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861화 (861/1,007)

837회

초격차 차세대 슈퍼컴퓨터, 퀀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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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컴퓨터!

컴퓨터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물건이었다. 등장만 하면 현대의 모든 암호체계를 박살 낼 거라든가, 현대의 슈퍼컴퓨터로도 수만 년이 걸릴 작업을 눈 깜짝할 사이에 푼다는 등의 수식어가 자동으로 따라붙는 컴퓨터였다.

이름 그대로 양자의 물리적 특성을 연산장치로 활용하는 컴퓨터인데, 정확하게는 양자 역학에서의 양자 얽힘, 중첩, 텔레포테이션 등의 효과를 사용하는 컴퓨터였다. 게다가 일반 컴퓨터와 제일 다른 점은 기존의 컴퓨터가 0, 1만 구분할 수 있는 반면 양자 컴퓨터는 0, 1을 동시에 공존시킬 수 있다.

이를 큐비트라고 하는데, 큐비트를 동시에 유지시킬 수 있는 숫자만큼 양자 컴퓨터의 성능과 비례한다.

최초의 구상자는 양자 역학의 거장 리처드 파인만이었는데, 실질적인 작동 원리는 옥스퍼드 대학교의 데이비드 도이치 박사가 고안했다.

데이비드 엘리에저 도이치 박사는 1953년 이스라엘 하이파 태생의 영국인 물리학자다. 그는 1985년 ‘양자 이론, 처치-튜링 원리 및 범용 양자 컴퓨터’라는 논문을 런던 왕립 학회지에 발표하면서 양자 컴퓨터의 핵심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지금도 현역이시겠지?”

혹시나 몰라서 유재원은 넥스트컴의 구글 검색 엔진에 데이비드 도이치 박사의 이름을 입력해 넣었다.

역시나 옥스퍼드 대학교 클레런던 연구소의 소속으로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게 바로 검색되어 나왔다.

양자 컴퓨터의 기초부터 최종 완성형까지 모두 만져 보았던 사람이 유재원이었고, 기술특이점을 넘어서 따로 놀고 있던 양자 컴퓨터의 인공지능과 사람의 소통이 가능하도록 하는 핵심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사람도 유재원이었다.

그렇기에 유재원은 제반 기술만 완성되면 양자 컴퓨터를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양자 컴퓨터까지도 유재원 혼자서 만들어낸다면 목숨을 위협받을 수도 있었다.

지금도 본인을 고깝게 보는 세력들은 많았다.

심지어 미국 안에서도 있다.

유재원과 매번 충돌을 하면서 큰 손해를 봤던 사람들은 한둘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일단 유재원에게 물을 먹은 석유회사들이나, 유니버셜 계열이나, 월스트리트에서 유재원만 없었으면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거 존재했다.

일본에서도 많다.

이번 동일본 대지진으로 완전히 몰락해 버린 아소 다로 총리와 자민당도 유재원이 죽일 만큼 싫을 테고, 유재원의 폭로로 급발진이 규명되어 조 단위 배상금을 물어내고 있는 도요타 자동차도 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유재원의 비호감도가 폭발 중이었다.

쓰촨성 대지진의 예보와 P마켓 차이나 등의 진출로 이미지가 좋았던 때도 있었지만, 화웨이와의 특허 소송으로 완전 반전되었다. 수입 금지 가처분 신청이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인용되면서 화웨이의 제품들은 ID 그룹으로부터 정식 특허를 받지 못하면 수출할 수 없게 되었다.

화웨이와 중국의 공산당 지도부는 한 몸이나 마찬가지였기에, 화웨이의 불이익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더욱이 대한민국이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버틸 수 있는 저력은 ID 그룹의 힘 때문이었다. 중국도 IT 혁명을 진행 중이었는데, 대한민국산 반도체가 없다면 IT 혁명을 지속하는 게 불가능했다.

단적인 예로 중국서는 매달 수천억 원어치의 반도체를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는데, 이 물량은 한중 무역 전쟁이 벌어진 다음에도 늘어났으면 늘어났지 줄어든 적이 없었다.

특히 작년에 중국이 ID 그룹에 주문한 텐허 슈퍼컴퓨터의 도입 역시 조금의 차질도 없다. 계약을 파기하자는 말은 중국의 극우적 네티즌인 홍객들 사이에서만 몇 번 돌다가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덕분에 3월 말부터는 납품이 되기 시작하는데, 도입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중국 정부가 힘을 쓰고 있었다.

그렇지만 중국 지도부라도 말과 현실이 다른 것에 대한 자괴감을 느끼지 못할 이유가 없다. 중국에 있는 유재원의 눈과 귀를 대신해 주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유재원 본인을 향해 이를 갈고 있다는 말들이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유재원이 혼자서 떡하니 양자 컴퓨터를 만들어낸다면?

진짜로 중국과 같은 나라는 일을 벌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러니 양자 컴퓨터 개발을 위한 드림팀을 꾸린 다음, 유재원은 뒤에서 조력자가 되어 주는 포지션이 매우 바람직했다.

“그렇다고 개발 기간을 오래 끌 이유는 없지.”

양자 컴퓨터 제작을 가로막는 난제를 해결할 방법은 모두 유재원의 머릿속에 있다. 그동안 방법을 알고도 현실적인 제약으로 만들지 못했는데 그런 방해물도 지금은 모두 사라진 상태다. ID 일렉트로닉스에서는 7나노미터 미세 공정이 완숙기에 접어들었고, 3나노미터 미세 공정은 한창 연구 중에 있다.

3나노미터 공정은 너무도 미세한 단위인지라 전자가 배선이나 데이터선을 따라가지 않고, 벽을 뛰어넘는 양자 터널링 효과로 누설 전류가 무지막지하게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이는 과거의 30, 14나노미터의 구세대 미세 공정에서도 있었던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종효 교수의 FinFET 기술을 통해 해결했다. FinFET이란 배선망을 물고기의 지느러미처럼 수직으로 세워 전자가 움직일 면적을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누설 전류를 최대한 차단하는 기술이었다.

양자 컴퓨터에서는 반대로 양자 터널링 효과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현재도 양자 터널링 효과를 인위적으로 일으켜 사용하는 분야가 있으니, 주사 터널링 현미경이었다. 원자 단위에서의 표면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장비인데, 인위적인 양자 터널링 효과로 측정되는 터널링 전류를 읽어 원자 단위의 미세한 표면의 요철을 읽어낼 수 있었다.

주사 터널링 현미경을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극도로 깨끗하고 안정적인 표면에 나노미터 수준의 아주 미세하고 뾰족한 탐침, 고도의 진동 제어, 복잡한 회로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

반면 양자 컴퓨터에서는 이를 데이터 전송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터널링 효과를 통해 배선망을 건너뛰면서 전송되는 전자 신호는 빛의 속도에 맞먹는다. 양자 컴퓨터에서 처리된 데이터를 그대로 메모리에 옮김으로써 지연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대신 양자 터널링 효과가 발생되는 거리가 매우 짧으므로, 고도의 설계가 필요한데 유재원에겐 문제없는 일이었다.

21세기 중반 수준으로 기술이 발전한다면 그 거리를 무한정 늘림으로써 마법과 같은 효과도 자아낼 수 있다.

이를테면 공간을 뛰어넘는 실시간 통신과 같은 일이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스타트렉의 순간이동 장치까지도 확장할 수 있지만, 그건 유재원이 회귀 전에도 볼 수 없었던 꿈의 기술이었다.

그렇지만 이번 생에 훨씬 빠르게 양자 컴퓨터를 완성한다면?

순간이동 기술이 죽기 전에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좋군!”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 유재원은 양자 컴퓨터 개발을 위한 드림팀 구성에 돌입했다.

IDW의 백지 화면에 곧장 사람들의 이름이 입력되기 시작했다. 유재원이 알고 있는 양자 컴퓨터 상용화에 큰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제일 먼저 데이비드 엘리에저 도이치 박사가 입력되었다. 뒤이어서 10여 개의 이름이 더 입력되었다.

“음. 이분은.”

마지막으로 유재원은 츄쳉 장의 이름을 써넣고는 고민했다.

지금은 까마득해진, 스탠퍼드 대학교 재학 시절 유재원의 지도 교수였던 분이었다. 양자 홀 효과와 위상 절연체 이론 및 실험 연구로 양자 컴퓨터 기술의 논리 회로를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할 분이었다.

문제는 츄쳉 장 교수님이 중국계 미국인이었다는 것이었다.

미국인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고, 중국과의 커넥션이 발견된 일도 없다. 그렇지만 중국과 큰일을 치르고 있는 중이었기에 일단 망설여진 건 사실이었다.

그러다가 유재원은 발상의 전환을 했다.

어쨌든 양자 컴퓨터 개발팀이 발족되면 사방에서 작업이 들어올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지금까지 양자 컴퓨터를 만들어내겠다고 국가 차원은 물론이고, 민간 기업에서도 많은 시도를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실현 가능성을 따지고 보면, 유재원이 꾸릴 팀이 제일 높았다.

스마트폰부터 미세 공정 반도체까지. 컴퓨터 업계에서 불가능에 가까웠던 일을 성공시킨 명성이 있었으니 말이다.

보안 강화는 단지 중국만을 견제해서 끝날 일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을 무시하면 큰코다칠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츄쳉 장 교수님을 거꾸로 활용할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중국은 성공 가능성이 있든 없든, 못 먹는 감 찔러 보자는 식으로 시도는 해 볼 게 분명하니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을 한 유재원은 츄쳉 장의 이름도 양자 컴퓨터 개발팀에 적어 넣었다.

문서 작성을 완료한 유재원은 다시금 멈칫했다. 작성이 끝난 문서를 어디에 보내느냐가 문제였던 것이다.

ID 그룹 산하의 계열사 중에 양자 컴퓨터 프로젝트를 맡을 만한 곳은 최소 3개였다.

ID 하이테크 연구소, ID 일렉트로닉스, ID 테크놀로지 이렇게 3곳은 조직의 역량만으로 충분히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상태였다.

곧바로 그룹 전산망에 접속한 유재원은 3개 계열사들의 현황을 살폈다. 그리고는 곧바로 결론을 냈다.

“역시 첨단 기술의 상용화는 ID 테크놀로지가 제격이지.”

ID 하이테크의 경우 가용 리소스가 거의 바닥인 상태였다.

핵융합부터, 고등 무인 전투기, OLED,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등등. 남들 보기에는 미쳤다 할 제품들의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등 무인 전투기와 OLED는 완성을 코앞에 두고 있어서 양자 컴퓨터 같은 큼지막한 과제를 수행하기에는 조금 벅찬 상태였다.

반면 ID 일렉트로닉스는 대한민국이라는 입지가 문제였다.

산업 스파이에 국경은 없지만, 중국과 바로 이웃이라는 건 단점이었다. 더욱이 산업 스파이에 대한 법률에서 한국과 미국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ID 그룹의 시큐리티 팀이 열심히 활동해 산업 스파이를 잡아도, 결국 법원으로 가서 최종 판결이 나는데, 한국은 아무래도 미국에 비해 솜방망이였다. 실제로 지금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무역 분쟁도 시작은 중국의 산업 스파이 때문이지 않은가.

한국에서 양자 컴퓨터를 만든다면 뜻깊은 일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미국에서 만드는 게 가장 합리적이었다.

생각이 정리된 유재원은 ID 테크놀로지의 엘런 사장에게 양자 컴퓨터 개발 프로젝트의 개요와 우선적으로 영입할 인재들의 리스트를 전송했다.

유재원의 ID톡을 받은 엘런 사장으로부터 바로 답신이 왔다.

-양자 컴퓨터라니! 정말 놀라운 비전입니다.

-바로 영입을 시작하겠습니다!

변호사 출신인 엘런 사장이 ID 테크놀로지라는 전 세계 최고의 IT 기업의 수장으로 승진했을 때만 해도, 이 점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엘런 사장은 사장 부임 이후 ID 테크놀로지를 훌륭하게 이끌어 나갔다.

ID 테크놀로지에 쏟아지는 각종 소송에서 모두 승소를 이끌면서 ‘과연’이라는 말이 당연하게 되었고, 부족한 IT 분야에 대해서도 스스로 공부하며 모자란 점을 채워 나갔다.

이제는 아주 훌륭한 IT 기업 전문 경영인이 된 엘런 사장은 유재원의 양자 컴퓨터 개발 프로젝트를 두 손 들며 환영했다.

“네, 그런데 제법 깐깐하신 분들은 쉽게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러면 이걸 보여주세요.”

엘런 사장의 반응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유재원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5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의 IDW 파일 하나를 더 전송했다. 그것은 바로 양자 컴퓨터가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되는 BQP(유계오차 양자 다항시간) 문제를 푸는 구체적 예시와 구현 방법에 대해 적어놓은 파일이었다.

문서에서 예시로 든 것은 소인수 분해인데, 이것이 실제 구현된다면 양자 컴퓨터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등극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무리 콧대 높은 학자님이라도 이 문서를 본다면 다음 대목이 궁금해서라도 당장 짐을 싸서 ID 테크놀로지로 올 거라고 장담했다.

-그런데 회장님, 이 기술 문서는 제목이 없습니다만.

“아참! 제목을 깜빡했군요.”

잠깐 생각에 빠졌던 유재원은 제목에 ‘초격차 양자 슈퍼컴퓨터 퀀텀 프로젝트’라고 입력했다.

슬쩍 제목만 보면 중2병이 불치단계까지 악화된 사람이 지은 것 같지만, 상상뿐인 중2병과 다르게 유재원의 의지와 실행 능력은 순도 100%였다.

실제로 양자 컴퓨터라도 다 같은 양자 컴퓨터가 아니다.

양자 컴퓨터의 탈을 쓴, 실리콘 반도체 컴퓨터보다 더 못난 모델들이 수두룩하고, 이걸로 온갖 사기를 치는 게 앞으로 십수 년간 벌어질 미래였다.

반면 퀀텀 프로젝트는 시작 모델부터 이전과는 달리하는 완벽한 양자 컴퓨터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당연히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완성될 양자 슈퍼컴퓨터의 이름을 ‘퀀텀’이라는 것도 이미 확정된 상태였다.

유재원은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감동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회귀를 약속받고서 꿈꿨던 온갖 상상을 구체적으로 엮은 것이 마스터플랜이었다.

책으로 만든다면 법전처럼 두꺼울 만큼 두툼한 분량을 자랑하는 마스터플랜의 맨 뒤에 있는 것이 바로 양자 컴퓨터 제작이었다.

그것도 보통의 양자 컴퓨터가 아니라 유재원이 목격한 최강의 양자 컴퓨터인 골든실버를 넘어서는 초격차 양자 슈퍼컴퓨터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마스터 플랜을 짤 때만 해도 까마득한 궁극의 목표가 이제 현실에서 시작했다.

-마스터, 심박수의 급상승이 감지됩니다. 안정을 취하시길.

얼마나 설렜으면 상상만으로도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 유재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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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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