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937화 (937/1,007)

9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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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후.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씨가 도착했습니다.

김대석으로부터 기다리고 있던 보고가 전해졌다.

“바로 올려 보내주세요.”

답신을 보낸 지 5분쯤 지났을까. 서재 문을 울리는 노크 소리가 났다.

“네, 들어오세요.”

유재원의 말에 서재의 문이 열렸다. 문 앞에는 알프레드 집사님과 긴장감이 역력한 일론 머스크가 함께 있었다.

일론 머스크의 모습은 유재원이 기억하는 젊은 사업가 때의 모습과 판박이었다. 비록 유재원 때문에 일론 머스크의 인생 진로가 크게 달라졌지만, 그게 인상을 바꿀 만큼 급진적인 수준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쪽으로.”

유재원은 일론 머스크에게 자리를 안내했다.

서재 중앙에 마련된 소파였다. 예전엔 없던 가구였다. 서재에서 유재원은 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책을 볼 때도 종이책보다는 전자책을 선호했다. 그렇기에 손님들을 위해서 소파 대신 작은 의자들이 있었다.

이런 유재원의 서재에 푹신한 소파가 생긴 건 혜성이와 라희가 생기고 나서부터였다. 노크도 없이 문이 벌컥 열리면 100%의 확률로 혜성이다. 서재로 찾아온 혜성이에게 유재원은 컴퓨터 조기 교육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그렇지만 최근 혜성이의 관심은 컴퓨터보다는 동화책이었다. 게다가 동화책도 본인이 읽는 게 아니라 아빠의 무릎에 앉아서, 아빠가 읽어주는 걸 좋아했다. 덕분에 푹신한 소파가 서재로 들어오게 되었고, 일론 머스크도 그 소파에 앉을 수 있었다.

“유재원입니다.”

유재원은 일론 머스크를 잘 알고 있었지만, 초면이었다. 그렇기에 먼저 인사부터 나누었다.

“스페이스X를 운영 중인 일론 머스크입니다.”

재미있게도 일론 머스크 역시 유재원을 잘 알고 있었다. 반면 유재원은 본인을 모르고 있을 것 같아서, 소개를 길게 했다.

“음료는 커피로 드릴까요?”

“네! 좋습니다. 회장님 스타일대로 주십시오.”

“저는 차게 마시는데요.”

“저도 아이스로 주십시오.”

유재원은 일론 머스크의 커피 취향을 확인한 후에 알프레드 집사님께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부탁했다.

“그나저나 갑자기 보자는 저 때문에 많이 놀라셨죠?”

“아닙니다.”

유재원의 질문에 일론 머스크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긴장감은 옅어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일론 머스크는 몇 주 전 ID 인베스트먼트에 사업 계획서를 올리고서 투자를 요청했다.

ID 인베스트먼트의 투자 영역은 세계 각국의 주식 시장이나 선물 시장은 물론이고 비상장 기업의 투자나 엔젤 투자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엔젤 투자의 경우 ID 인베스트먼트의 투자 규모 중 10%를 차지할 만큼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도 ID 인베스트먼트가 엔젤 투자를 했던 스타트업이었다.

스페이스X가 처음 사업을 시작한 연도는 2002년 5월이었다. 당시 회사명은 Space Exploration Technologies Corporation(우주 탐사 기술 회사)였는데, 이곳에서 개발하는 발사체의 이름이 스페이스X였다.

“그런데 맡고 계신 업체가 스페이스X 말고도 여러 기업을 가지고 계신 걸로 아는데요.”

유재원의 말에 일론 머스크는 긴장감이 더 짙어졌다.

“아, 네. 간편결제 시스템인 페이팔과 테슬라라는 전기자동차 회사도 저와 연관이 좀 있습니다만, 유 회장님께 자랑할 정도는 아닙니다.”

일론 머스크의 말 그대로다.

간편결제 시장에서 페이팔은 2등이었다. 그보다 빠르게 나온 N페이 때문이다.

전기자동차 시장도 마찬가지로 라이트닝 볼트의 돌풍으로 테슬라 역시 과거와 같은 전성기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겸손하시네요. 제가 알기로 테슬라의 성장 속도도 엄청나다던데요?”

후발 주자가 된 테슬라지만, 무시할 정도는 아니었다.

회귀 전처럼 전기자동차 시장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등극하고, 전 세계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800조 원에 이르는 시총을 자랑하는 정도가 아니긴 해도, 월간 12만 대의 전기차를 팔아치울 정도는 되었다.

월간 12만 대의 판매량이라면 테슬라가 2018년쯤에나 달성할 만한 판매량이었다.

과거에는 이 정도의 판매량으로도 전기자동차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면서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어마어마한 투자금도 쏟아져 들어왔을 것이다. 나스닥 상장도 무난하게 이뤄졌을 것이고, 시가 총액도 800조 원을 자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라이트닝 볼트라는 거대한 기업이 자리하고 있었다.

전기자동차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이었고, 자율 주행 기술 역시 마찬가지였다. 판매량도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가로막고 있는 수준이었다.

과거처럼 혁신의 이미지를 얻지 못한 테슬라는 단순한 실적 그대로 시장에서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현재 시가 총액은 대략 1조5천억 원 수준에서 머물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유 회장님만 하겠습니까? 라이트닝 볼트의 월간 판매량이 300만 대를 넘었다는 기사도 봤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부럽다는 티가 역력한 일론 머스크였다.

“이제 시작이죠.”

반면 유재원은 아직 멀었다는 표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미국만 해도 월간 자동차 판매량이 700만 대를 훌쩍 넘는다. 전 세계로 확대하면 자동차 시장은 월간 1천2백만 대 수준이다.

승용차와 SUV, 짐칸이 달린 왜건 등등을 포함한 모든 자동차를 포함한 수량인데, 아직 반도 되지 못한다.

미국 한정으로 한다면 150만 대가 팔렸다. 나머지는 대한민국과 유럽으로 출하되는 중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월간 300만 대라는 판매량이 몇 달 전부터 고정된 상태라는 점이다. 생산량이 문제였다.

라이트닝 볼트의 생산 라인을 기가팩토리라고 야심 차게 네이밍했지만, 실제 생산량은 기가(10억)에는 한참 모자란 월 300만 대였던 것이다. 북미와 대한민국의 공장들이 24시간 쉬지 않고 운용되었을 때 찍을 수 있는 생산량인데, 실제 구매 수효는 월간 500만 대를 훌쩍 넘었다. 인기 차종인 뉴로의 경유 지금 주문하면 올해 말에나 인수받을 수 있을 정도로 밀렸다.

작년부터 갑자기 주문량이 폭등한 것인데, 당연히 그 비밀은 디젤 게이트 때문이었다.

디젤 게이트로 인해서 폭스바겐의 차량은 어지간한 나라에서는 판매가 금지되었다. 여기에 일반 소비자들은 디젤은 물론 가솔린 차량까지도 비호감으로 보았다. 자연스럽게 전기자동차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졌다.

물론 제일 큰 비호감은 폭스바겐이었다.

독일 재판을 비롯해, 각 나라에서 벌어지는 모든 재판에서 폭스바겐은 큰 공분을 사는 중이었다.

미국과 같이 시장도 크고 힘이 센 나라에서는 피해보상책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있었지만, 다른 나라들의 경우엔 완전 찬밥이었으니 말이다. 한국만 해도 폭스바겐이 제시한 방안이란 리콜을 통한 배기가스 제어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 그리고 100만 원 상당의 폭스바겐 쿠폰이었다.

미국만 해도 현금 보상이었고, 현금의 액수도 수백만 원대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에 비하면 한국은 찬밥이었다.

폭스바겐으로서는 세계에서 제일 큰 미국 시장을 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미국의 징벌적 보상안을 전 세계에 적용하면 폭스바겐이 몇 번은 파산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았던 것인데, 이것이 비호감으로 돌아왔다.

디젤 게이트의 여파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라 휘발유 자동차 전반에 걸쳐 판매량 감소가 보고되었다.

이로 인해서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꿔 버렸다.

덕분에 라이트닝 볼트는 올해 4월부터 월간 판매량이 300만 대를 돌파한 것이었다. 그야말로 디젤 게이트의 가장 큰 수혜자로 등극했다.

물론 유재원은 디젤 게이트를 여기에서 끝낼 생각은 조금도 없다.

독일 법원이야 폭스바겐 안방이라서 따로 조치는 없지만, 미국은 다르다. 미국 국회의 청문회도 있었고, 법원의 심리에 맞춰서 한 방을 준비 중이었다.

정확하게는 폭스바겐의 내부자들을 포섭 중이었는데, 케빈 존슨 부회장의 말로는 기대 이상의 거물이 걸려들었단다.

한편으로 참 안타까운 건 라이트닝 볼트는 아직 비상장 기업이었다는 점이었다. 만약 주식 시장에 상장된 상태였다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가가 2, 3배 뛰는 건 100% 확실했을 테니까.

덕분에 월가를 비롯한 전 세계 투자자들로부터 라이트닝 볼트의 기업 공개 계획을 문의하는 일이 폭증하는 중이었다.

유재원도 기업 공개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라이트닝 볼트의 사업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재원 조달 방법으로 기업 공개만큼 편한 건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1990년대부터 라이트닝 볼트에 헌신한 볼트 사장과 임직원들에게도 기업 공개는 좋은 보상이었다.

스톡옵션이라는 건 ID 그룹과는 거리가 먼 보상책이었다.

상장이라는 과실을 얻을 때까지 기약 없이 기다리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현금 보너스를 챙겨주는 게 ID 그룹 스타일이었다. 현금 보너스의 규모가 상당했기에 여기에 불만이 있는 직원은 거의 없었다.

반면 라이트닝 볼트는 볼트 사장이 먼저 세웠던 스타트업을 인수한 것이었다. 볼트 사장의 경영권도 그대로 인정된 상태였는데, 볼트 사장은 기존 실리콘 밸리처럼 스톡옵션을 보장하고 있었다.

라이트닝 볼트의 상장을 두고 월 스트리트에서 확실시되고 있는 건 상장되자마자 시총 5,000억 달러 돌파는 당연하다는 말이었다.

유재원의 경우에는 5,000억 달러도 적다고 봤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 판도를 바꿔 버리는 중이었으니 실제 가치는 이보다 훨씬 크다고 자신했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유재원은 커피가 거의 바닥을 드러낼 때쯤에 본론으로 들어갔다.

“제가 일론 머스크 씨를 보고 싶다고 한 건, 이번에 제출해 주신 스페이스X의 팰콘9에 관심이 있어서예요.”

스페이스X는 현재 일론 머스크의 주포였다.

민간 우주 개발 사업이라는 낯선 분야였지만, 꾸준하게 기술을 개발해 온 스페이스X는 팰콘 로켓이라는 자체적인 발사체와 드래곤이라는 수송 파트도 있었다. 이를 통해 나사와 국제우주정거장으로의 화물 운송 계약을 체결해 30억 달러 상당의 지원금을 받으며 꾸준히 성장했다.

그렇지만 일론 머스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본격적으로 우주 개발을 하기로 했고, 그것이 팰콘9 로켓이었다.

“회장님도 우주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일론 머스크도 바로 반색했다.

긴장감은 커피를 마시면서 나누었던 대화로 싹 사라졌지만, 본인을 저택으로 초대해서 만나 보자는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 이유가 팰콘9 로켓이었다는 게 밝혀지면서 불안감 대신 기대감이 떠올랐다.

“그럼요! 우주에 대해 호기심이 없는 사람이 있나요? 단지 방법이 없어서 표현하지 못할 뿐이지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일론 머스크 씨의 팰콘9은 획기적이라고 봤습니다.”

팰콘9에 담신 혁신이란 1단 추진 로켓의 재활용이다.

스페이스X가 화성에도 진출하는 걸 직접 목도했던 유재원은 상식으로 알고 있는 것이었지만, 지금 시점에서 1단 추진 로켓의 재활용은 상상 속의 기술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로켓의 제작비 중에 예산이 제일 크게 들어가는 부분이 1단 추진 로켓이었다. 이걸 한 번만 사용하고 버리는 건 엄청난 낭비였다. 이걸 재사용해서 발사 비용을 크게 절감하겠다는 아이디어를 팰콘9에 담았다.

유재원의 말에 일론 머스크의 눈빛이 반짝였다.

1단 로켓 재활용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다들 불가능이라고 했고, 회사 안에서도 비관적인 말이 나왔지만 뚝심으로 밀어붙이는 중이었다. 그런 일론 머스크에게 유재원의 응원은 큰 힘이었다.

반면 스페이스X의 행보를 잘 아는 유재원에겐 얼마든지 장담할 수 있는 말이었다. 오직 하나 불안 요소가 있다면, 1단 로켓 재활용을 해도 여전히 수익성 부족에 시달릴 스페이스X였다. 예전에는 테슬라라는 막강한 캐시카우가 있어서 돈 걱정을 안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의 일론 머스크는 까딱 잘못하면 파산행이었다.

그나마 일론 머스크가 기대어 볼 수 있는 건, 록펠러 로또가 터진 덕에 국가 금고에 돈이 썩어나고 있는 미국이었다.

3천억 달러짜리 보조금 사업을 시작으로 존 매케인 행정부는 다양한 대규모 사업을 시작했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빅 브라더의 등장이라면서 거부하는 사람도 소수 있었지만, 다수는 돈을 선택했다.

스마트 행정부 시스템에 본인의 개인 정보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수만 달러의 지원금이 바로 통장에 꽂혔으니 말이다.

이밖에도 존 매케인 행정부는 미군의 첨단 무기 개발과 같은 전력 증강 사업을 시작했고, 당연히 우주 개발에도 다시금 시동을 걸었다.

일론 머스크 역시 미국의 국가 주도 우주 개발에 희망을 걸었다. 스페이스X라면 충분히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겼고, 팰콘9 사업 계획서를 들고서 ID 인베스트먼트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스페이스X가 처음 창업할 때부터 ID 인베스트먼트의 엔젤 투자를 받았던 일도 있었고, 이후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 중이었다. 게다가 팰콘9의 사업 계획서는 매우 특별했으니, 곧 승인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유재원이 직접 호출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

혹시나 너무도 허황된 계획이라거나, 우주 개발엔 관심이 없다는 말이 나올 줄 알았는데, 훨씬 긍정적인 말이 돌아왔다.

“그렇다는 말씀은?”

“네, 제가 직접 투자할게요. 30억 달러 전부.”

팰콘9의 사업 계획서를 가지고 ID 인베스트먼트에서 조달할 계획이었던 자금은 30억 달러다. 요즘 사방에서 수백, 수천억 달러 운운하고 있어서 30억 달러도 작게 보이지만, 엄청난 거금이었다.

절반 혹은 1/3만 받아도 다행이라고 여겼는데, 1달러도 깎이지 않은 30억 달러 그대로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유재원이 직접 투자를 결정했다는 것도 큰 소득이다. 이대로 공시만 해도 투자시장에서의 반응이 화끈할 게 분명했다.

“여기에 추가적인 제안도 할게요.”

그러면서 유재원은 IDW 파일을 띄운 안드로이드 패드를 일론 머스크에게 내밀었다. 뭔가 하고 받아 보았던 일론 머스크의 눈이 크게 뜨였다.

안드로이드 패드에 떠 있는 문서의 제목은 스타링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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