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859화 (859/1,007)

835회

초격차 차세대 슈퍼컴퓨터, 퀀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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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그룹 산하의 최첨단 로봇 개발 업체인 보스턴 다이나믹스에서 만든 아틀라스가 완벽한 이족 보행을 선보이며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1호 원자로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아틀라스에 대해 설명을 드리자면 신장 186cm, 무게 120kg로 지금 시청자님들이 보고 계시는 건 Mk3라는 모델이라고 합니다.

-근력과 지구력 등 모든 육체적 능력이 성인 남성의 12배에 달한다고 하니 슈퍼로봇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우와!”

-동력원은 등에 메고 있는 파워팩입니다. ID그룹과 금성그룹의 합작 회사인 LG이노텍의 2세대 전고체 배터리팩으로 10kg 정도의 초경량을 자랑합니다. 그러면서도 아틀라스 Mk3가 풀 파워로 2시간 이상 독립 구동할 수 있습니다. 독립전원형 로봇 중에서 가장 앞서 있는 스펙이라고 할 수 있지요.

-조종 방식은 기본적으로는 자율 작동이지만, 지금과 같은 위급한 상황에서는 유선 광케이블로 연결된 컨트롤러를 통해 파일럿이 직접 제어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컨트롤러입니다.

-지금 컨트롤러를 보시고 어? 하시는 시청자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360도 전방위를 커버할 수 있는 VR헤드셋은 처음 보시는 분이 좀 있겠지만, 컨트롤러는 엑스박스3용 게임 패드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식아! VR헤드셋이 대체 뭐냐?”

“일병 최영식!”

넋을 놓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영식이가 본인을 부르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관등 성명을 댔다.

이곳은 영식이의 근무처인 육군본부의 전산센터였다. 영식이가 유재원만큼은 아니어도 그에 비견될 만큼 중요한 인사라는 걸 잘 아는 한국 정부와 국방부였다. 그렇기에 영식이의 근무처를 가장 안전하면서도 특기를 살릴 수 있는 전산센터로 정했다.

보통 장병들의 보직은 일명 뺑뺑이라는 컴퓨터 랜덤 추첨을 통해 정해진다고들 하는데, 특기병을 지원할 때는 본인의 적성에 맞는 부대를 선택할 수 있었다.

영식이도 전산센터에 근무하게 되면서 특기를 살릴 수 있었다. 대신 육군본부라는 특수한 부대에 근무하게 되면서 직속 상관은 대령이었고, 준장 이상의 별들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되었다.

그렇지만 영관이나 장성급 장교들 그 누구도 영식이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유재원이라는 존재의 영향력은 대한민국의 군대에도 강력하게 발휘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2002년 남북 월드컵 때의 기부 사건도 강력한 임팩트가 있었지만, 요즘에는 다른 이유가 더 컸다.

ID 그룹이 대한민국 군대에 공급하는 각종 컴퓨터 시스템과 해킹 방어 장치, 특급 비밀에 속하는 드론 정찰 장비는 다른 나라에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디지털 체계에 맞게 진화 중인 국군의 힘이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결정적으로 장교들이 퇴임 후에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일자리는 ID 그룹이 상당 부분 제공하고 있었다.

영식이에게 우호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확한 명칭은 HMD,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입니다! 저걸 쓰고 있으면 아틀라스 로봇이 보는 시선을 그대로 전달받게 됩니다! 착용하고서 고개를 돌리면 아틀라스의 헤드카메라도 돌면서 입체적으로 주변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우와, 랩터 전투기의 헬멧 같은 거구나! 저걸로 3D 게임을 하면 게임 속에 들어간 기분이겠는걸!”

함께 전산실 근무를 서고 있는 장교는 대위였지만, 나이만 따지면 동갑이었다. 영식이가 합법적으로 입대를 늦출 수 있는 한계까지 늦춘 상태에서 입대한 탓이었다.

늦은 입대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군 생활에 지대한 단점이 되었을 테지만, 영식이 같은 경우에는 반대로 원만한 군 생활을 할 수 있는 요소가 되었다.

“오! 아틀라스가 투입된다! 이야, 움직이는 게 사람 같네.”

김 대위의 감탄처럼 아틀라스는 걷는 모습부터 로봇의 어색함이 하나도 없었다.

“네, 자세 제어 프로그램을 만들 때, 사람의 움직임을 학습했다고 했습니다.”

영식이도 김 대위의 장단에 맞춰 전문가처럼 답했다.

그렇지만 사실 영식이는 아틀라스에 대해서 특별히 아는 게 없었다.

ID 그룹의 특징 중 하나가 매우 강력한 보안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높은 직급이라도 업무 관련성이 없으면 다른 부서의 직원들이 무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물며 아예 계열사가 다른 곳은 TF 팀과 같은 공동 작업 조직이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은 이웃집 아저씨 수준이었다.

그나마 영식이가 VR헤드셋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엑스박스 게임을 즐긴다는 걸 아는 유재원의 선물 덕이었다. 덕분에 출시되지 않은 게임과 장비를 즐길 수 있었는데, 그중에 VR헤드셋도 있었다.

VR헤드셋 때문에 옆자리에 있는 직속 상관 김 대위는 당장 가상현실 게임 세상이 올 것처럼 호들갑이었지만, 사실 단점도 많은 물건이었다.

처음 이용할 때의 신기함이 사라지고 나면, 중대한 단점이 더 도드라졌다.

제일 큰 문제는 해상도였다. 모기장 안에서 풍경을 보는 것처럼 보인다고 할까? 다음 문제는 무겁다는 점이었다. 오래 쓰고 있으면 목이 뻐근해질 정도다. 시력이 좋지 않아서 안경을 쓰게 되면 접안렌즈를 따로 맞춰야 하는 것도 단점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다 감수하고라도 VR헤드셋을 쓰고 게임을 해 보라고 권하고 싶은 영식이었다.

그만큼 강렬한 경험은 또 없었으니 말이다.

“작업 시작한다!”

영식이가 잠깐 딴생각을 하는 사이, 원자로 내부로 진입한 아틀라스 로봇이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 영상은 대략 30초 정도의 딜레이를 두고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중이었고, 방송국은 유튜브 영상을 그대로 따서 공중파로 내보내는 중이었다.

일본의 고위 관료들이나 도쿄 전력의 임원들은 비공개 작업을 주장했지만, 유재원은 공개를 고집했다.

더구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1호기 원자로는 구식이라서 딱히 비밀로 해야 할 것도 없었다.

덕분에 군대에 있는 영식이까지도 편하게 중계를 지켜볼 수 있었다.

고온 그리고 고농도의 방사능이 있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아틀라스는 파일럿의 컨트롤에 따라 임무를 수행했다.

원자로 내부에 떨어진 연료봉에 접근해 상태를 파악했고, 냉각수 투입구의 소금 결정을 제거하는 작업이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가장 중요한 건 냉각수였다. 그것도 대량의 냉각수가 필요하기에 원전의 입지는 대부분 바닷가였다.

소금 결정이 떨어져 나가면서 냉각수가 더 많은 양이 주입되었고, 원자로의 온도는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또한 추락한 연료봉을 끌어내기 위한 작업도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서 자잘한 작업은 순식간에 끝났고 하이라이트로 돌입했다. 연료봉 상단부의 운반용 고리와 도르래의 사슬을 묶는 작업이었다.

드득.

“응?”

그때, 잘 나오던 영상이 사운드가 깨지면서 버벅거리는 거 아니겠는가. 심지어 고화질의 화면이 깨지면서 화면에 초록색과 핑크색의 모자이크들이 나타났다.

“영식아, 이거 무슨 일이냐?”

“어, 그게 말입니다.”

김대위의 물음에 영식이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네트워크 분야에서 최고 경험치를 쌓은 영식이는 단번에 지금 화면이 깨진 게, 데이터 패킷의 전송 손실률이 급증한 탓이라는 걸 바로 알아 보았다. 초록색, 핑크색 모자이크가 패킷 손실로 받지 못한 데이터의 복구 시도 중에 나오는 화면이었으니 말이다.

장애의 원인을 바로 알아 본 영식이지만, 그걸 말할 수는 없었다.

유튜브 서버가 마비라니.

상식적으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유튜브 서비스를 위해 동원되는 리소스의 규모는 가히 탈국가적이었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영식이 자신이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때문에 유튜브 접속자 숫자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지만, 그렇다고 이런 장애가 일어날 정도는 아니었다.

그때, 영식이의 머릿속에 혹시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내부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테니, 결국 원인은 해킹과 같은 외부에 있는 것 아니겠는가?

“엇! 이제 잘 나온다. 방사능 때문이었나보네.”

다행히도 깨졌던 화면은 10여초 정도 지나자 곧 정상적인 화면으로 나타났다.

살짝 버벅이던 유튜브도 다시 생생해졌다. 김 대위는 방사능 탓을 하는데, 영식이가 보기에는 클라우드 시스템의 인공지능 방화벽이 문제를 잘 해결한 게 틀림없다.

유튜브 서버 상태가 정상이 되자 영식이도 김 대위처럼 화면에 다시 집중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하이라이트가 끝난 건 아니었다.

연료봉이 떨어진 형태가 너무도 고약해서 운반용 고리는 인위적인 손길 없이는 닿지 않을 사각에 있었던 탓이다.

아틀라스도 자세를 여러 번 바꿔가며 허리를 숙인 다음 손을 뻗어야만 겨우 닿을 수 있는 곳에 있었다. 심지어 손가락을 정밀하게 움직이지 못한다면 고리에 사슬을 거는 건 엄두도 못 낼 일이었지만, 아틀라스는 간단히 해냈다.

연료봉 운반용 고리와 도르래의 사슬이 단단히 걸렸다는 걸 확인하자, 기중기를 움직여 사슬을 끌어당겼다. 그러자 원자로에 쓰러져 있던 연료봉이 들리면서 서서히 세워졌다. 곧이어 원자로 바닥을 박차고 올라가면서 거리를 띄웠다.

“와! 순식간에 끝났네. 일본은 저렇게 간단한 작업도 못 하고 전전긍긍한 거야?”

김 대위의 감탄이었다.

그렇지만 그게 기술이었다. 원자로 내부는 생명이 살지 못하는 극악의 환경이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 게다가 김이 날 정도로 뜨거운 온도였다. 그런 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로봇을 만들 수 있는 업체는 보스턴 다이나믹스 하나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음, 그나저나 유재원이 말이야. 일본에 너무 퍼주는 거 아닌가?”

김 대위와 영식이 둘이서 한창 텔레비전에 주목할 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면서 초를 쳤다.

“충성!”

웬 헛소리냐며 고개를 돌리던 김 대위는 얼굴을 확인하고는 경례부터 했다. 영식이나 김 대위 모두 표정에서부터 호감이 바닥인 게 드러나고 있었지만, 군대에서는 계급이 깡패였다.

전산실 실장인 이 중령이었다.

장교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유재원에게 호감이 있는 건 아니었다.

방금 들어온 이 중령이 그런 사람이었다. 남들이 다 좋다는 것에 일단은 딴지를 걸어보는 성격이었다. 본인 스스로는 꼼꼼하고 쿨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저 반골 기질에 불과했다. 영식이가 이곳에 자대를 배치 받은 후부터 뭔가 달라지는 장교들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는 영식이에게 유독 깐깐하게 굴었다. 그러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유재원에 대한 비판을 늘어놓았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유재원이 일본에 퍼준다니?

김 대위나 영식이는 도통 이해되지 않는 말이었다.

“아니, 내가 틀린 말 했나? 동일본 대지진이 터진 첫날만 해도 그래. 어마어마하게 띄워진 드론과 동원된 헬기를 보라고. 다 돈 아니야. 게다가 이재민들을 위해 차려진 숙소도 호화찬란하더구만. 원래는 일본 정부가 해야 했을 일이라고.”

김 대위나 영식이는 이 중령의 열변에 이 인간 또 이러네 싶은 마음이었지만, 표정은 잘 관리했다.

“게다가 저 아틀라스라는 로봇을 투입하는 것도 그래. 저 정도 완성도의 로봇을 냅다 투입한 것을 보면 일본을 특별 대우하는 거라고. 게다가 이전에는 공개된 적도 없던 극비 로봇이었다지?”

아틀라스의 구형 버전은 유튜브를 통해 몇 번 공개된 적이 있었고, 조회 수도 수백만을 자랑했었다는 걸 모르는 이 중령이었다.

영식이는 그 유튜브를 직접 보았기에 바로 반박을 할 수 있었지만, 그래 봐야 좋은 반응이 올 것 같지도 않아서 입을 열지 않았다.

대신 새롭게 올라온 인터넷 기사가 영식이를 반겼다.

전산실에서 영식이가 담당하는 건 모니터링 업무였는데, 인터넷에 국군의 기밀 자료가 유출되는지 살피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밀리터리 커뮤니티가 주요 모니터링 대상이지만, 포털사이트도 포함되어 있었다. 덕분에 1분 전 업데이트된 따끈따끈한 기사를 볼 수 있었다.

-유재원 회장의 두 얼굴!

-일본의 대재난에 1,000억 엔 투자로 6배 수익 대박 터트려!

산케이 신문에 올라온 최신 기사였다.

제목만 보면, 겉으로는 엄청난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척하면서 뒤로는 대지진을 두고 천문학적인 돈벌이를 노린 이중인격자라는 식이다.

산케이가 예로부터 일본 극우 세력의 기관지 역할을 하고 있긴 한데, 이건 영식이가 보기에도 너무 나간 기사였다.

어처구니가 없는 기사지만, 완전히 거짓만 있는 건 아니었다.

일찌감치 동일본 대지진을 예고했던 유재원이었고, 이는 곧 ID 그룹의 운영에도 영향을 주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바로 아틀라스 Mk3를 일본에 출동시킬 수 있었던 것도, 드론과 헬기를 사고 당일 대량으로 띄울 수 있었던 것도, 막대한 무선 통신 트래픽이 발생 중이지만 버벅임 없이 처리되고 있는 것도 모두 유재원의 예고에 맞춰 준비된 일이었다.

그렇다면 ID 인베스트먼트는?

당연히 보고만 있지 않았다.

동일본 대지진과 초대형 쓰나미가 예측된 일본인데,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만무했다. 게다가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피해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ID 인베스트먼트가 일본 경제 폭락에 배팅하는 건 당연했다.

그 규모가 일본 돈으로 1,000억 엔.

1,000억 엔은 오로지 선물‧옵션 시장에만 투자되었다. 포지션은 당연히 하락. 레버리지도 잔뜩 끌어다 썼다. 반면 위험 회피 수단인 헤지는 전혀 걸지 않았다. 1,000억 엔을 선물과 옵션에만 투자하면서 헤지를 하지 않는 건 그야말로 간담이 서늘해질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제껏 유재원이 보여준 결과가 있었기에 빈센트 사장은 그저 OK였다. 심지어 ID 인베스트먼트의 매니저들 역시 반대의 의견은 소수에 불과했다.

더욱 고무적인 일은 월스트리트의 움직임이었다.

과거였다면 ID 인베스트먼트의 투자를 강 건너 불구경이나 하고 있었을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들이 이번에는 함께 했다.

ID 인베스트먼트처럼 과감하게 1,000억 엔이나 동원한 회사는 거의 없었지만, 수백억 엔의 뭉칫돈이 일본으로 들어와 하락에 배팅했다.

결과적으로 유재원은 동일본 발생 후 5일 만에 6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두었다.

ID 인베스트먼트의 투자 전략을 따라 한 월스트리트의 경쟁자들만 아니었다면 10배 이상의 대박도 노려볼 만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동일본 대지진이 터지기 직전 왔던 규모 7짜리 전진을 두고 착각한 사람은 아소 다로 총리 혼자만이 아니라, 일본 주식시장 참여자들도 대거 있었기 때문이다.

별거 아니라고 간단히 넘어가자 닛케이 주식 시장이 폭등하면서 풋옵션의 가격이 많이 떨어졌던 것이었다. 그러던 차에 ID 인베스트먼트와 월스트리트에서 대거 풋옵션 투자가 이뤄지면서 목표 가격보다는 비싸게 매수를 해야 했다.

“큭.”

하여튼, 영식이에겐 고소한 일이었다.

일본에 퍼주기 운운하던 이 중령을 단번에 입 다물게 만드는 기사였으니 말이다.

다음 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 수습은 완벽히 끝났다. 동일본 대지진과 곧바로 이어진 쓰나미에 대한 피해의 집계도 끝났다.

사망 402명, 실종 29명으로 가히 백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대지진에 의한 피해치고는 최선의 방어를 했다고 할 수 있었다.

보통 이렇게 대재앙을 잘 수습했다면, 아소 다로 총리의 인기가 상승해야겠지만 이번엔 완전 반대였다.

아소 다로 총리가 제대로만 처신했다면, 이보다 훨씬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게 일본 전체의 일관된 결론이었다. 게다가 피해가 이 정도에서 마무리된 것도 아소 다로 총리의 조치가 아니라 유재원의 선견지명 때문이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만 해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뻔했지만, 아틀라스라는 이족 보행 로봇 덕에 빠르게 수습한 것이었다.

아틀라스가 보여준 초격차의 기술력은 일본 사람들의 자부심을 박살냈다.

예전이라면 이러한 결과에 화를 내며 납득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이제는 그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 집계가 마무리되자, 일본 의회는 바로 아소 다로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고, 지체 없이 통과되었다.

심지어 아소 다로 총리가 적을 두고 있는 자민당에서도 반란표가 대거 쏟아져 나왔다. 이 상황에서 아소 다로 총리를 두둔하는 건 본인의 정치 생명을 걸어야 할 만큼, 일본인들의 분노가 거대했기 때문이다.

의회 해산도 자연스럽게 이뤄졌고, 일본은 곧장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같은 시각.

일본의 정치 지형에 대격변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유재원의 현안에서 일본은 완전히 사라졌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성공적인 수습으로 더는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대신 유재원의 최대 현안이 된 것은, 어제 가용 리소스가 5% 이하로 떨어진 클라우드 시스템의 진단과 후속대책 실행이었다.

어제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 중 몇 초간의 장애는 유재원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 해킹도 해킹이지만, 근본적으로 클라우드 시스템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결론이었다.

업그레이드 작업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여전히 CPU였다.

“리사 박사님, AMD 상태는 어떤가요?”

예전이었다면 인텔을 먼저 알아봤을 테지만, AMD를 인수한 지금은 리사 수 박사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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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주말이네요!

날이 점점 추워지는데, 따듯하고 건강하게 보내세요. 그럼 다음주 월요일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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