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55화 (55/298)

< -- 벗(友), 일본 도쿄를 강타하다 -- >

= 오늘 이곳 도쿄의 하루는 경악과 공포로 점철된 시간이었습니다. 오전 11경 처음으로 시작된 테러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도쿄의 동쪽에서 시작해서 서쪽으로 관통하고 지나가며 가이사키 식당을 중심으로 이어졌습니다.

= 시민들은 곳곳에서 터지는 폭발음과 뉴스와 인터넷으로 생생하게 전해지는 무자비한 폭력 앞에서 두려움에 떨며 자신들이 있는 곳에서 그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가슴 졸이며 보냈습니다.

= 지금 이곳은 오노 가이사키 사장의 사무실이 있는 우에노 거리의 한 빌딩 앞입니다.

지금 오노 가이사키 사장은 사무실에서 이번 사태에 대하여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 직원들과 회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만간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합니다.

= 이번 도쿄 테러로 인해서 사람들은 가을을 느끼지도 못하고 겨울이 된 것처럼 마음이 얼어붙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이번 테러로 인한 사망자의 수는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연속된 테러가 가이사키 식

당을 중심으로 일어난다는 것이 알려진 이후 경시청에서 신속하게 식당을 폐쇄하고 사람들을 내보낸 것도 인명 피해가 적었던 이유고, 그 전에 일어났던 테러에서도 작은 불길이 먼저 치솟은 후에 커다란 폭발이 일어나 사람들이 대피할 시간이 있었다는 것도 이유의 하나입니다. 일각에선 테러리스트가 의도적으로 사람들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 그렇게 했을 거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것이 참이건 거짓이건 그 테러리스트가 극악한 범죄자임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 조금 전에 도쿄의 한 컴퓨터 매장에서 발송된 메일이 각 언론사에 도착했습니다. 그 내용에 따르면 이번 테러의 배후에는 벗(友)이란 조직이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내각 조사실의 극악하고 반인륜적인 행위에 있다고 주장하며 가이사키씨가 내각 조사실에 타격팀의 지원을 맡은 요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정부 관계자는 내각 조사실에는 정해진 인원 이외에는 소속된 사람이 없다고 단호하게 잘라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벗이라 주장한 이 조직에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테러가 일어날 것이며 이번 식당 테러는 단지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경시청에서는 메일이 발송된 상점을 중심으로 다각도로 탐문과 검색을 벌이며 용의자 색출에 힘을 쏟고 있다고합... 세진은 온통 시끄럽게 떠드는 전자 부품들이 널려 있는 우에노 거리를 걷고 있었다.

세진은 게슈너 박의 모습이 아니라 검은 빛이 강한 피부의 청년 모습을하고 있었다. 어리가 만들어낸 얼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어리는 여러 영화에서 보고 배운 데로 사람의 얼굴 피부와 꼭 같은 마스크를 만들어 냈다.

애초에 정교함으로 보나 뭐로 보나 어리의 마스크를 얼굴에 쓴 상태에서 그것의 이상을 알아보긴 어렵다. 더구나 워낙 얇아서 얼굴을 긁으면 상처가 나고 피가 나올 정도로 얇다. 그 덕분에 얼굴 윤곽을 완전히 감추진 못하지만 그것도 부분부분 두꺼운 곳을 만들어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어리는 큰소리를 쳤다.

세진의 모습은 우에노 거리를 오고가는 행인들과 별다를 것이 없었다.

그 때문인지 세진을 검문하려는 시도도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싶은 세진은 가까이 다가오는 경찰들은 가볍게 관절통증을 만들거나 편두통을 만들어서 세진이 지나갈 여유를 만들기도 했다.

디버프 기반 에테르를 이용하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세진이 우에노 거리를 걸어서 도착한 곳은 오노 가이사키의 사무실이 있는 빌딩 앞이었다.

그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려와 있었다.

한쪽에서는 테러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항의를 하는 무리가 있고, 다른 쪽에선 기자회견을 기다리는 기자들이 모여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모두가 경찰이 친 차단선 밖에 모여서 빌딩 쪽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세진은 적당한 곳에 서서 빌딩을 노려봤다.

그리고 에테르 붐을 실행시켰다.

에테르 붐은 원하는 위치에 에테르를 모은 후에 그 속성을 변화시켜서 속성 폭발을 만들어 내는 정신 능력이다.

에테르 랜스처럼 일정 쾌도를 날아가는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서 아무 징조도 없이 폭발이 일어나는 것이어서 애초에 그걸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다만 에테르 붐은 그것을 실행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해서 그 범위 밖으로 대상이 벗어나버리면 아무 효과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또 에테르의 소비도 큰 능력이란 단점이 있었다.

세진의 정신 능력은 현재 60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에테르 붐을 터트릴 수 있을 정도가 되어 있었다.

콰과과광! 콰과광! 콰과광!

엄청난 굉음과 함께 빌딩의 출입구인 유리문들이 일제히 박살이 났다. 한쪽에서 반대쪽으로 이어지며 계속해서 폭발과 함께 유리가 박살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꺄아아악!"

"피해랏!"

"폭탄이 터졌다. 여기도 테러가 일어났어!"

"도망가! 폭탄이 어디에 있을지 몰라!"

"어이, 뭐하나 어서 피해!"

순식간에 빌딩 입구에 몰려 있던 사람들이 소나기 맞은 개미떼 마냥 흩어진다.

하지만 빌딩 1층에선 여전히 폭발이 이어지고 있다.

"뭐하나? 어서 대피령을 내려. 저러다가 빌딩이 무너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대참사가 일어나!"

경찰 간부인 듯 보이는 사내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핸드마이크를 들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빌딩이 무너질 수도 있으니 대피하라는 소리에 더욱 큰 혼란이 생기고, 곁에 있는 다른 빌딩에서도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세진은 그런 중에도 오노 가이사키가 나오는지 살피면서 에테르 붐을 멈추지 않는다.

사실 처음 몇 번을 빼고는 그리 많은 에테르를 쓰고 있지 않았다.

그저 소리만 요란하고 유리 같은 것들만 박살이 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만약 오노 가이사키가 나오지 않으면 세진은 빌딩을 받치는 기둥들을 날려버릴 생각도 하고 있었다.

"오노 가이사키씨다!"

그 때, 직업 정신이 투철한 기자가 있었던지 한 사람이 소리를 지르며 사진기를 들고 달려가는 모습이 세진의 눈에 보였다.

세진도 주변을 살펴서 기자들이 도망가며 떨어뜨린 마이크 하나를 주워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어이, 위험... 젠장 죽어도 나는 모른다. 하여간 기자들이란..."

세진을 막으려던 경찰이 마이크를 보고 인상을 쓰며 다른 곳으로 간다.

그 사이에 세진은 빌딩 밖으로 나와서 부하 직원들과 함께 몸을 피하고 있는 오노 가이사키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미 가이사키에게 붙은 기자가 그렇게 물었지만 오노 가이사키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묵묵하게 부하직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렇게 빌딩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이르자 오노의 자가용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노 가이사키는 빠르게 차에 오르려 했지만 그의 팔을 세진이 잡았다.

경호원들이 있었음에도 세진의 움직임을 막지 못했다.

"뭐냐? 기자면 다냐? 누굴 잡는 거야?"

오노 가이사키가 고함을 질렀다.

"윽!"

"커억."

"악!"

그런데 그 순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러자 오노 가이사키가 깜짝 놀라서 자동차에 오르고 세진이 따라서 그를 밀치고 몸을 차에 구겨 넣었다.

"가, 가. 어서 가!"

오노 가이사키가 소리를 질렀다.

갑자기 부하들이 모두 비명과 함께 쓰러지고 그런 부하들이 코와 귀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본 사이사키는 두려움에 정신이 없었다. 그 때문에 세진이 차에 올라탔어도 두려움 때문에 그런 거라고 지레짐작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차가 얼마간 달려서 빌딩에서 멀어지자 오노 가이사키는 세진을 보며 인상을 썼다.

"어이, 차 세워."

오노가 소리를 지르자 기사가 차를 세웠다.

오노는 왼쪽 문을 열고 세진에게 내리라고 소리를 질렀다.

"내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올라타? 내려!"

하지만 세진은 열린 문을 닫으면서 오노의 목을 움켜쥐었다.

"컥, 커억."

"무, 무슨 짓을! 윽!"

오노는 숨통이 막혀 괴로워하고 운전기사가 오노가 당하는 모습을 보고 움직이려다가 뒷목을 잡고 쓰러진다.

운전기사가 쓰러지며 경적이 울리기 시작하자 세진이 그의 몸을 뒤로 당겨 의자에 기대게 만든다.

"어, 어, 어."

오노 가이사키는 그 모습에 상황을 지켜보며 짐작했는지 두려운 눈빛으로 세진을 바라본다.

"왜? 이제 뭐가 뭔지 알겠어? 똥인지 된장인지?"

"너, 조센징?"

세진의 말이 한국어임을 알아들은 오노 가이사키가 일본어로 물었다.

"내가 알기로 말이야. 넌 우리말을 할 줄 알아.

그렇게 들었거든. 곤도가 그랬어. 그러니까 쪽바리 소리 하지 말고 우리말로 해.

알간?"

세진은 오노 가이사키의 목을 잡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줬다.

오노 가이사키의 차는 고급 차량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밖에서 안을 볼 수 없게 짙은 색의 유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지금 차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밖에서는 보려고 해도 볼 수가 없다.

"커어억. 컥. 컥."

오노 가이사키는 목이 졸리는 괴로움에 몸을 버둥거렸다. 하지만 세진은 에테르로 강화된 몸을 지니고 있어서 일반인이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곧 숨이 넘어갈 것 같이 얼굴이 검게 죽어가는 것을 보던 세진이 오노 가이사키의 숨통을 조금 풀어 줬다.

"커허허허헉.

커허허허."

"잘 생각해서 대답을 해야 할 것이다. 만약 대답이 마땅치 않으면 네게 어떤 보상을 하게 될지는 나도 모르니까 말이지."

"아, 알겠스므니다."

"좋아. 좋아. 그렇게 해야지. 머리가 나쁘진 않아. 어쩌면 무사히 벗어날 수도 있겠어. 그래. 자 그럼 이제부터 내가 묻고 니가 대답을 하는 거야.

알겠지?"

"알겠스므니다."

"난, 내 친구를 납치하라고 한 놈들이 누군지 알고 싶어. 누구야?"

"치, 친구 누구노를 말씀이노 하시는 거신지 모르겠스므니다."

우두두두둑. 우둑.

"끄업!"

손가락 두 개의 뼈가 세진의 엄지와 검지 사이에서 뭉개지고 꺾어지는 것과 동시에 비명을 지르려던 오노 가이사키는 세진의 다른 손에 입이 막혀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눈동자가 빠질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조용. 조용. 조용히해. 나는 누가 소리를 지르면 신경쇠약에 걸릴 것 같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너는 아까 들었던 칭찬을 잊은 거구나? 똑똑해야 한다니까? 생각을 하지 않고 반응을하면 이런 불상사가 생겨 알겠어?"

세진은 오노 가이사키를 달래듯이 낮은 목소리로 그의 귀에 속삭였다.

오노 가이사키는 고통 속에서 생각했다.

'친구를 납치? 누굴 납치한다는 거? 아, 반도인, 이 놈이 반도인이니까 친구도... 그럼 얼마 전에 문제가 되었던 바로 그 사건? 그 조센징이 이 놈의 친구?'

"그래.

머리가 좋으면 이래서 편해. 이제 생각이 났어?"

세진의 물음에 오노 가시사키는 고개를 맹렬하게 끄덕였다.

"좋아. 그럼 이제 말을 해 봐."

세진이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떼었다.

가이사키의 얼굴에는 세진의 손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저것도 증거가 되겠어. 역시 조심해야 해. 뭐 어차피 태워버릴 생각이니까 상관없는 흔적이겠지.'

세진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오노 가이사키가 떠드는 소리를 주의 깊게 들었다.

선정의 죽음과 관계된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머리에 새겨 넣었다.

그렇게 오노 가이사키는 자신의 자동차 안에서 세진에 손에 수도 없이 뼈가 부러지고 바스러지는 경험을 하면서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낸 이후에 자동차와 함께 활활 타올랐다.

그리고 차를 몰던 기사는 불타는 자동차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기절한 상태로 발견이 되었는데 그의 손에는 모형 기둥 같은것이 발견이 되었고, 그것이 타지마할 궁전의 네 귀퉁이를 장식하는 탑 중에 하나임이 오래지 않아서 밝혀졌다.

============================ 작품 후기 ============================두 편...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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