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892화 (89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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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정부라는 건 세간에서 말하는 것처럼 세계 정부를 만들기 위해 암약하는 비밀 결사 조직도, 미국 정부를 뒤에서 움직이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도 아니었다.

-그림자 정부의 시작은 그저 금주 동맹 시절에 시작된 비밀스러운 술자리 사교클럽이었다. 단지 멤버들의 면면이 록펠러, 카네기, JP모건, 헨리 포드, 토마스 에디슨, 위리엄 랜돌프 허스트와 같은 각자의 위치에서 입지전적 업적을 쌓은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멤버들 중 누군가 ‘이 정도 멤버라면 정부도 그림자놀이처럼 움직일 수 있겠다.’라고 했고, 얼마 후 그 사교클럽은 장난처럼 그림자 정부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는 진짜로 그 열망을 실행하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렸다. 존 데이비슨 라커펠러, 보통은 록펠러로 불리는 스탠더드 오일의 창시자였다.

“오올!”

전도훈은 전공 서적 가득한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강의실로 가면서 에어버드에서 들려오는 인공지능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한국 시간으로는 어제 오후 2시쯤에 2CH.com에 업로드가 되었고, 이후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진짜 그림자 정부를 알려주마! 제1편-록펠러’라는 게시글이었다.

처음엔 다른 글처럼 몇 명만 조회하고는 뒤로 밀려나는 듯했다. 그런데 조회수 대비 추천이 80%에 육박하면서 순식간에 추천 게시판에 올라왔고, 다음부터는 클릭이 이어지면서 인기 게시판에도 올라왔다.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오죽하면 한국인인 전도훈이 클릭을 했을 정도다.

영어로 작성되어서 바로 읽는 건 전도훈에겐 무리였지만, 차세대 언어 번역기는 탭 한 번으로 매끄럽게 완벽한 한국어로 바꿔 주었다.

-……그리하여, 스탠더드 오일은 뉴저지 판결로 셔먼 액트에 적용되었고, 약 30개가 넘는 작은 회사로 분리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록펠러의 몰락을 의미하진 않았다.

-30개로 분리된 스탠더드 오일의 지부는 모두 정당한 대가를 받고 매각되었으며, 그 액수는 가히 천문학적이었다. 또한, 스탠더드 오일이 북미 석유 업계를 독점하던 기간은 수십 년이었다. 이 기간 동안 쌓아 올린 천문학적인 부는 2011년 기준으로 4,000억 달러가 넘었다.

-반독점법의 쓴맛을 제대로 본 록펠러는 본인의 막대한 부도 언젠간 철퇴를 맞을 거라는 생각에 비밀리에 분산하기로 했다.

-록펠러 재단은 그저 전체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음.

-비밀 재산 목록 1호 FRB의 지분 30%.

“FRB? 연준이란 말이야?”

-증거는 첨부된 13번 이미지로 대신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아. 이미지가 있구나.”

인공지능 개인 비서 골드의 유능함은 대단하지만, 그림으로 되어 있는 걸 설명하진 못했다. 증강 현실 안경에 대해 욕심이 나는 전도훈이었다. 증강 현실 안경이 있었다면 그 이미지라는 걸 띄워 줬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던 전도훈은 주머니를 뒤져 애지중지하는 최신 스마트폰 Z1을 꺼냈다.

영리한 인공지능 개인 비서 골드는 전도훈이 스마트폰을 꺼내자, 곧장 화면에 13번 이미지 파일을 띄웠다.

전도훈의 눈에는 선뜻 들어오진 못했다.

누렇게 바랜 아주 낡은 계약서부터, 최근의 주주 동향까지. 일련의 문서를 통해 하나의 일관된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대신 금융 관련하여 상당히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바로 알아볼 수 있었고, 전도훈과 같은 이들은 누군가의 설명이 필요했다.

마침 이미지의 마지막에는 10줄 정도의 설명이 있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FRB는 사기업으로 해당 지분은 미국의 대형 은행들이 분할해 보유하고 있다. 록펠러는 이러한 대형 은행 3곳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분산해 보유 중이다.

“누런 계약서들이 은행 지분들이구나.”

-록펠러 가문은 소유 은행의 자율적 영업을 최대한 보장하고는 있지만, 몇몇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중요한 결정을 한다. 가장 최근에 록펠러 가문이 소유 은행을 움직인 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였다. 극단적인 마진 콜을 지시했고, 갑작스러운 대출금 회수에 수많은 모기지론 이용자들이 파산했다. 파산의 도미노는 순식간에 북미를 흔들었다.

-세간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예측한 ID 인베스트먼트만이 큰돈을 벌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당시의 선물 옵션 투자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하락에 배팅된 상품 중 ID 인베스트먼트의 지분은 34%에 불과했다. 그러면 남은 60% 하락 상품의 보유자는 누구일까?

-참고로, 당시 시점에서 개미나 기관이 하락 상품에 투자한 비중은 아무리 높게 쳐줘도 15%를 넘지 않는다.

“헐.”

번역을 해 주는 골드의 목소리에 전도훈은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한국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졌던 일이었다. 지금은 3년이나 지나서 기억이 많이 희석되긴 했지만,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이 무너지는 거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만큼 큰 위기였던 건 분명했다.

-거대 은행들의 연쇄부도설이 돌았고, 미국 정부는 FRB로부터 수천억 달러를 대출받아 위기의 은행들을 지원했다. 덕분에 거대 은행의 부도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긴급 대출된 수천억 달러는 미국인들 혈세로 갚아야 할 부채가 되었다. 반면 과대 포장된 위기로 수천억 달러의 지원금을 받은 은행들은 임원에게 수억 달러의 인센티브를 뿌리며 돈잔치를 벌였다.

FRB라는 키워드로 시작된 파트에는 3년 전 세계 증시를 뒤흔들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이면에 담긴 자극적인 비밀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 흥미로운 재산 목록엔 역시나 이것도 빠지지 않았다.

-비밀 재산 목록 6호 엑손 모빌.

문제의 엑손 모빌도 떡 하니 튀어나왔다.

-ID 그룹 유재원 회장, 상원 청문회 받았다!

-비밀리에 이뤄진 청문회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 등의 신기술과 셔먼 반독점법 적용 여부 논의.

-페이스북 에두아르도, 마크 공동 사장, 정의로운 결론 기대.

-그림자 정부 제1편-록펠러라는 익명의 글이 인터넷에서 큰 화제.

“좋군.”

넥스트컴 뉴스 페이지에서 북미에서 뜨거운 기사 순위 4등.

그것은 유재원이 어제 올린 록펠러 가문의 실체를 폭로하는 글이었다. 유재원은 글을 익명(anonymous)으로 올렸다. 원래대로라면 북미 최대의 커뮤니티는 4chan이었고, 4chan에서의 기본 설정 닉네임은 어나니머스였다. 여기에서 해커 집단 어나니머스가 탄생했다.

처음엔 장난이었는데, 장난이 언덕을 구르는 눈덩이처럼 점점 커지면서 진짜 강력한 해커 집단으로 탄생했다.

처음엔 이념도 없어서 사방팔방 날뛰는 망나니 해커 집단이었는데,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이집트 혁명을 지지했고, 멕시코 최대의 갱 조직인 로스 세타스를 공격했으며, 위키리크스를 지지하면서 ‘정의’를 표방하게 되었다.

반면 4chan 대신 2CH.com이 북미 최대의 커뮤니티가 된 지금, 어나니머스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뭐든 자유롭게 말하면서도 지킬 건 지키고 있는 2CH.com이기에 과거 어나니머스에 참여한 엘리트 해커가 정을 못 붙이고 떨어져 나간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ID 그룹의 강력한 인재 블랙홀에 빨려 들어와서 해커 일이 아닌 알파팀 소속의 개발자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익명이라는 타이틀은 유재원의 또 다른 닉네임이 되었다.

익명의 폭로 글은 폭발력이 대단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음모론을 띄운 게 바로 메이저 언론들이었기 때문이다. 포브스가 포문을 열었고, 그걸 메이저라는 언론들이 받아쓰기를 하면서 음모론적 분위기를 띄웠다.

“내가 그림자 정부의 유전자 정보 조작으로 태어난 아바타라니.”

유재원도 몰랐던 재산 규모가 기사로 나온 것도 놀랍지만, 뒤이어 터진 음모론은 더 웃기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그걸 진지하게 믿는 미국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놀라웠다.

그렇기에 유재원은 록펠러 가문의 숨겨진 재산 목록을 터트릴 형식으로 음모론을 따 왔다. 그림자 정부에 담긴 이야기를 시작으로 록펠러 가문이 가진 중요 재산 목록을 터트렸다.

음모론이 한창 뜨고 있는 덕에 유재원의 글은 순식간에 2CH.com의 최고 인기 글이 되었고, 전 세계 커뮤니티로 퍼져 나갔다.

이후의 그림은 유재원의 재산 기사와 비슷한 패턴이었다.

인터넷 신문이 먼저 받아썼고, 메이저들도 슬슬 언급하기 시작했다. 웃기는 점은 게시글이 퍼지는 매스컴의 지형을 보면 명백하게 대칭이었다는 점이다.

유재원의 재산이 언급된 기사들은 또 다른 미디어 공룡인 뉴스콥 소속 매스컴을 통해 퍼져 나갔고, 록펠러 가문의 비밀 재산 폭로는 타임워너 넥스트컴과 ID 미디어그룹의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었다.

록펠러의 입김이 들어가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이 확 갈리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회색 지대와 같이 두 가지 모두를 가져다 쓰거나, 둘 다 쓰지 않는 매체들도 많았다. 대신 네티즌들의 반응은 유재원의 1조2천억 재산보다 록펠러의 재산 이야기에서 훨씬 뜨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유재원은 혼자서 충분히 이룩할 만한 성과를 보였던 반면, 록펠러는 반독점법 적용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록펠러의 인지도는 유재원 이상이었다.

유재원이 세계 최고의 부자이고, ID 그룹의 명성도 쟁쟁했지만 1800년대 말부터 활약한 록펠러만큼은 아니었다.

또한, 네티즌들을 자극하는 요소가 FRB와 엑손 모빌이었다.

‘FRB를 해체하자’는 구호가 있을 만큼, FRB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은 매우 좋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열심히 돈을 모아 놓으면 FRB에서 달러를 찍어내 돈의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FRB를 가진 소수의 부자들이 멋대로 통화 정책을 조작해 본인들의 사익을 추구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터진 문건은 이러한 음모론적인 생각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해 주는 증거가 되었다.

덕분에 행동력이 뛰어난 소수의 사람들은 록펠러 재단에 직접 전화를 걸어 따졌다. 전화는 무리지만 인터넷에서는 재빠른 네티즌들도 록펠러 재단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글을 남겼다.

심지어 인터넷과는 그리 친하지 않았던 40~60대들도 이번만큼은 달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을 때 직격탄을 당했던 이들이었다.

평소라면 아예 대꾸조차 하지 않았을 록펠러 재단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록펠러 재단, 여타의 근거 없는 음모론에 불과.

공식적인 대응이 나왔다.

음모론 정도는 그저 무시하는 게 록펠러 재단의 그간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이번에 유재원이 올린 글은 정확도와 세밀함이 그간의 문서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록펠러 가문이 FRB의 최대 주주라는 것을 증명하는 증거들도 그들의 비밀 금고에서 나온 것처럼 정확했다. 심지어 가문의 비밀을 저장하는 서고에서 소실된 자료들도 있을 정도였다. 2순위부터 10순위까지의 다른 재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익명과 차명을 동원해 비밀스럽고도 복잡한 지분 구조로 꾸며 놓은 엑손 모빌의 보유 지분도 현재 시점에 딱 맞춰서 적중했다.

지금이야 네티즌들이 음모론으로 소비하고 있지만, 전문적인 금융 지식을 가진 이들이 보게 된다면 본격적으로 록펠러 가문의 비밀을 들춰 볼 수 있었다.

록펠러 가문에는 폭탄이 터진 듯 난리가 났다.

현재 록펠러 가문의 가주인 클라크 록펠러는 유럽에서 급히 미국으로 귀환했고, 도착 시간에 맞춰 대책 회의를 하기로 결정했을 정도다.

띵!

ID톡 알람과 함께 메시지가 왔다.

-록펠러 재단에서 2011-26-5690489번 글의 삭제를 요청했습니다.

2CH.com의 최고 운영자였다.

2011-26-5690489번 글이란 바로 유재원이 올린 그림자 정부 록펠러 편의 관리 번호였다. 글을 올린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삭제 요청이라니.

-정정 보도 요청도 있습니다.

“흐음. 2CH.com이 무슨 인터넷 신문 사이트인 줄 아나 보네요. 무시하세요.”

2CH.com의 최대 강점은 누구나 아무 주제로든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온갖 잡글은 물론이고, 막장을 넘어서 혐오스러운 것들도 많았다. 리플도 무척이나 거칠었다.

정도가 심하면 숨김 처리가 되긴 하는데, 성인 인증이 된 사용자라면 자동 숨김 기능도 끌 수 있다. 2CH.com의 성인 사용자 중 40% 정도는 자동 숨김을 풀고 사용했다.

그러면 왜 이렇게 사이트를 만들었느냐? 인공지능 골드의 자연어 처리 모듈을 위해서였다. 정확하게는 네거티프한 데이터를 쌓기 위함이다.

방대한 네거티브 데이터 덕에 인공지능 골드는 사용자와 대화 중 뜬금없이 욕이나 혐오 표현을 하는 일이 없었다.

이러한 기조 때문에 2CH.com은 어지간한 글이라도 그대로 두었다. 이번에 유재원이 올린 글 역시 마찬가지다. 게다가 게시글에는 사실만 가득하다. 그냥 둬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무엇보다 이런 식의 공격은 그쪽이 먼저 시작한 거 아니겠는가.

그냥 끝까지 가는 거다.

“그럼, 다음은 ATI 인수인가?”

유재원의 광폭 행보는 현재 진행형이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만들 때, 딱 하나 부족한 게 있었다면 그래픽 코어였다. ATI를 인수한다면 마지막 퍼즐이 완성되는 것이고, 그러면 칩 하나에 CPU와 모뎀, 메모리 컨트롤러, 그래픽 코어까지 통합된 완벽한 원칩을 만들 수 있다.

망설임이 사라진 유재원은 엔비디아의 공세에 밀려 위태로운 ATI에 80억 달러의 오퍼를 날리기로 했다.

비서실로 보내는 명령서에 $8,000,000,000라는 엄청난 숫자를 써 넣은 유재원은 바로 다음 파일을 꺼냈다.

차세대 다이아몬드 반도체 연구 동향이라는 극비의 파일이다.

실리콘에 기반하고 있는 현대의 반도체 판도를 180도 바꿔버릴 압도적 미래 기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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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이번 사이다는 도트데미지 타입입니다.

폭로로만 끝날 이벤트가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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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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