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873화 (873/1,007)

849회

2차 기술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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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망했어요!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독점했던 2일 차 IDDC가 끝난 다음, 주식 전문 커뮤니티에 올라온 반응 중 추천을 제일 많이 받은 글이 망했다는 이야기였다.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은 신뢰도가 0점이었고, 최대 추천을 받은 글이라도 과장이나 상상이라는 조미료가 가득히 뿌려진 상태라고 봐도 무방했다.

망했다는 글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주식 시장에는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격언이 있었다.

아무리 대단한 뉴스라도 남들이 다 알게 된다면 더는 상승 탄력을 주지 못하니까 매도를 하라는 이야기였다.

망했다는 글 역시 그것을 따랐다.

바로 ID 그룹 주식들을 가지고 말이다. 늦은 봄, 아니면 초여름에 매수해서 IDDC 직전에 파는 게 IDDC를 다루는 주식쟁이들의 패턴이었다.

개인이든, 기관이든 단타 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애용하는 패턴이었다.

IDDC 전에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랐고, IDDC가 시작하는 첫날에는 매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였다.

특히 한국이 심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와의 시차가 -17시간으로, 샌프란시스코가 저녁 8시라면 한국은 오후 1시였다. IDDC의 메인 이벤트가 시작하는 시간이 주식 시장이 한창 움직이고 있던 시간이다. 게다가 ID 일렉트로닉스라는 ID 그룹의 대표 계열사도 직접 상장되어 있었고, ID 그룹만 다루는 펀드와 ETF도 있었다.

그렇기에 IDDC가 열리는 날에는 주식 투자자들의 촉각이 곤두서는 날이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망했다는 글이 최다 추천을 받는 것처럼 흐름이 완전히 달랐다.

IDDC가 시작할 때만 해도 ID 일렉트로닉스를 비롯한 ID 그룹 관련 금융 상품들에 관해 매도가 쏟아지면서 주가가 파란색으로 물들었다.

그런데 장이 마감되기 직전 어김없이 등장한 특별한 아이템이 시장의 분위기를 확 바꾸어 버렸다.

뇌파 인터페이스와 증강 현실 글라스였다.

IDDC에서의 발표는 곧 판매를 의미하는 ID 그룹의 전통이 있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유재원이 직접 발표한 아이템들은 그날 바로 인터넷 사이트에서 주문할 수 있었고, 플래그십 센터에서는 직접 구매가 가능했다.

뇌파 인터페이스는 게임 체인저였다.

대한민국에서는 소비자 권장 가격이 39만 원으로 설정되어서 적잖은 가격을 자랑했다. 미국의 경우엔 399달러였다. 그렇지만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의수는 물론이고 이미 출시된 다양한 IT 기기와 연결되어 무한한 확장성을 만들어 주었다.

단적으로 집 안의 IoT 허브와 연결한다면 생각만으로 집 안의 모든 조명이나 전자제품을 제어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유튜브에는 당연히 바로 리뷰 영상들이 올라왔다.

겉으로 보기엔 실리콘 헤어밴드 같은데, 거짓말처럼 생각으로 기기 제어라는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했다.

리뷰 유튜버 중에 대기업 채널들이 섭외한 뇌 과학 분야 전문가들도 처음엔 믿지 못하다가 본인들이 직접 사용해 본 다음에야 진짜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전문가들의 상식에서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뇌파에서 노이즈를 걸러내고 의지를 반영하는 정확한 뇌파만 포착해 바로 적용시킬 수 있다는 게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오죽하면 의지를 구현하는 뇌파의 표준 모델을 완성한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증강 현실 안경도 대단했다.

가격은 뇌파 인터페이스보다 비싼 599달러였고, 한국에서는 59만 원이라는 가격에 출시되었다. 뇌파 인터페이스는 단순한 모양 때문에 비싸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면, 증강 현실 안경은 적당한 가격이라는 평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현실의 시야를 사이버 세상과 연결해 주는 초기 장비치고는 모양이나 형태가 매우 완성적이었으니 말이다. 무게도 100g으로 매우 가벼웠고, 증강 현실 화면의 해상도도 720p로 기대 이상이었다.

더욱이 증강 현실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킬러 앱인 AI 아이즈와의 결합은 찰떡이었다. 단순히 착용하는 것만으로 AI 아이즈가 눈앞에 펼쳐졌다.

생소한 동물이나 식물의 이름이 절로 표시되는가 하면, 내비게이션과의 궁합도 완벽 그 자체다. 그야말로 착용자의 지능에 +10을 시켜주는 에픽 아이템과 같았으니 가격에 대한 불만은 싹 사라졌다.

그리고 이것이 주가에 반영되었다.

더욱이 이러한 제품들에는 ID 일렉트로닉스의 미세공정 반도체 기술이 듬뿍 쓰였기에, 더욱 즉각적인 반응이었다.

파란색이었던 ID 일렉트로닉스의 주가는 주식 시장 마감을 30분 앞두고 빨갛게 반전되었다. 심지어 5% 이상의 상승을 찍었다.

장이 열리자마자 관습적으로 매도한 사람들에겐 너무나 아쉬운 대목이었다. 그래도 5%면 아쉽다 하고 말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런데 생각이 ‘망했다’라고 바뀐 건 다음 날, 1시가 막 넘겼을 때였다.

아틀라스 로봇도 대단했지만,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다른 로봇들 역시나 엄청난 완성도를 자랑했다.

심지어 파일럿이라는 전문가의 영역까지도 쉽게 진입해냈다. 거기에 마크 박사는 원격 의료부터 노동 혁명까지 온갖 떡밥을 던져댔다.

단순히 자극적인 논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가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만들어내는 일들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입이 떡 벌어지는 것에서 끝이지만, 주식 시장은 달랐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ID 일렉트로닉스의 주가가 상한가를 찍어 버렸다. ID 일렉트로닉스 주식보다 변동성이 큰 ID 그룹 ETF들은 30%가 폭등한 것도 흔하게 나왔다.

4차 산업 혁명이 단순한 표어가 아니라, 진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미래라는 게 확인되었으니 말이다.

전날에 이어 둘째 날까지도 그냥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상한가를 먹을 수 있었는데, 그냥 과거의 패턴만 보고 팔아 버린 사람들은 망했다는 말만 연발했다.

심지어 망했다고 말하는 이들 중 대다수는 늦봄이나 초여름쯤에 매수를 했기에 적어도 10% 이상의 수익은 실현했는데, 며칠 차이로 놓친 수익이 더 크게 보이는 것이었다. 그들이 보기에 매도 버튼을 누르는 걸 조금만 참았다면 본인의 계좌로 들어올 돈이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들의 망했다는 말도 그저 부러운 사람들이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를 했던 사람들이었다.

수익?

반토막만 나도 다행이었고, 반의 반토막, 어쩌면 1/10이 나 버린 사람들도 수두룩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비트코인 최고점이었던 1천만 원에 들어갔다가, 2만 원으로 추락했을 때까지 무식하게 버티는 사람은 없었다. 인구가 많은 중국에서도 그런 바보 같은 사람은 없었다.

그렇지만 깡통 지갑들이 속출하는 건, 하락은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계속되고 있는데 여기가 바닥이라면서 겁 없이 추가 매수를 단행한 탓이었다.

버팀목이니 눌림목이니 하는 기술적 반등 시점을 예측하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코인판에선 바닥만 잘 잡았다면 2, 3배 먹는 건 일도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유재원이 작정하고 밀어 버린 비트코인에는 바닥이라는 게 없었다.

지금은 시세도 죽었고 거래량도 최악이었다.

그나마 거래가 되는 건 바로 Z코인이었다. 암호화폐이긴 하지만 비트코인과는 태생부터 다른 Z코인은 현재 비트맥스를 먹여 살리는 유일한 코인이었다.

물론 비트맥스가 Z코인의 상장을 ID 테크놀로지로부터 허가 받은 건 아니었다. 암호화폐의 특성상 개인과 개인의 거래가 자유로웠고, 그렇기에 거래소라는 중간 단계를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그렇기에 비트맥스가 Z코인을 상장시키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문제는 거래량이었는데, 거래소에서 보유한 Z코인의 수량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다 망해 버린 비트코인의 거래량이 더 많았을 만큼 시작은 미미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반전이 일어났다.

Z코인의 시세가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다른 거래소도 Z코인을 상장했고 마찬가지로 시세와 거래량이 늘어났다.

범인은 역시나 유재원이었다.

비트맥스를 비롯해 십여 개가 넘는 코인 거래소에 100억 달러가 넘는 거금이 묶여 있는 상태였다. 계좌에는 돈이 넘쳐나지만 이걸 세탁해서 가져오는 게 일이었다. 오죽하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서 빼낼까 싶었지만, 결국 취소했다.

대신 유재원의 이목을 끈 건 비트맥스의 Z코인 상장이었다.

발행량을 Z+ 컴파일러 인공지능이 결정하는 Z코인이었다. 인공지능은 Z코인의 유통량, 시세에 따라 분배를 하는데, 덕분에 비트코인이 폭등할 때나 폭락할 때에도 시세의 변화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또한, Z코인은 지갑마다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게 특징이었다.

비트코인만 해도 유재원은 혼자서 전체 발행량의 1/3 정도를 혼자 보유하고 있었다. 이 밖에도 수십만 개에 달하는 코인을 보유한 고래들도 많았다. 이들의 숫자는 전체의 1%도 안 되었지만, 이들에게 집중된 비트코인의 수량은 80%가 넘었을 정도다.

반면 Z코인은 상위 1%의 보유자가 가진 코인의 숫자는 전체의 10%도 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아주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고 봐야 했다.

그렇기에 유재원은 거래소에 쌓인 돈으로 Z코인을 망설임 없이 매수할 수 있었다. Z코인의 시세가 올라가는 건 Z+ 언어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익으로 돌아가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이러한 유재원의 매수에 1~2천 원 수준에 있던 Z코인 1개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1 Z코인에 22달러.

무려 10배나 오른 것이다.

여기엔 유재원의 꾸준한 매수도 있었지만, 다시금 암호화폐를 해 보려는 사람들이 몰린 결과이기도 했다.

이렇게 Z코인을 대량 매수한 유재원은 지갑으로 돌아온 Z코인을 Z+ 컴파일러 인공지능에 다시 보내줬다.

결과적으로 비트코인 붕괴로 얻은 검은돈은 Z코인을 가진 이들에게 아무런 대가도 없이 넘겨준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 정도 마침표라면 유재원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것이었다. 중국 민간 경제에 큰 타격을 주었고, Z코인의 가치도 재고했으니 말이다.

-3일 차는 좀 평범하겠지?

남들과 달리 2일 차까지 버틴 후 매도 버튼을 누른 극소수는 설마했다. 물론, 설마는 사람을 잡았다.

3일 차의 주인공은 출범 후 지금까지도 잠잠했던 ID 바이오로직스였다.

매스컴에 먼저돌려진 보도자료에 전문가들은 의문을 보이기도 했다.

2010년 출범한 바이오로직스는 이제 겨우 2년 차였다. 의학과 의약에서 2년 차 기업이 뭔가 그럴듯한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거라는 상상은 관련 지식이 있는 사람들에겐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지만 다 그런 건 아니었다.

이제 슬슬 결과물들이 나오고 있는 백신 탐색 알고리즘을 만든 게 유재원이었다.

신종플루가 돌 때만 해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분위기였지만, 백신 탐색 알고리즘은 세계 유수의 제약회사들이 가져다 열심히 쓰고 있었다.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을 시작으로 백신 후보를 포착해내는 데 성공한 백신 탐색 알고리즘이다. 최근에 이룩한 성과는 독일 전통의 제약사인 바이엘의 C형 간염 백신이었다.

C형 간염은 약물 주사나 제대로 소독되지 않은 의료기구를 사용했거나, 수혈로 전파되는 혈관계 간염이었다.

치료제는 있어도 백신은 없던 질병이기도 했다.

그런데 치료약 복용 기간이 24주에서 48주나 될 만큼 장기간이었고, 완치율도 그다지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최근에는 소포스부비르라는 신약이 임상 테스트에 들어갔고 좋은 결과들이 나오고 있었다. 이 약은 파마셋이라는 제약회사의 소속인 마이클 소피아 박사에 의해 발견되었는데,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110억 달러에 통째로 인수해 버렸을 만큼 효과적이었다.

대형 M&A에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주가도 덩달아 뛰고 있었는데, 바이엘에서 C형 간염 백신이 나오면서 찬물이 확 뿌려졌다.

바이엘은 역전 만루 홈런을 친 것처럼 그야말로 열광적이었고, 주가 역시 그에 부응했다. 바이엘은 백신 탐색 알고리즘을 처음 입수해서 꾸준히 C형 간염 백신을 찾았다. 어떤 바이러스의 백신을 탐색할지는 알고리즘을 돌리는 회사들의 선택에 달렸는데, 바이엘이 점찍은 것은 C형 간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C형 간염은 전 세계적으로 2억 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질병이었다. 백신은 미리 예방을 위해 접종을 해야 하니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접종시킬 수 있었다.

소포스부비르 소식이 나올 때까지만 해도 바이엘은 C형 간염 백신 탐색을 중단해야 하나 싶었는데, 치료제를 능가하는 백신 후보 물질이 나오면서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다만 C형 간염 백신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선 긴 임상 실험을 거처야 하는 만큼, 병원에 납품이 될 때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신종플루의 경우 상황이 상황인지라 긴급 사용 승인이 떨어진 것이지만, C형 간염은 특혜가 필요한 건 아니었다.

이처럼 백신 후보 물질이 백신으로 인정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백신만 그런 게 아니라 신약 역시나 임상 실험이라는 깐깐한 검증을 통과해야 했다.

과연 ID 바이오로직스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모두의 이목이 실리콘 밸리 컨벤션 센터에 몰렸다.

“먼저 준비된 영상을 보시겠습니다.”

놀랍게도 ID 바이오로직스의 메인 스테이지 발표자로 등장한 이는 유재원이었다.

유재원은 긴말 필요 없이 바로 영상을 틀었다.

1일 차 때 보여줬던 영상은 OLED의 장점을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극한의 CG로 구성된 영상이었다면, 지금 메인 스크린에서 재생되는 영상은 일반 FHD 카메라로 찍고, 편집도 단순하게 한 영상이었다.

한 대상에게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시간을 빠르게 돌리는 영상이었고, 처음 등장한 건 털이 없는 모르모트였다. 뭔가를 먹이고서 카메라 속에서 시간이 빠르게 흐르자 하얀 털이 수북하게 자라났다.

다음은 원숭이였다.

모르모트와 마찬가지로 털이 다 빠져 흉한 모습이었던 원숭이에게 뭔가를 먹이고 시간이 빠르게 흐르자, 윤기 나는 검은 털이 수북하게 자라난 모습이 되었다.

이어서 화면이 16개, 32개로 분할되면서 비슷한 동물 실험을 하는 장면들이 빠르게 흘렀다.

현란한 편집의 마지막에 등장한 건 사람이었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젊은이였지만, 역시나 머리가 반짝거리는 탈모인이었다. 동물실험 영상과 달리 젊은이는 깨알같이 작은 문자로 가득한 서류에 몇 번이고 사인을 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리고서 화면이 바뀌었고 VIP를 위한 1인 병실에 환자복을 입고 있는 모습으로 전환되었다.

환자복을 입은 젊은이는 박사 가운을 입은 사람으로부터 파란색 알약 하나를 지급 받았고 물과 함께 삼키는 모습이 비춰졌다.

그것으로 짧은 영상이 끝났다.

“다음이 궁금한가요?”

유재원은 씨익 웃으며 객석을 향해 물었다.

우아악!

객석 한 구석에서 엄청난 격한 반응이 나왔다. 화면에 집중하고 있던 관객들이 깜짝 놀라 그쪽으로 고개를 돌릴 정도의 큰 소리였다.

소리를 지른 사람 역시 머리 부분이 휑한 탈모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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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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