 놓고 봐도 최강이었다. 나토를 결성하게 만든 전성기 러시아의 기갑웨이브를 재현할 수 있는 아시아 유일의 나라였다. 이와 비슷한 전력을 찾자면 미국뿐이라고 할 만큼 강력한 전력이었다.

중국도 개혁개방 후, 인민해방군 현대화 사업을 빠르게 추진 중에 있었지만, 이지스함이나 F15K 같은 고급 장비는 중국이 절대 구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이나 러시아에서 빼돌린 기술을 바탕으로 비슷한 장비를 만들려고 노력 중이지만, 카피품은 역시 카피품이라는 결과뿐이었다.

인민들에게는 국산 기술로 만들어진 최강의 장비가 인민해방군에 보급되고 있다고 선전했지만, 동급의 성능은커녕 훨씬 열화된 기능만 나오는 만큼 실전에서 붙게 된다면 결과는 뻔했다.

이처럼 강력한 전력을 자랑하는 한국이지만, 중국이 대중국 포위망의 약한 고리로 한국을 지목하고 즉각 행동에 나선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일단 중국은 과거 비슷한 사안에서 크게 승리했던 기억도 가지고 있었다.

성공이나 승리의 기억은 그만큼 강렬해서 2000년대 마늘 파동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시진핑 주석이나 중국 수뇌부의 우려를 상당 부분 불식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겅후이창이 한국을 쳐야 한다는 근거로 내세운 건 한국의 언론 기사들이었다.

작년부터 한국 언론을 보고 있자면 중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골병이 든다는 식의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심지어 앞으로는 친중 노선을 선택해야 한다는 논조의 기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동아시아 균형자론을 이야기하는 노 대통령을 비난하기 위해 나온 기사였다.

반면 겅후이창 부장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많아진 만큼, 한국 내에 친중 인사들이 대거 등장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깐마늘 파동이 터진 것이었다.

중국산 깐마늘에서 일부 대장균이 나왔다는 이유로 싸그리 되돌려 보내다니!

마침 잘됐다 싶은 겅후이창 부장은 이번 기회에 한국의 버릇을 잡아 줘야 한다고 강력히 권고했다.

겅후이창 부장의 권고에 시진핑 주석은 처음엔 우려를 표했다.

섣불리 건드렸다가 괜히 일만 키우게 될 거라는 우려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내심 한국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는 있었고, 결국 허락했다.

“그렇지. 지금이야 말로 적기겠지.”

이제 와서 중국이 먼저 고개를 숙이는 건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습니다! 주석님.”

식은땀을 흘리며 긴장했던 겅후이창 부장은 시진핑 주석의 말에 죽었다 살아난 기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진핑이 국가주석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무색무취이자 모두에게 좋은 평판을 쌓은 원만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중국 공산당 내부에 존재하는 강력한 파벌집단은 각자의 존재감이 강력한 만큼, 서로 간의 견제도 심했다. 차기 주석 선출에 그동안 중국 공산당 내에 쌓여 있던 온갖 추잡한 문제들이 다 터질 것 같자, 빠르게 봉합하기 위해 선택된 사람이 시진핑이었다.

그런 시진핑이었는데, 주석 자리에 오르고 나서 권력 기반이 확고해지자 본색이 슬슬 나오기 시작했다.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공산당 내 거대 파벌의 구심점을 찍어냈다. 태자당의 보시라이가 대표적인 사례였다. 공산당 원로인 보이보의 아들인 보시라이는 차기 대권주자에 거론될 만큼 거물이었는데, 지금은 뇌물수수와 횡령, 직권 남용 등의 죄목으로 재판에 들어간 상태였다.

측근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권력이 강력한 중국이었고, 그중에서도 최고인 국가안전부라는 막강한 자리에 앉은 겅후이창이라도 하루아침에 실각될 수 있는 게 시진핑 시대였다.

한국과의 분쟁을 계속 이어 나가겠다는 시진핑 주석의 선택 덕분에 겅후이창 부장은 그야말로 큰 고비를 넘긴 것이었다.

“그나저나 한국의 대선이 내년 3월이라지?”

시진핑의 복심인 겅후이창은 한국의 대선이란 말을 듣자마자 그 속뜻을 바로 이해했다.

“예, 주석님.”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의 대선판을 대놓고 흔들어 보라는 주문이었고, 겅후이창은 즉각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겅후이창과의 독대를 마친 시진핑은 바로 상무부장을 호출했다.

바로 아래층 응접실에서 대기 중이던 상무부장은 곧장 시진핑의 집무실에 도착했다. 그 자리에서 시진핑은 이런저런 설명도 필요 없이 즉각 한국산 전자제품 수입 관세의 인상을 명령했다. 또한, 한국의 추가 조치에 비례해 추가 보복 조치를 마련하고 즉각 시행하라는 지시도 이어졌다.

한국만큼은 꼭 잡고 가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표명되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2011년 한국의 대선에 걸린 판돈은 한국 사람들도 모르는 사이에 대폭 증가했다.

7월 2일.

-새로운 대한민국 수도 세종시의 개막 선언합니다!

청명한 여름 하늘이 투명하게 보이는 맑은 날, 세종시에 새롭게 자리한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의 선언이 이뤄졌다.

대한민국의 수도가 서울에서 세종특별시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와 함께 정부 종합청사도 본격적인 업무가 개시되었고, 국회와 대법원 역시 각자 개원식을 하면서 세종특별시 시대가 왔다는 걸 알렸다.

그와 함께 베일에 가려져 있던 세종특별시의 스마트 시티 기능도 본격적으로 가동되었다.

생체 정보를 딱 한 번만 인증해 놓으면, 부여된 권한에 따라 출입문의 잠금장치가 알아서 작동하는 건 기본이었다.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등록되지 않은 사람이 중요 시설 근처에서 기웃거리면 알아서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교통량을 모니터링해서 신호 체계를 탄력적으로 조절한다든가, 전력과 온수 같은 에너지 관리도 사람과 상황에 맞춰 정확하게 공급하는 일련의 작업들이 시티OS에 내장된 인공지능의 힘으로 자동으로 처리되었다.

물론 이러한 기능이 시스템상에서 구현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ID 테크놀로지에서 만들어졌다.

언제부터 이런 걸 만들었나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자정부 2.0 사업의 일환이었다. 전자정부 2.0은 단순한 증명서 발급이나 인증 절차를 인터넷으로도 처리될 수 있게 만든 정도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역에 세종시 수준의 스마트 기능을 구현하는 것이 최종 목표였던 것이다.

사업의 규모가 생각 이상으로 거대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말들이 많았지만, 세종시가 완성된 걸 보고는 의혹 제기가 쏙 들어갔다.

이처럼 세계 최고의 첨단 기능이 구현된 세종시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건 역시나 자율주행이었다.

시티OS가 제공하는 스마트 기능 상당 수는 세종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지만, 운전석이 비어 있는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고 있는 장면은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었으니 말이다.

그중에서도 무인택시는 세종시 개막식 취재를 나온 취재진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앱스토어에서 마이콜이라는 앱을 받아 설치한 다음, 도착지를 선택하기만 하면 끝이었다. 요금 계산은 앱에서 원클릭 결제로 현금부터 Z코인까지 어떠한 재화로든 쉽게 계산할 수 있었다.

“정부 종합청사로 갑시다.”

-네, 대통령 님의 분부에 따라 정부 종합청사로 운행을 시작하겠습니다.

세종시 청와대에서 선언식을 마친 노 대통령도 직접 마이콜 앱을 사용해 무인택시를 잡아서 10개 블록 정도 떨어진 정부 종합청사로 이동하는 체험을 직접 선보이기도 했다.

참고로 마이콜이라는 업체는 라이트닝 볼트의 자회사로 완전자율주행 자동차를 이용한 택시 사업을 위해 만들어진 사내벤처였다.

택시 운전사들의 극렬한 반발과 기술적인 여건 때문에 아직은 세종시에서만 영업이 가능했지만, 시장성은 차고 넘쳤다.

이렇게 시끌벅적한 분위기로 세종시 시대가 개막한 가운데, 유재원은 개막식에 참가하지 않고 서울에 남아 있는 상태였다.

세종시에 유재원도 적잖은 지분이 있으니, 개막식에 참석해 빛내는 것도 분명히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유재원에게는 그보다 더 큰 비즈니스가 있었다.

바로 경매였다.

각종 권력 기관과 공기업 본사들이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이들이 점유하고 있던 토지들이 경매에 나왔다.

세종시가 새로운 수도가 되었지만, 서울의 가치는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들이 내놓은 땅을 매수하려는 이들은 상당했다. 큰손이라 자처하는 개인들은 물론이고, 기업들도 나서고 있었다.

이렇게 나오는 매물 중 가장 커다란 것은 바로, 여의도의 국회의사당 자리였다.

서울의 금싸라기땅인 여의도에서 총면적 333,000㎡의 초대형 부지가 매물로 나온 것이다. 게다가 주거든 상업이든 어떤 방식으로 개발이 자유로운 부지였기에 모두가 군침을 흘렸다.

그동안 부동산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유재원이지만, 이번만큼은 예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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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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