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지 마라 응? 하지마! 말로 하면 좀 들어! -- >
꼬독! 꼬독! [뭐하십니까?]
"복수."
꼬독! 꼬독! [누구에게 말입니까?]
"중국."
세진의 말을 들은 도일이 한동안 말이 없다. 세진이 돌아보니 도일은 입을 살짝 벌리고 기막혀 하는 표정으로 세진을 보고 있다. 꼬독! 꼬독! [지금 스마트폰으로 하고 있는 것이 중국에 대한 복수입니까?]
"그렇지요. 왜요 관심 있어요? 도와줄래요?"
꼬독! 꼬독!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저는 국가 요원입니다. 그런 제가 참가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도 말리진 않을 거지요? 그리고 될 수 있으면 비밀로 해주십시오. 잘못하면 이거 서울에서도 터질 수 있습니다. 친구들이 방해 받으면 화 낼 겁니다. 뭐 도와주면 고마워할지도 모르죠. 이번 일에는 나 말고 한 명만 참가 하는 중이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일이 바쁘다고 해서 말이죠."
꼬독! 꼬독! [중국에서 귀찮게 했다고 바로 응징인 겁니까?]
"그건 아니죠. 요즘도 심심하면 한 번씩 비공식 입장이다 뭐다 하면서 천공기에 대해서 말이 많잖아요. 그리고 다른 나라들도 부화뇌동 하고 있고 말이죠. 경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친구들이요."
꼬독! 꼬독! [그래서 그건 뭐하는 겁니까?]
"스마트폰 끄시죠."
세진이 도일에게 먼저 스마트폰을 끄도록 했다. 외부에서 세진의 말을 듣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준비가 되자 세진이입을 열었다.
"로봇 곤충을 이용해서 에테르 코어 EMP를 중국 각 도시에서 터트릴 겁니다. 몇 번 당해보면 그게 우리 짓이란 사실을 알게 되겠죠. 처음에는 몰라도 말입니다.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그 다음에는 뭐 다른 수를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곤충이 못 가는 곳은 없잖아요. 안 그렇습니까?"
도일은 세진의 말에 한동안 얼어 있었다.
이제야 지금 세진이 스마트폰으로 하고 있는 일이 뭔지 대충 감을 잡은 것이다.
도일이 세진 옆으로 다가와서 세진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 화면에 시선을 둔다.
"이제부턴 문자 보내지 마십시오. 아, 잠시 스마트폰 꺼 두십시오. 자꾸 방해해서 들키면 큰일입니다."
문자를 보내서 뭔가 물어보려던 도일이 우뚝 동작을 멈춘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종료한다.
세진의 스마트폰 화면에는 꽁무니를 열고 있는 화물기가 보이고, 이윽고 화물기 안으로 시야가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다.
"어딜 가는 비행깁니까?"
도일이 참지 못하고 육성으로 물었다.
"북경이요."
"..."
"이거 여기 태워서 숨겨 놓은 후에는 다른 비행기에도 또 다른 녀석을 태워야 합니다. 그 녀석은 상해로 보내고, 그 다음은 남경, 서안, 심경 등등 보낼 곳이 많습니다. 비행기가 날아가는 동안에는 그런 식으로 다른 녀석들을 움직여야죠. 그렇게 제가 한 서른 마리 보내고, 다른 친구가 또 서른 마리 정도 보내기로 했습니다."
"무섭군요. 에테르 코어 EMP의 첫 실전이 테러라니 말입니다."
"그러니까 빨리 에테르 코어 감지 장치를 만들어야 하는데 말이죠. 에테르 코어를 이용한 EMP 테러에는 세계가 거의 무방비 상태가 아닌가 싶어서 걱정입니다. 이번 일이 지나고 나면 나름대로 대비책을 마련하겠죠. 참, 도일씨 괜히 이번 이야길 보고해서 제 친구들을 화나게 하지 마십시오. 그 친구들 서울이라고 봐 줄 사람들이 아닙니다. 모르는 척 하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보고해야 마땅하지만 그랬다가 서울에서 그게 터질 것 같군요. 협박에 굴복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도리가 없으니 참을 밖에요."
도일은 그렇게 자기변명을 하며 세진의 뜻을 받아들였다.
[우리는 모든 준비가 끝났다. 중국 정부는 자신들이 한 말과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는 우리를 먼저 도발한 중국 정부에게 책임이 있음을 알린다.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지만 행여 그러하고자 한다면 고두삼배의 예를 보여 입은 옷으로 물을 닦아야 할 것이다. 벗(友).]이 내용이 각 언론사에 전달이 되었을 때, 그들은 그것이 장난이 아닐까 했다. 하지만 발신지가 세진의 집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것이 곧 벗들의 공식 입장임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리고 선택은 공은 중국 정부에게 넘어갔다.
그리고 그들은 곧바로 강경한 어조로 만약의 사태가 벌어지면 중국은 한국에 대한 보복을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친구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한국이 우리에게 큰 의미를 지닌 나라는 아니다. 우리들은 다국적을 지닌 자들의 모임이며 자국에 대한 애정이 별로 대단치 않은 이들도 많다. 그리고 우리 때문에 한국이 피해를 입게 된다면 약속하건데 중국은 그보다 더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한국에는 핵이 없지만 중국에는 넘치는 핵이 있다. 그 핵들이 자신들에게도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벗(友).]벗의 발표는 중국의 강경한 입장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극단적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핵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 않고, 중국이 가지고 있는 핵을 그들에게 돌려주겠다고 했다.
이렇게 되자 중국은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실제로 그들의 핵기지에 대한 점검이 있었지만 아무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중국은 불안에 떨었다. 벗이란 테러 단체는 지금까지 전혀 알려진 것이 없이 오직 한국의 박세진이란 대변인만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을 뿐이었다. 거기에 박세진을 범죄자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그가 어떤 일을 했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 그는 그저 선량한 대변인일 뿐이라고 정보기관들은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한국에 있다는 이유로 한국을 공격하기에는 또 명분이 부족한 상황인데 중국을 향한 벗의 공격은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중국은 침묵으로 일관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벗을 자극하지도 않았지만, 그 동안 벌였던 언행에 대해서 사과하지도 않았다.
- 드디어 찾았어요. 봐요. 된다니까요.
그런 중에 어리가 호들갑을 떨었다.
드디어 중국의 뒤통수를 때려 줄 엄청난 패를 손에 쥐게 된 것이다.
"핵기지를 찾기는 어려워도 해군기지를 찾는 건 쉽지. 거기에다가 운이 좋았어. 저런 녀석이 들어와 있는 것을 보면 말이야."
세진은 천정에 매달려서 아래쪽을 비추는 화면을 보면서 감탄을 거듭했다.
"칭따오 군항이 항모 군항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잠수함도 있을 줄은 몰랐네? 저거 분명히 그거지? 진급 핵잠이라고 한 그거 말이야. 봐봐 위에 미사일 발사관 뚜껑이 열두 개 있잖아. 저기 JL-2 SLBM이 들어 있다는 거 아냐? 사거리 8천 키로가 넘는다는 대륙 간 탄도 미사일 그거."
- 음 맞는 거 같아요. 여기 보면 진급 핵잠 사진이 있는데 옆에서 찍은 거지만 저거 랑 같은 거 맞아요.
어리가 컴퓨터 화면에 사진 몇 장을 띄워 놓고 말했다.
"크흐흐. 저거 날리면 중국이 무슨 생각이 들까? 그런데 EMP 터진다고 핵잠이 폭발하거나 그런 일은 없겠지?"
- 그건 저도 모르죠. 어리는 아직 그런 거까진 알 수가 없어요. 하지만 영화 보면 괜찮다고 했어요. 잠수함 침몰하고 그래도 핵폭발은 안 일어나게 되어 있다고 했거든요.
"그랬으면 좋겠는데 영 불안하네?"
- 그럼 물어봐요. 물어 보고 하면 되잖아요.
"그럴까?"
세진이 어리의 의견에 따라서 핵잠수함이 EMP를 맞으면 어떻게 되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도일은 물론이고 국정원 전체가 난리가 났다. 그리고 국정원에서는 벗들을 말려야 한다고 세진에게 매달렸다. 그리고 차라리 칭다오 군항의 현재 모습을 찍고 있는 것을 중국에게 보여주고 지금이라도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서 스스로 무릎을 꿇게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만약에라도 칭다오 군항에서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게 되면 벗은 세계적인 테러 단체로 낙인이 찍힐 것이고 또 세진도 그 테러단체의 일원으로 한국에서도 범죄자 취급을 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했다.
세진은 범죄자가 된다는 것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그래도 부모님이 무척 상심할 거라는 서대철의 말에 일단 동영상을 얼마간 저장하고, 로봇을 다른 곳으로 숨긴 이후에 중국을 향해서 강도 높은 협박을 시작했다.
[두 시간 전 칭따오 군항의 모습이며, 그곳에 진급 핵잠이 입항, 점검과 수리를 받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상태에서 당장 공격이 가능했지만 중국에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기로 했다. 이번에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없다면 칭따오 군항은 물론이고 그 외의 공군기지나 미사일 기지에 대한 대대적은 공격은 물론 대도시에 대한 공격도 진행할 것임을 알린다. 일단 먼저 북경과 남경, 서경에 약소한 선물 하나씩을 보내고 이후 두 시간의 여유를 준다. 벗(友).]동영상과 함께 공개된 벗의 성명은 또 다시 엄청난 소란을 일으켰다. 벗은 동영상 공개로 끝난 것이 아니라 북경, 남경, 서경이 세 도시의 외곽에서 EMP 테러를 감행했다. 그나마 도심지가 아니어서 피해가 적었지만 그 공격이 있던 장소가 모두 국영 기업의 공장이 있던 곳이라 경제적 피해는 적지 않았다. 어쨌건 동영상이 정말 두 시간 전 칭따오 군항 내의 모습이라면 그런 영상의 촬영이 가능하다는 것은 공격도 가능할 거라는 이야기가 퍼졌고, 일각에선 오래 된 영상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진실을 알고 있는 중국은 바짝 얼어붙었다. 어떤 형식의 공격인지 몰라도 공격이 진행되면 그 피해를 추정하기 어려웠다. 만약 핵잠에서 핵폭발이라도 일어나는 날에는 그야말로 끔찍한 재앙이 되는 것이다. 핵잠의 엔진은 핵발전이다. 그리고 그것은 함부로 끄고 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입항을 한 상태에서도 진급 핵잠의 엔진은 살아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 핵잠이 공격을 받으면? 물속도 아니고 군항에 입항해서 점검을 받는 중에?
12000톤급 진급 핵잠이 그렇게 중국의 목줄을 잡아 당겼다.
두 시간 후, 중국은 공식 성명을 통해서 3등급 몬스터 사냥과 그로부터 얻은 3등급 에테르 코어의 보유를 시인하고 그것이 세계 인류 전체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 행위 였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이후로 3등급 에테르 코어를 완전히 봉인하여 UN의 몬스터 대책 본부에 헌납할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앞으로 국제적인 공조에 충실히 임하며 대 몬스터 정책에 있어서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또한 벗(友)에 대해서도 중국 당국의 곤란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연관이 없는 단체를 끌어 들였던 점에 대해 깊이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에 대해서 벗은 중국의 사과에 만족하지 못하지만 인류 전체를 위해서 세계적인 대 몬스터 정책에 성실히 동참하겠다는 뜻을 높이 사서 이전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는 없었던 것으로 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이로서 벗이 중국을 상대로 한 판 승을 했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벗이란 단체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조심하게 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일본에 이어서 중국까지 한 발 물러난 형국이니 괜히 건드려봐야 좋을 것이 없는 단체로 악명이 쟁쟁하게 된 것이다. 세진은 그 정도로 상황을 정리했지만 정작 여유를 얻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그가 지금까지 에테르 코어를 보관하고 있던 장소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세진은 에테르 코어가 몬스터 영역을 만드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에테르 코어들을 테멜 안에 보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테멜에 문제가 생긴 것을 이번 중국 사태에서 에테르를 쓰기 위해서 테멜에 들어갔다가 테멜의 구조가 변한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그가 보관하고 있던 에테르 코어 하나가 사라진 것도 알게 되었다.
시구문의 이면 공간을 유지하고 있던 그 화이트 코어가 사라지고 테멜 공간이 더 넓어진 것이다.
세진은 당장 중국 문제 때문에 테멜 문제를 잠시 미뤄 둘 수밖에 없었다. 이왕 시작한 일이니 일단 한 쪽을 해결하고 다른 쪽을 신경 쓰자는 생각이었고, 테멜에 변화가 생기긴 했지만 진행중인 것이 아니라 완료된 것을 보여서 중국 문제를 먼저 살폈던 것이다.
- 우와, 역시 멋져요.
테멜로 들어서자 세진이 함께 데리고 들어온 어리가 감탄을 한다.
예전의 테멜 공간은 지하 석실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금의 테멜은 신전의 내부와 같은 느낌을 줬다.
그 규모에서나 분위기가 전혀 다르게 변한 것이다.
- 저건 뭐예요? 꼭 동대문 같이 생겼어요.
어리가 떠올린 것은 동대문이었나 보다. 세진은 처음 봤을 때, 시구문, 즉 광희문을 떠올렸었다. 하지만 정확하겐 어느 쪽도 아니었다. 그저 닮은 모양의 건축물이 하나 테멜 공간에 생겼을 뿐이다. 그것도 테멜의 입구에 생겨서 안으로 들어갈 때에는 반드시 지나야 하는 통로에 생긴 구조물이었다.
"일단 들어가자."
세진은 어리의 본체를 품에 안은 상태로 걸음을 옮겼다. 이전보다 몇 배는 넓어진 공간이 세진을 반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