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169화 (169/298)

< -- 너희는 새로운 질서에 적응해야 한다 -- >

테르켓트의 악몽에서 몬스터들에게 죽을 위기에 처했던 사람들은 어리의 도움으로 테멜 안으로 들어왔지만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광야에서 하염없이 대기를 해야 했다.

- 여러분은 지금 몬스터들의 공격에서 잠시 벗어났을 뿐입니다. 지금 움직이시며 다시 그 몬스터들이 날뛰는 곳으로 돌아가게 될 겁니다. 지금 저는 여러분들을 위해서 몬스터들이 적은 곳을 찾고 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이곳 로페소에테에 몬스터가 없는 곳은 없습니다. 여러분이 믿고 있던 신의 은총도 이번에 무너졌습니다. 물론 그 이유는 로디아드의 귀족들이 여러분들이 에테르 수련법을 익혀서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는 이유로 신의 은총을 중단시킨 때문이지만 말입니다.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러니까 지금 테르켓트의 악몽을 로디아드의 귀족분들이 만들었다고 하는 겁니까?"

주민들 중에 하나가 허공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향해 큰 소리로 물었다.

- 맞습니다. 신의 은총 안에 머물 수 있는 인구에는 한계가 있고, 또 일정한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테르켓트에서 생산된 것들이 에프레드로 가야 하고,  에프레드와 소르메드의 생산품들이 로디아드와 페이러드를 먹여 살려야합니다. 그런데 테르켓트에 인구가 과밀하게 되면 상산물들이 위로 올라가지 못합니다. 그런 때에는 테레켓트의 악몽이 일어나게 되죠. 그게 바로 로디아드 귀족들의 짓이었습니다.

"미, 믿을 수 없소.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단 말이오. 거짓이오."

"맞습니다. 그런 거짓말을 어떻게 믿는단 말입니까?"

웅성웅성웅성.

사람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것은 마치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과 같은 모습이었다.

- 믿거나 말거나 상관은 없어요. 하지만 한 가지는 명확해요. 여러분들은 얼마 전에 테르켓트의 악몽을 맞이했고, 그로 인해서 죽을 상황이었다는 거죠. 안 그런가요?

다시 들려오는 목소리의 의미는 명확했고, 그것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모두의 입이 다물어졌다.

- 우리는 로디아드 귀족들의 계획을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그걸 여러분에게 알린다고 해서 무슨 뾰족한 방법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죠. 그래서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결국 한 가지 방법을 찾았습니다.

"방법이라니요? 그게 뭡니까?"

- 터트거님이시죠? 테르켓트로 상행을 오셨다가 이번 악몽을 맞이하신 에프레드의 주민. 맞나요?

"맞습니다."

- 네. 좋아요. 일단 궁금한 것을 먼저 풀어 드리죠. 우리는 생각해야 했어요. 이 많은 사람들이 죽게 둘 것인가, 아니면 구할 것인가. 물론 구해야 하는 것이 당연했죠. 하지만 구한다고 해도 이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하죠? 먹고 입고 자야 해요. 의식주는 가장 기본적인 거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어디서? 그게 문제였지요. 터트거님, 어디로 가면 이 많은 사람들이 머물 곳이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에프레드나 소르메드면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로디아드나 페이러드는 귀족 분들이 있으니 들어가기 어려울 테고 말입니다."

- 하아. 터트거님. 제 말을 안 믿으시는 모양인데 테르켓트가 로디아드 귀족들의 짓인 이상, 절대로 로페소에테에서 살 수는 없어요. 다시 테르켓트로 내몰린 여러분은 악몽을 다시 겪게 될 테니까요. 귀족들은 여러분이 수련법을 익혀서 신분 상승을 하는 것을 바라지 않아요. 여러분은 계속되는 악몽을 견딜 수 있다고 보는 건가요?

"그, 그것이."

타트거는 진정 믿고 싶지 않았다. 정말로 로디아드의 귀족들이 그런 짓을 했다는 말인가?

- 맞아요. 여러분은 갈 곳이 없었어요. 때문에 우리도 고민이 컸죠. 그래서 결국 최선이지만 여러분에겐 힘든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웅성웅성, 웅성웅성.

사람들은 뭔가 불길한 느낌에 또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 조용히 하세요. 이 선택은 우리도 어쩔 수가 없는 선택이에요. 여기서 여러분이 이대로 굶어서 죽을 수도 없고, 이미 몬스터 천지가 되어버린 여러분의 마을로 돌아갈 수도 없어요. 물론 몬스터들이 모두 정리된 후에 예전의 마을과 집이 있던 곳에 여러분을 다시 보내줄 수도 있지만 그래봐야 거듭되는 테르켓트의 악몽이 여러분을 기다 릴 뿐이죠. 그래서 우린 여러분의 또 다른 정착지를 건설하기로 했어요.

"또 다른 정착지? 그런 곳이 있습니까?"

- 터트거님, 불행하게도 완전한 곳은 아닙니다. 그곳에는 신의 은총이 없으니까요.

"신의 은총이 없대. 그럼 몬스터는?"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곳에서 어떻게 살라는 거지?"

"신의 은총이 없으면 어차피 죽는 거잖아. 아, 어떻게 해?"

"우아앙아. 엄마."

"흐흐흑. 아가야."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당혹감을 표현했다.

"그곳에서 우리가 살 수 있습니까? 우린 몬스터를 상대할 수 없습니다."

터트거가 다시 허공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 여러분을 위해서 최하급 몬스터가 대부분인 땅을 찾아서 그곳에 작은 도시를 건설해 뒀습니다. 하지만 몬스터들은 여러분이 해결을 하셔야 합니다. 앞으로는 여러분 스스로가 자신과 가족을 지키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 우릴 다시 테르켓트로 보내줄 수는 없습니까? 모, 몬스터들이 없는 곳으로 말입니다."

"그래요. 우릴 신의 은총이 있는 곳으로 보내 줘요. 흐흐흑."

"아,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어떻게 이런 일이."

- 조용히 하세요. 여러분은 이미 얼마전 몬스터들의 공격에서 한 번은 죽었던 목숨이란 사실을 잊지 마세요. 계속 소란을 피우면 저는 어쩔 수 없이 여러분이 얼마 전에 있었던 바로 그 자리로 여러분들을 돌려보낼 수밖에 없어요.

"보, 보내줘요. 난 내 집으로 가고 싶어요. 아이들과 함께 가겠어요."

"나, 나도 가겠소."

"나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어디나 있기 마련이다. 어리는 그런 사람들에게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 좋아요. 지금부터 제자리에 앉으세요. 그리고 원래 자신이 있던 곳, 그러니까 이곳으로 오기 직전의 그 장소로 가고 싶은 분들만 서 계세요. 하지만 분명 경고하는데 여러분이 가는 곳에 몬스터가 있다고 해도 그건 제 책임이 아니에요. 여러분이 돌아가겠다고 한 것이니까요.

어리의 말에 사람들은 얼굴빛이 하얗게 변했다. 그들은 분명 신의 은총이 무너지고 그 안으로 뛰어 들어온 수 많은 몬스터를 목격했었다. 그리고 이제 죽는 일만 남았다고 여겼는데 이런 곳으로 이동이 되어서 목숨을 건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상황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면?

사람들은 거의 모두 바닥에 주저앉아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다시 그 위험한 곳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이들이 있었다. 몇 명의 남자들과 여자들, 그리고 그 여자들이 옹망종말 거느린 아이들.

어리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했다.

- 그럼 여러분들은 모두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게 될 거예요. 하지만 도착했을 때, 여러분이 원래 있던 집이 무너지고 없다고 그 잔해 위로 가게 될 것이고, 토굴이 없어졌다면 그 역시 그 토굴이 있던 곳 위에 가게 될 거예요. 그 후로는 여러분 스스로 살아남아야 해요. 그럼 잘 가세요.

어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람들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서 떠나기를 원했던 사람들은 모두가 떠났다.

"그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터트거가 물었다.

- 저는 분명히 약속을 지켰습니다. 그들은 그들이 원하던 곳으로 갔습니다. 아, 그걸 또 믿지 못하는 분들이 있겠군요. 이걸 어쩌나... 좋습니다. 이건 원래 계획은 아니지만 불쌍한 사람들이니 다시 기회를 줘 보기로 하죠. 어리가 그렇게 말을 하고 나자 한쪽에 조금 전에 모습을 감췄던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사람 살려!"

"흐흐흐흑. 이건 아니야. 이건..."

"아악! 얘들아!"

"..."

다시 나타나는 이들은 모두 제각각 반응들이 조금씩 달랐지만 그들을 보는 사람들은 대충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어떤 이는 그 짧은 사이에 몸에 상처가 생긴 이도 있었다.

- 아마 물어보면 아시겠지만 저 분들은 이전 저분들이 살던 곳에 다녀오셨습니다. 그리고 무얼 보셨건 그건 상상하던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몬스터들에 의해서 무너진 마을의 모습, 아니면 바로 눈앞에서 달려드는 몬스터의 얼굴을 보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겠군요. 저 분들은 다시 그곳으로 가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이제 다시 이야길 하지요. 우리가 만든 도시 주변에는 몬스터들이 있습니다. 아 니 도시 안에도 있습니다. 그건 여러분들이 정리를 하셔야 합니다. 그걸 위해서 이곳에서 나가기 전에 자경단이나 군대를 조직하는 것도 좋겠지요. 물론 여러분 중에서 에테르 수련법을 익힌 분들이어야 하겠지만 말이죠. 우리 예상으로 여러분들은 충분히 그 몬스터들을 퇴치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몬스터들은 계속 나타날 겁니다. 그걸 어떻게..."

터트거는 암울한 표정을 지었다.

- 그렇다면 여러분은 이대로 죽을 건가요? 우리들은 여러분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어요. 이제 생존은 여러분의 문제입니다. 도시에 도착하게 되면 여러분들은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할 겁니다. 그곳에는 여러분이 한동안 생활하기에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만 또 그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여러분은 이전에 하던 일들을 하며 생계를 꾸리고 그러면서 몬스터의 공격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손 놓고 죽을 수는 없으니 뭔가 하긴 해야겠군요. 그런데 누구십니까?"

터트거가 어리의 정체를 물었다.

- 나는 어리인 것이에요. 어리. 터트거는 대답을 듣기는 했지만 그 대답이 터트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준 정보는 거의 없다고 봐야했다.

- 이제 두 시간 후에 여러분은 신도시로 옮겨가게 될 거에요. 그러니 그 전에 준비를 하세요. 일단 싸움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선별해서 선발대를 만들어야 할 거예요. 그것에는 지금도 최하급 몬스터들이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으니 말이죠.

어리의 충고에 사람들이 마을 단위로 뭉쳐서 의논을 시작했다. 그리고 각 마을에서 어떻게든 대표가 뽑히면 또 그들이 모두 모여서 전체적인 의견을 모았다.

그렇게 해서 결국 에테르 수련법을 익혀서 몬스터 사냥을 하던 이들을 중심으로 자경단이 만들어졌다.

그 자경단에게 어리는 갑옷과 무기를 지급했다. 그리고 그걸 받은 이들은 어리가 바위언덕 저택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무기와 갑옷이 그곳에서 나오는 것과 동일했기 때문이다.

- 자, 준비가 되었으면 출발을 하죠.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하겠어요.

어리는 그렇게 응원을 하고는 자경단부터 차례로 신도시 광장으로 보내기 시작했 다. 그곳에 도착한 자경단은 곧바로 몬스터들을 상대로 싸움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어리는 그곳의 상황을 살피면서 차근차근 사람들을 내보냈다.

"다, 다시 볼 수는 없는 겁니까?"

터트거는 자신의 차례가 되었다고 느껴질 때, 떠나기 전에 급하게 물었다. 하지만 그는 대답을 듣기 전에 모습이 사라졌다.

- 어리는 언제나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에요. 그러니까 힘들을 내야 하는 것이에요. 아, 이제는 로디아드의 골치덩이들을 만나야 하는 것이에요. 그 동안에 독기가 좀 빠졌으면 하는 것이에요. 겨우 몇 끼 안 먹었다고 죽을 것처럼 구는 것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에요. 하지만 어리는 이해하는 것이에요. 어리도 굶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아는 것이에요. 하지만 그들은 좀 더 굶어야 정신을 차릴 것이에요. 어리는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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