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5회
흥망성쇠(Rise and 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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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A380이 활주로를 박차고 올랐다.
ID 그룹 회장 유재원의 전용기였다. 거기에는 유재원과 가족들 그리고 미국 출장이나 여행 따위의 용무가 있는 ID 그룹과 1, 2차 협력사 직원들 200명이 함께 탑승했다.
유재원이 자기 돈 주고 산 전용기지만 운영은 과거의 그룹 전세기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을 하는 것이었다.
“쩝.”
활주로를 박차고 동쪽으로 기수를 정한 A380은 속도를 올렸다. 그러는 와중에 제일 상석에 앉은 유재원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것은 비행기 창문 밖으로 보이는 여의도의 모습에서 기인했다.
여의도의 상징이었던 국회의사당은 사라졌고, 그 자리에 드림 스타디움과 부대 시설들이 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고도가 높아서 성냥갑처럼 보였지만, 전체 설계도가 머릿속에 다 있는 유재원에겐 선명하게 그려졌다.
원래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되었다면 7월 초에 끝났어야 했고, 준공 검사를 받아서 8월에 성대한 개장 행사 겸 IDDC를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공사 기간이 지연되면서 10월 완공으로 미뤄진 것이었다.
사고나 파업 등의 불미스러운 일 때문은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과의 무역 분쟁이었다.
중국에서 오기로 한 건설 자재들이 한두 달씩 묶이게 되면서 공사가 지연된 것이었다. 참고로 한중 무역 분쟁과 미중 무역 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그나마 미국과 중국이 합의점을 찾아가는 중이었고, 최근에는 한국과 중국도 격하게 충돌하는 일이 크게 줄어들었다.
나름 경제력에 자신 있던 중국이지만, 경제력의 차이가 어떻든 무역 분쟁이 일어나면 서로가 손해라는 걸 드디어 이해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중국의 CCTV에서 다시 한국 연예인들의 광고들이 방송되었고, 지방 채널에서는 한국 드라마와 예능이 나왔다. 한국 역시 중국산 농산물, 그중에서도 깐마늘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깐마늘에서 시작된 한중 무역 분쟁이었기에 의미 있는 일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검역의 수준을 조절하는 건 아니었고, 특별한 무역 협정을 맺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한중 무역 분쟁이 없었던 시점으로 모든 걸 되돌려 놓은 것뿐이었다. 대신 한국이나 중국에서 FTA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게 큰 진전이었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이었던 만큼, 과거에도 그 어떤 나라들보다 FTA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중국과의 FTA는 이제까지 한국이 맺었던 FTA와는 다르다. 단순한 자유무역협정의 역할만이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중요하게 작동할 게 분명했기에 한국 정부는 신중한 자세로 한중 FTA의 이점들을 따져보는 중이었다.
유재원도 이번 일을 마음에 담아 두었다.
중국의 귀책 사유가 분명한 깐마늘 사건이었는데, 그걸 트집으로 한중 무역 분쟁을 일어났다. 그러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생긴 다양한 후폭풍으로 인해 유재원의 꿈이었던 드림 스타디움의 완공이 늦어졌으니 말이다.
“우와!”
유재원이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 한 자리 건너에 앉아 있던 혜성이의 감탄이 터졌다.
“아빠! 아빠! F15K야!”
유재원과 마찬가지로 A380의 창밖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혜성이는 자기가 아는 게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행기에 빠져 있던 혜성이의 관심도는 이제 전투기와 드론으로 넘어가는 중이었다. 덕분에 A380을 호위하러 뜬 F15K도 바로 알아보았다.
F15K의 호위는 동해를 지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심지어 러시아 근해에 진입했을 때에도 임무를 놓지 않았다. 덕분에 F15K는 러시아 항공우주군 동부 군부의 수호이 전투기와 함께 편대 비행을 하는 모습까지도 연출했다. 수호이 전투기는 당연히 푸틴의 호의였다.
유재원이 보기에는 과도한 경호였다.
그도 그럴 것이 레고르 오노프코라고 위장했던 클라크 록펠러는 더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또한, 암시장에 풀렸던 미사일도 찾아내 회수했고, 그걸 가지고 불장난을 하려던 행동대원들도 일망타진되었다.
그렇지만 한국부터 미국, 러시아까지 클라크 록펠러가 만들어 놓은 비밀 조직이 완전 일소되었다고 확정은 하지 못했다.
잔당들이 남아서 복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전투기로 호위까지 해 주는 것이었다. 국가원수급 호위였고, 모두 자발적이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재원의 A380이 베링해를 넘어 알래스카에 진입하자 미국 알래스카의 제11공군 소속 전투기들이 마중을 나오면서 러시아의 수호이는 기지로 귀환했다.
“우와! 우와! 아빠! F22다!”
그때까지도 잠을 거부하고 있던 혜성이는 알래스카 공군기지에서 나온 F22를 보고 환호했다.
1997년 9월 초도비행을 시작한 뒤로 세계 최강의 전투기로 군림하고 있는 F22였다. 전투기에 빠진 혜성이가 제일 좋아하는 모델이기도 했다.
유재원도 마찬가지였다.
F22에 대해서라면 제법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
최강의 전투기였고, 마지막 유인 전투기이기도 했다. 앞으로 진행될 미국의 전투기 개발 방향은 완벽한 무인 전투기로 선회했으니 말이다.
지금도 기존의 전투기를 원격으로 조종하는 방식에 대해 연구 중이었고, 아틀라스 로봇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었다. 나중에는 아틀라스 로봇도 필요 없이 완벽한 무인 전투기를 선보이는 게 미국의 큰 그림이었다.
당연하게도 미국 공군의 무인 전투기 사업에는 유재원과 ID 그룹의 기술이 크게 일조하고 있었다.
유재원이 가속시킨 기술의 발전 속도를 고려한다면 2020년, 아니면 그보다 2, 3년 더 빠른 시점에 무인 전투기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무인 전투기를 운영할 수 있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들 사이의 전쟁 수행 능력은 극과 극으로 갈릴 게 분명하다. 그러면 새로운 힘의 논리가 탄생할 것이고,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힘의 균형이 만들어질 수 있다.
물론 핵폭탄을 통한 상호 확증 파괴가 깨지지 않는 한 전면적인 전쟁 상황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국지전에서의 양상은 완전히 달라질 테니 말이다.
몇 시간 후.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유재원의 A380이 무사히 착륙했다.
유재원의 귀환 소식은 대한민국을 출발할 때부터 전 세계 톱뉴스로 전해졌기에,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도 매스컴에서 나온 취재진이 잔뜩 몰려 있었다.
매스컴의 취재진들은 유재원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산더미였다.
아직도 진행 중인 록펠러 가문과의 여러 가지 소송전도 있었고, 다이아몬드 반도체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기자들도 있었다.
그런 모여 있는 취재진을 향해 유재원은 록펠러 가문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다이아몬드 반도체의 경우 5일 후에 있는 IDDC에서 120%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내보였다.
이후 준비된 차량을 타고 공항을 빠져나왔고, 오랜만에 샌프란시스코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집이다!”
혜성이는 샌프란시스코 집에 들어서자마자 봄날 망아지처럼 뛰어다녔다.
유재원과 티파니도 비슷했다. 금문교를 넘을 때까지만 해도 약간의 긴장감이 있었지만, 집에 도착하니 모든 긴장감이 탁 풀렸다.
덕진리 고향집, 서울의 펜트하우스도 집이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가장 마음이 편안한 곳은 여기 샌프란시스코였다.
유재원도 집에 돌아온 이틀 동안은 푹 쉬었다. 3일 차부터는 서재로 나와서 IDDC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고, 5일 차에는 직접 실리콘 밸리 컨벤션 센터로 나가서 최종 리허설도 성공리에 마쳤다.
그리고 다음 날, 8월 6일.
역사적인 2012 IDDC의 막이 올랐다.
실리콘 밸리 컨벤션 센터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작년과 재작년 그리고 해를 거슬러 올라더라도 비슷한 장면은 계속 검색되어 나올 것이다. 그만큼 IDDC라는 ID 그룹 최대의 신제품 발표 행사는 긴 역사를 자랑했다.
대신 해가 지날수록 달라지는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일단 제일 먼저 보이는 건 티켓의 형태였다.
과거에는 종이 티켓이었다. 그렇기에 손에 다들 티켓을 들고 있었는데, 지금은 종이 티켓을 들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신 모두가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다. 스마트폰에 담긴 QR코드만으로 충분히 입장할 수 있었다.
손에 들린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즐겼다.
폐막이 며칠 남지 않은 런던 올림픽을 본다든가, 북미에 성행하고 있는 프로 스포츠를 즐긴다든가, 아니면 게임이나 인터넷 서핑, SNS를 했다.
그리고 작년과 또 달라진 것은 짐벌에 카메라를 연결해서 촬영 중인 사람들이었다.
-우와, 사람들 좀 봐요!
-올림픽보다 뜨거운 거 같습니다.
-실리콘 밸리의 괴짜들도 총출동했네요. 어떻게 아냐고요? 셔츠를 입은 사람들 중에 체크무늬라면 100%입니다.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머들이었다. 일명 유튜버들인데, 입장 전부터 분위기를 한껏 끌어 올리는 중이었다.
심지어 한쪽에서는 한국말도 들렸다.
유튜버는 이제 완전히 새로운 직업으로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미래 직업 조사에서 유튜버는 프로게이머 다음으로 선호되는 직업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제부턴가 대형 유튜버들의 텔레비전 출연이 잦아졌고, 유튜버들의 수익에 대해서도 큰 이슈가 되었기 때문이다.
대형 유튜버의 한 달 순익이 100억이 넘었다더라 하는 것도 작년에 떠들썩했던 이슈였다.
유튜브에 대한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그만큼 유튜버에게 정산되는 광고비도 늘어났다. 여기에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한 대기업들의 마케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추가적인 광고나 행사 수입까지 생겨났다.
방송국과 대기업들도 유튜브를 신경 썼다.
방송국의 경우 각자 보유하고 있는 각종 프로그램들의 라이브러리가 엄청났다. 이를 유튜브에 제공하고 얻을 수 있는 광고 수익이 월 수십억 원 단위였다. 연간 수익으로 치면 방송국이 1년간 열심히 구르면서 영업한 수익보다 유튜브 정산 수익이 더 많을 정도였다.
여기에 구독자 멤버십 정책도 도입되었고, 슈퍼챗이라는 스트리머 지원 정책도 더해지면서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가 한층 고도화되었다.
비단 대한민국에서만 발전한 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유튜브 서비스는 대폭발했다.
인구 대국인 미국의 유튜버들은 정산금 규모가 차원을 달리했다. 구독자가 수천만에 달하는 이들도 수십 명이 넘었고, 이들이 운영하는 채널 장르도 폭넓었다.
이러한 유튜버들은 이슈가 있는 곳에 나타나 각자 가진 채널을 통해 라이브 스트리밍을 했다. ID 그룹에서도 인플루언서들의 중요성을 잘 알기에 미리 점찍어 놓은 이들을 초대했다. 그렇다고 초대장을 받지 못한 유튜버들의 자발적인 참석을 제한하진 않았다.
덕분에 오늘 실리콘 밸리 컨벤션 센터는 세계 각국 유튜버들의 정모 현장과 같았다.
테크 유튜버는 기본, 게임 유튜버도 있었고, 심지어 가전제품을 전문으로 리뷰하는 유튜버도 있었다.
ID 그룹의 광범위한 사업 영역을 유튜버들의 면면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잠시 후, 입장이 시작되었고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은 빠르게 컨벤션 센터 안으로 사라졌다.
최성회는 한국의 게임 유튜버였다.
최근 확인된 구독자는 30만이니 확실히 성공한 유튜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구독자가 30만만 되어도 대기업 임원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대기업 유튜버가 되려면 100만이라는 상징적 숫자를 넘어서야 했다.
그렇기에 최성회는 초청을 받지 못했지만, 본인이 직접 투자해 미국행 길에 오른 것이었다. 첫날이라서 게임 유튜버가 다룰 만한 건 없을 줄 알았다.
IDDC의 첫날에는 대부분 2012년형 최신 스마트폰이 발표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어?”
컨벤션 센터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너무나도 거대한 인피니티 디스플레이였다.
거기에 띄워져 있는 건 게임 트레일러였던 것이다.
원래 순서대로 한다면 차세대 스마트폰의 티저 이미지가 올라와야 했다. 그런데 게임이라니?
완전히 새로운 감각적 영상이었다.
신선하다 못해 너무나도 날것 그대로라고 할까.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사운드도 단번에 귀를 사로 잡았다. 시작은 일렉트로닉 기타 리프였다.
미래 도시의 세련됨과 함께 깊은 무게감도 느껴지는 일렉 기타를 시작으로 강력한 드럼의 찰떡 같은 비트가 뒤를 따랐다. 세련된 일렉 기타와는 다른 조금은 단순한 비트였다.
여기에 70년대 스타일의 신디자이저 기계음이 섞이자 세 가지의 악기들은 찰떡처럼 어울렸다.
음악 만으로도 느껴지는 2077년의 삭막한 디스토피아적인 느낌은 사실적 컴퓨터 그래픽과 결합되며 예술이 되었다.
이것이 사이버펑크라고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 트레일러는 도시 안으로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새로운 비주얼을 뿜어냈다.
거기엔 미래 도시의 거주민들이 있었다.
연두색부터 보라색까지 다양한 형광 염색한 사람들, 황금빛 크롬으로 온몸을 코팅한 사람들 그리고 팔이나 다리, 심지어 눈까지도 본인의 신체를 사이버웨어로 바꾼 사람들까지도 대거 등장했다.
이처럼 화려한 도시의 이면에는 개성적인 갱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갱들을 수족처럼 부리는 메가코프가 각자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갱이나 메가코프가 확장을 도모하는 접경 구역에서는 늘 살인을 동반한 싸움이 벌어졌다.
급기야 수백 명의 전투단이 참여하는 대규모의 전투가 벌어졌다.
게이머는 이제 막 미래 도시에 정착하려는 사람이 되어 각자의 신념에 따라 도시의 안정을 추구하든, 도시의 갱단에 동화되든, 도시의 모든 권력자를 밀어내고 지배를 하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방법 역시 사이버넷을 달리는 해커부터 어둠에 녹아든 암살자, 오직 물리력이 최고라는 근접 전투원 등등 다양한 방법을 보여주었다.
-프로젝트 2077
강렬한 트레일러가 끝나면서 노란색의 강렬한 프로젝트 2077이라는 타이틀이 떴다.
“대박!”
넋을 놓고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를 보고 있던 최성회의 입에서 대박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래픽의 수준이 차원을 달리했다. 현존 최고 스펙의 게임기인 엑스박스3나 최고 사양 PC로도 본 적이 없는 수준의 그래픽이라니. 특히 볼륨감 있는 빛의 표현은 토이스토리 같은 CG 무비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그런 최성회의 눈에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하단의 오른쪽 구석에 박힌 문구가 들어왔다.
-ID 테크엔진 버전5로 실제 구동되는 실시간 컴퓨터 그래픽입니다.
실시간?
이게 실시간이라니!
"진짜? 진짜로?"
컴퓨터를 잘 아는 최성회는 불가능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다. 그러다가 뇌리에 번뜩이는 아이템 하나.
다이아몬드 반도체!
다이아몬드 반도체로 이뤄진 시스템이 뿜어내는 성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확신이 든 최성회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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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사펑2077,,,, 2020년 저의 최대 기대작이었지요.
새해 연휴에 엔딩도 보고 서브퀘스트도 다 했는데,,, 뭐 이리 버그가 많은 건지 실망이었습니다... 그런데 게임은 또 재미있긴 했네요.
그래서 더 아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