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145화 (145/298)

< -- 우이동 어리 공방의 비밀 -- >

어리 공방이 우이동 구석에서 그렇게 조금씩 변화를 겪는 동안에 세상도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세상에는 각성자와 수련 능력자들이 조금씩 눈에 띄게 많아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숨어 있던 수련자들이 새로운 형태의 수련 방법에 의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성취를 얻으면서 평범한 사람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능력들을 보이기 시작했다. 거기에 각성자들도 그들 나름의 성장을 하며 점점 파워를 쌓아가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힘을 지닌 이들에 의한 권력 싸움이 일어나게 되었다.

특히 일본에서는 헤이치 야시로라는 각성자가 그 추종자들을 끌어 모아서 엄청난 세력으로 성장을 했다. 적어도 헤이치는 일본에서는 최고의 각성자로 불렸다. 이전 노숙자 출신의 헤이치가 일본 각성자들을 규합한 세력의 우두머리로 나서게  된 것이다. 그 외에도 주로 국가의 체제가 공고하지 못한 나라들에서 먼저 각성자들로 이루어진 권력층이 등장해서 국가를 장악했다.

대신에 틀이 튼튼한 나라에서는 각성자들을 적절하게 조율해서 국가를 위한 조력 단체로 만드는데 성공하고 있었다. 어차피 누릴 것은 누리고 살 수 있다면 정치에 휘말려서 고생하지 않겠다는 이들이 주로 그런 단체에서 봉사하겠다는 계약을 했다.

그 외에도 공식적으로 각성자나 수련 능력자를 양성하는 여러 방법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또한 2등급 천공기의 보급은 곧 2등급 화이트 코어의 대량 생산을 부추겼다. 물론 그 절반 이상이 세진에게 들어가고 있었지만 어쨌거나 세계 여러 나라들이 활용한 2등급 화이트 코어의 숫자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었다.

당연히 그것들을 이용해서 각성자를 강력하게 만들거나 수련 능력자의 수련 성취를 높이거나 혹은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 내는 실험이 수도 없이 이루어졌다.

물론 그 사이에 등급 혼합 몬스터 영역이 발생하고 새로운 3등급 몬스터 영역이 등장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2등급이지만 실상은 3등급 우두머리가 있는 이면 공간.

이전에는 그곳에 세진 일행을 끌어 들여서 함정을 팠던 이들이 이제는 그곳으로 들어가서 공략을 시도했다.

스스로의 역량을 시험하기 위한 시도는 계속 이어졌다.

그들은 자신들이 3등급 우두머리 몬스터를 잡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2등급 천공기를 이용해서 들어간 인원의 수는 한정이 되어 있었고, 또 여러 팀을 보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4등급 몬스터는 전차를 동원해도 사냥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혹시라도 4등급 우두머리가 나온다면 그 때는 소형 핵을 사용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시뮬레이션이 나왔다.

그들이 직접 경험한 3등급 우두머리 몬스터는 충분히 그런 예측을 가능하게 했다.

다시 말하면 5등급 일반 몬스터부터는 소형 핵을 이용해야지 사냥이 가능할 거란 이 야기였다.

하지만 이전에 프랜드에서 발표할 때에 몬스터는 7등급까지 존재하며 그 위로 규격 외의 몬스터가 있다고 했다. 그것을 믿는다면 뭔가 지금 흘러가는 상황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세계의 정상들은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그들이 모여 회의를 열었다.

직접 상대를 해 보고 나니 3등급 우두머리 즉 4등급 일반 몬스터도 제대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니 겁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들은 오만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향후 나타날 몬스터를 충분히 상대하고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지구를 폐허로 만들 힘을 지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지구를 폐허로 만들고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할 적을 눈앞에 뒀습니다."

"경고는 누차 이어져 왔습니다. 몬스터의 등장과 함께 높은 등급의 몬스터들에 대한 위험을 알리는 경고는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것을 무시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오만이었음을 인정하고 그 오만 함을 버립니다. 우리들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이후로 4등급 몬스터의 사냥을 일체 금지합니다. 또한 그 누구라도 4등급 몬스터 코어의 소지를 불허합니다. 이에 우리들은 전 세계의 모든 4등급 코어를 모아서 완전한 봉인을 할 예정입니다."

"봉인의 방법은 지구 밖으로 내보내는 방법을 사용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 발사체를 준비중에 있습니다."

"향후, 4등급 몬스터의 사냥이나, 그 코어의 획득은 인류 전체에 대한 적대 행위로 간주하며 그와 연관된 국가, 단체, 사람, 그 어떤 경우든 인류의 적으로 공격받게 될 것입니다. 이는 프랜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세계 지도자들은 프랜드란 단체까지도 이 협약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리고 정말 4등급 코어를 모아서 우주로 쏘아 보냈다.

"저것들이 어딘가 어떤 행성에 닿으면 그 행성에서 다시 행성 코어로 자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몰랐겠지?"

자넷이 화면에 비취는 로켓을 보면서 세진에게 물었다.

"알았다고 해도 처리할 방법이 없다고 여겼으니까 저런 짓을 했겠지."

"아니 그게 이해가 안 되는 거야. 김 박사가 만든 에르터 코쿤만 해도 일반 코어들은 에테르를 무리 없이 분산시킬 수 있잖아. 우주로 안 보내도 되는 거라고. 그냥 소비하면 될 건데 왜 우주로 보내? 우주가 무슨 쓰레기장이야? 저렇게 버린 것이 나중에 무슨 재앙이 될지 어떻게 알아?"

자넷이 무척 화가 난 듯이 화면의 사태를 성토했다.

"지구인들의 시선은 그렇게 넓게 볼 수가 없어. 저들에게 우주는 그냥 미지의 공간이야. 거기까지 신경을 쓸 수는 없지. 지금 버린 저 쓰레기가 수 억년 후에 어떤 재앙을 가지고 온다고 해도, 그건 별 상관이 없어. 사실 그 때까지 인류가 살아남아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으니까 말이야."

"헹. 몇 억 년, 아니거든. 겨우 몇 천 년이면 저것들이 행성 코어로 성장할 수 있거든?"

"하하하. 저 로켓 속도를 봐라 저 속도로 가서 언제 다른 행성에 도착하겠냐?"

"아무리 그래도 저게 없던 일이 되는 건 나이거든? 거기다가 저 봐라 저게 무슨 자랑이라고 지네 나라들 표시를 덕지덕지 붙였다. 쓰레기 투기 하면서 명찰 붙이고 자랑하는 꼴이라니."

자넷은 여전히 화를 풀지 못했다.

세진도 그런 자넷의 마음을 이해했다. 하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었다. 분명 코어의 처리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음에도 그들은 프랜드의 권고를 듣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니들이 버리는 코어가 다른 행성에 가서 다시 이런 사태를 만드는 씨앗이 될 수 있다.'

고 떠들 수도 없었다. 증거도 없이 그런 소리를 해 봐야 효과도 없을 것이고.

어쨌거나 3등급 우두머리 몬스터를 이면 공간에서 사냥하는데 실패한 각국은 확실히 몬스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그렇지 않아도 1등급과 2등급 몬스터 영역이 일정 수치 이하로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것은 어디선가 끊임없이 새로운 몬스터 영역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인데, 그 역시 코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코어의 기운이 쌓이면 어디서나 몬스터 영역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분명 얼마 전에 이면 공간을 제거한 곳에서 같은 등급의 몬스터 영역이 발생하는 경우도 생겼다.

물론 같은 종류의 몬스터가 나온 것은 아니니 새로운 몬스터 영역이 생긴 것으로 봐야 하지만, 이면 공간을 정리한 곳에서 새로운 이면 공간이 등장하는 경우가 이어지면서 세계는 다시 한 번 몸살을 앓았다.

때문에 이면 공간의 유지 코어를 회수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것도 결국 몬스터가 나오지 않는 이면 공간에서 얼마 후에 다시 몬스터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면 공간이 있으면 더 쉽게 몬스터가 발생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돌았다.

세진은 그런 현상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공략되었던 이면 공간들이 다시 생겨나고 있다고 짐작했다. 지역 코어는 시간이 흐르면 사라진 부족 코어를 다시 만들어 낸다. 그것은 이미 데블 플레인에서 수도 없이 들었던 이야기다.

그러니 지구에서도 없어진 화이트 코어를 다시 만들어내는 것이 분명했다.

"에테르의 양을 어떻게든 줄여야 하는 거잖아. 그렇지?"

세진이 자넷에게 물었다.

"맞아. 그래야 코어의 힘이 약해지고 몬스터의 수가 줄어들지."

"그런데 실제로 에테르 자체를 소비하거나 혹은 에테르를 본래의 에너지로 바꾸는 방법이 없단 이 말이지."

"대부분의 행성들이 그렇지. 하지만 어떻게든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코어를 소비하면 조금씩이라도 에테르가 줄어들기는 해. 그 효과가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럼 말이야. 여기서 코어를 얻어서 데블 플레인 쪽으로 옮기면 어떻게 될까?"

"왜? 거기 라훌족들은 모두 죽으라고? 여기서 코어가 넘어가면 거기 몬스터의 종 다양성이 얼마나 늘어나게 될지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해?"

"어차피 연합에서도 코어를 가지고 이런 저런 용도로 쓰잖아."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그래도 몬스터가 발생하는 행성으로는 다른 곳에 코어를 가지고 가지 않아. 그건 정말 끔찍한 일이라고."

"그럼 테멜에 쌓아 두면 외부와 에테르가 단절되니까 효과가 있으려나?"

"바닷물을 바가지로 퍼서 말리게?"

"야, 지금 전 세계의 화이트 코어 절반이 나한테 들어오고 있는데? 그 정도로도 안 될까?"

"그런다고 지구의 본래 에너지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니 크게 효과는 없을 걸? 그래도 지금 상태로 유지만 되어도 좋잖아. 아직 전자 기기들을 못쓰게 될 정도로 에테르의 농도가 짙어질 기미는 안 보이니까 말이야."

"거 끔찍한 소리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세계가 폭삭 망한다. 제발 부탁인데 그런 끔찍한 소리를 하지 말아 줄래?"

- 어리가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세진님. 어리가 열심히 연구를 할 수 있어요. 전 에 잡아주신 1등급 몬스터를 가지고 지금도 꾸준히 살펴보는 중이에요. 에테르로 코어를 만들면 거꾸로 코어를 에테르로 만들 수도 있을 거고, 또 지구 에너지로 에테르를 만드는 거라면 에테르로 지구의 원래 에너지를 만드는 것도 가능할 거예요. 어리는 원래 테라포밍을 하기 위해 태어났어요. 인류가 살기 어려운 곳을 개척해서 결국 인류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죠. 저는 에테르로 오염된 행성을 테라포밍해서 인류가 안락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거룩한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에요. 이제 어리는 어리가 태어난 본연의 임무를 깨우친 것이에요.

"너 요즘 무슨 만화를 보고 있는 거냐? 그건 또 어디서 나온 내용이야?"

- 흐응. 제 말을 못 믿으시는 것이에요?

"그래 그럼 기본적인 것부터 하자. 잡아 온 그 1등급 우두머리 녀석이 부하를 하나라도 만드러 냈냐?"

- 아니요.

"왜 그럴까?

- 어리도 그게 궁금해요.

"그 녀석이 뭘 가지고 부하를 만든다고?"

- 에테르요.

"그런데 어리 너는 그 실험 테멜에 최소한의 에테르만 주잖아. 그런데 그 우두머리가 무슨 에테르가 있어서 부하를 만들겠냐? 응? 너, 실험을 하려면 제대로 하고 사명이니 뭐니 해야 할 거 아냐?"

- 하지만 에테르가 아까운걸요?

어리는 자신이 살아가는 에너지인 에테르를 무척 아끼는 편이었다.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지만 여전히 에테르에 대해선 민감하다. 그러니 실험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제대로 에테르를 공급하지 않아서 문제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서 무슨 사명이냐? 하기 싫으면 그 녀석 다시 꺼내서 버리고."

- 아니에요. 어리가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이에요. 어리는 테라포머. 당연히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환경을 제거해야할 책임이 있어요. 어리는 에테르를 제거할 방법을 찾을 것이에요.

"그래.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니. 정말로."

세진은 어리의 말이 정말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흐응. 정말 가능할까?"

"뭐가?"

세진은 자넷의 뜬금없는 질문에 대상을 찾지 못했다.

"어리가 정말로 에테르를 원래 모습으로 돌릴 수 있을까 하는 말이지."

"모르지. 하지만 일단 어리가 에테르를 이용한다는 것은 사실이니까 그리고 합성이나 분해 조합같은 건 최고잖아."

"그걸 에너지에도 적용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것도 문제고, 에테르를 본래 기운으로 바꾸는 것도 문제네. 그런데 그걸 직접 볼 수 있으면 어떨까?"

"응?"

"그거 있잖아. 에테르를 다른 기운으로 바꾸는 것을 직접 어리가 경험하면 어떻게 될까? 그런 그걸 흉내내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아! 정말 그건 가능할지 모르겠다. 저 녀석이 창조는 몰라도 모방에는 짱이니까."

- 세진님 어리는 이제 창조도 할 수 있어욧. 무시하지 마세요.

"그래도 한 번 본 것을 그대로 하는 것이 더 쉽지?"

- 우웅. 그거야 그렇죠.

"그러니까 세진 만약에 그런 경우라면 어리도 어쩌면 에테르를 다른 기운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할지도 몰라. 정말로!"

"그래? 그런데 그런 경우가 있긴 한가?"

"있어! 있고 말고. 연방에는 그런 능력자들이 분명히 있어."

자넷이 흥분해서 고함을 질렀다. 자넷은 뭔가 에테르 생명체들에 대한 엄청난 대응 무기를 찾은 것이 아닌가 흥분해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