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6회
Dreams
-시스템 최고 관리자로 로그인되었습니다.
유재원은 단숨에 황금방패의 시스템 최고 관리자 권한을 얻었다.
관리자 아이디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시스템 최고 관리자라면 그 어떤 파일이나 설정을 삭제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최강의 권한이었다.
황금방패를 운영하는 중국 국가안전부에서 이 모습을 봤다면 경악을 금치 못했을 거다. 아니, 국가안전부의 황금방패 운영자도 시스템 최고 관리자라는 계정이 있다는 걸 인지조차 못 하고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황금방패의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엔터프라이즈 버전이었는데, 엔터프라이즈 버전은 관리자 아이디의 권한도 운영하는 주최에서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었다. 중국 공산당 수뇌부는 황금방패의 운영자들도 강력한 권한을 가질 수 없게 하였다.
딱 시스템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것과 중국 공산당의 정책과 맞지 않는 전 세계의 사이트를 관리하고, 불온한 사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넷 행적을 추적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여겼다.
그러면 유재원이 얻은 시스템 최고 관리자 권한은 누구의 것일까?
정답은 중국 국가 인공지능인 ‘중국몽’의 것이었다.
미국이 국가 인공지능 포레스탈을 띄우자 중국도 이에 맞춰 ‘중국몽’을 만들었다. 중국의 꿈이란 이름은 참 거창한데, 정확히 따지면 중국의 꿈이 아니라 시진핑의 꿈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았다.
하여튼, 시진핑의 꿈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각종 정책을 연구하고, 현실에서 이를 적용하기 위한 도구로 중국몽이란 강력한 중국식 인공지능이 탄생했다.
중국몽과 연결된 시스템 중엔 당연히 황금방패도 있었다. 중국 국가안보부 요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황금방패를 유지하는 것보다, 중국 내 인터넷 전체를 모니터링하고 실시간으로 황금방패를 운영하는 게 훨씬 효율이 좋았다.
유재원은 중국몽과 연동된 시스템 최고 관리자의 권한을 가져온 것이다.
“이걸 어떻게 요리해야 할까?”
깜박거리는 콘솔 창의 커서를 보며 유재원은 살짝 고민에 빠졌다.
당장 황금방패의 가동을 멈추고 데이터베이스를 삭제할 수 있지만, 그건 하수라는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황금방패가 가동을 정지하면 중국 국가안보부는 난리가 날 것이다. 하지만 복구는 쉽다. 어딘가 백업된 데이터가 있을 거고, 그걸 가져와서 살려내겠지.
그러니까 최상의 상책은 운영자들이 황금방패가 무력화되었다는 걸 최대한 늦게 감지하도록 하면서, 대다수 중국 네티즌들에겐 황금방패가 가리고 있던 진실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었다.
과연 이런 게 가능한가 싶겠지만, 유재원이니까 가능하다. 동시에 중국 당국이 황금방패 검열 시스템을 최선을 다해 고도화 해놓은 덕에 훨씬 쉽게 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황금방패의 능력은 13억 중국 인구를 하나하나 관리할 수 있을 만큼 발전된 상태였다. 무슨 말인고 하니 중국의 개개인마다 별도의 기록이 있고, 그 사람이 얼마나 중국 공산당에 충성스러운 사람인지 평가해 놓은 인민학습점수라는 게 존재했다.
점수가 높으면 1등 국민이고, 최악이면 오랑캐 취급이라는 말이었다.
공산당에서는 이러한 개인 평가 점수와 얼굴 인식 시스템을 결합한 개인통합관리 시스템도 실행할 거라고 했는데, 아직 거기까지는 완벽히 구현되진 않은 상태다.
대신 유재원은 이렇게 만들어진 개인 평가 시스템을 역으로 이용해서 황금방패를 무력화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평가 점수가 높다는 건 주체사상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시진핑 버전의 사회주의가 골수까지 찼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니 높은 점수를 가진 사람들에겐 황금방패가 그대로 기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반면 낮은 점수의 사람들에겐 검열을 풀어서 그들이 원하는 진실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하면, 황금방패를 훨씬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것 아니겠는가.
작업이 복잡한 것도 아니었다.
황금방패의 검열 알고리즘의 수식 몇 가지만 바꿔 놓으면 된다. 이후 국가안보부의 황금방패 담당이 이상하다는 걸 언제 발견할지는 운이겠지만, 다짜고짜 셧다운 시키는 것보다는 훨씬 늦을 거라고 장담한다.
방법이 정해지자 유재원은 과감하게 움직였다.
“흠, 쉽네?”
유재원이 실제 작업에 돌입했을 때는 수식을 바꾸는 것과 관리자들에게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모니터링 툴의 변형도 추가했다. 결과적으로 황금방패는 겉으론 제대로 작동했지만, 중국의 공산당 수뇌부가 제일 껄끄러워하는 이들에겐 빗장이 활짝 열린 것과 다름이 없었다.
제일 어려운 복호화 암호 키를 확보한 상태로 작업을 시작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황금방패를 실시간 운영 중인 중국 국가안전부는 유재원이 원격으로 접속해서 핵심 알고리즘을 바꿔 놓는 것을 파악하지도 못했다.
유재원이 이렇게 중국의 인터넷 검열 시스템을 교묘하게 무력화하는 동안에도 북중 국경지대에서의 긴급 상황은 빠르게 진행 중이었다.
-김정남 위원장. 중국은 오판 말라.
-백강철 차수, 반란군 진압 위해 제820 전차군단 동원한다.
신의주 사단장의 쿠데타 진압을 위해서 백강철 차수가 직접 전차를 몰고 북진을 시작한 것이었다.
여기에 남북경제연합 출범에 따라 대한민국군도 전투 준비 태세를 갖췄다. 특히 공군 전투 비행단은 언제든 발진할 수 있도록 대기했다. 해군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직 남북한 사이에 군조직 통합은 시작하지 않았지만, 경제연합임에도 김정남 위원장이 요청한다면 언제든 참전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은 갖춰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참고로 북한군의 경우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편재를 유지하는 것도 벅찬 지경이었다. 오죽하면 군부대 자체적으로 농사를 짓고, 각종 이권에 참여해야만 먹고 살 정도로 취약했었다. 하지만 남북관계 개선 이후에는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
필수 물자 보급은 물론이고, 유류와 탄약 등도 제대로 보급이 되면서 실사격 훈련을 비롯해, 사단이나 군단 단위의 훈련도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영 답이 없는 곳이 공군이었다. 그리고 그런 공군보다 더 못한 게 해군이었다.
그렇기에 지금과 같은 유사시 북한군은 육군에 집중하고, 공군과 해군은 남측이 지원하는 것으로 남북경제연합의 국방 분야 합의문에 명시가 된 것이다.
-센티널 포스 출격하나?
신의주에서 내전이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한국 사람들은 과연 센티널 포스가 출격하느냐에 관심이 많았다.
이번에 센티널 포스가 북한의 영공을 넘어 신의주까지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뉴스가 나오자마자 바로 넥스트닷컴에서 열독률 1위를 찍었다.
국방부에서는 노코멘트였다.
그렇지만 실제로 센티널 포스는 이미 활주로를 벗어나 철원 상공에서 대기 중이었다.
숫자는 모두 12기로, 3개 편대를 이루고 있었다.
새만금 스마트 팩토리가 완공되자마자 뽑아내기 시작한 것은 스타링크 위성과 칼 세이건 우주 망원경이었지만, 비밀스럽게 작업한 물건도 있으니 그게 센티널 포스였다.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되는 스마트 팩토리의 생산 능력은 대단했다.
스타링크와 칼 세이건 우주 망원경을 만들면서, 동시에 센티널 포스도 생산했으니 말이다. 생산 능력도 무시무시했다. 부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만 되면 10일에 1기의 센티널 포스를 뽑아낼 수 있었다.
유재원은 새만금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14기의 센티널 포스를 뽑아냈다. 그리고 지금도 열심히 생산 중이다.
목표는 총 20기였기에, 앞으로도 6기를 더 찍어낼 계획인 것이다.
이때만 해도 우려의 목소리가 조금 있었다. ID 하이테크의 센티널 포스팀의 총책임자인 안톤 쉬바토프 박사만 해도 주문 없이 이렇게 많은 기체를 생산해 보는 건 생전 처음 해 보는 경험이었다.
반면 유재원의 경우 센티널 포스의 능력에 대해 자신하고 있었고, 지금과 같은 유사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본인이 직접 생산비를 대면서까지 밀어붙였다.
덕분에 한국은 최신의 센티널 포스 12기를 즉각 활용할 수 있었다.
물론 맨입으로 된 건 아니었다.
대만이 과감하게 센티널 포스를 도입한 것처럼 한국도 고등 무인 전투기 사업을 시작했다. 동시에 평가단을 운영하면서 센티널 포스를 위탁 받은 상태가 지금 시점이다. 보통은 직접 테스트해 보진 못하고, 데이터를 넘겨받는다든가, 제조사의 테스트 파일럿에게 미션을 주는 식이었지만, 유재원은 아주 과감하게 기체를 넘겼다.
정 대통령은 평가단에서 어지간한 문제가 보고되지 않는 한은 정식 계약을 체결할 작정이었는데, 어제의 양안대전에서 활약한 것을 보고서는 보다 빨리 확정 짓기로 했다. 평가단 역시 마찬가지였다.
탄도 미사일까지 요격하는 화학 레이저포의 가공할 능력에 경악했다. 이것 하나만으로 최우수 평가를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공군의 보수적인 장성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군 장비를 광적으로 사랑하는 한국의 장교들이지만, 센티널 포스는 이들의 단단한 고정관념을 단숨에 박살 냈다.
국민들이야 두말할 것도 없다. 이제 대만 기체가 된 비스트와 데몬이지만, 두 기체가 이룬 기적을 자신의 일처럼 뿌듯해했다.
이처럼 국민적 합의가 즉각 이뤄졌기에, 평가단에서의 최종 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도 센티널 포스의 도입은 확정이 되었다. 다만 도입 가격과 유지비는 대만에 적용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F-22보다 더 비싼 가격이라는 건 변하지 않았기에, 한국은 대략 20기 정도만 도입을 하고 나중을 기약하기로 했다.
덕분에 12기는 사실상 대한민국 공군에 인도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또한, 북한의 사태 변화에 따라 신의주로 출격할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신의주에서 중국인민해방군과 전투가 벌어진다면 가장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게 공군이었으니 말이다.
그중에서도 센티널 포스의 최고 속도는 마하 3이 넘는다. 철원에서 신의주까지는 불과 몇 분 만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한국군의 준비는 이뿐만이 아니다.
해군 제2함대와 원양함대에 전투 준비 태세가 내려졌다.
대한민국 서해와 수도 서울을 방어하기 위한 함대였고, 지금이 그 임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때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인민해방군 북부전구가 신의주로 기동하는 걸 인민해방군 북해 함대가 도울 기미가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동부전구에 속한 동해 함대는 여전히 항구에 머물고 있었지만, 북해 함대의 함선들이 뤼순 군항에서 차례차례 나오고 있는 모습이 스타링크와 글로벌 조인트 스타를 통해 실시간으로 포착되었다.
서해로 넘어온 인민해방군 북해 함대가 포격 지원과 같은 활동을 할 수 있기에, 대한민국 해군 서해 함대에도 비상이 떨어졌다.
-대한민국 증권 시장에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었습니다.
이어진 인공지능 골드의 모니터링 보고였다.
비록 북한에서의 급변 사태가 벌어진 것이지만, 그 여파는 한국에도 직격했다.
어제 양안대전이 벌어졌을 때도 한국의 주식시장은 크게 폭락했다. 대만과 중국의 싸움이 이렇게나 전격적으로 이뤄질 거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제7함대가 공격을 당했고, 심지어 탄도탄 공격까지 시도되었다.
양안대전이 곧 미중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더는 상상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압도적 승리로 한숨을 돌리려는데, 갑자기 북한에서 충돌 가능성이 급격하게 올라간 것이다.
코스피 지수가 –400포인트가 넘는 폭락이 벌어졌다. 퍼센트로 치면 –11.3%의 폭락이었다. 이 정도 폭락이면 상장된 주식들 모두 새파랗게 물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코스피에서 제일 큰 덩치를 자랑하는 종목은 ID일렉트로닉스였는데, 무려 –8.5%의 하락이 이뤄졌다.
ID 일렉트로닉스는 시가총액이 2천조 원이 넘는 초대형 기업이었으니, 오늘 하루에 170조 원의 평가 가치가 허공으로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이렇게 시시각각 신의주에서의 충돌이 초읽기에 들어가는 와중에 반가운 소식도 나왔다.
-주한미군 제2보병사단 전투 준비 태세 완료!
주한미군의 참전이었다.
미국의 입장에서 양안대전은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인 전쟁이었다. 단지 그 영역이 신의주로 확대가 된 것이었다. 더구나 비열한 술수를 사용해서 말이다. 과거 미국은 북한을 국가로도 인정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소수의 미군이 주둔해 있는 우방국이었다.
또한, 북한은 남북연합 출범을 위해 조중동맹조약을 파기했다. 반면 주한미군의 지휘는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다. 즉, 남북경제연합이 남북연합으로 격상하게 되면, 한미동맹은 남북미동맹으로 승계되는 것이었다.
이제는 미국 정가에서 고전의 반열에 오른 라이징 차이나에서 거론된 개마고원 주둔 미군이 더는 꿈이 아닌 것이다.
그렇기에 신의주 사태에 대한 마지막 화룡점정은 백악관에서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 행정 명령 발동.
-적성국 자산 동결 및 몰수.
전격적으로 발효된 행정 명령에 적시된 적성국이란 당연히 중국이었다.
미국에서 시행된 역대 자산 압류 조치는 보통 북한이나 이란, 파키스탄과 같은 소규모 나라에 집중되었다.
그런데 이번엔 중국을 상대로 초강수를 둔 것이었다. 그만큼 미국은 제7함대를 향한 중국의 도발을 좌시할 수 없었다.
중국과 끝장을 보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 자산 동결 및 몰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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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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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부처님 오신날!
부처님이 만들어주신 휴일 잘 보내세요!
목요일 자정에 다시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