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3회
Dreams
센티널 포스는 이번에도 유재원의 기대에 100% 부응했다.
화학 레이저가 쏘아지고 나서 1초도 지나지 않아 레이저의 끝에서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핵탄두가 아니네?”
유재원은 흑백으로 비춰지는 폭발의 모습을 보고 안심했다. 글로벌 조인트 스타에 핵이란 표시는 없어서 혹시나 했는데, 진짜로 핵탄두 탑재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폭발이 일어난 순간 생겨난 화염의 크기가 수십 미터 규모이긴 했지만, 핵폭발이라면 수백 미터는 넘었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핵폭발에서 동반되는 EMP(전자기 펄스)의 방출도 감지되지 않았다.
EMP가 터지면 근처에 있는 스타링크 위성의 기판이 망가지는 건 시간문제였는데, 지금은 모든 스타링크 위성의 상태가 정상이었다.
-두 번째 요격 시작합니다.
다시금 데몬으로부터 레이저가 쏘아졌다.
“좋았어!”
유재원이 주먹을 불끈 쥐는 것도 동시였다.
백발백중이라는 말은 센티널 포스를 위한 수식어였다. 비스트를 포함해서 40발이 넘게 발사된 화학 레이저는 단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다. 심지어 한 발의 화학 레이저 포탄으로 여러 개의 목표를 동시에 타격한 것도 여러 번이다.
이번에도 DF-21에 닿은 화학 레이저의 빛줄기는 화려한 폭발을 일으켰다.
낙하와 함께 가속이 시작된 DF-21의 속도는 마하 10을 넘어 12, 13을 찍고 있었다. 초속 4km에 이르는 가공할 속도였지만, 세상에서 제일 빠른 빛의 속도에 비하면 마하 13도 느리디 느린 목표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제 남은 화학 레이저 포탄은 단 한 발. 남아 있는 DF-21은 두 기였다.
SM-3가 16발이나 발사되었지만, DF-21의 동체를 타격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쯤 되면 SM-3를 개발한 레이시온에 과장 광고로 징계를 먹여야 할 정도였다. 동시에 미국이 SM-3 말고도 SM-6, 싸드와 같은 다양한 요격용 미사일을 개발한 이유도 DF-21 덕에 확실히 드러났다.
SM-3만으로는 미덥지 못하니 계속해서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개발했던 것이다.
-마지막 화학 레이저탄을 발사합니다.
미사일 요격의 정답은 레이저였다.
데몬의 마지막 화학 레이저탄도 목표를 정확하게 타격했다.
거의 검은색으로 짙게 보이는 대기를 가르는 백색의 빛은 DF-21에 정확히 닿았고 폭발을 일으켰다. 폭발이 일어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척이나 짧았다. 아직 화학 반응이 지속되고 있었기에 데몬은 여력이 남은 레이저를 마지막으로 남은 네 번째 DF-21를 향해 쏘았다.
“아.”
네 번째 DF-21이 화려하게 폭발하는 것보다 화학 반응이 먼저 끝났다.
그렇지만 유재원에겐 최후의 수단이 있었다. 그래핀 패널로 코팅된 단단한 센티널 포스의 동체를 믿고 DF-21와 몸통 박치기를 하는 것이었다.
순간 유재원의 머릿속 한편에서 제7함대를 위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튀어 나왔다. 게다가 비스트와 데몬은 내일 대만에 인도되어야 할 물건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전략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제일 필요한 것이 제7함대의 압도적 승리였다.
전투가 끝날 때까지 제7함대가 압도적 전력을 유지한 만큼, 중국에 가해지는 공포의 크기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다. 그렇게 중국에 가해지는 공포의 크기가 커질수록 헛된 상상을 하지 못하게 될 테니 말이다.
그와 동시에 제7함대가 입는 손실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미국에서도 매파들의 확전 압력이 더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이는 유재원에게 좋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유재원의 재산 중 2/3 이상이 미국에 집중되어 있었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전쟁 중에 미국 본토에 미사일이라도 한 방 떨어지면 유재원 본인이 입을 물적인 피해가 상당했다.
또한, 중국과 인접한 한반도에는 훨씬 강력한 압력이 전해질 것이다. 물론 지금도 후폭풍이 얼마나 클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미중 전면전 상황보다는 나을 거 아니겠는가.
순식간에 복잡한 계산을 끝낸 유재원은 비스트와 데몬에게 몸통 박치기를 해서라도 DF-21을 막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비스트, 라져!
-데몬, 라져!
비스트와 데몬은 유재원의 무리한 요구를 한마디 반발도 없이 수용했다.
인공지능 파일럿은 유재원이 내린 임무를 최적으로 수행할 방법을 찾았고,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계산을 끝내고서 기동을 시작했다.
“아! 기관총은 남겨 놓을걸!”
센티널 포스 1대의 가격은 6천억 원이 넘는다. 2대면 1조 2천억 원이다. DF-21을 막기 위해 센티널 포스 2대를 갈아 넣어야 한다는 게 유재원은 너무 아까웠다.
미사일 만능주의에 빠져서 기관총을 삭제해 버렸던 70년대 전투기 개발자들의 후회와 똑같은 후회가 뒤늦게 밀려왔다. 하지만 화학 레이저라는 건 미사일과는 차원이 달랐다. 공군 장성들의 인식에서 미사일에 대한 미련만 삭제된다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미사일을 장착한다고 확보한 내부 탄창에 화학 레이저 포탄을 적재하면 그만이니 말이다.
-DF-21의 탄도 궤적이 오차 범위 이상으로 흔들립니다.
“응?”
탄도 궤적이 흔들린다니?
회피 기동이라도 시작했나 싶었다. 최종 유도 단계에 접어든 마지막 DF-21은 마하 13을 넘어 15에 다다를 만큼 엄청난 속도로 떨어져 내리는 중이었다. 여기에 회피 기동까지 하면 화학 레이저가 아니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런데 센티널 포스의 레이더로 포착된 마지막 DF-21의 기동은 좀 이상했다. 궤적이 점점 크게 흐트러지더니 나선형으로 꼬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모습에 유재원은 데몬이 마지막에 발사한 화학 레이저의 여력으로 DF-21을 타격했던 것이 떠올랐다.
탄도 미사일을 폭발시키진 못했지만 그래도 동체에 커다란 타격을 줬던 모양이다.
대기권 밖에서는 별 의미 없는 자국이었겠지만, 대기권 안으로 재진입하면서 공기와 만나 비행 안정성에 큰 지장을 초래한 것이다.
“비스트, 데몬 임무 취소!”
유재원은 즉각 비스트와 데몬에게 부여되었던 몸통 박치기 방어 임무를 취소했다
단순히 탄도 궤적이 흐트러지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속도로 하강하면서 대기와 마찰이 생겨났고, 화학 레이저가 남긴 자국을 통해 대미지도 누적될 것이란 계산까지 끝낸 것이었다.
유재원의 계산은 정확했다.
대기와의 마찰열은 화학 레이저가 만든 틈을 파고들었다. 낙하 궤도를 흐트러뜨리는 건 물론이고 탄도 미사일의 동체에 커다란 대미지를 주었다.
급기야 화염이 크게 일어나더니 곧 대폭발했다.
끝장을 보겠다고 중국이 쏘았던 DF-21을 모두 요격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크루즈 미사일들은?”
유재원의 물음에 자그마한 화면으로 구석에 박혀 있던 크루즈 미사일의 정보가 메인 화면에 띄워졌다.
미사일들은 대만 해협을 넘어 중국 본토 상공을 지나는 중이었다. 본토에 진입했지만 크루즈 미사일의 손실은 없었다.
탄도 미사일에 비해 속도가 느린 크루즈 미사일은 구식 대공포로도 막을 수 있는 미사일이었지만, 동부전구는 괴멸적인 타격에 사령부가 패닉에 빠져 버렸고, 그로 인해 크루즈 미사일을 막을 골든 타임을 놓쳐 버린 것이다.
잠시 후.
크루즈 미사일들은 그대로 푸젠성 렌장현에 다다랐고, DF-21 대함 탄도탄을 쏘아 올렸던 사일로를 정밀하게 타격했다. 게다가 수십 발이 일시에 내리꽂혔으니 그 파괴력도 상당했다. 사일로가 숨겨져 있던 산비탈을 완전히 붕괴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승리였지만, 동시에 최대의 위기였다.
강력한 창이자 방패였던 센티널 포스의 화학 레이저 포탄은 이제 완전히 바닥이었으니 말이다. 급하게 만들어진 무기였기에 로널드 레이건함에서의 재보급도 어려웠다. 새만금에 자리한 스마트 팩토리에서 만들어서 가져다줘야 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한국에 있는 기체들을 새로 띄우는 게 더 빠를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대함 탄도탄 공격도 무위로 돌아간 중국이 이성을 잃고 진짜 핵탄두 미사일이라도 쏜다면 상황은 어떻게 바뀔지 장담할 수 없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다행히도 DF-21을 모조리 요격하고 나서 5분이 더 지났지만, 중국의 추가적인 조치는 보이지 않았다.
동부전구 사령부가 그랬던 것처럼 너무나도 큰 참패에 중국 지도부도 완전 패닉에 빠진 모양이다.
동북아시아의 긴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었다.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사람들은 평소와는 다른 아침에 깜짝 놀랐다. 특히 한국 사람들의 놀람의 정도는 차원을 달리했다.
어제저녁 뉴스에서 나온 소식은 남해 함대와 제7함대가 대만 해협에서 늦은 밤에 조우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무력 충돌도 예고했던 정도였다.
그런데 아침 뉴스에서는 단순한 무력 충돌이 아니라 대놓고 전투가 벌어졌다고 나오고 있었다. 그것도 일반적인 아침 뉴스가 아니라 비상 속보 체제로 전환된 뉴스 속보를 통해 들어오는 소식이었다.
심지어 전투는 현재 진행형이 아니라 이미 다 끝장이 났다는 것이다.
-센티널 포스 활약 요약본!
더욱더 경악할 만한 소식은 그 와중에 어마어마한 활약을 펼친 센티널 포스의 위용이었다.
인민해방군 남해 함대 대파!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공군 전멸!
DF-21 대함 탄도탄 요격 성공!
하나만 해도 대단한 전과였는데, 그보다 몇 배는 더 위험한 임무까지도 완벽하게 성공했다. 고등 무인 전투기 사업에 뛰어든 업체들이 내놓은 시제품 중에 센티널 포스가 제일 빠른 속도였다.
빨리 나온 만큼 성능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게다가 ID 하이테크가 기술력의 상징이긴 해도 항공 분야에서만큼은 기존의 강자들이 워낙 쟁쟁했으니 말이다. 그런 의문들이 이번 양안대전 전투를 보고 완전히 달라졌다.
기체의 성능도 성능이었지만, 화학 레이저의 파괴력은 기존 상식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과거 미국도 레이저로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겠다고 시도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 동원된 비행기는 보잉 747이라는 초대형 기종이었다.
그렇게 거대한 기체를 동원했지만 만족할 만한 파괴력이 나오지 못해서 사장시킨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보잉 747보다 훨씬 작은 센티널 포스에 탑재된 화학 레이저의 파괴력은 상식을 초월한 수준이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센티널 포스의 특집 방송이 쏟아져 나오는 중이었고, 한국도 뒤를 따라 센티널 포스를 중심으로 대만 해협 전투에 대한 분석이 시작되었다.
그야말로 한국 사람들에겐 깜짝 놀랄 뉴스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이런 한국보다 더 경악하는 나라가 있으니 대만이었다.
대만은 자기네 앞바다에서 전투가 발발했을 때부터 공습경보를 발령했다.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면 잠 대신 텔레비전 앞에 모여 CNN을 비롯한 뉴스 케이블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전투 상황을 뜬눈으로 지켜봐야 했었다.
처음엔 이대로 인민해방군이 대만에 상륙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청났지만, 전투가 벌어지자마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마지막에 DF-21 탄도 미사일 요격은 대만 사람들이 맨눈으로 지켜볼 수 있을 정도였다.
중국에게는 공포였지만, 대만에는 이보다 더한 축포가 없었다. 중국 본토에 오랫동안 눌려 있던 존재감의 봉인이 풀려나는 듯한 느낌이었다.
-제7함대 대만 타이베이항 입항!
이런 대만의 분위기에 기름을 부은 건 제7함대의 당당한 타이베이항 입항이었다. 예전에는 미중 관계 때문에 대만의 항구에 미해군 함정이 들어오는 것도 힘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재보급을 위해 제7함대의 주요 군함들이 당당히 들어왔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대만 해군에 나포된 남해 함대!
대만 해협 인근에서 완전 대파된 남해 함대는 자력 항해가 불가능한 지경이었다. 이렇게 무력화된 남해 함대를 제7함대의 엄호 속에서 대만 해군이 견인해 끌고 들어온 것이었다. 브릿지가 완전히 날아가 버린 상둥함과 중국의 최신예 구축함인 052D함에 다른 호위함까지 주렁주렁 끌고 들어왔다.
대만은 인도주의적인 대응으로 사망자 수습과 부상자 치료에 들어갔고, 나머지 비교적 신체가 건강한 인민해방군은 격리 시설에 모았다.
최대한의 인도주의적 조치를 했지만, 이들의 정확한 취급은 포로였다. 대만도 어제의 전투에 F-16을 당당히 참가시킨 당사자였기에 남해 함대 전체를 포로로 삼는 건 문제도 아니었다.
이렇게만 해도 대만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는데, 여기에 화룡점정이 있었다.
-센티널 포스 2기 대만 인도.
양안대전의 MVP라고 할 수 있는 센티널 포스 비스트와 데몬이 로널드 레이건함에서 발진해 대만의 신죽 공군기지 활주로에 착륙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이번 양안대전의 하이라이트였다.
우아하게 신죽 공군기지 활주로에 착륙한 센티널 포스는 활주로의 끝에 다다랐고, 거기에는 일찌감치 성대한 무대가 세팅되어 있었다. 센티널 포스 비스트와 데몬은 그 무대 뒤에 그림처럼 멈춰 섰다. 그런 센티널 포스의 머리부분과 날개에서 대만의 국기인 청천백일만지홍기가 선명하게 보였다. 로널드 레이건함의 센티널 포스의 정비팀이 서비스로 그려 넣어준 도장이었다.
이렇게 센티널 포스를 배경으로 마련된 무대 위에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올랐다.
그야말로 감개무량한 표정이었다. 센티널 포스의 도입 사업은 차이잉원 정권이 명운을 건 사업이었다. 은밀히 결정할 때만 해도 성능 검증은 미지수였고, 가격도 비쌌다. 유지비는 기체 도입가격보다 더 어마어마했다.
화학레이저포탄 한 발에 300만 달러였고, 1년에 한 번은 스텔스 도료를 재도포 해줘야 하는데 그 비용은 5천만 달러였으니 말이다.
센티널 포스의 성능이 카탈로그보다 떨어졌다면 스캔들이 터졌어도 이상하지 않을 가격이었는데, 실전으로 증명된 성능은 카탈로그 스펙을 압도했다.
-우리는 승리했습니다!
차이잉원 총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이 가득한 얼굴로 승리를 선언했다.
그렇지만 양안대전은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니었다. 치열했던 전투만큼이나 거대하고 급격한 후폭풍은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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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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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대만해협에서의 해전 한 번과 공중전 한 번만으로 양안대전이 끝나면 섭섭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