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1회
2차 기술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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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신 유재원, 양자 슈퍼컴퓨터에 대한 도전 선언!
-퀀텀 프로젝트에 모인 양자역학 거물들.
-양자 컴퓨터 상용화, 이번엔 진짜다!
취재진까지 불러놓고 성대하게 치러진 퀀텀 프로젝트 발대식이었다. 그렇기에 관련 속보는 거의 실시간으로 뿌려졌다.
자율주행 모드의 슈퍼소닉을 타고 ID 테크놀로지 본사에 출근할 때부터 보도가 시작되어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상태이다 보니, 새로운 기사가 올라올 때마다 반응이 대단했다.
이런 상황이니 기자들은 후속 기사를 쓰기 위해 열을 올렸지만, 아쉽게도 기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발대식까지였다.
이후 퀀텀 프로젝트의 팀원들과 함께 하는 첫 번째 미팅은 비공개였으니 말이다.
앞으로도 뭔가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언론 보도는 최소화할 예정이었다. 보통 다른 기업들이 자그마한 성과도 크게 부풀려 당장 뭐라도 이뤄낸 것처럼 보도하는 건 투자금을 받기 위함이 대부분이었으니 말이다.
반면 유재원은 본인의 개인 통장만으로도 웬만한 스마트 시티는 짓고도 남을 만큼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월스트리트나 다른 큰손들이 ID 그룹에 가지는 가장 큰 불만이 초기 지분 투자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원래 투자라는 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었다.
큰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를 했을 때, 큰 이득으로 돌아온다. 유재원이라면 이미 증명된 인재였으니 뭔가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누구나 투자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유재원 자체가 돈이 부족한 인물이 아니다 보니, 결국 외부의 사람들은 상장이 될 때를 노릴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ID 그룹이 상장에 적극적인 기업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룹 전체 계열사 중에 대표적인 기업들만이 상장되었다. 라이트닝 볼트와 ID 하이테크처럼 알차지만 자그마한 계열사들은 아예 상장할 기미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나마 예외가 있다면 한국이었는데, 기가스터디까지도 코스닥에 상장되었을 만큼, 대부분의 기업들이 공개된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번 퀀텀 프로젝트는 좀 달랐다.
ID 테크놀로지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ID 테크놀로지는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이었다는 점이다.
즉, 퀀텀 프로젝트가 대대적인 보도가 이뤄지자 대박이라 생각한 사람들이 ID 테크놀로지의 매수 버튼을 거침없이 눌렀다.
나스닥에서도 최고로 무거운 몸값을 자랑하는 ID 테크놀로지였는데, 매수세가 엄청나게 달라붙다 보니 점점 주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IDDC가 있는 8월을 빼면 하루 1% 내외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ID 테크놀로지는 순식간에 3%가 넘는 상승을 보여주더니, 발대식이 끝나는 순간 주가 상승이 5%를 넘어섰다.
어제 종가 기준으로 ID 테크놀로지의 주가 총액은 4,600억 달러였으니, 오늘 하루에만 230억 달러가 치솟는 기염을 토한 것이었다.
그만큼 세계 투자자들이 유재원의 양자 컴퓨터 개발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같은 시간.
퀀텀 프로젝트의 팀원들이 ID 테크놀로지의 보안이 완벽하게 갖춰진 회의실로 모였다. 그 숫자는 모두 8명으로 한 분, 한 분 각자의 위치에서 대단한 경지를 이룬 사람들이었다. 동시에 양자 컴퓨터의 구현에 큰 보탬이 된 결과물을 만들어낸 분들이기도 했다.
회귀 전에 만들어진 최강의 양자 컴퓨터인 골든실버는 이분들의 연구 성과들이 없었다면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 있는 팀원들 중에 유재원을 제외하고는 골든실버의 탄생을 목격한 사람이 없었다. 스카우트된 인사들 중 제일 젊은 츄쳉 장 교수님도 골든실버가 완성되기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이번엔 다를 거다.
4년 내로 성과를 내겠다고 작정한 유재원이었고, 그것을 이뤄낼 자신감과 능력은 이미 차고 넘쳤으니 말이다.
“유 회장, 이제 그것 좀 보여주겠나?”
제일 나이가 많고, 양자 컴퓨터 분야에 가장 오래 매진한 공로로 퀀텀 프로젝트의 팀장이 된 엘리에저 도이치 박사가 먼저 운을 뗐다.
그거라는 건 당연하게도 엘렌 사장이 이들을 영입하려고 할 때, 사용한 비장의 기술 문서를 의미했다.
양자 컴퓨터에서 가장 큰 난제는 큐비트를 장시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지만, 양자의 특성을 이용한 연산 장치를 구현하는 것도 큰 어려움이 있는 일이었다. 트랜지스터를 이용한 산술 논리 연산 장치는 이미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고, 구조도 제법 단순한데, 양자의 특성을 이용하는 연산 알고리즘은 아직 마땅히 나온 게 없었다.
유재원이 제시한 문서에는 그 실마리가 담겨 있었다.
“물론입니다.”
유재원은 나머지 분량이 담긴 문서를 회의실 메인 스크린에 띄웠다. 그러자 주변에서 도란도란 대화를 하던 목소리들이 뚝 끊겼다.
3페이지 분량의 문서였지만, 회의실의 메인 스크린이 대단히 거대했기에 3페이지를 동시에 띄워도 글자 하나의 크기가 큼지막하게 보여 읽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오 하는 감탄사들이 터져 나왔다.
가장 격한 반응을 보여주는 건 유재원이 스탠퍼드 재학 시절 지도 교수님이었던 츄쳉 장이었다. 츄쳉 장 교수가 원래 연구하던 분야가 양자 컴퓨터의 효율적인 논리 회로 설계였다. 그러니 이해가 제일 빨랐고, 유재원이 제시한 방법론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바로 이해가 되는 건 아니었다.
제대로 각 잡고 풀어봐야 하고, 실제 적용했을 때 제대로 구현이 되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그렇지만 츄쳉 교수는 일평생 양자 컴퓨터에만 매진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이 문서가 진짜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비단 츄쳉 교수뿐만이 아니었다.
문서에 몰입해 있던 박사들도 마찬가지의 감정을 느꼈다.
특히 엘리에저 도이치 박사의 감회는 남달랐다. 본인은 이제 후학들에게 물려주고, 은퇴를 해야 할 때가 얼마 멀지 않았다. 살아생전 완벽히 작동하는 양자 컴퓨터를 볼 수 있을지 기약도 없었다.
눈앞에 떠 있는 문서를 통해 유재원의 장담이 허풍도 헛다리도 아니라는 걸 확인한 지금의 엘리에저 박사는 말라붙었던 의욕이 샘솟았다.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만 하세요. 무조건 지원해 드릴 테니까요.”
무엇보다 듬직한 것이 유재원 그 자체라는 건 두말 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유재원 역시나 기대가 큰 건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지금은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 않지만, 퀀텀이 완성되는 날, 발칙한 이벤트도 계획 중이었다.
바로 리만 가설의 증명이었다.
현대 정수론의 최고 난이도를 자랑하는 문제였고, 증명에 따른 파급력도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였다.
내로라는 천재들이 도전했다가 좌절시킨 극악의 문제였지만, 유재원의 생각대로 퀀텀이 완성된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그때가 너무도 기대되는 유재원이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벌써 5월이라니.”
시끌벅적하게 퀀텀 프로젝트의 발대식을 했던 게 어제 같은데, 벌써 5월이었다.
몇 가지 일만 빼면 무난하게 흐른 시간이었다.
일단 제일 큰일은 일본의 중의원 선거 연기였다.
온갖 삽질을 다 치르고, 화룡점정으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유출 사고까지 일으킨 아소 다로 총리는 일본 국회는 물론 일본 국민들에게까지 불신임을 받았다. 그렇기에 사고 수습 직후 쫓겨나다시피 하며 총리 자리에서 내려왔다.
비단 아소 다로 총리만 지지율 폭락이 이뤄진 게 아니라 아소 다로를 총리로 내세우고, 그의 행보에 아무런 브레이크도 걸지 않은 자민당도 지지율이 폭삭 내려앉았다.
그렇게 되자 국회도 해산해서 중의원 선거를 다시 하기로 했는데, 문제는 야당 쪽이었다.
상황만 보면 야당에게 너무나 유리했다.
그런데 너무나도 빠른 내각 총사퇴와 국회 해산이었기에, 야당 쪽에서도 선거 준비가 제대로 된 사람이 극소수였다.
더욱이 야당인 일본 민주당도 예전 정권 교체를 한 번 이뤄냈다가 삽질을 크게 했던 전력이 있었다. 이후 일본 민주당의 구심점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런데 일본의 상황이 동일본 대지진으로 반전되자 너도나도 국회의원을 하겠다면서 난리였다.
한국이었으면 당내 경선을 치르는 것으로 간단히 해결될 일이었지만, 아직도 구시대적인 정치 시스템을 가진 일본은 거물급 인물이 교통정리를 하거나, 당내 계파 간에 나눠 먹는 식으로 공천이 이뤄진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못했다.
대신 자민당은 아소 다로를 대신할 총리를 추천했고, 그게 고노 다로였다.
문제아였던 아소 다로보다 더 심각한 결점이 있는 인물인데, 이런 사람을 총리로 추대하는 것으로 자민당의 수준이 훤히 보인다.
그렇지만 자민당이라고 변명거리가 없는 건 아니었다.
어차피 몇 달 내로 중의원 선거가 다시 치러질 것이고, 민주당의 압승은 예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면 총리도 민주당 쪽에서 새롭게 나올 텐데, 그 짧은 과도기에 지나가듯 총리를 하겠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은 유재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1만 단위가 넘는 사망자가 나올 거대한 재난이었다.
뻔히 예고된 재난을 제대로 대비하지도 못했고, 재난 후의 수습에서도 손을 놔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일본이었다. 심지어 정치권은 몇 달이 지난 지금도 혼란스럽기만 했다.
그야말로 내각제가 보여주는 최악의 사례로 일본을 꼽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유재원 개인적으로는 혜성이 때문에 난감한 게 한 번 있었다.
아틀라스 로봇을 보고 싶다고 티파니의 허락을 어렵게 구한 혜성이었고, 티파니도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유재원은 가족 모두를 데리고서 매사추세츠 월섬으로 날아갔다.
아틀라스는 물론이고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다른 로봇들은 워싱턴주, 시애틀에 자리한 야외 시험장에 많이 있지만, 혜성이가 보고 싶어 하는 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 투입된 아틀라스였다.
확실히 일반형 아틀라스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 투입된 아틀라스의 외형은 크게 달랐다.
고농도 방사능에 견디기 위해 각종 추가 조치가 이뤄진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프레임도 일반형보다 좀 더 커졌고 검은색의 매끈한 타이즈가 입혀졌으며, 전신 판금 갑옷 같은 금속 슈트까지 착용했다.
오로지 기능만 생각해서 만든 것인데, 완성해 놓고 보니 메카닉 로망을 자극하는 멋이 넘치다 못해 폭발했다. 일반형 아틀라스와 비교하면 일반형이 너무나 밋밋해 보일 정도였고, 일본에서도 방사능 사고 투입형 아틀라스의 인기가 엄청나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에 티파니가 완고히 반대했던 이유가 있었다.
진짜로 고농도 방사능이 유출된 원자로 내부에 들어왔다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복귀하기 직전까지 현지에서 제염 작업을 열심히 했다. 오죽하면 미국 대통령 경호처인 시크릿 서비스의 꼼꼼한 검수 작업도 통과해서 존 매케인 대통령이 환영식에 참석한 것 아니겠는가.
그렇지만 방사능의 치명도는 어른보다 아이에게 훨씬 심각했다.
매일매일 쑥쑥 자라나는 아이에겐 치명적이었다.
완고했던 티파니가 결국 허락한 것은 혜성이가 원자로 내부 작업에 투입된 기체는 폐쇄 직전에 원격의 화면으로만 보기로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제껏 한 번도 떼라는 걸 써 본 적이 없던 혜성이가 이번만큼은 3일 밤낮으로 징징거리는 통에 항복을 하고 말았다.
“그게 화근이었지.”
혜성이는 유재원이 말했던 새로운 기체를 받아 부활할 거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약속을 했던 것이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수습을 하며 얻은 유무형의 데이터를 모두 백업했고, 기체를 구성하고 있는 프레임과 장갑, 구동부, 심지어 가슴 가운데 자리한 컴퓨팅 유닛의 방사능으로 인한 물성 변화 수치까지 모두 기록했을 정도다.
그렇게 완전한 백업을 마치고 완전 폐기에 들어가는 모습을 유재원은 혜성이, 티파니와 함께 보았다. 고사리 같은 손을 흔들며 배웅까지 해 준 혜성이는 곧이어 아틀라스 로봇의 부활을 기대했는데, 그게 혜성이가 나름 생각하고 있던 것과는 많이 달랐던 모양이다.
복제된 데이터를 고스란히 이식받은 백업 로봇이 깨어나면서 ‘반갑습니다, 혜성 님.’ 하고 인사를 해 줬다.
아틀라스의 인사를 받은 혜성이는 와앙 하고 울어 버렸다.
-아틀라스 아니야!
아마도 혜성이는 폐기된 모델이 불사조처럼 부활하는 걸로 상상했던 모양이다.
유재원은 폐기된 것과 백업 데이터를 이식 받은 아틀라스의 외형이 좀 다르긴 해도, 1바이트의 손실도 없이 완벽히 이어받았으니 부활했다고 생각했지만, 혜성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혜성이의 생떼가 생각해 볼 여지가 없는 건 아니었다.
새로운 몸에 영혼(프로그램과 데이터)만 이어받았다고 똑같은 사람으로 대우할 수 있느냐는 건 매우 높은 수준의 철학 문제였으니 말이다.
다행히 혜성이는 티파니의 옷을 갈아 입었다는 식으로 펼쳐진 눈높이 설명에 울음을 그쳤고, 눈앞에 있는 새로운 모델에 관심을 보이면서 해프닝은 마무리되었다.
띵!
몇 주 전의 일을 추억하던 유재원은 알람 소리에 현실로 돌아왔다.
-마스터, 뇌파 분석 알고리즘의 오차율이 1% 이하로 도달했습니다.
“좋아! 아주, 좋아!”
그렇게나 기다리고 있던 뇌파 인터페이스의 완성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보고였다.
같은 시간.
중국의 최고 권력자인 시진핑 주석은 은밀한 외부 방문 일정을 치르는 중이었다. 바로 ID 테크놀로지로부터 납품을 받은 슈퍼컴퓨터 텐허의 가동식이었다.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 TOP 10에 드는 강력한 슈퍼컴퓨터이니만큼, 가동식은 성대하게 치러질 법도 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이 이렇게 은밀하게 방문한 이유는 텐허 슈퍼컴퓨터에서 처음 가동될 프로그램이 문제의 얼굴 인증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얼굴을 인식해 각종 인증에 사용하는 건 물론, 실시간 확인과 추적까지도 가능한 현실판 빅브라더였다.
지금 시진핑 주석은 외부로 알려지면 큰 문제가 될 감시 프로그램을 시급히 실행해야 할 만큼 궁지에 몰린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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