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837화 (837/1,007)

813회

용쟁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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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국회의사당 부지 개발 계획.

유재원의 컴퓨터 모니터에 떠 있는 문서의 제목이었다.

덕진리의 부모님 집, 아직도 치워지지 않은 본인의 방에서 느긋한 자세로 개발 계획 문서를 살펴보는 중이었다.

수도 이전 계획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던 2000년대 초반부터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왔다.

서울의 인구 폭발로 아파트 가격이 크게 치솟으면서 임대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는 의견부터, 녹색 부지가 부족한 서울이니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센트럴파크 같은 공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까지도 있었다.

국토교통부에서 내린 최종 결론은 민간 개발이었다.

정부 주도의 개발 사업은 어떤 쪽을 선택하든 말이 나오기 마련이었다. 게다가 돈이 쓸 곳은 수도 없이 많은 상황이다.

IMF에서 취소되었던 각종 계획들은 다시금 부활해서 추진 중이었는데, 그러한 일들을 수행해야 하는 데에 필요한 것이 막대한 자금이었으니 말이다.

여러 차례의 논의 끝에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이 가장 좋겠다는 결론이 나왔고, 세종시 이전이 완벽하게 끝나면 경매를 열어서 민간 판매를 시작하기로 결정되었다.

경매 방식은 최고액 낙찰.

대신 입찰 최고가가 국토교통부에서 미리 정한 금액에 미달할 때는 유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국토교통부가 정한 그 가격에 최대한 가까운 최고액을 써내는 게 관건이다. 조건은 또 하나 있다.

개발 계획서였다.

사회적 공헌도가 높고 서울의 건강한 성장에도 기여하는 우수한 개발 계획서에는 가산점이 부여된다고 했다. 입찰된 액수 차이가 크지 않으면 개발 계획서에 부여된 가산점을 통해 낙찰자가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적당한 가격의 입찰이 없다면, 조각내어 분할 낙찰을 시행한다는 조건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333,000㎡가 넘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지의 공시지가만 해도 최소 3조 원이었다.

공시지가와 실거래 가격의 괴리율은 최소 50% 이상이었고, 여기에 경매를 통한 경쟁으로 프리미엄이 추가된다면 엄청난 금액이 나와 버린다.

이렇게나 많은 현금을 한 번에 융통할 수 있는 건 몇몇 대기업과 사모펀드 정도였다. 이들이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유찰될 가능성이 높다. 차라리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조각내 파는 방법이 플랜B로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내가 나선 이상 정부의 플랜B는 필요 없겠지.”

ID 그룹 전략기획실에서 조사한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지의 실제 가치는 대략 7조 원. 유재원은 여기에 경쟁자들을 압도할 프리미엄 5조 원을 더해서 최종적으로 12조 1억 원이라는 입찰가를 최종적으로 도출했다.

12조 원이면 12조 원이지 뒤에 1억 원은 왜 붙였나 싶지만,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지를 노리는 대기업이 있다는 게 정보팀의 분석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곳이 미래자동차그룹이었다.

이러한 분석에 유재원도 동의했다. 해외에서의 자동차 판매 호조와 국내의 실적 개선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쓸어 담고 있는 미래자동차그룹은 아직 번듯한 본사가 없이 미래그룹 소유의 빌딩을 임대해 사용 중이기 때문이다.

빌딩 하나를 통째로 쓰고 있으니 미래자동차그룹과 미래그룹 사람들이 섞일 일은 없지만, 미래그룹 형제들 사이에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이번에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지를 사서 번듯한 본사 건물을 세우겠다는 것이 미래자동차그룹의 계획이었다.

실제로 회귀 전에도 비슷한 이유로 서울의 금싸라기 땅을 점유하고 있던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미래자동차그룹이 낙찰에 성공했었다.

그때 미래자동차그룹이 써넣은 낙찰가는 10조 5천억 원!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지의 1/5 넓이에도 불구하고 10조 5천억 원을 때려 넣었다.

당시 시점이 2014년으로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한창 폭등하던 시기였지만, 10조 원을 넘겨 버릴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이곳 땅을 놓고 경쟁했던 미래그룹의 경우 4조 원 초반대를 써넣었으니 말이다.

한전 부지보다 5배는 더 크고,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할 수 있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지는 충분히 12조 원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그냥 12조 원 주고 사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10년 뒤에는 그 가격을 가뿐하게 뛰어넘을 것이고, 20년쯤 뒤에는 2, 3배가 올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래자동차그룹이 그때처럼 이번에도 대뜸 10조 원 이상을 써낼 걸 대비해서 12조 원으로 올렸고, 여기에 혹시나 몰라 1억 원을 더 붙였다.

경매 공지는 한참 전에 공지된 것이라서, 앞으로 며칠간 입찰을 받은 다음 바로 낙찰자를 공지하기로 결정되었다.

이렇게 큰돈을 주고 매입한 땅으로 무얼 할 것인가?

보통 조 단위 자금이 투입되는 일에는 마스터플랜의 깐깐한 계획이 뒷받침되어 있었다.

반도체 공장 증설이라든가, 신일본투자은행 출자, 백호펀드 생성 등등. 유재원이 그간 ID 그룹의 이름으로 행했던 굵직한 투자들은 마스터플랜이라는 거대한 계획의 구체적 실행 방안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그렇지만 이번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지 경매는 마스터플랜에는 없던 일이었다.

마스터플랜을 짜던 당시에는 수도 이전이라는 게 기껏해야 행정수도라는 허울에 불과했던 탓이다.

정부 종합청사와 몇몇 공기업만 이전했고, 권력기관의 이전은 없었다. 청와대부터 국회와 대법원까지도 모두 서울에 남았다.

그러니 여의도의 국회의사당 부지가 매물로 나올 일도 없었다. 심지어 회귀를 약속 받았던 유재원조차 아무리 상상력을 부풀려도 이런 일을 상상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지가 경매 매물로 나온다는 공시가 정식으로 올라온 직후부터 새롭게 만들어야 했다.

유재원이 전략기획실에 내린 개발 계획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대규모 아파트 개발, 다른 하나는 문화예술 중심의 복합 스타디움 건설 계획이었다.

전자의 경우에는 서울 집값이 폭등한 상황을 대비한 것이었고, 후자는 유재원의 개인적인 취미였다.

만약 서울 집값이 유재원이 알고 있는 것처럼 무시무시한 속도로 폭등하게 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젊은 사람들에게 전가된다.

일찌감치 서울에 아파트 한 채 정도는 마련한 산업화 세대의 경우에는 집값 폭등으로 수억 원은 기본이고 십수 억의 시세 차익을 앉은 자리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이 과거에 펼쳐졌다. 그러면서도 재산세는 기껏해야 몇백만 원 정도 오르는 게 끝이었다.

반면 청년 세대는 손바닥만 한 원룸이나 겨우 잠이나 자는 고시원에서 매달 50만 원 이상의 돈을 내며 살아야 했다.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지만, 회귀 전 유재원은 그런 고시원 생활과 원룸 생활을 몇 년씩 했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때 다짐했던 게, 서울 집값 상승으로 꿀을 빨던 이들에게 큰 거 한 방을 먹여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ID 그룹의 직원들에게 집을 사라고 초저금리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건 약간 모순이긴 하다.

그러한 대출 정책이 서울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서울은 물론 수도권 전체를 포함한 ID 그룹의 직원들 숫자는 2만 명 남짓에 불과했다. 이 중에서 실제 직원 우대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산 사람은 몇 천 명 정도에 불과했다.

오히려 서울의 집값은 수도 이전 결정이 나면서 상승 곡선이 크게 꺾인 상태였다. 외곽 지역의 경우에는 집값의 하락이 눈에 띄게 보일 정도다.

그나마 강남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꾸준한 우상향 상승을 보이고 있지만, 상승의 탄력은 과거에 보았던 것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수준이었다.

실제로 90년대 중반 때 2억 원쯤 했던 강남의 20평형 아파트 가격은 현재 3억 원 후반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대충 80%가 넘는 상승이었다.

그렇지만 유재원이 알고 있던 집값 폭등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회귀 전 2010년도의 강남 아파트 가격들은 6억 대를 형성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후 10년이 더 지나 2020년쯤 되면 15억 원쯤 했다.

그야말로 집값이 미쳐 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반면 지금은 매매나 전세 모두 안정적이었다. 특히 세종시로 이전이 막 끝난 지금은 집을 내놓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매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과거였다면 세종시에 살면서도 서울의 집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을 게 분명했지만, 지금은 트렌드가 완전히 달라졌다.

세종시에 집을 사고서 남은 돈은 주식 투자나 펀드에 넣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부동산 투자와 펀드 투자의 수익률 경쟁은 펀드의 압승으로 끝나 버렸기 때문이다.

ID 인베스트먼트가 내놓은 첨단기술 ETF의 수익률만 봐도 벌써 40%가 넘어 버렸다.

전고체 배터리를 독점하고 있는 LG이노텍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하나가 엄청난 폭등세를 불러일으켰다. 이뿐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도 높이 점치고 있는데, 누구나 무모하다고 말했던 뇌파 인터페이스 프로젝트에서 유의미한 보고들이 쏟아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아이티에서 대규모로 수집되고 있는 뇌파에서 신체 동작에 관여하는 공통의 파장을 포착하는 것에 성공했다는 최근 리포트 덕이었다. 다만 모든 아이티의 데이터가 인종에 관계 없이 적용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긴 하지만, 뇌파 학습 모델이 잘 작동된다는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었다.

하여튼,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서 지금은 아파트에 투자하는 건 그야말로 극히 보수적 성향의 사람들만 하는 고리타분한 방식이 되었다.

여기에 수도 이전 이슈까지 더해지니 서울의 집값은 너무나 안정적이었다. 과거처럼 지방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일도 아니었다.

-드림 스타디움 건설 계획.

그렇기에 지금 유재원의 모니터에 뜬 여의도 개발 계획의 청사진은 초고층 아파트가 숲을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닌, 푸르른 녹지 속에 거대한 스타디움이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지어서 청년들의 주거 안정에 보탬을 주는 것과 동시에 집값을 잡는 건 정부가 하는 정책만으로도 충분했다.

“멋지네.”

인구 1천만이 넘는 메트로시티인 서울이지만, 돔 구장 하나 없다는 건 문제였다. 그나마 야구 경기를 위한 전용 돔 구장으로 고척에 지어지고 있긴 한데, 야구 전용 구장이라서 다른 용도로 쓰기에 애매했다.

억지로 공연 무대를 만들어 실내 콘서트를 위한 개조를 해도, 구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들이 많이 나오는 시설이었다.

반면 드림 스타디움이라는 건 개폐식 돔 스타디움으로 최대 8만 명이 입장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이었다.

스포츠 경기보다는 공연을 중점으로 설계된 형태였다. 그렇기에 거대한 시설을 강력하게 울리는 고품질의 사운드 시스템과 대형 스크린이 처음부터 정교하게 설계되었다.

문화예술을 위한 시설로는 흑석동의 디지털 미디어 센터가 있지만, 그곳은 최대한 확장을 해 봐야 1만 명을 겨우 턱걸이할 수 있는 시설이었다.

드림 스타디움의 경우 기본이 8만이고, 한쪽 면을 터서 확장할 경우 13만 명도 감당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탁 트이게 만들어진 방향에 커다란 광장을 만들 예정이고, 여기에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로 만든 대형 스크린을 놓으면 바로 관람석이 되는 것이다.

물론 공연이 벌어지는 무대와는 엄청난 거리가 있을 테니, 아티스트는 머리핀보다 더 조그맣게 보이겠지만,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경험과 감동은 분명히 있다.

물론 아직 한국에는 드림 스타디움의 확장 모드가 감당할 수 있는 13만 명을 동원할 가수들은 아주 적었다.

조용필과 나훈아 그리고 H.x.T 같은 그야말로 극소수의 아티스트 정도만 잠실주경기장을 가득 채웠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대한민국의 문화가 융성해진다면, 8만 명의 관중을 동원하고도 남는 그룹이 수도 없이 등장할 것이다.

더욱이 ID 그룹 차원에서 내한 공연을 할 수 있는 슈퍼스타들도 많았고, 행사 역시 쌓이고 쌓였다.

단적으로 올해 개최를 앞두고 있는 프로듀스 마이 슈퍼스타 2010의 결승 무대 같은 경우는 스타디움 라이브 무대로 꾸미기로 했는데, 그곳은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있는 로즈볼 스타디움이었다.

좌석 수가 9만이 넘는 초대형 스타디움이었는데,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면 9만 명이라고 해도 부족하단다.

올해는 어쩔 수 없이 로즈볼 스타디움에서 치른다고 해도, 차기나 차차기는 꼭 서울에서 열고 싶다. 여기에 드림 엔터테인먼트에 속한 아이돌과 아티스트들의 공연이나, 클래식이나 오페라와 같은 무대도 만들 수 있으니 활용성은 무궁무진하다.

무엇보다 기대되는 건 IDDC 행사였다.

과거에는 실리콘밸리 컨벤션센터를 채우는 것도 일이었다. 거대한 제국이 된 지금의 ID 그룹은 이제 실리콘밸리 컨벤션센터로는 부족한 지경이다. 드림 스타디움 그리고 함께 건설될 첨단의 부대시설 정도가 되어야 격이 맞는다.

거기다 스타디움 주변으로 ID 플래그십 스토어와 초대형 쇼핑몰, 다양한 체험 시설을 넣어 놓는다면 시너지 효과도 크게 기대할 수 있다.

띵!

유재원이 드림 스타디움의 조감도를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때, 스마트폰이 울렸다.

-정보팀 발신, 미국 법무부 도요타 자동차에 벌금 18억 달러와 도요타 경영진 고소 확정.

-도요타, 원만한 합의 기대.

“와, 드디어 확정되었구나.”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미국 법무부의 벌금 부과가 결정되었다. 원래대로라면 2014년쯤에 기소유예에 합의하면서 12억 달러의 벌금에 합의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유재원의 개입으로 모든 게 달라졌다.

급발진의 원인이 ECU 비트플립 에러라는 게 명명백백하게 드러났고, 도요타 측이 도로교통안전국 조사위원을 매수한 증거까지 쏟아져 나오면서 벌금의 규모가 18억 달러로 확대되었다. 심지어 도요타 경영진에 대한 고소도 곧장 이어졌으니, 미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강경 조치를 실행한 것이었다.

더욱이 도요타 리콜 스캔들은 이것이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도요타 자동차를 구매한 이들의 집단 소송도 본격적인 신호탄이 쏘아진 것이니 말이다. 소송의 나라인 미국뿐만이 아니라, 유럽과 한국처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는 나라에서는 도요타를 향한 집단 소송이 진작에 걸려 있었다.

그와 함께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도요타의 판매량은 아직도 추락 중이었는데, 그 빈자리를 가장 효율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게 라이트닝 볼트와 미래자동차였다.

덕분에 라이트닝 볼트의 공장들은 24시간 쉬지 않고 운영되면서 전기차동차를 찍어내고 있어도, 주문량을 맞추지 못할 정도였다.

띵!

그야말로 즐거운 소식이었는데, 뒤이어 전달된 메시지는 유재원의 눈빛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중국 상무부, 한국산 전자제품 관세 50% 인상안 확정.

-9월 달 수출 물량부터 전격 적용!

-한국 외교통상부, 상응 조치 즉각 취할 것.

한동안 말폭탄만 주고 받았던 대한민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무역 분쟁으로 확대되었다는 신호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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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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