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181화 (181/298)

< -- 예상이 어긋나는 일은 흔하기 짝이 없다 -- >

러시아 문제는 해결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점점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 쪽으로 가까워지는 몬스터들 때문에 결국 핵을 사용하려는 움직임까지 생기면서 벗(友)에서 러시아의 요청을 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당연히 공짜로 위험한 일을 해 줄 수는 없는 일이니 대가가 있어야 했다. 벗에서는 4등급 우두머리 몬스터를 잡아 주는 것에 대한 대가로 러시아의 풍부한 지하자원을 받기로 했다.

그렇다고 자원이 매장된 땅을 받는 것은 아니고, 러시아가 곳곳에 비축해 채취해서 쌓아 둔 것들을 벗(友)에서 가지고 가는 것으로 계약을 했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일단 쌓여 있는 것을 알아서 가지고 간다고 하니 그렇게 하라고 순순히 허락을 했다.

사실 그것들을 어디까지 배달을 해 달라거나 하면 그게 더 곤란한 러시아였다.  어쨌건 그렇게 계약이 되고 나서 곧바로 세진과 자넷, 어리가 나섰다.

사냥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러시아에서 다시 한 번 Father of All Bombs를 투하해서 일반 4등급 몬스터들을 해결했다.

이전 러시아 유목민들 사이에 전설처럼 떠도는 도적들을 모티브로 탄생한 듯한 몬스터들은 동물들의 털가죽을 잔뜩 기워 입은 인간형 몬스터였다.

도끼와 창, 활을 들고 간혹 말을 탄 녀석들도 있는 전형적은 도적 무리의 모습이었지만 그것들이 모두가 4등급에 해당하는 몬스터란 것이 문제였지만, 역시 폭탄의 어머니보다 4배는 더 위력이 크다는 폭탄의 아버지는 우두머리 몬스터만 남기고 다른 몬스터들은 일거에 해결을 해 버렸다.

그리고 자넷과 세진이 생체 에테르바디의 외형을 조작해서 만들어낸 새로운 인물인 제인과 존이라는 가상 인물은 훌륭하게 4등급 우두머리 몬스터를 사냥하는데 성공했다.

실제로 둘이 힘을 합치면 데블 플레인의 보라색 몬스터도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런데 기껏 초록색 등급의 보족 코어를 지닌 몬스터 따위가 상대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제인과 존은 엄청난 부상을 당한 끝에 4등급 우두머리 몬스터를 사냥했고,  그 중에 적잖은 인명 피해가 생긴 것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물론 그 인명 피해는 어리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껍데기만 만들어 놓은 가짜 시체들을 이용해서 4등급 우두머리 몬스터에 사냥에서 벗(友)이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리려는 의도였다.

세진은 세상 사람들이 벗에 대한 두려움이나 경외심을 가지는 것을 원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것으로 인식되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따라잡을 수 있고 넘어설 가능성이 있는 벽, 그래야만 사람들은 노력을 한다.

만약 벗(友)이 지는 능력이 가히 넘을 생각을 할 수도 없는 벽이라면 사람들은 노력하기 보다는 의지할 가능성이 더 많았다.

그러니 언제까지나 벗이 몬스터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지 못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쨌거나 이 사냥은 러시아뿐만이 아니라 세상 모두가 관심을 두고 있었기에 제법 자세한 내용까지 메스컴에 소개가 될 정도로 정보가 공개 되었다. 때문에 이번 사냥에서 벗이 입은 인적 피해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법 많이 나왔다.

적어도 4등급 우두머리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 능력자라면 3등급 우두머리는 쉽게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긴데 그런 능력자들이 화면 속에서만 적어도 열 명 가까이 희생이 된 것으로 나왔다.

그러니 당연히 그런 고급 인력들의 손실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적어도 이번 사냥에서 희생된 이들이라면 세계 곳곳의 3등급 이면 공간에 대한 걱정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었을 것인데 그렇게 허무하게 희생이 되었으니 아쉽다는 반응인 것이다.

물론 3등급 이면 공간 중에서 등급 혼합형이 아닌 곳에만 적용이 되는 말이겠지만 어쨌건 아쉽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때문에 러시아에서 벗이 받기로 했던 대가는 결코 비싼 것이 아니란 의견이 힘을 얻었다.

당연히 러시아에서 제공하기로 했던 자원들이 며칠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에 대해선 벗에서 알아서 대가를 받아간 것으로 인식이 되었고 러시아에서도 그 문제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이번 러시아에서 만든 어처구니없는 문제는 이후에 세계 모든 나라에 타산지석이 되었다. 절대로 우두머리 몬스터를 해결하기 전에 이면 공간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는 이면 공간 공략의 새로운 규범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면 공간에 대한 공략이 주춤해진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1등급과 2등급 이면 공간에 대한 공략이 꾸준히 이어졌고, 심지어는 2등급 이면 공간 안에서 4등급 우두머리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서 핵을 터뜨리는 경우도 적잖게 생겨났다.

어차피 이면 공간 내에서의 핵폭발은 이후에 어느 정도 이면 공간을 유지해 주기만 하면 방사능 문제가 해결이 되니 너도 나도 나서서 등급 혼합형의 이면 공간이라도 처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런 사냥을 통해서 얻어지는 4등급의 코어들은 일괄적으로 수거가 되어서 지정된 이면 공간 안에 저장을 하고 있었다.

적어도 그 약속만은 아직은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 옴스크 가까 운 곳에 처음으로 Father of All Bombs를 터뜨려서 4등급 몬스터들을 사냥했던 곳에 4등급 이면 공간이 발생하는 것은 막지 못했고, 그곳에는 예상대로 6등급 일반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세계 최초의 4등급 몬스터 영역이고 또 최초의 6등급 추정 몬스터가 나타난 것이다.

때문에 그곳은 세계의 모든 몬스터 연구 기관들의 주목을 받는 장소가 되었고, 특히 러시아의 경우 몬스터 연구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한 걸음 앞서 갈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면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6등급 우두머리라... 자넷 어떻게 생각해?"

"흐응. 남색 등급의 부족 코어 몬스터? 그냥 가서 쓱싹 하고 올까? 이면 공간 유지 코어는 필요가 없으니까 그냥 그 6등급 우두머리 몬스터만 해결을 하고 와도 될 것 같은데 말이야."

자넷이 지구상에 처음으로 나타난 6등급 몬스터에 흥미를 보였다.

"그런데 어째 가서 잡아 죽이고 싶은 생각은 별로 안 들잖아. 하필 순록이라니 말이야."

"하긴, 그것도 그렇지. 요즘은 매일같이 동물의 왕국만 하는 것 같아. TV에서."

자넷은 매일같이 러시아의 새로운 몬스터 영역에 대한 소식이 나오는 것이 불만인 듯 투덜거렸다.

이번에 러시아에서 일어난 사태에 대해서 이런 저런 뒷이야기가 이어지는 중이고, 특히 새로 만들어진 4등급 몬스터 영역과 6등급으로 추정되는 몬스터들에 대한 소식이 계속 메스컴을 점령하고 있는데, 그 4등급 몬스터 영역에 있는 몬스터들이 모두 동물형이라서 마치 동물의 왕국이란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다고 하는 것이다.

"신선하긴 하지. 1등급부터 6등급까지 모든 등급의 몬스터가 다 있는데 하나같이 순수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말이야."

"순수 동물은 무슨, 머리에 없는 뿔이 나고, 꼬리가 여럿인데? 거기다가 하나같이 몬스터 패턴을 지니고 있는데 순수 동물이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러도 생긴 것이 그렇게 험악하진 않잖아. 하하."

"그러니까 우리가 가서 쓱싹 정리를 하고 오자니까? 솔직한 이야기지만 나는 4등급 우두머리 이상의 몬스터가 있는 곳은 모두 찾아가서 정리를 했으면 해. 괜히 기다려줄 필요가 없잖아. 거기다가 프락칸 능력도 연습을 하려면 등급 높은 코어들도 필요 하고 말이야."

자넷의 말에 세진은 잠시 유혹을 당했다.

사실 프락칸의 능력을 키우기 위한 생체 에테르바디의 성장이 무척 느렸다.

애초에 프락칸의 능력이란 것이 몸 안에 오러 로드와 유사하면서도 전혀 다른 어떤 경로를 개척해서 에테르를 정화 시키는 능력이었다.

사실 그것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세진의 궁극적인 목적이었다.

만약 그것을 성공하게 된다면 적어도 에테르 기반 생명체의 근원이랄 수 있는 행성 코어가 있는 행성에서도 에테르의 농도를 어느 정도로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행성 전체가 에테르 기반 생명체에게 점령이 되어 불모지가 되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연히 지구 역시고 에테르를 정화하게 된다면 지금처럼 어느 정도 몬스터들이 나타난다고 해도 적당히 조절하며 도리어 새로운 에너지원인 몬스터 코어를 활용하며 새로운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을 거란 것이 세진의 생각이고 또 미래의 계획이었다. 물론 아직은 프락칸의 능력을 생체 에테르바디에 적용시켜서 발전시키는 것에도 애를 먹고 있지만 말이다.

"그럼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여 볼까?"

"응. 3등급 우두머리까지는 공방의 다른 식구들이 알아서 처리를 할 수 있고, 4등급 우두머리가 있는 2등급 이면 공간도 각 나라에서 핵을 이용해서 어느 정도 해결을 하고 있는 중이니까 우린 핵이 없는 나라들부터 돌면서 정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물론 러시아 쪽에 있는 6등급 우두머리부터 잡아야지. 어째 그걸 그냥 두는 것이 러시아에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나도 기분이 나빠."

"그래? 하긴 그 놈들 잘 되는 꼴이 왜 보기 싫은지 모르지만 뭐 위험하기도 한 몬스터니까 정리를 하기로 하지."

세진이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나자 어리 공방의 식구들은 무척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전보다 더 자주 이면 공간 공략을 나서야 했던 것이다.

지구의 심처에 있는 행성 코어는 무척 심기가 불편했다. 지구 본연의 의지와 다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이제는 인간들의 반격도 제법 신경이 쓰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끝도 없이 사라지고 있는 에테르였다. 이전에는 잘 느끼지 못했던 것이지만 이제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행성 코어 자신이 만들어 내는 에테르가 사라지고 있었다. 그 자신의 통제에 따르지 않는 어딘가로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 행성 코어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자신이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 있고, 그 곳으로 에테르가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들이 자신이 만든 공간을 차지하고 그곳에 코어를 쌓아두는 것도 문제였다. 겨우 만들어 낸 에테르가 그렇게 비축되면서 활용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인간들이 알지 못하는 사실은 그 이면 공간 역시 행성 코어의 지배하에 있기 때문에 그 에너지들은 서서히 다시 행성 코어에게 돌아오고 있지만 그것도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고 시간이 흘러야 되는 문제라 효율이 좋지는 않았다. 물론 그 이외에도 코어가 이리저리 사용되거나 실종되는 경우가 있었고 그것 역시 행성 코어로서는 심기가 불편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그 분노를 터뜨릴 수도 없는 것이 아직 지구의 의지는 강력하고 그 의지와 맺었던 약속은 지켜져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나설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손해가 많다.'

어쨌거나 행성 코어는 흘러가는 상황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에 따라서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런 판단은 세상에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이면 공간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역시 세진과 자넷, 그리고 어리였다.

이면 공간을 찾아서 공략하기를 쉬지 않는 세진과 자넷, 어리가 그것을 먼저 알아차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건 확실히 다른데? 딱 봐도 느껴지지?"

"응. 그러네?"

- 여긴 에테르가 엄청 진해요. 거의 데블 플레인의 1.5배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다른 곳에 비해서 농도가 두 배는 된다는 소리죠.

어리도 이상을 느꼈다.

그리고 그렇게 이상을 느낀 곳에서 확인을 해 본 결과 세진은 엄청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곳에 이면 공간이 있었다. 그것도 다층 이면 공간이라고 해야 할 그런 이면 공간이 있었다.1등급 이면 공간 안에 2등급 이면 공간이 있고, 그 안에 3등급, 4등급 이면 공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겹치다보니 에테르가 엄청나게 짙어지는 효과가 나온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뭔가 새로운 변화가 생긴 것 같은데?"

세진은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상태로 두면 아무 문제도 없지 않아?"

자넷이 그렇게 말했지만 상황이 단순하지 않았다.

"우린 알지만 사람들은 모르지. 여길 공략하면 2등급 이면 공간이 나온다는 것을 말이야. 그리고 다시 그걸 공략하면 3등급 이면 공간이 나온다는 사실도 몰라. 당연히 3등급을 공략하면 4등급이 나오는 건데, 그 정도 되면 머리가 달린 이들은 모두 그걸 알게 될 거야. 그럼 일단 앞으로 1등급 몬스터 영역이 자꾸 늘어나도 그걸 공략하기 어려워지는 거야. 아주 곤란하게 되는 거지."

"하지만 이면 공간 유지 코어를 그대로 두면 되는 거 아냐?"

- 그것도 있지만 이런 곳은 정말 수련하기에 적당한 곳이 될 거에요. 각성자들이나 수련 능력자들이나 모두 이렇게 에테르가 강력한 곳이라면 우르르 몰려들게 될 거예요. 그럼 또 자리 싸움이 생길 수가 있어요.

어리는 이면 공간 공략과는 또 다른 문제를 제기했다.

"몬스터들은 굳이 이면 공간 밖으로 나올 이유가 없을지도 몰라. 물론 인간을 많이 제거하는 것이 지구를 차지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만 이대로 이면 공간에 숨어 서 끊임없이 에테르를 늘려가도 언젠가는 지구를 집어 삼킬 수 있지."

"흐응, 그거야 세진이 없을 때의 이야기잖아. 세진이 계속 에테르를 정화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질 걸?"

"내가 언제 행성 코어가 생산하는 에테르의 양을 초과해서 정화를 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 그것도 문제야."

- 네에, 뭔가 대책이 필요하긴 해요. 어쩌죠?

어리도 걱정이 되는지 세진에게 물었다.

"어쩌긴 방법을 찾아야지. 그리고 그 방법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어. 이참에 아주 대대적으로 해 보는 거지 뭐. 재미 있을 거야. 기대 해도 좋아."

세진은 새로운 계획의 가닥을 잡아 두고 아주 마음에 든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넷과 어리는 세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몹시 궁금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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