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6회
초격차 차세대 슈퍼컴퓨터, 퀀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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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족보행 로봇 아틀라스 Mk3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수습을 위해 투입되던 순간은 로봇 공학 역사에 이정표가 생기는 순간이었고, 동시에 유재원에겐 가슴이 쫄깃해지는 순간이었다.
유재원에게는 ID 그룹이 자랑하는 클라우드 시스템의 유휴 자원이 5% 이하로 떨어졌다는 건 그만큼 큰일 이었다는 이야기다.
표면적으론 유튜브 접속자들의 폭증이 제일 큰 원인이었다.
각국의 공중파 방송국이라면 간단한 서류 한 장으로 유튜브의 라이브 화면을 그대로 방송에 가져다 쓸 수 있게 했다.
그렇지만 생생한 화면을 직접 보고 싶은 사람들은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몰렸다. 더욱이 아틀라스 Mk3는 다양한 각도와 VR헤드셋에 전달되는 화면도 스트리밍하는 멀티 뷰를 지원하면서 서버에 부담이 컸다.
그렇게 1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접속을 했으니, 클라우드 시스템의 리소스가 순식간에 바닥나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더구나 리소스를 소진시키는 다른 사건들도 더 있었다.
강력한 해킹 시도였다.
가장 많이 공격을 받은 건 유튜브 서버였다.
해커들은 사람들이 몰려드니 거기에 한 숟가락만 더 첨가하면 유튜브 서버를 다운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러면서 유튜브 서버가 다운되는 걸 막고 싶다면 비트코인 10만 개를 전송하라고 비트코인 지갑 주소를 이메일로 보냈다.
그냥 보면 해커들의 단순한 위협이었다.
실제 해커들의 공격이 들어온 지점을 추적해 보면 전 세계로 흩어져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비트코인 송금은 위장이고, 사실은 그저 유재원이 잘나가는 게 아니꼬운 놈들의 파괴 공작이었다.
진짜로 위협을 통해 돈을 받아내겠다는 해커들도 소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중국발 파괴 공작이 절대다수였다.
일단 유재원이 잘나가는 게 싫은 것이다.
대한민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한창이었지만, 중국은 대한민국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진 못했다.
무리해서 한다면 할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에 타격을 주는 것 이상으로 중국 경제에 괴멸적인 타격을 받는다.
자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중국이 한국서 수입하는 물품 대다수는 중간재였는데, 한국처럼 좋은 품질에 적당한 가격의 물건을, 대량으로 제때에 공급하는 곳을 대체하는 건 불가능했다.
일본이 있긴 한데, 중국 회사들이 원하는 가격을 맞추는 게 불가능했다.
중국의 주변국 중에 이러한 조건을 지킬 수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었고, 그렇기에 중국이 성장할 때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뭐라도 해 보고픈 사람들은 유재원에게로 화살을 돌렸다.
이대로 어물쩍 끝내기에는 너무 많이 왔고, 뭐라도 타격을 주고 싶었는데 그게 유재원의 클라우드 시스템이 된 것이다.
더구나 어제의 상황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 Mk3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었다.
아틀라스 Mk3는 일반인이 보기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오버테크놀로지였다. 중국에서 보았을 때는 더 절망적이었다. 중국도 로봇 기술이 미래의 핵심 먹거리라는 걸 알고서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개발 중이지만, 결과는 시원찮았다. 그런데 일개 기업이 국가가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결과물을 가지고 나왔으니 경악할 수밖에.
삐뚤어진 애국심으로 뭉친 중국의 과격한 해커 집단들은 유튜브 라이브를 망쳐서라도 유재원에게 초를 치고 싶어 했다.
또한, 중국 홍객들이 발광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비트코인 시세 폭락이었다.
유재원이 폭락을 유발했다는 확신을 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비트코인 시세 폭락은 유재원도 신경을 써서 주도면밀하게 익명을 사용했다. 거래소에 매도 주문을 넣을 때도 일관성이 전혀 보이지 않도록 대량의 IP와 대량의 계정으로 무작위적인 매도 주문을 내도록 했으니 말이다.
중국의 홍객들은 모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에 손을 댔다.
유튜브 해킹을 계획하는 놈들이 관리자에게 보낸 메일에서 비트코인을 요구한 것처럼 비트코인은 블랙마켓의 기본 통화였다.
그런 비트코인의 시세가 박살났고, 폭락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었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에는 600달러 선이었던 1비트코인의 가격이 현재는 1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최고점 대비해서 1/100로 떨어진 것이었다.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던 이들의 재산도 1/100이 되었다는 것이었으니,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던 중국의 홍객들의 분노가 폭발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화풀이라도 하고 싶은 자들이 모이고 모여서 유튜브 공격이라는 흐름이 만들어졌다. 클라우드 시스템의 리소스 부족에 홍객들의 총공격은 상당한 지분을 차지했다.
마지막 원인은 다양한 목적을 위해 구동되고 있는 인공지능 골드의 딥러닝이었다.
일단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 모두에게 제공되는 개인 비서 기능이 있고, 이미지 해석부터 번역, 동영상 분석 등의 작업들도 오래전부터 수행 중이었던 딥러닝이었다. 최근에는 글로벌 제약 회사들의 백신 탐색 작업도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사에서 백신 탐색 알고리즘을 통해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을 찾아냈고, 임상 실험에서도 아주 좋은 결과를 내놓았다. 그 후 3상 실험을 앞두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클라우드 시스템의 연산력을 임대하는 업체가 대폭 늘어났다.
심지어 실리콘 밸리의 자그마한 바이오 스타트업 업체도 펀딩을 받은 돈으로 클라우드 시스템의 연산력을 임대하는 게 유행일 정도였다.
이러한 이유로 가용 자원이 5% 이하의 수치까지 떨어졌고, 유재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최악입니다.
AMD의 현황을 물은 유재원에게 거의 즉각적으로 리사 수 박사의 답변이 돌아왔다. 매우 압축적인 답변이었다.
“네할렘 나오기 전까지는 잘 나가지 않았던가요?”
PC용 CPU 업계 최초로 마의 1GHz벽을 넘었던 업체가 AMD였다. 이후 쿼드코어가 대중화되는 데 앞장섰고, 가격대 성능비도 우수했다.
-알고 봤더니 실속은 꽝이었던 거죠.
리사 수 박사는 AMD의 문제를 빠르게 파악했고, 이전의 답변과 마찬가지로 ‘실속이 없다’는 짧은 문장으로 압축했다.
거기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보면 제일 큰 문제는 가격대 성능비를 억지로 맞췄다는 점이었다. 생산 비용은 인텔보다 비싼데, 인텔과의 가격 경쟁으로 인해서 AMD가 가져갈 마진을 크게 줄였다.
박리다매가 현대의 기본적인 영업 방식이기는 한데, AMD는 조금 더 심했다.
인텔이라는 강력한 경쟁자 때문에 잘나갈 때도 마진을 극한까지 올리진 못했다. 게다가 잘나갈 때에도 회사에 쌓이는 돈 중 상당 부분이 주주 배당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2000년대 들면서 IT업체들도 배당을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는데, AMD는 배당 잘 주는 회사로도 유명했다.
게다가 배당을 하고 남은 사내유보금으로 미래에 대한 투자 2건을 크게 했었는데, 이게 완전히 죽을 쑤면서 지금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한다.
하나는 초미세 공정 체제로 전환과 동시에 생산라인 확장도 동시에 진행한 드레스덴 공장 투자였고, 다른 하나는 인공지능 설계를 도입한 불도저 아키텍처였다.
AMD의 원래 계획이 잘 수행되었다면 드레스덴 공장에서는 지금쯤 12나노 공정의 제품이 쏟아져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구식 공정인 28나노미터 제품의 생산도 순조롭지 못했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한데, 실제 생산에 들어가면 수율이 처참한 탓이었다.
다른 하나인 불도저 아키텍처는 그야말로 유명한 망작이었다.
ID 일렉트로닉스가 자랑하는 7나노미터 미세 공정에서 불도저를 찍어내 봤는데, 결과는 좋지 않았다는 말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다.
“역시 샌디브릿지와의 경쟁은 포기하고 다음 세대를 노려봐야겠군요.”
현재 인텔의 최신 CPU는 네할렘의 후속 아키텍처인 샌디브릿지로 넘어간 상태였다.
네할렘을 상대하는 것도 버거웠던 불도저였는데, 네할렘을 더욱 강화한 샌디브릿지가 출시되면서 경쟁은 완전히 끝장났다.
-긍정적인 답변을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게 리사 박사님 탓인가요. 대신 차세대는 제대로 잡아야죠.”
-물론입니다. 짐 켈러 개발총괄이사도 의욕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드레스덴 공장의 수율 개선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역시, AMD 건은 리사 박사님이 최고의 해결책이네요.”
믿고 맡기면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 주는 특급 인재다웠다.
과거에도 젠 아키텍처라는 걸출한 결과물로 불도저로 죽을 쒔던 AMD를 살려낸 게 리사 수 박사와 짐 켈러 두 사람이었다.
이번에는 유재원까지 힘을 보태고 있으니, 젠 아키텍처 이상의 결과물이 나오길 기대했다. 너무 기대하고 있다가 실망할 수도 있지만, 유재원도 나름 이유가 있었다. 리사 수 박사와 짐 켈러에게 주어진 전폭적인 권한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엄청난 개발비도 이미 투입되었다. 게다가 7년 이상의 기술 가속으로 7나노미터 공정이 일반화되었다.
유재원의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리사 수 박사와의 통화를 기분 좋게 마친 유재원이지만, 클라우드 시스템 관련한 문제에서는 제자리걸음이었다.
“지금 당장 클라우드 시스템의 파워 업이 필요하다는 거지.”
보통의 경영진이라면, 일시적인 이유로 유휴 자원이 바닥난 경우에는 최적화나 불필요한 작업을 줄이는 방법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ID 클라우드 시스템도 해당 방법이 적용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일단 클라우드 시스템에 과도한 부담을 주었던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이 종료되면서 부담이 확 줄어들었다.
5% 이하로 떨어졌던 가용 자원이 20% 이상 남게 되었으니,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대한 생각을 뒤로 미뤄도 당장은 큰 지장이 없다.
웬만한 경영인이라면 그렇게 판단할 테지만 유재원은 달랐다.
“음. 지금은 당장 인텔뿐이군.”
클라우드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위해서 바로 인텔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유재원이었다. 특별한 파트너를 위해 제공되는 계정으로 로그인을 하고서 제품 카탈로그가 있는 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리고서 샌디브릿지 아키텍처가 적용된 서버용 제품군의 모델을 열람했다.
카탈로그를 본 유재원의 입에서 비싸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비싸군.”
그도 그럴 것이 유재원이 제원을 확인한 것은 제온 E5-2695W이라는 최상급 제품이었다.
클라우드 시스템을 꾸리기 시작할 때부터 유재원은 돈을 아끼지 않고 최고만을 고집했다. 그렇게 해도 유재원의 성에 차지 않는 게 현재의 컴퓨터 기술이었으니 말이다.
샌디브릿지 아키텍처로 만들어진 제온 E5-2695W라는 모델 역시 성에 차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2011년 3월 현재 시점 기준으로 구매 가능한 가장 강력한 CPU가 이 녀석이었다.
28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졌고, 8코어 16쓰레드인 제품이었다. AMD라면 일반용도 8코어 제품을 출시했는데, 인텔은 8코어 제품을 서버용으로 한정한 것이다.
물론 AMD의 8코어 제품이 인텔의 4코어 제품에 완전 탈탈 털리는 중이었으니, 이런 배짱도 가능한 일일 것이다. 게임부터 전문용 프로그램까지 인텔의 샌디브릿지의 성능은 그야말로 발군이었다.
경쟁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니, 인텔의 배짱 장사는 강력하게 이뤄졌다.
PC용 중급 제품인 i5-2500은 449달러였고, 오버클럭을 할 수 있는 K버전은 499달러였다. 이전 세대인 네할렘에서 같은 등급의 제품이 300달러 중반대였다는 걸 생각하면, 단 한 번의 세대 교체만으로 100달러 이상의 가격 상승이 이뤄진 것이다.
심지어 오버클럭이 되는 K버전을 출시하면서 50달러를 더 받았다.
더욱이 K버전은 오버클럭을 해 볼 수 있다는 의미지, 높은 수준의 오버클럭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되는 건 아니었다.
그야말로 극한의 상술이었다.
심지어 이러한 상술은 서버용 제품군에서 극대화되었다.
지금 모니터에 띄워진 서버용 최상급 제품인 제온 E5-2695W라는 제품의 가격은 2,999달러다. 한국 돈으로 330만 원이 넘는 가격이었다.
“원래 이 가격이었던가?”
오랜만에 유재원은 눈을 감고 기억의 궁전 속으로 들어가 과거의 가격을 검색했다.
2695W라는 제품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2690이라는 제품이 나왔고, 가격은 2,000달러였다. 그러니까 유재원이 여러 가지 변수를 일으킨 덕에 인텔은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2695W라는 최상급 제품이 등장했는데, 그 가격이 기존 모델에서 50%나 인상한 것이었다.
“50%를 한 방에 올려 버리는 배짱이라니.”
서버 CPU 시장에서 유일무이한 업체라는 현재의 상황을 마음껏 즐기는 인텔이었다.
“일단 50만 개만 주문해야겠군.”
심지어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유재원이지만 대안이 없으니 이걸 구매할 수 밖에 없었다.
분한 마음은 접어두고 일단 ID 테크놀로지의 엘런 사장에게 연락해 클라우드 시스템의 업그레이드 작업을 지시했다.
이전에는 100만 개도 거뜬히 주문했지만, 샌디브릿지 제온은 딱 50만 개로 끊었다. 이 정도만 해도 앞으로 최대 2년간은 버텨볼 만한 연산력이 충분히 나오니 말이다.
딱 2년만 버티면 젠 아키텍처가 등장할 것이고, 인텔의 좋은 날도 그날로 종 치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지만 AMD의 젠 아키텍처 CPU가 나온다고 해도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1인당 필요로 하는 컴퓨팅 파워의 수준은 인공지능의 발달과 함께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중인데 반해, 실리콘 기반 반도체의 성능 향상은 매우 점진적이었기 때문이다. 젠 아키텍처라고 해도 그 범주를 벗어나진 못한다.
물론 유재원은 이러한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최종 해결책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지금이 퀀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인 것 같군.”
퀀텀이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꿈의 컴퓨터라는 양자 컴퓨터를 만들기 위한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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