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이 열렸다. 문이 열렸다! -- >
'이제 어떻게 될까?'
세진은 7월 햇살을 차양 그림자로 막은 곳에서 비취의자에 앉아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5층 건물의 옥상을 활용하지 않고 버려뒀다가 어느 날, 옥상에 올라온 후로 세진은 옥상에 쉼터를 만들었다.
몇 가지 채소와 과일나무까지 심고 계단식 수경 농장도 소형으로 만들어 놓았다.
전부 재미삼아 만들어 놓은 것들이지만 제일 만만한 토마토는 벌써 빨갛게 익어서 도일이 아침저녁으로 드나들며 따먹고 있고, 가지며, 오이, 고추, 들깨도 그런대로 잘 자라고 있었다.
만들기는 세진이 만들었지만 관리를 하는 것은 도일인 셈이다.
세진은 주로 쉼터로 이용하는 일이 많은데, 오늘 옥상에 올라온 세진은 평소와 달리 고민이 깊었다.
왜냐하면 일본의 문제가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고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에서 시작된 괴담이 점차 영역을 넓혀서 일본을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이 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즉, 다시 말해서 도쿄 이외의 지역에서도 에테르 몬스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세진은 그것이 도쿄에서 그가 일으킨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리도 그 때 세진이 사용한 에테르 때문에 근처에서 갓파들이 나타난것이 아니냔 이야기를 했었는데 세진도 그 말이 맞을 거라고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몬스터 사태에 대해서 일종의 책임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갓파의 출현이 무슨 이유인지,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 몬스터가 나타난 이유가 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일이고 밝혀진 내용은 아무것도 없었다.
똑!
까똑! [ 세진씨 엄청난 기사가 떴습니다. 이번 괴물 사태의 원인이 구슬 때문이랍니다.
그 갓파 몸에서 나온 구슬 있잖습니까? 몬스터 볼이라고 부르던 그거 말입니다. 그게 있는 곳에서만 괴물들이 나오고 있답니다.]
"에테르 코어?"
세진은 도일의 문자를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도일은 1층에서 문자를 보내면서도 마치 세진의 말을 알아들은 듯이 연이어 문자를 보냈다.
까똑! 까똑! [사람들이 그 구슬을 서머닝 볼이라고 부르기로 했답니다.
괴물을 불러내는 구슬이라고 해서 말입니다.]
"그게 그렇게 불릴 물건이 아닌데? 그나저나 몬스터들이 에테르 코어에 반응해서 나타나는 것은 좀 이상하고, 역시 코어의 에테르 때문에 몬스터들이 있는 결계가 열리는 건가?"
세진은 몬스터 출현이 세계적인 추세가 되는 이유가 에테르 코어란 사실을 알자 조금은 자포자기한 마음이 되었다. 갓파에서 시작된 몬스터 출현이 이젠 막을 수도 없는 일이 될 것 같았다.
이미 세계적으로 등장하는 몬스터들이 하루에도 수 백 마리가 잡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몬스터들은 평균 서른 마리에 하나씩 코어를 내놓고 있었다.
몬스터는 주로 군과 경찰이 나서서 잡고 있지만, 돈에 눈이 먼 총잡이들이 일부 국가에서 사냥에 나서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서머닝 볼이란 이름이 붙기 전까지는 몬스터 볼이라고 해서 어떤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면서 연구 재료로 꽤나 비싼 가격에 팔렸기 때문에 몬스터를 사냥하려는 이들이 생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게 서머닝 볼이란 이름을 지니게 되었으니 어떤 결과가 생길까?
세진은 그것이 궁금했다.
그런데 의외로 서머닝 볼의 가격이 더 상승했다.
특히 부호들을 상대로 사냥터를 운영하는 남아프리카의 농장주들이 서머닝 볼에 열광했다.
그것이 있으면 정말 짜릿한 사냥터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외에도 여러 사람들이 괴물을 불려낼 수 있다는 것에 환호하며 구슬을 구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 열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서른 마리에 한 개 꼴로 주는 구슬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별로 가치가 없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쓸 곳이 많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수요에 비해서 공급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그것은 또 금방 뒤집어졌다.
그 작은 구슬이 엄청난 에너지를 품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그것은 인도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라빈드라는 인도의 수도 헤아릴 수 없는 수행자들 중에 한 사람이었다.
그는 나름대로 이름 있는 수행자고 추종자도 있었지만 그래봐야 인도 전체를 놓고 보면 미비하기 짝이 없는 수행자에 불과했다.
그런 그에게 누군가 선물로 준 것이 서머닝 볼, 몬스터 볼이었다. 그것을 선물로 가지고 온 이는 라빈드라의 열렬한 추종자 중에 하나였고, 그것이 영물의 배에서 나온 것이니 수행에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다.
세상과 소통하지 않고 오직 수행으로만 삶을 이어가던 라빈드라는 새끼손톱 굵기의 그 구슬이 정말로 영물의 것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그것에서 어떤 것이건 에너지를 느끼려 애썼다.
인도 고유의 수행법인 차크라를 통해서 손에 들고 있는 구슬이 정말로 어떤 에너지를 품고 있는지 알고자 했고, 다행스럽게도 라빈드라는 구슬에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힘이 구슬에서 느껴진 것이다. 그리고 라빈드라가 원래 가지고 있던 기운과 부딪히며 충돌했다. 서로 어울리지 못한 것이다.
라빈드라는 그것을 자신이 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았고, 정말 몇 십 년 만에 스승을 만나기 위해서 자신이 수행하던 바위에서 내려와 추종자들의 어깨에 들려서 길을 나섰다.
라빈드라의 스승은 높은 산에 있었고, 그는 오랜 시간이 걸려서 스승의 앞에 도착했다.
스승은 제자가 내민 구슬에서 역시 이질적인 기운을 느꼈고, 그의 추종자에게 인도의 명망 있는 수행자들을 모이도록 연락을 취하게 했다.12년에 한 번씩수행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축제인 쿰브멜라(Kumbh Mela)는 겨우 몇 년 전에 지났으니 그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스승은 큰 스승들을 개인적으로 초대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다시 손님들이 도착할 때까지 스승은 제자 라빈드라가 가지고 온 구슬을 손에 쥐고 명상에 빠졌다. 그리고 그것이 아후리만(Ahuriman)의 기운에 속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렸다.
악신의 기운이며 세상을 파괴할 기운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큰 스승들이 도착했을 때, 그 구슬에 대한 봉인을 건의했다. 하지만 큰 스승들 중에는 세상의 흐름에 눈뜨고 있는 이들이 있어서, 그 구슬이 세상에 널리 퍼져 있으며 그 작은 티끌 하나의 봉인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지속적으로 구슬의 기운을 제압하고 소멸시켜야 한다는 데에 의견의 일치를 보고 지혜를 모아서 구슬의 기운을 소멸시킬 대책을 세우고자 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일곱 큰 스승의 죽음과 다른 스승들의 부상으로 나타났다.
라빈드라는 자신의 스승이 다른 큰 스승들과 함께 알라의 곁으로 갔음을 알았고, 그것이 자신이 가지고 왔던 구슬 때문이란 사실도 알았다.
그리고 그 구슬이 수행자들에게 매우 위험할 수 있음을 세상에 널리 알릴 의무를 지게 되었다.
에테르 코어는 안정적이지만 그 안정을 깨게 되면 에테르가 무섭게 퍼져 나간다. 하지만 그것은 물리적인 힘은 거의 없다. 다만 에테르란 에너지가 널리 퍼지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일정 경지에 오른 수행자들은 그 몸에 세상의 기운을 농축시켜서 품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 기운은 에테르와 격렬하게 충돌한다.
라빈드라가 에테르 코어를 실험하며 경험했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한 충돌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가까이 있던 큰 스승 일곱이 죽었고, 다른 스승들이 부상을 당했다.
물론 부상을 입지 않은 스승들 중에는 에테르의 기운에 훌륭하게 저항한 이도 있고, 함량 미달의 기운을 지니고 있어서 충돌을 겪지 않은 이도 있었다.
하지만 수행자들은 몸에 지닌 기운의 양으로 서로를 평가하는 잣대를 지니지 않았다.
때문에 누가 위에 있고 누가 아래에 있지 않아서 이번 일로 우열이 나뉘었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이 일로 몬스터 볼, 혹은 서머닝 볼이 특유의 에너지를 지니고 있음이 밝혀지고, 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게 되었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어떤 충격으로건 볼이 폭발을 하게 되면 근처에 있는 모든 전기 제품이 기능을 상실할 정도로 부서진다는 것이었다. 구슬이 지닌 에너지는 전기나 전자에 대해서는 천적과 같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그래서 세계는 확실한 EMP무기를 가지게 되었다.
원하기만 한다면 서머닝 볼을 이용해서 도시 일부를 마비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사실은 인터넷의 도움으로 빠르게 세계로 전파되었다.
세진은 점차 심각해지는 에테르 코어의 문제를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세진은 한동안 갓파의 등장이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에 고민을 했지만, 어차피 에테르 기반 생명체는 어느 시점이 되면 세상에 드러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고려하면, 더 쌓이기 전에 터트려서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오히려 갓파를 등장시킨 자신의 행위가 잘 한 일일 수도 있다고 여겼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세계의 병이 깊어지기 전에 면역 체계를 갖출 수 있게 해 준 일이라고 자평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인도에서 일어난 사태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가졌다.
아무 도구도 없이 그저 수행자들이 모여서 무슨 짓을 했는지 에테르 코어를 폭발시킨 것이다.
물론 그 이후로 에테르 코어에 일정 이상의 전기를 주입하면 폭발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지긴 했지만, 그거와는 별개로 수행자들이 차크라의 힘을 이용해서 에테르 코어에 영향을 줬다는 것에 관심이 간 것이다.
'그렇다는 말은 정말로 차크라를 통한 수행이란 것이 의미가 있는 행위라는 말이고, 그럼 거기서 파생되어 세계로 퍼져나간 많은 수행법들이나 불교, 도교에서 이어진 수련법들도 가치가 있는 것이 있다는 말이잖아.'
세진은 에테르 코어의 등장이 그러한 고대 수련법들의 가치를 다시 재평가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세진의 생각대로 인도 사태가 알려진 이후에 세계 곳곳에서 서머닝 볼을 이용해서 수련을 점검하거나 혹은 수련에 이용하려는 시도들이 생기고 있었다.
물론 그 덕분에 세계 방방곡곡으로 에테르 코어가 퍼져 나갔고, 곳곳에서 몬스터들의 등장을 가속화시켰다.
그리고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세진은 어떻게든 한국으로 들어오는 에테르 코어를 막고 싶었지만 결국 에테르 코어의 한국 수입을 막을 수가 없었다. 특히 무기로서 엄청난 가치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다른 나라들은 모두 보유하는 것을 우리나라만 손 놓고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군부의 요구가 가장 강했다.
그것이 들어와서 몬스터가 나타난다고 해도 군대에서 책임지고 방어하겠다는 호언장담에 서머닝 볼이 수입되어 국방연구소로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대전광역시 인근의 금병산은 몬스터 세상이 되고 말았다.
가까운 곳에 있던 국방과학연구소가 가지고 있던 에테르 코어의 영향으로 금병산에서 몬스터들이 등장하고 금천리를 비롯한 주변 마을들이 피난을 가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당연히 그런 사태를 만들어낸 국방부는 엄청난 질타를 받았고, 금병산 일대를 포위하고 기약도 없는 대 몬스터 작전에 들어가게 되었다.
세진은 금병산에 몬스터가 나타났다고 했을 때, 가슴이 내려앉을 정도로 놀랐다.
"으아앗, 설마 이무기 같은 것이 나타난 것은 아니겠지?"
= 이무기. 이무기.
까똑! 까똑! [이무기라니 그건 무슨 말씀입니까? 금병산에 이무기가 살고 있습니까?]세지의 갑작스러운 비명에 어리 앵무와 도일리 동시에 반응을 보였다.
어리 앵무는 도일 때문에 앵무새 흉내를 내느라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한다.
"거기 금병산에 이무기가 산다는 전설이 있어. 용바위란 곳이 있는데 세 마리의 이무기, 그러니까 흑색, 청색, 흑청색의 이무기가 살았다지.
그런데 흑색과 청색은 만나기만 하면 싸우고 흑청색은 중간에서 말리느라 제대로 수련을 못했다나? 나중에 천룡이 나타나서 그 꼴을 보고는 셋을 모두 바다 해룡의 종으로 보내서 천년 동안 종노릇을 하라고 했고, 그 후에 금병산 용바위에 세 이무기가 살던 동굴에는 다른 흑색, 청색, 흑청색 이무기들이 들어와서 수련을 하는데 매번 100년마다 승천을 하게 되었다고 하지. 도일씨가 준 책에 있던 내용이야. 몰랐어?"
까똑! 까똑! [그런 알고 있지만 전설일 뿐이잖습니까?]
"난 말이야. 그런 전설들이 생긴 이유가 바로 몬스터들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것들이 간혹 사람들 눈에 보여서 그런 전설이 생겼다고 말이야."
까똑! 까똑! [하지만 이번에 나타난 몬스터는 비스트형입니다. 동물이요. 그것도 노루를 닮았다고 하더군요. 아, 금병산에 노루 고개가 있는데 거기에 은혜 갚은 노루 전설이 있습니다.
뭐 다른 곳에 있는 이야기와 비슷한데 다친 노루를 돌봐줬더니 이후에 은혜를 갚았다는 그런 내용입니다. 워낙 간단하게 나와 있어서 자세한 내용은 없더군요. 어쨌거나 세진님 말씀대로 노루에 대한 전설이 있긴 하군요. 그럼 그 말씀이 맞다는 거고 말입니다.
한 번 알아봐야겠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나타나는 몬스터들도 그 지역의 전설이나 전래 동화, 민담과 관련이 있는지 말입니다.]
"그래. 그래. 그건 알아서 하고, 그나저나 위에 연락해서 그 몬스터 볼인가하는 거 다른 지역으로 퍼지지 않게 조치를 취해야 할 거야. 안 그러면 이 좁은 땅덩어리 곳곳이 몬스터 영역으로 뒤덮일지도 몰라.
= 몬스터 몬스터. 먹는 거 아냐. 에비.
까똑! 까똑! [일단 몬스터 볼이 퍼지더라도 될 수 있으면 위험한 전설이 있는 곳으론 가지고 가지 말라고 하겠습니다. 얼마나 통할지 모르지만 말입니다.]세진은 에테르 코어에도 등급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후에 더 위험한 몬스터들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것도 이야길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말을 해도 믿을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함구하고 있기로 했다.
'당해봐야 정신 차리지.
그나저나 에테르 코어를 이용해서 제대로 된 방어구를 만들어야 할 텐데. 무기야 총이건 뭐건 쓰면 되지만 방어구는 너무 약하단 말이지. 몬스터에겐 방탄복도 일반 옷이나 다름이 없을 테니까.'세진은 다시 어리 앵무를 데리고 공방으로 향했고, 도일은 세계에서 몬스터가 등장한 지역과 그 지역의 민담이나 전설, 전래동화 같은것을 찾아서 비교하며 연신 감탄을 하고 있었다.
"음. 음? 음! 오호?
흐음. 음음."
============================ 작품 후기 =========================
===떱.. 결국 한국에도 에테르 코어가 상륙... 그리고 몬스터도 등장... 뚜둥.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는 것... 자, 오늘도 열심히... 선작 7천을 넘을 수 있을까요... 노력 중입니다만... 화이팅 해 주십시오. 저도 화이팅 하고 있습니다. 하하핫.
한 챕터 올리겠습니다. 물론 3편입니다. 이게 첫 편이죠..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