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982화 (982/1,007)

958회

Dr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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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빛의 속도로 다가왔다.

경의선 연결 복원을 기념하는 성대한 행사가 몇 시간 뒤에 열릴 예정이었고, 유재원도 당연히 초청되어 나갈 채비를 마친 상태다.

그렇지만 당장 움직일 필요는 없었기에, 서재에서 최근 세계 동향을 보고 받으며 시간을 죽이는 중이었다.

물론 유재원이야 슥 보고 마는 것이지만, 보고를 준비한 레빈 정보팀장과 인공지능 골드가 수집한 내용은 보통 특별한 게 아니었다.

전고체 배터리로 다시금 터진 미중 무역 갈등에 전 세계 경제가 출렁이면서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메가톤급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었는데, 그보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한 정보들이 유재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중이니 말이다.

CATL의 회장과 임원들에 대한 수배령도 그중 하나였다.

아직 뉴스에 나오지 않았지만 캐나다에 유학 중이었던 CATL 회장 장녀의 구금 소식도 바로 전해졌다.

“캐나다야 당연히 미국 쪽이겠지만, 이번엔 결정이 훨씬 빠르네.”

캐나다도 중국 자본이 상당히 들어간 나라였다. 그렇지만 이번처럼 미국과 중국 사이에 편을 들어야 한다면 당연히 미국이었다.

이렇게 CATL 회장의 딸을 구금했다고 끝이 아니었다. CATL의 법인 계좌뿐만이 아니라 회장과 임원들이 각자 딴 주머니 차고 있던 비자금 계좌까지도 완벽히 동결되었다.

비자금이라면 당연히 페이퍼 컴퍼니나 차명 계좌가 기본일 텐데도, 미국은 완벽하게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비밀은 록펠러의 금융 독점 자본 해체에서 얻은 노하우였다.

얽히고설킨 실타래처럼 도저히 풀 방법이 없어 보였던 록펠러의 금융 자산들을 몽땅 흡수한 게 미국이었다. 여기엔 유재원이 설치해 준 최신 인공지능 포레스탈의 힘이 큰 몫을 했다. 저수지 같은 계좌에 함께 묶여 있던 돈이 수천, 수만 개의 작은 계좌로 분산되었다가 다시 한데 합쳐지면 추적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런 게 돈세탁 기법 중 하나였는데, 전사적인 추론이 가능한 인공지능 포레스탈은 이러한 돈의 출처를 모두 밝혀내고, 록펠러의 자금만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인공지능 포레스탈의 활약 덕분에 미국은 1센트도 남기지 않고 록펠러의 불법 금융 독점 자산들을 완벽하게 몰수했고, 국고로 환수할 수 있었다.

록펠러에 비하면 CATL 장유건 회장의 비자금 수색은 아주 가벼운 디저트에 불과했다.

또한, 전고체 배터리 특허 도용 사건 전체에서 CATL의 계좌 동결은 프롤로그에 지나지 않았다.

폭스바겐이 볼츠바겐이란 자회사를 만들어서 야심차게 준비한 비틀V의 미국 출시를 위한 인증 절차도 완전 중단되었다.

배터리 부분에서 허가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볼츠바겐의 미국 지사 임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전격적으로 이뤄졌고, 볼츠바겐의 미국 자산도 동결되었다.

볼츠바겐의 주거래 은행은 도이체방크였다.

독일 자본으로 만들어진 거대 은행이었으니, 상식적으로 독일의 편에서 서서 볼츠바겐을 지켜 줘야하는 게 맞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미국 국무부의 계좌동결 명령이 내려지자 도이체방크는 볼츠바겐의 계좌를 동결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볼츠바겐의 계좌 동결을 거부한다면, 미국 국무부가 도이체방크의 미국 내 자산 전체를 동결해 버리겠다는 엄포를 놓았던 것이다.

그만큼 미국은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모든 것이 진심이었다.

중국이나 독일에서는 이걸 두고 너무 과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사업의 규모를 따져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일단 전기 자동차 시장을 봐야 한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보기 힘들었던 전기 자동차는 2016년에 들어 5천만 대 이상이 팔려나가는 초대형 시장으로 성장했다.

엄청나게 염가의 모델부터 10만 달러가 넘는 고가의 모델도 있었지만, 일단 평균을 내서 1대에 3만 달러라고 한다면, 1조 5천억 달러짜리 시장이었다.

단일 품목 시장에서 전기 자동차 이상의 규모를 자랑하는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유나 전기, 식품 등 다른 품목을 다 뒤져봐도 전기 자동차만한 건 없었다.

휘발유와 경유 차량이 모두 전기 자동차로 빠르게 세대교체가 일어나면서 벌어진 일이었고, 몇 년 후 세대교체가 모두 마무리 되면 하강 국면에 접어들 거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동차 산업이 이렇게 급격하게 변하는 시기에 완벽한 헤게모니를 손에 넣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라는 점이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전기 자동차 기업 중 최대 매출을 자랑하는 라이트닝 볼트를 미국 사람들은 미국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라이트닝 볼트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LG이노텍은 한국 기업이라고 보았지만, LG이노텍의 모기업인 ID 그룹은 미국 기업이었다.

여기에 GM과 포드의 전기 자동차도 선전 중이었고, 완전 신인인 테슬라도 빠르게 판매량을 높이고 있었다.

이러한 미국산(?) 전기 자동차가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

덕분에 미국인들은 과거 자동차 산업의 황금기가 다시 찾아왔다는 걸 피부로 체감할 수 있었다. 비록 전기 자동차가 휘발유나 경우 차량에 비해 부품 수가 획기적으로 줄긴 했지만, 그래도 다양한 산업을 동시에 이끌어가는 건 똑같았다.

그렇기에 유리 공장부터 철강 공강, 섬유와 화학 등 다양한 산업이 뜨겁게 불타오르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이것은 곧 고용으로 이어졌다.

물론 전기 자동차 회사들은 이제 무인 스마트 생산 라인이 완비된 기가팩토리를 짓고 있었지만, 노동자 대신 로봇이 들어간다고 해도 문제될 건 없었다.

ID 라이브 리워드의 수혜자가 노동자를 대신하게 된 노동자의 숫자만큼 늘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자동차 시장의 황금기를 가져온 전기 자동차의 비밀은 바로 전고체 배터리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예전엔 짧은 주행거리와 오래 걸리는 충전 시간으로 단점이 너무나도 심각했다면, 지금은 휘발유 차량보다 더 뛰어난 주행 성능을 보장했으니 말이다.

이처럼 전기자동차의 핵심 기술인 전고체 배터리의 특허를 중국이 무단 도용했고, 그에 대해 존 매케인 대통령이 전례가 없는 강경 대응을 시작했다.

그 결과는 파괴적이었다.

-존 매케인 대통령 지지율 65% 돌파!

오죽하면 퇴임까지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존 매케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60%를 훌쩍 넘을 지경이었다.

미국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대통령들은 초반엔 엄청난 인기였다가 퇴임이 가까워지면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었다. 물론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갖춘 대통령제 국가의 대통령들이라는 조건이 붙지만, 예외는 거의 없었다.

특히 미국처럼 정치적 이해관계가 극심하게 갈리는 나라에서는 레임덕은 더욱 심각하게 찾아왔다.

하지만 존 매케인 대통령은 아니었다.

65%라는 전설적 지지율을 찍으면서 새 역사를 썼다.

압도적 여론은 곧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 전폭적인 응원을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선거철이면 일어나는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라 세계의 패권이 걸린 한판이라는 걸 정치공학을 모르는 이들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존 매케인 대통령도 한 가지 아쉬운 게 있었다.

본인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가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벤 카슨에게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2016년 대선은 11월에 있다.

공화당에서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자랑하는 벤 카슨이란 흑인 의사가 대선 후보가 되었고, 민주당에서는 당연하게도 버락 오바마가 경선을 통과했다.

벤 카슨은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존스홉킨스대학병원에서 샴쌍둥이 분리 수술에 성공하면서 이름을 떨친 외과 의사였다. 샴쌍둥이 분리 수술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고난도 수술을 성공하면서 신의 손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사람이었다.

그런 벤 카슨이 정치에 발을 들이게 된 건 오바마를 강력히 비난하면서부터다. 오바마가 민주당에서 유력 정치인이 되자 자연스럽게 각을 세웠던 벤 카슨도 떴다. 여기에 흑인 공화당원이라는 인종적 특성 덕분에 보수 성향 백인들의 지지가 받았다.

흑인 입장에서는 흑인이 흑인 편을 들지 않고 백인 편을 드는 것에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숫자를 따지면 벤 카슨에 유리했다.

덕분에 존 매케인 이후로 뚜렷한 거물급 정치인이 나오지 않았던 공화당에서 벤 카슨은 무난하게 경선을 통과했고, 대통령 후보까지 되었다.

원래대로라면 여기서 트럼프가 등장해서 대차게 어그로를 끌었을 텐데, 트럼프는 아예 정치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미국의 경제 상황이 초호황이다 보니 미국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도 빠르게 상승했다. 덕분에 부동산업이 주력인 트럼프에겐 돈을 버는 게 정치를 하는 것보다 우선순위에 올랐던 것이다.

“이게 이렇게 되네.”

골칫덩이 트럼프가 2016년에 등장하지 않게 된 건 다행인데, 나중에 더더욱 중대한 국면에서 뜬금없이 등장해 망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에 정신력을 낭비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 대신 인공지능 골드의 실시간 빅데이터 모니터링 프로그램에 트럼프라는 단어를 입력해 놓는 것으로 대비해 놓았다.

“그러면 민주당은?”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경선은 당연히 오바마의 독주였다.

민주당 경선에 빠지지 않는 힐러리 클린턴은 이번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등장했지만, 오바마에 비하면 신선함이 떨어졌다.

벤 카슨과 오바마의 대진표가 성사된 것이다.

또한, 둘 중에 누가 되든 최초의 흑인 대통령의 탄생이었는데, ID 그룹의 정보팀과 인공지능 골드의 빅데이터 분석을 보면 65:35로 오바마의 강력 우위였다.

초반 기세를 올린 건 벤 카슨이었는데, 세금을 십일조처럼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10%씩만 내게 하겠다든가, 지구가 7일 만에 만들어졌다고 믿고 있다고 말하는 등, 종교적 신념을 너무나 강하게 드러내는 바람에지지 열기가 빠르게 식어버린 것이었다.

유재원은 둘 중에 누가 되든 상관은 없다.

두 대선 후보 모두 강력한 대중 강경 노선을 선포했으니 말이다. 존 매케인 대통령이 화끈하게 질렀고, 미국인 대다수가 이를 지지하고 있다. 여기서 화해니 타협이니 하는 말을 하는 건 자살행위라는 걸 벤 카슨이나 오바마 둘 다 잘 알고 있었다.

오히려 두 후보 모두 대중 강경 노선을 확실히 밝히면서 존 매케인 이후에도 미중 무역 전쟁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중국은요?”

-뭐, 예상하셨듯 우왕좌왕입니다.

유재원의 물음에 정보팀장 레빈의 대답이 바로 나왔다.

로즈가든 발표 이후 전격적으로 이뤄지는 미국의 초강경 조치에 중국 당국이 당황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지금 미국의 움직임은 화웨이 사태 때보다 더 빠르고 강력했다.

당시 화웨이는 무단 도용한 특허를 가지고 중저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만들어서 상당한 점유율을 기록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화웨이의 제품은 중국 밖을 나오지 못했다. 게다가 전고체 배터리도 공급받지 못하기에 삼류 스마트폰으로 그 가치가 떨어져 내렸다. 화웨이의 통신 장비 역시 미국의 배타적인 대응으로 기를 펴지 못했다.

덕분에 4G 중계기에서 ID 일렉트로닉스의 제품이 과반 이상을 점유할 수 있었고, 5G에서는 거의 독점에 가까운 지배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대신 대응책으로 논의되는 것 중 하나가 전고체 배터리 라이선스의 정식 취득입니다.

“누가 준대요?”

-예. 그래서 상당히 파격적인 대가나 파괴적인 방식이 수반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이 전고체 배터리의 특허를 무단 도용한 건 라이선스를 절대 내주지 않겠다는 ID 그룹의 방침 때문이었다.

다이아몬드 반도체는 TSMC와 공유 중이지만, 배터리만큼은 독점이다. 배터리는 21세기를 만들고 움직이는 동력원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셰브롱과 함께하는 슈퍼차지 얼라이언스를 통해서 이익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석유업계가 전기 자동차로의 세대교체에도 큰 반발을 할 수 없었던 건, 디젤 게이트도 컸지만 셰브롱의 영향력이 지대한 덕이었다.

ID 그룹은 물론 다양하게 얽혀 있는 이익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고려한다면, 중국에 전고체 배터리 라이선스를 주는 건 어떠한 대가를 받더라도 결국 손해라는 결론이었다.

그런데 파괴적 방식이라니.

-회장님과 가족의 경호 등급, 그룹 보안 등급 상향을 권해드립니다. 아, 혹시 모르니 방탄 내피도 꼭 착용하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유재원은 레빈의 권유를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수용했다. 록펠러를 상대할 때에도 총알이 날아왔고, 나중에는 미사일까지 밀반입되어 본인을 노렸었다. 그런 록펠러보다 더 높은 차원의 상대가 중국이었다.

아무리 잘난 개인이라지만, 국가가 등장하면 숫자의 규모부터 달라진다. 그리고 동원할 수 있는 폭력적인 수단도 차원이 다르다.

덕분에 방탄 내피는 레빈의 말이 있기 전부터 유재원은 물론 가족들과 주요 임원들도 계속 입고 있는 상태였다.

케블라 섬유와 그래핀 패널을 조합해 만든 조끼 형태의 얇은 방탄복인데, 매우 가벼우면서도 탁월한 방탄 성능을 자랑한다. 특히 그래핀 패널을 추가 장착한 덕에 방탄 성능이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상승했다.

대신 제작 단가도 폭발적으로 치솟아 올랐다. 한 벌 만드는 데 드는 원가만 해도 30억 원을 훌쩍 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목숨을 두고 가성비를 따질 건 아니었기에 넉넉히 만들어서 본인은 물론 경호팀 막내까지도 모두 제공했다.

“회장님, 이동하실 시간입니다.”

레빈과 미팅을 마무리하자 때마침 김대석이 스케줄을 알렸다.

우왕좌왕하는 중인 중국은 이번 경의선 복원 행사에서 만나는 남북 정상으로부터 우호적인 발언이 나오도록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풍문이었다.

과연 남북 정상의 공동 담화에서 중국의 입김이 얼마나 들어가 있을지 유재원은 너무나 궁금해졌다. 물론 돈을 걸라고 한다면 유재원은 턱도 없다는 것에 전 재산을 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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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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