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164화 (164/298)

< -- 조작된 테르켓트의 악몽을 아는가 -- >

테르켓트의 한 곳에 특이한 일이 생겼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바위 언덕 위에 어느 날 갑자기 그럴듯한 집이 한 채 들어선 것이다.

그리고 그 집에는 소르메스 신분의 몬스터 사냥꾼 부부가 살고 있다고 했다.

운이 좋게도 그 집의 관리자가 된 열다섯 토블이 빨빨거리며 시장 마을에서 음식을 잘 만드는 여자 하나와 이제나 저제나 노리는 놈들이 많았던 여자아이 하나와 또래의 고아 하나를 그 집으로 데리고 가서 일꾼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바위언덕 저택에 대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매번 마을에 내려와서 물건을 주문하는 일은 토블이 하거나 혹은 나이가 제일 많은 에밀리라는 여자가 했지만 가족이 있는 세린이 때때로 먹을 것을 싸들고 내려와서  가족들을 만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 놓으면서 바위언덕 저택의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저택 주인들은 관대해서 저택에서 있었던 일들을 밖에서 떠드는 것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거기다가 가끔씩 부부가 함께 사냥을 나서곤 하는데 돌아올 때마다 시장의 몬스터 물품 거래소에선 꽤나 큰 거래를 하곤 했다.

일반적은 몬스터 사냥꾼들에 비해서 훨씬 많은 수확을 들고 왔던 것이다.

그래서 바위언덕 저택으로는 될 수 있으면 접근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묵계가 이루어졌다.

소르메드 신분이라면 그것만으로도 무서운 일인데 괜히 그 저택에 있는 사람들에게 밉보이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신분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영향력이 있다는 소리다. 그것이 무력이 되었건 금력이 되었던 밉보여 좋을 것은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나이가 어린 토블도 별다른 문제 없이 저택 관리인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사 람들은 토블에게 과한 바가지를 씌우지 않았고, 물건에 장난을 치지도 않았다. 그랬다가 이후에 잘못이 들켜서 돌아올 후환은 감당하기 어렵다고 여긴 것이다.

그런데 저택이 들어서고 두 달 정도가 지났을 때,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저택의 관리를 맡고 있던 토블과 토블이 데리고 갔던 또래의 툴레친이란 녀석이 몬스터 사냥에 따라다닌다는 이야기였다.

사람들은 혹시나 저택의 주인 부부가 아이들을 미끼로 삼아서 사냥을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했지만 하루하루 자나도 여전히 토블과 툴레친은 멀쩡한 모습으로 저택의 주인들을 따라서 사냥을 다녀오곤 했다.

"네? 미끼요? 설마요. 주인님과 마님이 얼마나 좋은 분들인데요?"

"그럼요. 우린 주인님과 마님께 몬스터를 사냥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그래서 최하급 몬스터는 우리 둘이서도 사냥을 할 정도가 되었죠."

"거기다가 주인님께서 갑옷과 무기까지 주셔서 어지간해서는 다치는 일도 없어요."

"맞아요. 멋진 일이죠. 우린 이제 몬스터 사냥꾼이에요."

어느 날, 토블과 툴레친이 마을에 내려왔을 때에, 사람들이 미끼 사냥에 대해서 물었을 때, 둘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일거리가 없어서 빈둥거리고 있던 아이들과 청년들 몇이 토블에게 매달려서 자신들도 배울 수 없을지 물었다.

"주인님께 여쭤 봐야 하는데?"

"그렇지. 가르치지 말라는 소리는 안 했지만 가르쳐도 된다는 소리도 없었지."

"맞아."

토블과 툴레친은 그렇게 말했고, 다음에 내려올 때에 알려주겠다고 했다. 가르쳐도 되는지 안 되는지.

그리고 다시 이틀이 흐른 후에 톨레친과 토블이 내려왔는데 별로 중요하지 않은 기초라서 가르쳐도 된다고 했단다. 그래서 다음 아침부터 바위언덕 아래, 경사가 시작하는 부분에 아이들 몇과 청년들이 모여서 토블과 툴레친이 배운 것을 익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토블과 툴레친이 가르치는 것을 배운 아이들과 청년들은 그 배움이 일생일 대의 기회란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에테르란 기운을 몸으로 받아들여서 그것을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웠다. 그리고 열심히 해서 성과가 있으면 최하급 몬스터 정도는 상대할 수 있게 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어쨌거나 뭐가 되었건 몬스터를 잡을 수 있다면 그것은 테르켓트의 삶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적어도 테르켓트와 에프레드 사이를 지키는 병사로라도 지원을 할 수 있게 되고, 그렇게 되면 가족들은 에프레드에서 조금 더 안전하게 살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몬스터를 잡아서 코어나 부산물을 얻어서 거래를 해도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키우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나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갑자기 시장 마을에 에테르 수련법을 익히는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토블과 툴레친에게 배운 것을 가르쳤다. 그렇게 다시 몇 달이 흐르자 제법 많은 사람들이 최하급 몬스터 정도는 상대할 능력을 얻게 되었다.

사실 최하급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단 한 가지, 몬스터의 생체  에테르를 소비시키고 상처를 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그리고 몬스터의 생체 에테르를 깎아 내는 것이 바로 공격자의 에테르인 것이다. 거기에 무기의 이점을 살려서 몬스터에게 상처를 주게 되면 더 빠르게 생체 에테르가 소비되고 결국은 죽일 수 있는 일반 생명체와 같은 꼴이 된다.

최하급 몬스터의 생체 에테르는 그다지 강력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겨우 몇 달 만에 사냥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즈음에는 옆 마을로도 소문이 퍼져서 찾아오는 이들이 생겼다. 그리고 이미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던 사냥꾼들도 새로운 수련법에 관심을 가지고 기웃거렸다.

물론 그런 중에 테르켓트들에게 쓸데 없는 것을 가르친다고 행패를 부리는 이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한바탕 소동을 부리고 가면 곧바로 저택의 주인들이 나서서 그들을 잡아다가 물고를 냈다.

"내가 가진 것을 내가 나누겠다는데 니깟 것들이 뭔데 나서? 응? 죽어 볼래?"

세진이라는 저택의 주인이 불길이 시뻘겋게 일어나는 창을 들고 한바탕 푸닥거리를 하고 나면 에프레트과 소르메드고 할 것 없이 모두 꽁지에 불이 붙은 것처럼 줄행랑 을 놓았다.

그러다가 한 번은 사냥을 나갔던 마을 사람들이 많이 상해서 온 적이 있었다.

최하급 몬스터가 아니라 하급 몬스터를 노리다가 피해를 입은 것이다. 과욕을 부리다가 당한 일이라 말도 못하고 침울하게 있는데 저택의 안주인이 나서서 치료를 해 주고는 아무래도 갑옷과 무기가 변변찮아서 문제인 것 같다고 하더니 시장에 무기와 방어를 파는 상점을 하나 만들었다.

그리고 갑옷과 무기를 팔았는데 사람들은 그 갑옷과 무기가 너무 비싸서 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소르메드 신분의 사냥꾼 하나가 그 갑옷과 무기를 사서 써 보고는 소문을 어떻게 냈던지 로페소에테의 모든 사냥꾼들이 다 몰려 온 것처럼 상점이 북적거리길 열흘 가까이 했다.

사람들은 그래서 그 갑옷과 무기들이 평범한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았고, 대금을 나눠서 갚기로 하고 갑옷과 무기를 대여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값을 모두 치르기 전까지는 대여라는 이름으로 갑옷과 무기를 쓸 수 있도록 바위언 덕 저택의 주인들이 편의를 봐 줬던 것이다.

신기하게도 값옷과 무기를 빌려서 도망을 간 사람들은 오래지 않아서 모두 잡혀왔다.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그것들을 훔쳐간 사람들도 잡혀 와서 죽기 직전까지 두드려 맞고 강제 노역에 동원이 되었다.

물건을 훔쳤으니 일을 해서 그 값을 갚으라는 것인데 일단 먹고 자는 것을 해결을 해 주니 노역을 하는 이들도 별로 불만은 없었다. 다만 그들은 열심히 수련법을 익혀도 사냥에 나갈 수가 없으니 물건 값을 다 치를 때까지 시키는 일을 해야 했다.

사실 바위언덕 저택 주변에 사는 사람들 중에서 많은 수가 몬스터 사냥을 다니느라 버려진 땅들이 많았다. 그런데 세진과 자넷이 범죄자들을 부려서 그 땅들에 곡식을 기르고 가축을 키웠다.

"먹고 사는 문제는 중요하지. 먹고 살 것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면 나중에는 몬스터를 뜯어 먹고 살아야 할 거야."

세진이 그렇게 말했고, 간혹 생각이 깊은 이들은 그 말의 뜻을 알아들었다. 모두가 몬스터 사냥에만 나서면 결국은 먹고 입고 쓰는 모든 물자들이 부족하게 될 거란 소리를 한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아직은 몬스터를 잡는 쪽이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키우고 물건을 만드는 것 보다 훨씬 벌이가 좋은 일이란 것은 분명했다.

그러니 사람들은 여전히 능력만 된다면 몬스터 사냥을 나서는 것이다.

"그 가격에는 못 드립니다."

"뭐라?"

"여기서 팔아도 그보다 더 받는데 그런 가격에 팔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잡화점의 푸즈는 에프레드에서 온 상인에게 곡물을 팔 수 없다고 했다. 상인이 부른 가격이 너무 싼 가격이었던 것이다.

"전에도 이 가격에 거래를 했었는데 왜 안 판다는 거지?"

"아시다시피 이 근처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수가 확 줄었습니다. 당연히 수확량이 줄어들고, 그러니 가격이 올랐지요. 보십시오. 사람들은 몬스터 사냥을 합니다. 그리고 코어나 몬스터의 부산물을 들고 오지요. 그리고 그걸 몬스터 상점에 팝니다. 아시는 것처럼 몬스터의 코어나 부산물들은 가격이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니 그 돈을 받아서 필요한 것을 사야 하는데, 농산품이나 축산품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부족한 것은 가격이 오르기 마련이지요."

"듣고 보니 그렇군. 그럼 요즘은 얼마에 거래가 되나?"

"한 배 반 정도 올랐습니다. 세 자루 살 돈으로 두 자루를 겨우 살 정도지요."

"가격이 많이 폭등했구만."

"네에."

푸즈는 에프레드의 상인이 뭐라고 하건 그 가격 아래로는 물건을 팔 생각이 없었다. 아니 그보다 약간 더 붙여서 파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시장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에프레드로 가지고 가야할 물건들을 살 수가 없게 된 상인들이 곤란한 상황이 된 것 이다.

"거래를 할 수가 없네."

"맞아. 이건 너무 비싸."

"다른 곳으로 가야 하나?"

"사실 여긴 물건들이 별로 없기도 해. 말 그대로 생산을 하지 않아. 그나마 저 위에 언덕저택이란 곳에는 수확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 어쩐 일인지 전혀 팔지를 않는다고 하더군. 뭐가 되었건 가지고 가서는 내 놓지를 않는다더군."

"저기가 그 소문의 거긴가?"

"맞아. 덕분에 이 근처에는 테르켓트 사냥꾼들이 넘쳐나고 있다더군.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그러는지 원."

"몬스터야 많이 잡히면 좋은 거 아닌가?"

"좋기는, 딱 적당히 잡으면 그만인 거야. 신의 은총을 유지할 정도만 되면 되는 거지."

"그것도 그렇지. 사실 에프레드만 하더라도 최하급이나 하급 몬스터만 들어오잖나. 중급 몬스터는 어지간해서 에프레드까지 들어오지 못하지. 신의 은총을 유지할 코어만 있다면 그걸로 족하단 말이지."

"하지만 그래서야 언제까지나 갇혀서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그럼 자네는 쓸데없이 위험한 밖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는 건가? 뭐하러?"

"지금도 사람들에 비해서 경작지나 여러 용도의 땅이 부족하지 않은가?"

"그게 어디 하루 이틀이었나? 또 때가 오면 테르켓트의 악몽이 다가오겠지. 그럼 또 땅은 남아돌게 되어 있어."

"흐음. 테르켓트의 악몽."

상인 터트거가 낮은 신음을 토했다.

터트거는 원래 테르켓트 출신이었다. 하지만 악몽의 그 날에 아들과 딸 중에서 딸과 아내를 잃고 아들과 함께 정말 미친듯이 일을 해서 결국 에프레드까지 들어간 입지적인 인물이었다. 그런 그에게 테르켓트의 악몽이란 다시 떠올리기 싫은 것이었다.

무슨 일인지 간혹 제일 바깥, 그러니까 테르켓트를 감싸고 있는 신의 은총이 빛을 잃을 때가 있다. 그렇게 되면 그야말로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들이 테르켓트 지역을 초토화시킨다. 물론 이 때는 에프레드로 들어가는 문을 활짝 열고 사람들을 받아들여서 희생을 줄이려고 하지만 그 때는 이미 늦어서 엄청난 희생자들이 양산된 후다. 어쨌거나 몬스터에게 죽지 않고 산다면 테르켓트의 악몽을 두 번 정도 경험한다고 하니 20년이나 30년 정도에 한 번씩 일어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터트거는 자신의 나이를 생각해보고 머지않아서 정말로 테르켓트의 악몽이 일어날 거란 사실을 짐작했다.

다른 상인들도 그것을 짐작하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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