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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노트-28화 (28/298)

< -- 홀로서기 헌팅 -- >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세진의 집 뒷마당으로 끌려 왔다 고기가 되어 나갔을까?

세진은 어느 날 문득

'이제는 디버프는 충분히 익혔다.'

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익스퍼트가 되지 못해서 디버프를 공격 용도로 쓸 수는 없지만 몬스터의 능력을 떨어뜨리는 용도라면 충분히 가치가 있을 정도로 익혔다는 자신이 생겼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당연하다는 듯이 사냥에 대한 욕구로 바뀌었다.

안전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세진이지만 확실하게 가능하다고 여기는 일까지 미루고 도망칠 정도는 아니었다. 붉은색 등급의 몬스터를 디버프로 확실하게 약화시킬 수 있다면 충분히 사냥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자꾸 세진을 유혹했다.

그래서 어느 날, 세진은 결국 지금까지 곱게 모셔두고 있던 창과 갑옷을 꺼내서 일랜드에게 맡겼다.

리고 일랜드는 그것들을 말끔하게 수선해서 세진의 방으로 가져다주었다.

한창 보증인 노릇을 하며 에텔론을 벌고 있을 때, 그나마 여유가 생겨서 큰맘 먹고 장만했던 창과 갑옷인데 한 번도 써보지 못하고 먼지만 맞고 있었던 물건이었다.

창은 질 좋은 합금으로 만들어서 꽤나 비싼 물건이고, 갑옷도 라훌 중에서 실력 있는 장인이 만들었다는 가죽 갑옷이었다.

상급 헌터들은 몬스터의 가죽으로 만든 갑옷을 입기도 한다지만 그런 물건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거기다가 외부 행성의 문명이 이곳으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고 있는 시스템 때문에 초기 헌터들에게 지급되었던 방어구나 무기 이외에는 전부 이곳에서 헌터나 라훌족이 직접 만든 것들이라 수준은 고만고만한 것이다.

그래도 그 중에 괜찮은 갑옷이라고 샀던 것이 세진이 가지고 있는 갑옷으로 소를 닮은 동물의 가죽을 얇게 만들어서 몇 겹을 겹쳐 방어력을 높이고 무게는 줄인 것이라 했다.

며칠 노숙을 할 준비를 마친 세진이 갑옷을 챙겨 입고 창을 들고 등에는 배낭 하나는 지고 집을 나서서 북문으로 향했다.

그런 세진을 두 명의 남녀 고용인이 나와서 배웅을 했다 꽤나 인심이 후한 주인이 사냥에서 화를 당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두 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세진이 걸었다.

레트시의 북쪽 방향에는 비스트형 몬스터가 나오는 지역이 많았다.

그 몬스터들은 무리를 짓는 종류도 있지만 홀로 다니는 것들도 많았는데 세진은 그 중에 하나를 대상으로 정하고 나선 길이었다.

이전에 사냥했던 닭머리 몬스터인 아도보가 있는 쪽으로 가려던 생각도 있었지만, 세진은 그곳에서 제이앤 일행을 만날 가능성을 생각해서 다른 사냥터를 알아 봤던 것이다.

세진은 그들과 다시 얽히는 것을 본능적으로 피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세진이 목표로 하는 사냥감은 하이에나처럼 생긴 몬스터였다.

등에 점박이 무늬가 있고, 짧은 갈색의 갈기를 가지고 있으며 꼬리는 뻣뻣한 싸리비를 연상시키는 꼴을 하고 있는 녀석으로 이곳에서 부르는 이름은 우커우덴이다.

사실 몬스터의 이름에 무슨 뜻이냐고 묻는 것은 어리석다.

이곳에 왔던 헌터들이 몬스터의 이름을 붙였는데 그들은 서로 다른 수 천 곳의 행성에서 온 사람들이다. 그런 행성의 말로 각자가 알아서 붙인 몬스터 이름의 뜻을 어떻게 알겠는가.

그래서 우커우덴은 마른나무꼬리 몬스터라고 부르는 경우도 흔하다.

그것이 우커우덴의 특징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생긴 것은 개인지 늑대인지 하이에나인지 모르겠지만 그 뻣뻣하고 거친 꼬리만은 너무 확실해서 마른나무꼬리 몬스터라면 우커우덴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알아들을 수 있다고 했다.

세진도 툴틱을 통해서 그것의 모습과 특징 등을 숙지해 놓았다.

사실 우커우덴은 무리를 짓지 않으면 그렇게 어려운 사냥감이 아니다. 조금 튼튼한 몸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빼면, 이빨과 발톱이 공격 수단의 전부인 하찮은 사냥감인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우커우덴은 무리를 짓지 않고 돌아다닌다고 했다. 물론 무리가 있는 영역도 있는데 그곳에만 들어가지 않으면 우커우덴 무리를 만날 일은 없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세진이 향하는 곳에는 무리에서 쫓겨난 우커우덴이 돌아다니는 외곽 지역이라고 보면 될 일이다.

그런데 보통 헌터들이 우커우덴을 잘 잡지 않는데, 그것은 녀석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란다.

레트시 근처에서 놈이 나오는 곳은 북쪽 황무지 쪽인데 워낙 넓은 곳에 흩어져 있어서 찾아다니며 사냥하는 것이 귀찮고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만만한 녀석이지만 사냥 효율이 좋지 않아서 잡지 않는 사냥감인데, 세진처럼 연습을 하기에는 적당한 녀석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스킬 연습을 하려면 우커우덴을 찾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레트시 헌터들의 추천도 있을 정도였다.

세진은 반나절을 걸어와서 사냥터에 도착했다.

도시 주변의 지도는 툴틱에 정확하게 나와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도 없었고, 다른 몬스터의 영역으로 발을 잘못 디딜 걱정도 없었다.

지도만 읽을 수 있으면 말이다.

일단 사냥터에 도착한 세진은 근처에 다른 헌터나 라훌헌터가 있는지 살폈다.

누가 되었건 사냥을 하고 있는 곳에 다가가는 것은 서로에게 좋지 않다.

사냥터에선 서로 돕는 일이 별로 없다. 해를 끼치지 않지만 서로 돕는 경우는 헌터들끼리나 간혹 있는 일이고, 라훌끼리나 간혹 가뭄에 콩 나듯이 있을 법한 일이다.

헌터와 라훌헌터는 서로 밖에서 만나면 적대적으로 대립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만나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일인 것이다.

다행스럽게 세진의 눈에 다른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메마른 땅에 높고 낮은 구릉들이 이어지고, 바람을 따라서 흙먼지가 날린다.

땅에 문제가 있는지 이곳에선 식물이 잘 자라지 않는데 그것은 에테르 기반 식물이나 일반 식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세진도 툴틱에서 왜 그런지 찾아 봤지만 뚜렷한 이유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여기선 최대한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고 했지? 구릉이 있을 때에는 특히 그 너머에 뭐가 있을지 모르니까 조심해야 하고.'

세진은 툴틱에서 알아온 행동 요령을 떠올리며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아주 가끔이지만 떠돌이 우커우덴이 한 장소로 두 마리 이상이 몰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언제나 주변을 살펴서 우커우덴을 먼저 발견하는 것이 이 황무지에서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사냥을 할 때에는 언제나 언덕이나 구릉 위에서 하면서 사방을 두루 살펴야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런 내용들은 거의가 혼자서 사냥을 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서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황무지에서 짝을 지어서 사냥하는 것이 그만큼 비효율적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다들 혼자서 사냥을 한다는 말이니까.

세진은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쉴 때는 언제나 언덕 위에서 쉬었고, 시야를 가리는 구릉이나 언덕이 가까이 있는 경우에는 최대한 빠르게 달려서 그 구릉과 언덕 위로 달렸다.

그래야 시야에 보이지 않았던 곳에서 나타나는 우커우덴을 먼저 발견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에테르가 가득한 행성은 어둡다.

대낮에도 두꺼운 구름 때문에 환하게 태양이 나오는 날이 없다. 거기다가 황무지에는 먼지바람도 자주 분다.

당연히 시야 거리가 좁을 수밖에 없다.

세진은 우커우덴을 찾아 움직이면서도 이곳 황무지가 어째서 헌터들의 외면을 받는지 확실히 알았다.

한 시간이 넘도록 돌아다녀서야 겨우 우커우덴 한 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행이 녀석은 아직 세진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주변에 다른 헌터들도 보이지 않으니 세진이 사냥을 한다고 해도 문제가 될 것도 없었다.

세진은 언덕에 살짝 몸을 숨긴 상태로 우커우덴을 관찰했다.

녀석은 느린 속도로 구릉지 사이의 낮은 지대를 따라 걸어오고 있었다.

세진은 우커우덴이 자신의 디버프 가능 거리까지 다가오자 하단전에서 에테르를 끌어내어서 우커우덴이 있는 곳에 흩뿌렸다.

그것이 성공하자 곧바로 자신의 기운이 깃든 에테르를 이용해서 주변 대기에 섞여 있은 에테르를 끌어 모아 디버프 기반의 에테르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 디버프 기반의 에테르란 아주 간단히 이야기하면 그저 아무런 느낌도 나지 않는 에테르란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그 에테르가 우커우덴의 몸 안으로 스며들어도 우커우덴은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세진이 장악하고 있는 디버프 기반 에테르의 성질을 바꾸어야 한다.

즉 우커우덴의 생체에테르와 반발하는 성질의 에테르로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사실 그것은 별로 어려운 것이 아니다.

몬스터건 헌터건 몸 안에 품고 있는 에테르는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번 걸러서 순화시킨 에테르란 의미가 된다. 그런데 일반 에테르는 몬스터가 가공을 하거나 혹은 에테르 기관에서 가공을 하거나 라훌족처럼 몸 안에 가두어서 안정을 시키거나 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 난폭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지금 그 난폭한 성질의 에테르가 세진의 디버프 기반 에테르로 위장하고 우커우덴의 몸 안에도 잔뜩 스며들어 있는 상태다.

이 상태에서 디버프의 위장을 풀게 되면?

카우우우, 카울 카울, 카카캉.

우커우덴이 몸의 이상을 느끼고 포효를 터트리며 꼬리 물기 장난을 치는 동물처럼 한 자리에서 빙빙 맴을 돈다.

아직 세진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에게 일어나는 이상의 원인을 우커우덴은 알지 못하는 상태다.

세진은 계속해서 우커우덴 근처의 에테르를 디버프 기반 에테르로 만들어서 우커우덴의 몸 안에 넣고 우커우덴의 생체 에테르와 격돌하게 만들었다.

사실 원래는 디버프를 걸어 놓은 상태에서 창으로 공격해서 잡아야 하는 것인데, 세진은 일단 디버프의 위력을 시험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디버프를 걸고 있었던 것이다.

카우웅. 카우.

그런데 네 번 정도 디버프를 걸었을 때 우커우덴이 몸을 떨면서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세진은 그것을 보고서야 언덕 위에서 몸을 일으켜서 창을 들고 우커우덴에게 다가갔다.

우커우덴은 세진이 나타나자 다시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났지만 세진에게 달려들지는 못했다.

몬스터가 인류에게 얼마나 공격적인지 잘 알고 있는 세진은 우커우덴이 몸을 가누기도 어려울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첫 사냥은 너무도 쉽게 끝이 났다.

그다지 많은 에테르를 주입한 것도 아닌데 세진의 창이 우커우덴의 정수리를 파고들어가 놈의 명줄을 끊어 버렸던 것이다.

"디버프, 정말 좋은데? 여기다가 공격 수단만 갖추면 정말 좋을 텐데 말이지. 정신능력을 사용하는 공격법은 어렵기만 하고 칼질보다 효과가 없다니 별로 내키지 않는단 말이지."

세진은 죽은 우커우덴의 사체를 창으로 찔러서 승화를 막은 후에 재빨리 그것을 들고 배낭이 있는 언덕 위로 향했다.

언제 어디서 몬스터가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이니 매사 조심을 해야 할 일이다.

언덕에 올라온 세진은 조심스럽게 우커우덴의 사체를 살피기 시작했다.

우커우덴의 몬스터 패턴은 배 부분에 커다랗게 있었지만 워낙 등급이 낮은 몬스터여서 패턴이 무척 단순했다. 이 패턴에 대해서는 에테르 몬스터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연구를 하면서 조금씩 비밀을 밝혀내고 있는 모양이지만 외부로 알려지진 않고 있었다.

사실 에테르 몬스터에 대해선 많은 비밀이 있겠지만 그것은 여전히 비밀로 남아 있었다. 밝혀진 것이거나 아니거나 간에.

그러니 세진이 패턴을 봐야 별 소용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세진이 패턴을 살핀 것은 패턴에 숨은 의미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패턴의 중심을 찾기 위해서다.

세진이 지하창고 석판에서 얻은 디버프 변형 기술에는 디버프로 몬스터를 공격해서 죽이거나 혹은 큰 상처를 입히는 수단이 있었다.

그것은 지금 세진이 사용하는 디버프 실행 방법에서 몬스터의 몸 안에 들어간 에테르를 세진의 의지로 움직여서 뭉친 다음 폭발을 시키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 폭발은 몬스터의 패턴 중심에서 일으키는 것이 가장 빠르게 몬스터를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되어 있었다.

그러니 언제든 기회가 되면 몬스터의 패턴을 직접 살펴서 몬스터 패턴의 중심을 찾을 수 있는 눈썰미를 키우라고 권하고 있었다.

지금 세진은 그 말에 따라서 몬스터 패턴을 살피고 그 중심점을 찾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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