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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노트-81화 (81/298)

< -- 2급 이면 공간 공략, 그런데 테러? -- >

2급 이면 공간에서의 사냥은 정찰을 목적으로 한 사냥이었다. 그리고 정찰의 끝에는 이변 공간을 지배하는 우두머리 몬스터를 찾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몬스터를 찾는 것과 사냥하는 것은 같은 것이 아니다.

주황색 등급의 부족 코어를 지닌 몬스터는 노란색 등급 중에서도 상급에 해당할 정도의 몬스터일 가능성이 높다.

세진이라도 쉽게 상대할 자신이 없는 몬스터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몬스터를 열 두 명의 공략팀과 함께 사냥한다는 것은 너무 위험했다.

세진이야 어떻게 되건 도망은 갈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면서 우두머리 몬스터를 상대할 자신은 없었다.

"여기서 물러나죠. 저는 저 녀석을 상대로 싸우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세진은 주서관 소령에게 후퇴할 것을 건의했다.

세진의 말에 주서관 소령은 미간에 깊은 주름을 만들면서 생각에 잠겼다.

"박세진씨, 내가 알기로 세진씨가 이 중에서는 가장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도 여기서 후퇴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주서관 소령의 질문에 세진은 그를 똑 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1등급 몬스터의 우두머리와 깡철이를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강합니까?"

"음, 그거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1등급 몬스터의 우두머리 쪽이 더 사냥하기 어려웠습니다. 그건 강하고 약하고의 차이도 있지만 머리가 더 좋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똑똑하죠. 우두머리가."

"좋습니다. 그럼 예상하건데 여기 있는 깡철이 우두머리는 3등급 몬스터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까?"

"그렇겠지요."

"그럼 3등급 몬스터를 여기 있는 열 두 명의 공략팀으로 사냥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까?"

주서관 소령은 살짝 인상을 썼지만 곧 대답을 내 놓았다.

"물론입니다. 여기 있는 전력이면 3등급 몬스터도 사냥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유효한 공격 수단이 바셋 두 정과 김형일 병장의 MG50 뿐인데요 말입니까? 거기다가 앞에서 막아야 할 저 분들의 실력으로 3등급 몬스터를 저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2등급 깡철이도 혼자서는 버거워하는 분들도 몇 분 있었는데요?"

"하지만 그건 협동을 하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주서관 소령은 적을 앞에 두고 물러나는 것이 내키지 않는지 고집을 부렸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여기 있는 누구도 3등급 몬스터를 저지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공격은 어찌어찌 바렛이나 김형일 병장을 통해서 할 수 있지만 방어는 전혀 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제대로 맞으면 한 방에 죽습니다."

"그 말, 책임질 수 있습니까?"

지금까지 한 번도 세진과 대화를 한 적이 없는 선장(仙仗)의 주인이 물었다. 세진은 그가 도일을 비롯한 수련 능력자의 실질적인 리더인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입니다. 시험을 해 보고 싶으면 한 번 달려들어 보십시오. 그 쪽은 그나마 한 두 방은 견딜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른 이들은 단 한 명도 버티지 못합니다. 도일씨도 마찬가집니다. 아마도 에테르가 몸으로 파고들어서 곧바로 내상을 입고 피를 토하게 될 겁니다. 도일씨는 전에 경험이 있지요? 그보다 훨씬 더 심할 겁니다. 힘의 차이가 너무 커요."

세진의 말에 도일은 어금니를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선장을 든 사내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깡철이 우두머리가 있는 쪽을 보더니 고개를 돌렸다.

"소령님 우리도 후퇴하는데 찬성입니다.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에 목숨을 걸 수는 없지요. 적어도 몬스터를 상대로 자존심 대결을 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그는 주서관 소령에게 그렇게 뜻을 전했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하고 싶다고 해도 할 수가 없겠군요. 우린 공격은 할 수 있어도 방어는 할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주서관 소령도 결국 후퇴를 결정했다.

그 후로 일행은 한동안 우두머리 깡철이의 둥지에서 멀어진 후에 세진이 2급 천공기를 가장한 에테르 사용으로 통로를 열고 이면 공간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몬스터 영역을 벗어나는 동안 몇 번의 깡철이 사냥을 하고는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김형일 병장은 끝까지 들고 나온 깡철이 머리를 세진에게 주면서 휴가 나오면 어리 공방으로 수고비를 받으러 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공략팀과 함께 멀어졌다.

세진과 선도일만 그렇게 따로 떨어지게 되었다.

"들어가실 겁니까?"

사람들이 사라지자 선도일이 물었다.

그도 세진이 다른 사람들 때문에 일부러 사냥을 포기하고 나왔다는 사실을 어느 정 도 눈치 챈 것이다.

"그래야죠. 처음으로 2급 화이트 코어를 얻을 기회가 왔는데 말입니다."

세진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2급 천공기를 이용해서 이면 공간으로 들어갔고, 선도일도 뒤따라 들어섰다.

깡철이 몬스터의 우두머리는 덩치가 조금 더 큰 깡철이였다.

"저는 깡철이들 보면 왜 미꾸라지가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머리 모양을 봐도 악어나 이무기에 더 가까운데 말입니다."

도일이 깡철이 우두머리가 있는 곳까지 따라와서 세진을 곁에 붙어 서 있다.

그 동안 둘이서 이곳까지 오면서 도일도 꽤나 험한 싸움을 벌이느라 여기저기 옷이 찢겨나간 흔적들이 보인다.

세진은 그런 도일을 보면서 이제는 준비하고 있는 방어구를 공개해야 할 때가 된 것인가 고민을 했다. 에테르 코어의 힘을 이용해서 몸을 방어하는 방어구를 완성해 놓은 것이다.

물론 1등급 몬스터의 공격은 1등급 코어를 이용해서 막을 수 있지만 2등급은 1등급 몬스터의 코어를 사용해서 몇 번 막지 못한다.

하지만 여기서 오류에 빠지면 안 된다. 어차피 몬스터의 공격을 주구장창 맞으면서 싸우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위급한 상황에서 한 대나 두 대를 맞고 견딜 수 있으면 방어구는 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지금처럼 공략팀이 제대로 된 방어력이 없는 상황에서는 조금 방어력이 떨어지는 것이라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이다.

더구나 2등급 코어를 사용한 방어구가 나오게 되면 1등급 몬스터 사냥은 한 결 쉬워질 것이다.

'돌아가면 어리에게 일단 도일씨 방어구부터 한 벌 제작을 하라고 해야겠다. 실험은 해 봐야 하니까.'

결국 세진은 그렇게 도일을 새로운 방어구의 실험자로 선택했다.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전에도 그랬지만 상황이 나빠지면 자력으로 탈출을 해야 합니다."

"으앗, 곤란합니다. 여긴 2등급 이면 공간이라고요. 너무 넓어요. 도망가실 거면 저도 데리고 가셔야죠."

"노력은 해 보겠습니다만 도망가는 놈이 그것까지 고려할 틈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런 놈이 이면 공간 밖으로 나가게 되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될 수 있으면 뒤따라서 들어올 통로를 남기지 말아야 하거든요."

"으아앗, 너무 하십니다."

"뭐 제가 질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럼 갑니다."

세진은 말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깡철이 우두머리를 향해 몸을 날렸다.

깡철이 우두머리는 동굴에서 살고 있었는데 깊은 동굴이 아니라 바위를 파내고 돌부처를 들여 놓는 구멍처럼 생긴 동굴에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그러다가 세진이 달려오는 기척을 느끼자 몸을 펼치고 밖으로 나왔는데 금방 허공 으로 높이 떠서 20미터 정도 위로 올라가 버렸다.

보통 깡철이들이 5미터 정도 높이로 오르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인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세진이 공격을 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곧바로 깡철이 우두머리의 목부분에서 피가 튀었다.

세진의 디버품이 작렬한 것이다.

하지만 우두머리는 역시 우두머리, 한 번의 공격에 쓰러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엇? 뭐? 이런!"

세진은 몸 주변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에테르의 흐름에 급하게 몸 전체를 에테르 방패로 감쌌다. 화르르르르르.

그와 동시에 세진의 몸을 감싸고 거대한 불길이 타올랐다.

"썅, 깡철이, 그래 딱 어울린다. 가뭄을 내리고 화재를 일으킨다더니 그게 더 너 때문에 생긴 말이었어?"

세진은 연이어 디버품을 깡철이 우두머리의 몸에 작렬 시켰다.

에테르 방패를 유지하면서 디버품을 실행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앞으론 방패를 쓰면서 다른 기술을 사용하는 연습을 좀 해야겠네. 그 동안 너무 나태했던 것 같군.'

세진은 진심으로 반성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세진의 반성은 언제나 위기를 겪으면서 하게 되는 것이라고 할까?

깡철이 우두머리는 육탄전을 좋아하지 않았다. 계속 허공에 떠 있으면서 불을 이용한 공격을 했는데 그 발동이 에테르 붐과 유사한 면이 있었다. 다만 폭발력이 없이 범위 안에 있는 것은 연소시키는 무지막지한 온도 상승이 깡철이 우두머리의 공격 방식이었다.

거기다가 에테르 붐에 비해서 훨씬 빠른 속도로 기술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피 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니 세진은 에테르 방패를 몸에 두른 상태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깡철이 우두머리의 범위 연소 공격을 피하느라 분주했고, 그러면서도 깡철이 우두머리의 몸에선 연식 피와 살이 튀었다.

세진의 디버품이 끊임없이 작렬하는 것이다.

'한 방에 크게 터트리는 것이 좋을 것 같기는 하지만 뭐 이렇게 연습을 하는 것도 나중에 3등급 몬스터들 상대할 때에 좋겠지. 확실히 몸 안에서 에테르의 이동이 제한을 받고 있어. 디버프 기반 에테르임에도 불구하고 저 놈 몸 안에 있는 생체 에테르들이 본능적으로 기피하며 막아서는 느낌이랄까?'

세진이 깡철이 두목과 오랜 시간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것은 다 그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후 3등급 몬스터를 상대할 때를 대비해서 깡철이 우두머리의 몸 안에서 디버프 기반 에테르들의 움직임을 연습하고 있었던 것.

하지만 끝나지 않는 잔치는 없다고, 시간이 지나면서 깡철이 우두머리의 에테르도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육탄전이 벌어졌다.

허공에 떠 있는 에테르도 아깝다는 듯이 땅으로 내려온 깡철이 우두머리가 연소 공 격도 포기하고 몸으로 부딪히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생체 에테르의 수준이 많이 떨어진 상태고, 세진이 디버품이 아니라 디버프를 시전하면서 괴롭혔기 때문에 결국 깡철이 우두머리는 세진의 창에 목이 잘리고 허리가 잘려 죽었다.

"그게 2등급 화이트 코어입니까?"

"그렇지요. 어떻습니까? 보시기에."

"뭐 크기가 커진 것 말고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데요?"

"그렇죠? 그런데 이게 품고 있는 에테르의 양이 1급의 열 배에 가깝습니다. 거기다가 이 놈은 자체 충전도 되지요."

"그걸로 에르터 코쿤을 만들게 되면 어마어마하겠습니다."

"아마 그렇겠지요?"

"그런데 여기도 우두머리가 잡혔는데 이면 공간이 무너지지 않고 있군요?"

"후후훗, 제가 그것 때문에 무척 즐거워하고 있는 중입니다."

세진은 사실 우두머리가 잡히고 나면 이면 공간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이면 공간이 무사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 어딘가에 이면 공간을 지탱하는 코어가 또 있다는 이야기고, 그건 자신의 테멜이 한층 더 성장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말이었다.

세진은 뜻밖의 수확에 기분이 한껏 좋아진 상태였다.

물론 도일에게 이면 공간 유지 코어에 대한 비밀을 알려줄 생각은 없었다. 만약 그랬다간 이후부터 우두머리가 잡힌 이면 공간에서 공략팀이 공간 유지 코어를 찾기 위해서 이면 공간을 몽땅 파헤칠지도 모를 일이다.

'벌 수 있을 때에 최대한 벌어야지. 비밀이 새어나가면 나만 손해란 말이지.'

세진은 어쩔 수 없이 도일을 먼저 밖으로 내보내고 혼자 남아서 이면 공간을 허물었다. 이면 공간을 유지하는 코어는 역시 깡철이의 보금자리 밑에 묻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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