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981화 (981/1,007)

957회

Dr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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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매케인 대통령의 로즈가든 발표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 최강대국의 대통령이 특별 기자회견을 했는데, 그 타깃이 오직 하나의 기업이라는 게 너무나 특이한 일이었다. 게다가 내용 또한 이제와는 완전히 달랐다.

-CATL의 신형 전고체 배터리는 미국 기업의 특허를 완벽히 도용.

-전고체 배터리는 빙산의 일각. 지적 재산권 도용 사태 해결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

-CATL 경영진에 대한 고소와 함께 CATL의 모든 해외 계좌 동결 조치.

-CATL과 협력하는 모든 기업에 대해서도 비슷한 강도의 조치를 취할 것.

내용만 들어 보면 CATL은 마치 국제 마약 조직처럼 들린다.

행해지는 조치가 남미의 마약 카르텔 조직 두목에게 하는 것과 꼭 닮았다. 계좌 동결, 그리고 조력자에 대한 조치까지. 그런데 존 매케인 대통령은 이걸 기업 단위로 끌어 올린 것이었다.

CATL이 어디 구멍가게도 아니고, 세계 3위의 2차 전지 업체다.

한국의 LG이노텍이 월간 총합산 360Gwh 용량의 배터리를 양산하며 부동의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일본의 산요 배터리로 220Gwh였다. 그렇지만 산요 배터리도 엄연히 따지면 ID 그룹의 자회사였으니, 1등이나 2등이나 같은 기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3위를 CATL과 일성 SDI가 치열하게 경쟁 중이었는데, 월간 생산되는 배터리 용량 총합은 55Gwh로 크게 차이가 난다.

이것도 한 차례 대대적인 투자로 생산 라인을 확장한 것이었고, 2년 전만 해도 20Ghw정도였다. 그런데 갑자기 CATL이 2년 전 공격적인 확장을 발표했고, 그 규모가 월간 100Ghw의 배터리를 찍어 낼 초대형 공장이었다.

그리고 몇 달 전부터 그 공장이 가동되었는데, 거기서 나오는 제품이 바로 볼츠바겐에 공급되는 전고체 배터리였던 것이다.

이제 와서 보면 아주 작심하고 특허를 도용하겠다는 마음으로 공장부터 확장을 했던 모양이었다.

다행히도 이걸 뻔히 아는 존 매케인 대통령이 직접 등장해서 CATL에 대한 초강력 규제를 발표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중국, CATL에 대한 규제가 실제 실행되면, 더욱 강력한 상응 조치 취할 것.

-CATL, 전고체 배터리 자체 기술로 완성. 특허 도용은 오해.

-볼츠바겐 시작부터 좌초? 비틀V 예약은 계속 받는다.

중국은 당연하다는 듯, 미국의 액션이 취해지면 곧장 상응 조치를 할 거라고 발표했다. CATL은 특허 도용은 오해라고 했고, 볼츠바겐은 이제 와서 뒤로 미룰 수 없다는 듯 예약 사이트는 정상 운영되었다.

대신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볼츠바겐 비틀V의 발표로 크게 상승 중이었던 모기업 폭스바겐그룹의 주식은 상승폭을 다 반납하는 건 물론이고 하락 반전되었다.

그만큼 존 매케인 대통령의 발언은 강력했고 충격적이었다.

심지어 실제 계좌 동결 조치는 존 매케인 대통령의 발표 후, 1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해외 거래처와의 거래를 위해 만든 글로벌 은행들에 CATL 명의로 개설된 계좌들의 출금이 완전 정지된 것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CATL의 창업자이자 현재 회장인 장유건과 그의 가족들의 해외 계좌와 해외 자산 역시 동결되었다.

중국이 상응조치를 예고하면서 시간을 끌어 보려고 했던 걸 무색하게 만드는 속전속결이었다.

“캬! 그래. 미국병이 나은 미국은 이래야지.”

유재원은 프랑크푸르트 일정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존 매케인 대통령의 발표를 생방으로 보았다.

로즈가든 발표가 있기 10분 전에 백악관에서 먼저 언질이 들어온 덕에, 일하고 있던 건 저장하고 편안하게 시청할 수 있었다.

딱 타이밍 좋게도 유재원의 전용기는 북극 항로를 지나는 중이었는데, 1차 발사에 성공한 스타링크 위성들도 북반구를 지나는 중이었다. 덕분에 유재원은 스타링크 위성이 제공하는 초고속 인터넷망에 접속해서 고화질로 존 매케인 대통령의 발표를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생각난 게 미국병이란 단어였다.

미국병은 미국이 너무나 가고 싶고, 동경하고 있는데 갈 수 없어서 생기는 병이 아니라, 미국이란 나라 자체가 병에 걸렸다는 의미였다.

처음 미국병이란 단어가 등장한 건 19세기였다. 당시 미국은 엽관제도의 부작용으로 행정부의 부정부패가 극에 달한 상태였다. 행정 업무가 제대로 굴러가는 걸 보려면 당연히 뇌물을 찔러줘야 할 정도였다.

이런 상황이 제일 행복한 건 역시 자본가들이었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었으니 말이다. 덕분에 스탠더드 오일과 같은 거대 독점기업이 생겨날 수 있었다. 그리고 독점기업의 폐해를 제대로 맛 본 미국은 자본주의의 나라이면서 부작용을 치료하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했다.

덕분에 찬란한 70년대를 구가할 수 있었지만, 미국병은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었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가 악몽의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미국은 쭉 내리막길이었다. 어쩌다가 빛이 나는 실적을 보일 때도 있었지만, 그것은 완벽한 반응이 아닌 죽기 직전 기력이 살아나는 화광반조였다.

병든 사자는 뛰지 못했고, 힘도 없었다. 그렇기에 포효를 해도 무서워하는 동물들도 없었다. 미국이 그랬다. 전 세계 국방력의 반을 혼자서 독점하고 있었고, 엄청난 경제력을 과시했지만 그걸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벅찼다.

미국을 좀먹는 수많은 병들은 도저히 치유할 방법이 없어 보였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이유도 내부적인 모순이 쌓이고 쌓이면서 일어난 하나의 몸부림이었다. 이후 미국도 권력이 워싱턴이 아닌 소수의 기업으로 집중되었고, 21세기 중반에 들면 이들 기업은 프로젝트 2077의 메가코프와 같은 위치에 올랐다.

그런데 지금은?

완벽한 부활이었다.

미국의 국력을 상징하는 건 탄탄한 중산층이었는데, 서브프라임 사태는 그런 중산층이 완전히 붕괴되었다는 증거였다. 그런 서브프라임 사태는 유재원의 조치로 급한 불이 꺼졌고, ID 그룹의 IT 혁명과 인공지능을 통한 4차 산업혁명의 시발점이 되면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록펠러의 금융 독점 자산을 박살 내면서, 미국의 발목을 잡았던 국가 부채도 완벽하게 해소해 버렸다.

미국 전역은 지금 낡은 인프라를 현대화하는 공사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녹물이 나오던 수도관을 바꾸고, 낡은 터미널을 갈아엎고, 초대형 허브 공항을 짓는 일이 사방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디트로이트 시티 남쪽으로 거대한 스마트 시티가 세워지고 있었는데, 스마트 시티가 성공하면 이를 미국 전역에 확대할 계획이었다.

이러한 투자는 비단 민간에만 이뤄지는 게 아니었다.

국방 분야만 봐도 예전엔 죄다 해체했던 프로젝트가 모두 실행되고 있었다. 줌왈트 스텔스 순양함, 차세대 공격 원잠, 신형 항공모함과 같은 대형 사업들이 그 대표적인 예였다.

해군만 이렇게 우대 받는 게 아니라, 공군과 육군도 차세대 전력 확보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었다. 생산을 중단했던 F-22의 업그레이드 사업이 실행되고 있었고, 여기에 무인 전투기 사업이 각축을 벌이고 있었다.

그나마 전략핵의 경우 항상 최신 상태로 정비하고 있었기에, 새롭게 시작되는 사업은 없었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국은 중국을 향해 초강경한 태도를 취할 수 있었다.

“발언이 수위가 꽤 센데. 한국에 불똥이 좀 튀려나?”

전통적으로 미국이 중국을 때리면, 그 여파에 한국이 휘말리는 게 보통이었다.

“그래도 지금 한국이 예전 한국은 아니지.”

미국이 과거의 미국이 아니듯, 한국도 과거의 한국이 아니었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의 무역 상대국들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넘기기도 했었다. 하지만 깐마늘 사건으로 한중 무역 전쟁이 벌어지면서 많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회귀 전의 사드 사태보다 더 심각하게 대립했던 게 깐마늘로 인한 한중 무역 전쟁이었다. 그때 중국에 진출했던 기업들은 피해를 많이 보았다.

ID 그룹도 P마켓 차이나에서 손을 떼고 텐센트로 완전히 이관해야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일성통신의 스마트폰도 많이 불탔고,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북부에서 상당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던 미래자동차도 급격한 판매량 감소를 겪었다.

이후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각자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중국의 비중을 낮추려고 했다. 덕분에 지금 한국에서 중국이 차지한 무역 비중은 20%후반대로, 미국과 비등한 수준으로 내려왔다.

또한, 유럽과 동남아시아의 비중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데, 이는 현재 진행형이었다.

그렇지만 20% 후반대도 상당한 비중이었으니, 더 내려간다면 한국 기업과 증시에는 다시금 찬물이 뿌려지는 것과 같을 거다.

“그래도 그때보단 낫겠지. 게다가 우리도 대응책이 없는 것도 아니고.”

중국의 압박에 대한 대응이란 바로 북한이었다.

그동안 북한은 중국에 좋은 방파제와 같았다. 바로 미국의 압박을 크게 완화하는 방파제였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면, 중국은 북한을 이용해 미국을 자극했다. 북한이 미국의 안보에 치명타는 아니어도 방충망을 뚫고 들어온 모기와 같은 짜증을 유발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미국의 동맹인 한국에게 북한은 최대 위협이었기에 쉽게 무력을 투사할 수도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 북한 역시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

일단 역사의 결정적 순간마다 한국의 발목을 잡았던 북핵부터 존재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또한, 유재원이 과감하게 배팅했던 김정남이 대박으로 돌아왔다는 것도 컸다.

회귀를 통해 얻은 미래 지식의 가치는, 회귀 후의 흐름이 이전과 비슷하게 흘러야 큰 효용이 생긴다.

그러니 유재원이 갖고 있는 북한에 대한 지식도 김정남보다는 김정은이 승계를 했을 때 효과가 있는 게 대다수였다. 하지만 유재원은 그런 회귀로 얻은 지식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김정남이라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결과는 대박 중에서도 초대박이 났다.

놀랍게도 김정남의 정치 감각이라든가 국정장악 능력은 생각보다 더 좋았다.

노동당 간부들을 휘어잡는 건 기본이고, 부패와 복지부동에 쩔어 있는 이들 움직여서 북한의 인프라 발전에 공을 들였다.

김정남 전까지는 북한에서 도시의 역할이 제대로 굴러가는 곳은 평양 한 곳 뿐이었지만, 지금은 개성과 신의주, 라선 등의 도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했다. 또한, 1960년대에 멈춰서 있던 인프라의 확충도 한국의 도움을 받아서 빠르게 현대화가 이뤄졌다.

대표적인 것이 전력 공급이었다.

핵 포기의 대가로 받은 경수로 2기에 이어 토륨 원자로도 4기가 추가되면서 북한 전역에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되었다.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만 해도 산업 발전에 급속한 가속이 붙을 수 있었다. 여기에 석탄과 철광석, 석회 등의 채굴도 원활해지면서 재개발 속도에도 탄력이 붙었다.

화룡점정은 유재원이 탐색한 압록강, 두만강 유전이었다. 압록강 유전에서는 천연가스가 주로 나왔고, 두만강 유전에서는 원유가 펑펑 나왔다.

자동차의 에너지가 휘발유에서 전기로 원유의 가치가 예전만 못했지만, 그래도 원유는 원유였다. 여전히 휘발유와 경유 자동차는 많았고, 공장을 굴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도 석유가 메인이었다.

또한, 석유에서 나오는 각종 화학 원료들은 북한의 발전에 꼭 필요한 것이었다. 여기에 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이 북한을 통과해 한국의 석유화학단지까지 직행하게 되면서 통과료로 벌어들이는 돈도 쏠쏠했다.

이러한 요소들 덕분에 북한은 1년마다 도시의 모습이 확 바뀌는 초고속 성장 국가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상징은 바로 KTX였다.

신의주-평양-용산역으로 이어지는 경의선과 라선-함흥-원산-고성으로 이어지는 동해선이 있었다.

동시에 착공되기 시작한 북한의 고속철도 노선은 완공만 이뤄지면 한국보다 더 긴 길이를 자랑하게 된다. 그와 함께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파리까지 도착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시베리아횡단철도의 고속화는 먼 미래의 이야기이니, 용산역에서 파리까지 기차로만 30일은 걸릴 테지만 기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꿈에나 그리던 일이 이뤄지는 것이었다.

“골드, 경의선 복원 행사날이 언제지?”

-오는 10월 1일입니다.

유재원의 물음에 골드가 바로 답했다.

딱 2주가 남았다. 그날 분단으로 끊어진 경의선이 고속철도 노선으로 복구되는 것이기에 이를 기념아는 성대한 축제가 열릴 예정이었다.

당연히 한국의 정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남 위원장이 행사의 참여할 예정인데, 국내외의 매스컴들은 이 자리에서 뭔가 특별한 선언이 나올 거라고 예상했다.

유재원도 마찬가지였다.

존 매케인 대통령의 충격적인 로즈가든 발표 후에 이뤄지는 남북 정상의 공동 성명이 평범할 리는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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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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